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36화 (236/277)

236화 이면세계

눈앞이 번쩍하더니 시야가 까매졌다.

강현이 다시 눈을 뜨자.

기관단총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과 사방에서 날아드는 탄두, 폭약이 터지는 장면이 흐릿하게 비쳤다.

몰려오는 몬스터들과 곳곳에서 등장하는 빌런의 모습이 보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마치 꿈과 같이 몽롱했다.

그 와중에도 강현이 녀석들을 맞추기 위해 총구를 이리저리 놀려 대었으나.

평소와 다르게 맞지 않았다.

꿈인 걸까?

꿈에서 주먹을 뻗듯 총알들이 엇나가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다.

그때.

와락!

거친 손아귀가 강현의 몸을 잡아챘고.

그가 차 안으로 힘없이 빨려 들어갔다.

강현의 풀어진 시야 사이로.

“……!”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 잠시.

“최강현 상병님! 최강현 상병님!”

지금껏 먹먹했던 귀가 트임과 동시에.

두두두두, 쾅, 콰콰캉!

“강현아! 최강현!”

기관단총 울리는 소리와 탄두의 폭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으윽! 이게 지금 무슨?”

강현의 머리가 그제야 상황을 인식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머리! 머리 괜찮으십니까?”

“머리?”

강현의 멍한 물음에.

“방금 머리통에 뭐 맞고 쓰러졌었다. 상태는? 지금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장만수 병장의 다급한 말에 강현이 눈앞에서 터졌던 섬광과 이후 상황을 인지했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사망 처리야?”

자신의 생존.

지금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과 빌런들의 규모를 볼 때.

만일 강현이 사망 처리되었다면 이번 장애물은 실패다.

실제로.

-강현이는?

-최강현은 괜찮아?

-최강현 상병님!

중대원들이 강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이어 무전을 보내고 있는 중.

강현의 물음에.

“아닙니다. 경고등 안 켜졌습니다.”

오목교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강현의 방탄을 가리키며.

“다행히 방탄만 때렸나 봅니다.”

자신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방탄에 남아 있는 마나 흔적.

강현이 안도하며 몸을 일으켜 다시 기관총을 잡으려 하자.

“일병 이성민! 제가 하겠습니다!”

이성민이 재빨리 먼저 올라가 기관총을 잡고는.

“야, 이 개새끼들아아악!”

사방으로 총알을 뿌려 댔다.

위에선 이성민의 욕설과.

“모두 회피 기동하면서 최대한 놈들의 공격에서 벗어나!”

앞에선 김대영이 무전으로 중대원들에게 명령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는 우렁차게 울어 대며 쫓아오는 이무기와 몬스터들.

“전방 RPG!”

“봤어! 꽉 잡아!”

앞에선 날아오는 탄두들과 빌런들의 스킬.

3중대 험비들이 총알을 뿜어내며 이리저리 움직였으나.

퍼엉! 퍼펑!

놈들의 이어지는 공격에 탈락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탈출지까지 남은 거리는?”

“약 7km 남았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더 밟아!”

적들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 오는데 거리는 아직 많이 남았다.

거기다.

-앞은 우리가 뚫겠다!

-뒤는 3분대가 막는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인질들을 보호해야 하니.

1분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다른 분대 차량들이 앞서 희생했고.

그때마다 중대원들이 몬스터들 사이로 또는 빌런과 탄두 사이로 사라져 갔다.

텁텁하게 들어오는 모래와 비명 속.

‘남은 스킬 두 개.’

강현이 고민했다.

지난번 참호격투 때처럼 스킬 두 개를 사용하여 연합 방진을 발동하면 방어가 가능할 거다.

문제는.

“키하하하핫!”

뒤에서 몬스터들과 뒤섞여 미친 듯 마나를 쏟아붓는 빌런의 공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버티려면 어쩔 수 없다.

강현이 막 무전기로 방진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해 냈다.

[피 - 67%, 땀 - 65%, 눈물 - 11%]

이전에는 땀보다 낮았던 피 수치가 더 높아졌다.

왜?

강현이 입가에 가져갔던 무전기를 떼며 생각했다.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3군단의 피와 땀을 흡수합니다! 피, 땀 수치가 올라갑니다!]

전투 중인 지금도 피, 땀 수치는 올라가는 중.

그러나 피 수치가 땀을 넘어설 정도의 상승세는 아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이전 참호격투에서 넘었을 거다.

지금 이 현상의 결과는.

“내 피 덕분인가?”

바로 강현의 피 덕분.

[사용자의 피를 흡수합니다! 피 수치가 대폭 오릅니다!]

방금 방탄모를 맞은 게.

이번 훈련을 통틀어 강현이 처음으로 입은 피해.

즉, 강현이 처음으로 피를 흘린 순간이었다.

땀은 많이 흘렸으나 피를 흘려 본 적이 없기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몰랐는데.

‘내 피가 중요하구나!’

