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특별 대우
“왜 네가 이기면 내 검 가져간다며? 그럼 내가 이겼으니까 네 검 가져가야 하는 거 아냐?”
강현의 말에.
남궁건이 처음엔 똥 씹은 얼굴을 했으나.
“언젠간 되찾을 거니까.”
곧 되찾으러 오겠다며 검을 모두 넘겨주었다.
어차피 강현에게 계속 도전하여 언젠간 그를 이길 것이기 때문.
자신감의 발로라 볼 수 있으나.
검을 받아든 강현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으으음? 으음? 응?”
뭔가 찝찝하다는 표정.
기껏 검을 넘겨주었더니 저게 무슨 태도란 말인가.
“뭐? 또 뭐가? 뭘 원하는데?”
남궁건이 내심 섭섭했는지 불퉁한 목소리로 물었고.
“이거 다른 검수들의 검 아니었어?”
강현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남궁건을 바라보았다.
“다 군용 훈련검이잖아?”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남궁건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훈련 때 그런 검을 가져와!”
“그럼 빼앗은 검들은 어디 있는데.”
“집에 있는데?”
“검왕님은 항상 갖고 다니셨잖아? 없으면 스킬 발동 안 되는 거 아니었어?”
강현의 물음에 남궁건이 황당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스승님이야 항상 갖고 다니셨지만 나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잖아? 그냥 검이야 상징적인 거고 진짜는 이름…….”
앗!
남궁건이 자기 능력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발설할 뻔하곤 입을 급히 가렸고.
“아, 뭐야. 그런 거였냐?”
정작 강현은 진짜 중요한 정보를 듣고도 시큰둥했다.
마치 자신이 원한 건 그게 아니라는 표정.
“진짜 다 집에 있어?”
“그렇다니까? 군대에 그걸 왜 갖고 와.”
“하긴, 다시 가져가라.”
강현이 자신의 목적이었던 고물수집을 하지 못함에 검들을 다시 남궁건에게 넘겨주었고.
“뭐야, 방금은 내놓으라며.”
“생각해 보니까 갖고 있으면 뭐 하냐, 짐만 되지. 내가 쓸 것도 아닌데.”
강현이 뒤돌아 가다가 문득.
“어? 잠깐 스승님, 검왕님은 그 검을 다 수집하셨다는 거지? 너도 집에 검을 모셔 놨고.”
“그렇… 지?”
“친하게 지내자, 간혹 얼굴도 보고. 휴가 때 너희 집 놀러 가도 되냐?”
“…왜?”
“그냥 놀기만 할게. 검 좀 구경하고 싶어서.”
“생각 좀 해 보고.”
군 생활 열심히 해라.
강현이 남궁건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곤 자리를 떠났고.
“스승님의 마음이 뭔가, 뭔가 이해가 갑니다.”
남궁건이 새벽마다 울부짖던 스승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참호격투에서 3군단이 완벽한 승리를 거둔 이후.
“3군단은 오늘 온수 샤워다!”
“우와아아악!”
강준진의 말에 3군단 전체가 환호했다.
유격 때는 보통 간이 샤워장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하기 마련.
그러나.
“마음껏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빨래할 사람들도 빨래해라!”
“와아아악!”
참호격투. 거기다 두 개 군단을 상대로 이런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으니.
“그럴 자격이 있어!”
강준진의 말대로 3군단 특임대는 오늘 즐길 자격이 충분했다.
물론.
“1, 2군단은 군장 메고 뜀걸음 준비!”
“악!”
“목소리가 작다 군장 메고 PT 11번 준비!”
“아아아악!”
1, 2군단은 연합까지 하고 패배한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벌까지 받게 된 상황.
그러나 다들 묵묵히 벌을 받았다.
왜냐면.
“불만 있나? 두 개 군단이 한 개 군단 다구리 쳐 놓고도 못 이긴 너희 잘못이다!”
“아아아악!”
그들도 자신들이 완전히 패했음을 인정했기 때문.
그중에는.
“아아아악!”
남궁건도 포함이었다.
* * *
“어후, 이제 좀 살 것 같다!”
“피부가 부드러워진 것 같지 말입니다.”
“안 그래도 차가운 물로만 샤워하니까 피부가 딱딱해지더라니까? 무슨 병 걸린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3군단 병사들이 즐거운 목소리로 떠들어 댈 때.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멋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막사로 복귀하는 강현은 3군단 병사들의 감사 인사를 받느라 바빴다.
그야말로 이번 유격 훈련의 주인공.
특히 3군단 특임대라면 강현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강현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최강현 상병님?”
“응?”
“뭔가 문제 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 설마 그거 때문에 그러십니까?”
옆에서 강현의 눈치를 보던 오목교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 손뼉을 쳤다.
“1군단이랑 2군단에서 혹시 시비라도 걸까 봐!”
그러면서 그가 어깨를 쭉 폈다.
