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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30화 (230/277)

230화 참호격투

유격 훈련 3일 차.

맴, 매앰, 스피오오오, 스피오오오.

아침 기상나팔이 울리기도 전에 매미의 울음소리가 먼저 막사로 들이쳤고.

아직 이른 새벽임에도 후텁지근한 공기 때문에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일으켰다.

“으으, 밤에는 쌀쌀하던데.”

“그러셨습니까? 저는 밤에도 더워서 깼지 말입니다.”

“인마, 빤스만 입고 자면 당연히 쌀쌀하지!”

특임대들이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몸을 일으키자.

때마침 기상나팔 소리가 울렸고.

“기상! 올빼미 전체 기상! 전투복 갈아입은 뒤 모두 집합!”

밖에서 조교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쿵쿵쿵쿵!

막사를 두들기면서까지 행동을 재촉.

“으으으.”

“오늘로 삼 일이지?”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아직도 이틀이나 남았단 생각에 그들이 깊은 신음을 흘렸다.

“으으, 냄새.”

거기다 사흘 동안 흙과 땀에 전 전투복은 이제 허옇게 소금기가 올라올 정도.

“야, 어차피 체조 좀 구르고 나면 금방 젖어. 적당히 입어.”

“참호 격투할 때 어차피 물 젖을 텐데 냄새는 무슨.”

세탁은 꿈도 못 꾸기에 그냥 전투복을 몸에 걸치자.

아직 덜 마른 땀 때문에 척척한 전투복과 거슬거리는 모래가 몸을 휘감았다.

“으으으.”

절로 몸서리쳐지는 감각.

그러나 곧.

“허억, 허억, 허억.”

“PT 8번 준비!”

“악!”

선임들의 말대로 PT 체조를 시작하고 나자 앞선 불쾌감 따위는 금세 날아갔다.

땀이 비 오듯 떨어져 전투복 등이 어느새 진한 색으로 물들었고 온몸엔 흙이 가득.

“PT 11번 준비!”

“아아악!”

이제 악 소리가 대답이 아닌 발악처럼 튀어나올 지경.

지난 이틀간 쌓인 피로 때문에 몸도 만신창이인데 교육 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독하게 올빼미들을 굴렸다.

아침 PT 체조가 끝난 후, 완전 군장을 메고 훈련장으로 향할 때는 정말로.

“후욱, 후욱, 후우욱.”

“정신 차려라. 발 비틀거리지 말고.”

아침에 냄새나던 훈련복 따위는 잊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분대, 더 나아가 주변에 보이는 모든 중대원 뒤에 있는 대대 올빼미들 전부가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걷고 있는 중.

얼핏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다른 대대 올빼미들도 고개를 푹 처박고는 등 뒤에 군장을 짊어진 채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차라리 쓰러지고 싶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중턱.

이대로 기절했으면, 심지어 몇 걸음 옆에 있는 구렁텅이에 빠지고 싶을 정도.

그렇게라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빼미들이 간절히 휴식을 원할 때.

“걸음 중에 군가한다! 군가는 멋진 사나이!”

“악!”

“하나, 둘, 셋, 넷!”

어디선가 우렁찬 군가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올빼미들이 고개를 들어 확인할 정도로 힘찬 목소리들.

그들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고.

선두엔 조교가 그 뒤에는.

“3군단?”

“뭐야, 쟤네들.”

목청껏 군가를 부르는 3군단 특임대가 있었다.

행색은 1, 2군단과 같이 꼬질꼬질했으나.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아이! 멋진 사나아아이!”

군가를 부르는 기세와 언덕을 오르는 걸음만은 오늘 훈련을 시작했다고 해도 믿길 만큼 우렁찼고 거침없었다.

분명.

“우리랑 같은 훈련 받은 거 맞지?”

“아침에 체조도 같이했잖아?”

3군단도 자신들과 같은 체조를 하고 같은 군장을 메고 걷고 있다.

“그런데 저렇게 멀쩡하다고?”

자신들은 고개 들 힘도 아껴 가며 힘겹게 걷고 있는데.

차라리 기절했으면, 비탈길에 굴렀으면 하고 있는데.

“싸움에는 천하! 무적!”

“목소리 더 크게!”

“사랑은 뜨겁게! 사랑은 뜨겁게!”

놈들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힘이 넘친단 말인가.

“저 새끼들 괴물인가?”

“미친놈들.”

몇몇은 감탄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아자, 힘내!”

“파이팅!”

몇몇은 지지 않겠단 마음으로 힘을 냈으나.

“저 새끼들 뭐가 있네.”

“씨, 저거 군장 검사 해 봐야 하는 거 아냐?”

“장구류도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대부분은 3군단의 넘치는 힘에 의문을 품었다.

