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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37화 (237/277)

237화 원인과 결과

“다 쓸어버려!”

“한 놈도 남겨 두지 마!”

“오늘 싹 다 담가 버리자!”

그러니까.

나무가 푸른 잎사귀를 파르륵 떨며 하는 말 치고는 살벌했고.

“어머머! 저 눈까리 번뜩이는 것 좀 봐!”

“먹물을 쪽 빨아 버릴라!”

“딱 기다려. 눈깔부터 확 조져 줄 테니까!”

“이빨 요정? 응, 이빨 수집해서 이빨 요정이야.”

요정들은 오색찬란한 날개를 퍼덕이며 욕설을 내뱉었다.

누구 하나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지 않은 이가 없으니.

“크, 크롸라?”

“빌런은 우리인데? 왜 그쪽이 욕을?”

이를 앞에 둔 홀로그램 마저 당황할 정도.

분명 푸르른 나무와 이를 가꾸는 아름다운 요정들의 모습이건만.

“뭘 봐! 쒸! 당장 눈 안 깔아! 확 송곳니 뽑아 버린다!”

“뽑아 버린다! 이빨 수집한다!”

“눈깔도!”

앙증맞은 주먹을 치켜들며 위협하는 꼴이 꽤 살벌했다.

강현이 그 모습을 보며.

“어째 레퍼토리가 이전보다 더 과격해진 거 같은데.”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입이 걸걸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들을 교육한 장본인.

“그렇지! 미간을 더욱 찌푸리면서. 뒈지고 싶냐!”

“뒈지고 싶냐!”

“뒈… 지이고오… 싶… 냐!”

검성 이석천은 아주 싱글벙글 웃는 중.

그야말로 환장의 조합에 강현이 이마를 문지르길 잠깐.

“그래서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아니, 마침 할 말이 있어서 찾아가려 하는데 싸움 났다지 뭐냐. 그래서 달려왔지.”

“그래요? 그럼 할 말은 우선 저 앞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하고 하도록 하죠.”

막 강현을 죽이기 위해 덤벼드는 홀로그램을 보며 모두가 전투를 준비했고.

“전원 방어!”

나무들이 전면에 나서며 자신의 나뭇가지를 얽자.

거대한 방패가 형성되었다.

마치 그 모습이.

“방진?”

3군단이 펼쳤던 방진과 비슷한 모양.

거기다.

“모두 준비!”

나무의 몸에 올라탄 요정들이 작은 손에 앙증맞은 불꽃을 피워 올린 후.

던지자.

펑, 퍼퍼퍼퍼펑!

크기에 비해 꽤 강력한 화력이 주변을 휩쓸었다.

저것도 어디서 봤다.

“만천화우?”

다만 강현이 쏟아 내는 불꽃은 백색이었다면.

요정들이 쏟아 내는 불꽃은 형형색색.

아니, 처음 손에 피워 낸 불은 백색이었으나.

“모두 푸른 물감 장착!”

나뭇가지에 열린 열매 중 푸른색 열매를 불꽃에 담아 던지자.

꾸드드드득!

불이 퍼지는 자리에 얼음이 피어올랐다.

달려오던 놈들이 곳곳에 얼어붙었고.

크아아악!

도착한 놈들이 나무들이 펼쳐 놓은 방패에 몸을 던지려 할 때.

“모두 뿌리 박아!”

나무들이 발, 아니 뿌리를 땅속 깊이 박아 넣으니.

쾅!

몬스터들이 부딪혀 봤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어서.

“뿌리 올려!”

땅속을 기어간 뿌리가 바닥에서 우수수 튀어나와 적들을 꿰뚫었고.

달려들었던 몬스터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마나가 되어 사라졌다.

그야말로 완벽한 방어!

“이런 작전은 대체?”

지난번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마구 싸웠을 뿐인 나무들과 요정들이 언제 이런 움직임을 배웠단 말인가?

강현의 의문에.

“녀석들.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알려 달라고 조르더구나.”

검성이 대신 답했다.

강현을 돕고 싶다는 의지에 검성이 그들을 가르쳤던 것.

“물론 나는 기본적인 훈련만 시켰다. 지금 보이는 응용 방법들은 자기들이 고민해서 찾아낸 거겠지.”

검성이 몬스터 무리를 맞이해 분투를 펼치는 그들을 보며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멋지지 않냐?”

“멋지네요.”

검성과 강현이 감탄하길 잠시.

“비켜!”

이번엔 빌런들이 몬스터들 사이를 내달리며 능력을 개방.

나무들을 향해 불을 던졌다.

곧 방진 곳곳이 타올랐고 불을 끄느라 요정들의 공세도 주춤하자.

몬스터들과 빌런들의 공격이 거세졌다.

그리고 그중.

“타올라라.”

이제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빌런들의 수장.

교관들도 마주한 적 없는 최강 난이도 빌런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 이무기의 몸이 화르륵 타오르며 어둠을 밝혔다.

키에에에엑!

마치 지옥의 기관차가 내달리듯 이무기가 불꽃을 몸에 휘감은 채 내달렸다.