“걱정 마십쇼. 이 든든한 후임 오목교가 있잖습니까. 제가 싹 다 쓸어버리겠습니다!”
아뵤오!
옆에서 능청을 부리는 오목교를 보며 강현이 피식 웃고는 막사로 들어섰다.
1, 2군단의 경계가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러면 좋지.
‘피, 땀을 더 채울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바로.
‘피, 땀은 어느 정도 채웠는데 눈물이 영 안 채워지네.’
퀘스트 진행 상황 때문.
[3군단 특임대의 피와 땀을 흡수합니다! 피와 땀 수치가 상승합니다! 땀 수치 50% 돌파!]
[피-36%, 땀-52%, 눈물-5%]
오늘 참호격투를 진행하면서 3군단의 피와 땀을 많이 얻었다.
그러나 눈물은 도저히 오르지 않는 상황.
그리고 사실.
‘피랑 땀도 부족하고.’
강현이 아직 30%대인 피와 이제 50%대를 돌파한 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눈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퀘스트 전체가 모두 위태로운 상황.
강현이 퀘스트 창을 빤히 보며 미간에 더욱 깊이 주름을 잡았다.
‘피와 땀을 더 확보할 방법. 그리고 눈물을 확보할 방법.’
퀘스트, 더군다나 메인 퀘스트를 실패할 수는 없다.
강현이 다시금 이를 물며 퀘스트를 깰 방법을 찾기로 결심.
문득.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배.’
‘어쩌긴 뭐 어째 졸라게 구르고 싸워야지.’
혼자 자문자답했다.
아마 검성 이석천이 옆에 있었다면 자신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겠지.
너무 당연하면서도 가장 옳은 말을 해 줬을 거다.
항상 떠들던 사람이 없으니까 심심한 것도 사실.
‘남은 날은 이틀. 반드시 그때까지 방법을 찾는다.’
강현이 오랜만에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PT 8번 준비!”
“악!”
벌써 유격 훈련 4일 차.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침 PT 체조는 역시나 괴롭기 짝이 없었고.
군장을 메고 이동하는 산악 행군에 가까운 훈련장 이동도 역시나 괴롭긴 마찬가지.
“어후, 오늘은 어째 더 버틸 만하다?”
“저도 몸은 더 힘든데 왠지 몸은 편합니다.”
“뭔 개소리냐 그게? 근데 어제 빨래했는데 오늘 똑같이 더러워졌네.”
“뭐, 어차피 예상한 거 아님까. 좀 있다 장애물 돌면 더 더러워질 거라. 그러려니 합니다.”
3군단은 몸은 힘들었어도 어제 온수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한 덕에 기분만은 상쾌했다.
“어흑, 후욱.”
물론 1, 2군단은 더욱 죽을 맛이었지만.
가장 뒤에 있던 3군단이 곧 1, 2군단을 앞서 나가기 시작할 때.
“1, 2군단 힘내라! 파이팅!”
문득 3군단 대열에서 1, 2군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처음엔 1, 2군단 병사들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 듣기에도 벅찬 상황.
누군가의 응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
그러나.
“힘내! 1, 2군단! 훈련 얼마 안 남았다!”
“1, 2, 3군단 파이팅!”
“파이팅!”
“힘내고! 어깨 펴고 올라와!”
곧 3군단 병사들이 일제히 다른 군단 병사들을 응원하자.
“응? 뭐라고?”
“뭐야?”
그제야 그들이 3군단의 응원을 알아채곤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자신들을 놀리나 싶어 도끼눈을 뜨던 그들도.
곧 3군단이 진심으로 응원함을 알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야? 저 인간들 왜 저래?”
“아니, 그냥 갈 것이지 뭣 하러 옆에서 시끄럽게 땍땍거려.”
겉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야, 다들 걸어!”
“고개 숙이지 마! 3군단이 보고 있다!”
괜히 입가에 번지는 미소까지는 참지 못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힘을 내는 다른 군단을 보면서 3군단도 다시금 힘을 얻었다.
아무리 군단이 다르다지만 같은 특임대, 거기다 같이 유격 훈련을 받으며 고생하니.
“쳇, 짜식들이.”
“야, 아직 우리 진 거 아니다!”
“얼마든지 덤벼!”
티격태격하면서도 정이 쌓일 법했다.
조교들도 올빼미들의 바람직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1, 2, 3군단 올빼미들 걸음 중에 군가한다! 군가는 전우!”
“전우!”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겨어례의 늠름한 아드을로 태어나!
일제히 퍼지는 우렁찬 군가에 저도 모르게 씨익 미소 지었다.
그들 또한 같은 군인이다.
훈련 중이라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병사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1, 2군단 모두가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가자!”
“파이팅!”
3군단과 함께 군가를 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근 같던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고.
어깨를 뭉개듯 짓누르던 군장의 부담이 줄었다.
물론 본인들은 목청 높여 군가를 부르느라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달칵.