다른 인원이 탈락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피 수치가 차오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방진은 안된다.’

강현이 생각을 바꿨다.

이제 남은 훈련은 오늘과 내일.

땀 수치는 어찌저찌 채울 수 있겠지만 피와 눈물 수치는 답이 없다.

최소한.

‘여기서 피를 채워 놔야 한다.’

고민거리 중 하나는 해결해야 다음 눈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강현이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끝내고는.

결심했다.

“설마?”

“최강현 상병님?”

“강현아!”

강현의 표정을 읽은 분대원들이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예상했고.

“저 아직 아무 말도…….”

“혼자 같은 소리 하지 마!”

“죽어도 같이 죽습니다!”

“저도 따라갑니다!”

강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의 말을 막았다.

안 봐도 척이다.

“아니… 그게.”

“안 돼! 맨날 너만 홀로 남잖냐!”

“안 됩니다! 저도 갑니다!”

“저도 갑니다아아아악!”

분명 지금 홀로 남아 저놈들을 막아서려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만 살려 보낼 거고!

강현과 하루 이틀 지냈는가.

그의 패턴을 모두 알고 있는 1분대원들이 발악하며 안된다고 할 때.

“방진 펼치려고 했습니다만?”

강현의 발언에.

“아. 아아? 그래? 우리가 좀 오버했나?”

“혼자 남아 막으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

“…진심이십니까?”

머쓱해진 1분대가 침묵하며 일제히 전방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방심한 사이.

“거짓말입니다!”

강현이 험비의 문을 벌컥 열고는 뛰어내렸다.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에.

“어어? 어어어! 야, 이 미친놈아!”

“최강현 상병님!”

“어디 가십니까!”

1분대원들의 놀라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강현이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져 내렸고.

관성을 죽이기 위해 흙먼지를 뒤집어써 가며 몇 바퀴 구른 뒤.

치지지직!

검으로 땅을 짚어 멈춰 섰다.

이미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던 1분대와 3중대 차량들은 저 멀리 달려 나가는 중.

무전기에서 뭐라 뭐라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대길 잠깐.

“중대, 3중대에게 전한다.”

강현이 무전기를 들어 입을 열었다.

“모두 회피 기동을 유지하되 최대한 빠르게 도착 지점까지 이동할 것.”

강현의 지시에 무전기는 침묵했으나.

모두 듣고 있을 거다.

“목표는 인질들의 생환, 그리고 중대원의 생존. 최대한 많이 살아남도록.”

몰려오는 괴물들과 빌런들을 마주한 그가 마지막 지시를 내리고는.

“뒤는 내가 맡겠다.”

[그림자를 발동합니다! 그림자를 넓게 펼칩니다!]

그림자로 사막을 뒤덮었다.

* * *

“최강현 올빼미 상태 확인해 봐!”

강현을 때린 건 빌런이 쏘아 낸 총알.

위에서 살피던 간부들이 강현이 일순간 힘을 잃고 쓰러지는 걸 보았고.

그러는 와중에도 총을 놓지 않는 그를 보며 감탄했다.

“지금 분명 충격이 있을 텐데?”

“예. 부상은 아니더라도 충격은 재현해 놔서 뇌진탕 증세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이를 악물고 총을 쏜다고?”

그들이 보기에도 강현의 총구가 흔들리는 게 분명 충격이 있어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적을 맞추기 위해 악착같이 방아쇠를 당기는 그의 모습에.

“음…….”

“3군단 간부들이 최강현, 최강현 하는 이유가 있었구만.”

서로 수군거리며 강현의 의지를 칭찬했다.

강현이 사막 호송 장애물, 그것도 교관들마저 실패한 아니 그것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를 배정받았단 소식에 다른 간부들도 그를 보러 온 것.

그리고 얼마 안 가 강현이 쓰러지는 걸 보았다.

“탈락 상태는 아닙니다! 대신 머리 쪽에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교의 보고에 교관들이 고개를 저었다.

“의지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어렵겠어.”

그들이 보기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3중대를 이끌던 강현은 정신을 잃었고.

앞뒤로는 빌런과 몬스터들.

그래도 강현이 쓰러진 사이 3중대가 병력의 반을 손해 본 끝에 놈들의 포위망에서 벗어났지만.

“이제 남은 건 사냥뿐이겠네.”

이미 놈들의 추격을 경험해 본 교관들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도 포위망까지는 벗어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너무 개방된 공간이야. 회피 기동이고 뭐고 차라리 직선으로 달려가는 게 나을걸.”

“맞습니다. 그때 우리도 회피 기동이다 시선 분산이다 했다가 하나씩 모두 잡혔습니다.”

지형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오히려 놈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서로 공격 방향이 엇나가는 바람에 탈출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후 놈들이 일제 사격을 가하면 어림도 없다.

다만 남은 가능성은 단 한 가지.

“참호격투 때 보여 줬던 연합 방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으음, 하긴 두 개 군단의 스킬 폭격을 이겨 냈으니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군.”