방진을 뚫으려는 의도.

그리고 놈에 맞서.

“우어어어!”

뒷동산이 솟아올랐고.

둘이 부딪히자 불꽃과 흙이 사방으로 터져 올랐다.

이후에는 난전.

서로를 죽이기 위해 몬스터들과 나무, 요정들이 싸우는 동안.

“하압!”

강현도 전선에 뛰어들어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전 남궁건과의 전투에서 사용했던 침격을 이용.

사방으로 마나를 흩뿌리니.

몬스터들과 빌런들이 쓰러졌다.

검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몸을 휘도는 마나도 더욱 빨라졌고.

[마력 스텟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마력 스텟이 높아지며 같은 마나이지만 더욱 강력한 힘을 품은 공격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물론 강현도 멀쩡한 건 아니었다.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건 물론 스킬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구르고 있는 상황.

그러나.

“하하핫!”

신났다.

오랜만에 온몸으로 겪어 보는 치열한 전투.

적을 무찌르는 감각.

거기다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강해지는 참격에 희열마저 느낄 정도.

얼마 만이던가 이런 성장 속도를 느껴 본 게!

강현이 휘두르는 검에 박차를 가할 때.

“뭐 하냐?”

문득 옆에서 들려온 불퉁한 목소리가 강현의 흐름을 끊어 먹었다.

강현이 앞에 가득한 적들을 상대하느라 답하지 못하자.

단칼에 놈들을 베어 넘긴 검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검성 이석천은 유격 훈련을 처음부터 본 게 아니니 지금 강현의 상태를 모를 거다.

“지금 유격 훈련 중이라서 스킬과 특성을 제한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지금 스킬 사용을 못 합니다.”

“그래서?”

“지금 마나만 이용해서 싸우는 중입니다.”

“뭐라고?”

검성의 연속된 질문에 무언가 답하려던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럴 성격이 아닌데?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가 유격 훈련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자꾸 묻는다?

거기다 저렇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유가 있습니까?”

이번엔 역으로 강현이 되물었고.

검성이 이제야 자신의 말뜻을 이해한 강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아, 스킬을 쓰지 못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분명 상태창엔 스킬을 못 쓴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마나를 이용…….”

검성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두들기고는.

“그 훈련 장치를 떠올린 게 내 머리인데 그걸 모를까!”

그럼 대체 마나는 어떻게 쓰느냔 말야!

검성의 질책을 들은 강현의 미간이 간질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마나는 쓰는데 스킬을 못 쓴다?

스킬을 이루는 것이 마나인데?

“그리고 지금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그건 스킬이 아니고?”

검성의 물음에 강현이 방금까지 자신이 휘둘렀던 검을 쳐다보았다.

남궁건도 그랬었지 스킬 아니냐고.

“으음, 생각해 보니까.”

맞는 말이다.

지금 강현이 뿜어내는 마나만 해도 이미 스킬의 영역.

그렇지 않았다면 스킬을 사용한 남궁건의 검도 지금 몰려드는 몬스터와 빌런들도 쓰러뜨릴 수 없었을 거다.

강현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녀석아, 내가 이런 훈련을 그냥 너희 뺑이 치라고 만들었겠냐?”

검성 이석천이 씨익 미소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물었고.

“그럴 수 있죠.”

강현이 이 모든 고생의 원인이 이석천임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석천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것도 물론 있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이석천이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인정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대화를 원래대로 이끌었다.

“상태창이 제한되었다고 진짜 스킬을 못 쓴다고 생각하냐 이 말이지. 네가 겪었던 걸 보면 그건 아닐 거 같은데?”

“그건…….”

이석천의 말대로 강현은 상태창 알림 없이도 고물에 녹아든 경험을 흡수했고 이를 통해 마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검성의 말인즉슨.

“상태창 없이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유격 훈련의 스탯, 스킬 제한은 바로 이를 위한 포석.

비로소 훈련의 의미를 이해했다.

“가장 극한의 상황, 스킬 없이 버텨야 한다. 사용하더라도 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한 번 한 번에 힘을 다할 수밖에 없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거야. 다만.”

너는 한 발짝 더 나아가야지 않겠냐, 그 제한을 부수고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

검성의 말에 강현의 마나가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스승은 훈련에 심어 놓은 진정한 의미를 깨닫길 바랐고.

제자는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점자 속도를 더해 가던 강현의 마나가.

뚝, 일순간에 멈추었고.

강현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눈에서 푸른 정광이 흘러나왔다.

“상태창이 스킬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강현의 말에.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생각하지 말아라.”

검성의 가르침이 더해지니.

강현의 머리에 벼락이 내리쳤다.

지금껏 착각했다.

상태창이 스킬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게임과 같이 버튼을 누르면 스킬이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강현이 쌓아 온 전투 경험은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킬이 원인이요, 상태창이 결과이니.”

강현이 점차 생각을 확장했고.

천천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태창이 스킬을 발동하는 게 아니다.

“상태창은 행동의 결과.”

상태창은 스킬의 사용을 보여 줄 뿐.