강현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잠재력 주머니의 뚜껑을 닫았다.
[1, 2군단 특임대의 부정적인 잠재력 피곤과 근육통을 흡수합니다!]
[주머니에 담긴 긍정적인 잠재력을 나누어 줍니다! 끈기와 사기가 흘러 들어갑니다!]
그들이 느낀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피곤과 근육통 등 부정적인 것들은 빠져나가고 긍정적인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우니.
이미 지쳐 버린 심신에 힘이 들어차는 게 당연.
반면.
[3군단 특임대의 땀을 흡수합니다! 땀 수치가 올랐습니다!]
3군단 같은 경우 퀘스트 진행 덕에 이미 부정적인 잠재력이 사라져서 긍정적인 잠재력만 채워 주면 됐다.
때마침 생긴 강현의 의문.
‘이건 땀으로 계산이 안 되나?’
어제도 그랬지만 3군단이 탈락하거나 고생할 때는 피, 땀 수치가 올랐으나.
1, 2군단의 피와 땀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기회에 1, 2군단을 응원도 할 겸 그들의 부정적인 잠재력까지 가져와 본 것.
그러나.
[해당 피, 땀은 수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상태창의 답은 단호했다.
잠재력 주머니 속에 담은 땀과 피를 넣어 보려 했으나 실패.
강현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실 때.
“혹시 또 시키실 것 있습니까?”
오목교와 이성민이 눈을 빛내며 강현을 바라보았다.
“크으, 역시 최강현 상병님이십니다. 다른 군단까지 챙기시고.”
“그러니까 분대장님이지, 인마.”
둘이 티격태격하며 강현을 찬양하기 바빴다.
사실 처음 다른 군단을 응원한 목소리는 오목교, 뒤에는 이성민.
강현이 응원 좀 해 주라는 말에 둘이 움직인 것.
“그런데 최강현 상병님이 한 게 더 효과 있지 않았겠습니까?”
이성민의 질문에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어제 그렇게 두들겨 패 놓고 내가 했으면 기분 더럽지. 그리고. 이제 나 말고 너희들이 슬슬 앞장서야지.”
너희 밑에 후임들도 많이 들어왔고.
그의 말에 오목교와 이성민의 눈에 감격이 들어찼다.
“최강현 상병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 둘을 보며.
‘역시 형님!’
유덕창 이병이 몸을 떨었다.
분명 그는 보았다.
둘이 다른 군단을 응원하는 사이 강현이 자신의 까만 수통을 여는 모습을!
‘후임들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면서 자신의 이득까지 챙기다니! 두렵다!’
사실 뭐를 담았는지도 무슨 의도인지도 모르지만 유덕창의 눈에 강현은 이미 괴물 그 자체.
이번 훈련 내내 더욱 확신했다.
저 사람은 괴물이다.
어떠한 어려운 장애물도 이겨 내는 모습.
다른 선임들도 강했으나 강현은 상식을 벗어났다.
문득.
‘안 개기길 잘했어.’
유덕창이 강현에게 덤비지 않은 걸 하늘의 뜻으로 여기며 안도했고.
“저거 또 저런다.”
“진짜 무슨 일이라도 당했던 거 아닐까?”
그의 동기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유덕창의 얼굴을 보며 쑥덕거렸다.
“오전 장애물은 사막 호송 작전이다!”
장애물 교관을 맡은 1군단 간부가 3군단 1대대와 1군단 3대대를 환영.
장애물 시작 전 그들에게 돌파할 장애물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
“이번 훈련은 중대 훈련!”
중대 훈련이라는 말에 각 중대의 눈이 빛났다.
지금까지 겪었던 장애물들은 분대 또는 개인 작전.
그런데 중대라니.
생각보다 커다란 스케일에 긴장하면서도 이번에는 또 어떤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되는 모양.
그런 그들을 보며 교관이 삐뚜름히 입술을 끌어올렸다.
“작전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침투! 2단계는 인질 구출! 3단계는 인질 호송 및 무사 복귀!”
여기까지 들으면 쉽겠지.
그러나.
“상대는 빌런 단체! 놈들의 목적은 불명! 너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침투해야 한다!”
생각보다 그들이 극복해야 할 난관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거기에 장소는 사방이 트인… 사막이다.”
교관이 긴장하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거렸다.
“홀로그램 무기와 차량은 쓰고 싶은 대로 쓴다. 하지만 개인 스킬은 금지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다들 웅성거렸다.
어제만 해도 스킬을 사용했다는 소릴 들었기 때문.
그때, 병사들의 혼란을 잠재운 교관이 말을 이었다.
“3군단 1대대 3중대만. 개인 스킬 금지다.”
그의 눈이 정확히 강현을 향했고.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강현을 바라보았다.
“최악의 난이도, 최악의 상황, 최악의 빌런을 맞이해서 이길 수 있겠나? 267번 올빼미.”
그의 도발이 가득한 물음에.
“악!”
강현이 우렁차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