그들이 이전 참호격투 때 보았던 군단 스킬을 떠올릴 때.

“불가능할 거다.”

장애물에 도전했던 교관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비슷한 걸 시도해 봤거든.”

그들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방어막을 유지하는 건 차원이 달라. 거기다 스킬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적. 버틸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방어막을 펼쳐 보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방어막을 유지하느라 속도는 느려졌고 오히려 놈들에게 더 신나게 맞았다.

교관의 생생한 증언에 모두가 이젠 끝났노라 생각할 때.

“어? 뭐야!”

누군가 벌떡 일어났고.

그쪽으로 눈을 돌린 간부들 전체가 놀라 일어섰다.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인 건.

“최강현? 혼자 떨어졌잖아?”

“지금 혼자서 막겠다는 건가?”

처음엔 놀란 반응을 보이던 그들이 안타까워하며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 발악이군.”

“저건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지.”

“으음, 마지막 선택은 실망스럽습니다.”

“차라리 끝까지 도망치는 게 나았어.”

강현으로선 최악의 선택이었다.

차라리 방진을 펼치거나 아니면 아까 보였던 모래 폭풍을 사용했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았을 터.

“홀로 뭘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무리 스킬 두 개가 남았다지만.”

강현을 보는 그들은 모두 비관적인 의견만을 내비쳤다.

물론.

‘선배, 이 정도 그릇이라면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2군단 특임대장도 같은 생각.

심지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놓은 1군단 특임대장마저 안타깝다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모두가 강현의 실패를 예상할 때.

무전기에서.

-뒤는 내가 맡겠다

강현의 장담과 동시에.

훈련장 전체가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다시 드러난 사막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 * *

강현의 의지를 따라 그림자가 3중대와 괴물들, 빌런들 사이를 갈랐고.

[그림자 스킬 두 번째 권능 뒤집기를 사용합니다! 적들을 이면세계로 이동시킵니다!]

그림자가 하늘을 덮음과 동시에 사막 전체가 까맣게 물들었다.

단순히 사막을 덮은 게 아니다.

“응?”

“크르릉?”

몬스터들과 빌런들도 느낄 정도의 변화.

이곳은 아예 다른 장소.

지난번 김두식이 주교의 머릿속에서 찾아낸 까만 조각.

놈이 검귀가 되는 와중에도 드러내지 않았던 마지막 비장의 수.

강현이 이를 받아들자.

[그림자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그림자 조각을 흡수합니다!]

까만 물건의 정체가 또 다른 그림자 조각이라는 걸 알았다.

곧 그림자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알림이 떠올랐고.

[그림자 조각이 일정 수준에 달해 그림자 왕의 새로운 권능을 획득합니다! 이전 그림자 얽기에 더하여 그림자 뒤집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왕 권능 세 가지 중 둘을 획득했습니다!]

그림자 조각에 이은 그림자의 왕이 가지고 있던 권능 중 하나를 추가로 얻었다.

이후 뒤집기라는 권능을 사용해 본 결과.

이면세계란 바로 그림자 속 세계를 이르는 말.

즉, 스킬을 발동하여 괴물들과 빌런들을 가둔 이상.

“아무도 못 지나간다.”

자신을 죽이지 못하면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없다.

강현의 말에 놈들이 이빨을 드러냈고.

홀로 서 있는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강현의 표정은 시간을 끌겠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얼른 끝내고 합류해야 하니까 덤벼.”

놈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복귀할 생각.

그러나 같이 어둠 안에 있는 빌런, 몬스터들의 생각은 달랐다.

홀로 있는 강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놈들이 강현을 찢어 죽이기 위해 달려들려 할 때.

강현이 마지막 남은 스킬을 사용.

[소환 스킬을 사용합니다! 검탑 내부에 있는 환수들이 뛰쳐나옵니다!]

강현이 놈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

“나 말고 싸워 줄 든든한 아우들이 있거든.”

곧 그림자가 입을 쩌억 벌리니.

“행님! 저희가 갑니다요!”

“모두 쓸어버려!”

“다 죽었어!”

안에서 서연이가 만들어 놓은 나무와 요정들, 상상력의 결과물들이 마구마구 뛰쳐나왔고.

그들이 입에 험한 욕설을 담으며 몬스터들과 빌런들을 위협했다.

“모… 두… 뒈졌… 다…….”

뒷동산까지도 강현을 돕기 위해 서둘러 나오는 중.

그리고 뒷동산의 머리 위.

“나도 왔다! 이 쉐끼들아!”

익숙한 얼굴 하나.

“어? 선배? 어떻게 지금?”

강현이 검성 이석천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응? 그냥 싸움이란 소리에 달려왔는데?”

검성의 태연한 대답에.

“대신 싸워 줄 든든한 형님도 한 분 계시다, 인마들아.”

강현이 수통에 든 활명수를 꿀떡꿀떡 넘기며 씨익 미소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