이를 발동하는 건.

“나다.”

강현이 결론에 도달했고.

그의 몸속에 웅크리고 있던 마나가 거칠게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상태창의 도움을 받을 때보다 양은 덜했으나.

마력 스탯, 즉 이전보다 강한 힘을 품은 마나들이 강현의 검을 타고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점차.

우우우웅.

주변을 휩쓸었다.

특성을 제한당한 탓에 무한히 쏟아지진 않았으나.

한 줄기 한 줄기 날카롭고 위협적인 파도가 몰아쳤고.

키에에엑!

크악!

강현을 죽이기 위해 몰려들던 놈들이 그 자리에서 조각나 흩어지니.

“스킬은 현상이오, 펼치는 검이 원인. 아니, 사람이 원인. 그 안에 깃은 오의가 원인. 안에서부터 시작하여 바깥으로 이르니.”

검성 이석천의 말을 따라.

강현의 기세가 점점 더해갔다.

이젠 강현이 검성의 말을 받았다.

“스킬은 결과, 상태창은 결과. 결과 이전 존재했던 건 검. 원인을 떠올리니. 스킬은 허명이요. 휘두르는 검이 진짜.”

거기까지 깨닫는 동안.

빌런과 괴물들이 악착같이 강현의 몸을 공격했다.

점차 쌓여 가는 상처.

그러나 강현의 검무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그가 소환한 나무와 요정들은 모두 움직임을 멈춘 상태.

강현의 깨달음에 방해가 될까 멀찍이 물러났고.

이제 강현 홀로 놈들을 막아내는 중.

그리고.

[사용자의 피와 땀을 흡수합니다! 피와 땀 수치가 오릅니다!]

[피 – 80%, 땀 – 80%. 눈물 – 13%]

[당신이 흘린 피와 땀이 때를 만났습니다! 당신의 노력, 쌓아 온 경험을 개화합니다!]

이번 훈련뿐만 아니라 지금껏 강현이 쌓았던 노력이 깨달음을 만나 개화했다.

강현이 스킬이라는 테두리를 깸과 동시에.

서걱.

뒷동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이무기의 머리가 단번에 잘려 나갔다.

이후로도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둠 속 날카로운 선이 빛났다.

강현의 반개했던 눈이 빛을 되찾자.

남은 건.

“행님! 이겼습니다!”

“행님께서 다 쓸어버리셨습니다요!”

“야! 이무기 이빨 챙겨!”

소환했던 나무와 요정들뿐.

어느새 빌런들과 몬스터들은 마나가 되어 사라졌다.

“고맙다, 다들. 나중에 보자.”

강현의 감사 인사에 소환수들이 다시 검탑으로 되돌아간 후.

[그림자를 거두어들입니다. 현실 세계로 복귀합니다]

새까맸던 주변이 다시 삭막한 황무지로 돌아왔다.

* * *

“이런 빌어먹을! 어떻게서든 달려!”

김대영의 무전에 어떤 분대도 답하지 못했다.

강현의 희생으로 놈들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온 것까진 좋았으나.

“모두 앞에 집중 사격!”

정작,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

끄오오오!

광야의 일부분이 솟아나며 그들을 막아섰다.

“이런, 미친. 끝까지 지랄이네!”

막 성공을 자축하려던 3중대원들도 욕을 뱉어 낼 정도의 난이도.

그 많은 놈을 강현이 데려간 거로도 모자라 저런 괴물까지 심어 놓다니.

그것도 결승선 바로 앞에!

그들이 욕을 뱉어 내길 잠시.

험비에 달린 기관총들이 불을 뿜었고.

-1분대 차량 전진! 나머지 차량은 놈을 유인한다!

다들 희생을 각오했다.

작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이런 씨! 이겨 보자!”

“혹시 아냐! 의외로 약골일지!”

“인질들만 살아가면 이기는 거 아냐?”

“그러니까 끝까지 달리십쇼!”

중대원들이 모두 놈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쿠르르르! 놈이 몸을 일으키자 마치 사막 전체가 일어나는 듯 보였다.

그 앞에 험비와 기관총은 어린아이의 공격일 뿐.

“이건…….”

“스킬이 있었어도 못 이기겠는데.”

“진짜 더럽고 치사하게.”

방금 다졌던 각오가 무색할 정도의 압도적인 크기.

결승선을 꽉 틀어막은 채 거대한 입을 벌려 모래를 쏟아내는 놈을 보고는 모두가 전의를 상실할 때.

“3중대! 전진!”

기다리던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고.

곧.

스으으윽!

놈의 거대한 몸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허물어진 모래가 다시금 모여들었으나.

서걱! 서걱! 서걱!

연이어 절삭음이 몰아치자.

놈이 힘없이 산산조각났고.

험비들이 쏟아지는 모래 속을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인질 전원 구출!]

도착 지점에 골인.

모두가 우수수 쏟아지는 모래를 털어 내며 위를 보니.

“제가 다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몸과 검에서 푸른 마나를 새파랗게 태우고 있는.

“최강현 상병님!”

강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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