자신들과 같은 특임대인데 왜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그래, 장애물 쉽게 통과하는 것도 이상하더라.”

“말이 되냐고 그게.”

“미친, 분명 뭔가 있네. 저 새끼들.”

“그러면서 뻔뻔하게 군가 부르고 있단 말이지?”

거기다 3군단은 체력뿐만 아니라 장애물 통과에서도 압도적.

차라리 체력만 좋고 장애물 합격 비율이 비슷했다면 체력만 좋다며 넘겼을 거다.

그러나 두 집단 간의 수준 차이가 너무 극심했고.

보통 의문에 대한 해답을 나에게서 찾기보다는 남에게서 찾기 마련.

3군단을 보는 2군단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어차피 오늘 보면 알겠지.”

“그래, 그때 가서 보면 알 거야.”

그들이 오전 장애물 훈련이 끝나면 있을 오후 일정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 부딪혀 보면 알게 되겠지.

저 힘찬 발걸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자.”

“그래, 가자.”

곧 2군단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참 신기한 건 방금까지 한 걸음 옮기기도 힘들었던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는 것.

그들이 3군단의 콧대를 반드시 눌러 주리라 결심하며 발걸음을 옮길 때.

“저 친구가 그렇게 강하다던데?”

“최강현?”

“그래. 이번에 개인 주파도 4분? 그렇게 걸렸다더라.”

“그전 신기록이 5분 17초였지?”

1군단 특임대 사이에서도 한창 3군단 그중에서도 강현의 이름이 나왔다.

그가 어떻게 장애물을 통과했으며 그와 움직이는 분대, 중대의 실력은 어떻다더라는 이야기들.

들으면 들을수록 믿을 수 없는 기지와 능력들.

그때.

“5분 7초입니다.”

누군가의 불퉁한 목소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들이 뒤를 돌아보니 일병 하나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강현과는 달리 선이 옅은 얼굴, 얼핏 보기엔 약해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아, 맞지, 맞지. 우리가 10초나 늘렸었네.”

“아. 미안하다, 건아.”

“그래, 우리 부대 에이스는 너지. 남궁건이 에이스지!”

그를 마주한 선임들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그냥… 그렇다는 뜻입니다.”

남궁건 일병이 당황하는 선임들을 일별하고는 저 앞에서 걸어 나가는 강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물었다.

“오후에 두고 보면 알 겁니다. 이번 훈련 최고가 누구인지.”

모두가 오후에 있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어후! 야, 힘들긴 힘들다.”

“그래도 생각보다 견딜 만하지 말입니다?”

“그러게? 오히려 지난번 유격했을 때보다 덜 힘들다?”

“아, 솔직히 장애물 재밌는 것도 같고.”

점심을 먹는 3군단 막사 곳곳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지옥이네 어쩌네 하는 훈련이라지만 막상 받아 보니 죽을 정도는 아니다.

거기다 이상하게 1, 2군단과 달리 체력도 쌩쌩 남아도는 기분.

물론 거기엔.

쪼로로로록.

강현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어젯밤에 만들어 놓은 활명수를 커다란 물통에 부었고.

“어? 뭐야, 벌써 물 차 있네? 누가 갔다 왔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나와 보니까 차 있었습니다.”

막 물통을 가져가려던 간부들이 물이 가득한 통을 보고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를 떴다.

첫날에는 물에 섞었다면 오늘은 빈 물통에 활명수를 채워 놓는 중.

자연스레 처음보다 더욱 진한 활명수가 물통에 가득했고.

“크하! 야, 여기 물맛 죽인다!”

“아니 훈련은 개빡센데 물맛은 천국이지 말입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3군단 병사들이 점심을 먹고는 우르르 몰려와 물을 수통에 잔뜩 담고선 들이켜니.

그야말로 생명이 살아나는 느낌.

“제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 따라 산을 많이 가 봤는데 말입니다. 이 정도면 S급 약수가 틀림없습니다.”

“오, 전문가 느낌인데?”

당연한 소리를 하는 후임이나 거기에 맞장구치는 선임이나 다들 싱글벙글한 표정.

강현이 그들을 보며.

벌컥벌컥.

덩달아 활명수를 들이켜자.

쏴아아아.

몸 안이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오전 훈련 때문에 쌓인 노폐물과 피곤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역시.

“이게 핫나인보다 나은 거 같은데?”

황세아 중사가 선보인 회복약보다 효과가 훨씬 좋은 느낌.

그가 홀짝홀짝 활명수를 마시며 눈앞에 떠오른 창을 확인했다.

[사용자의 땀과 3군단 특임대의 땀을 흡수합니다! 땀 수치가 오릅니다!]

[피 – 18%, 땀 – 42%, 눈물 – 5%]

지난 메인 퀘스트로 받은 피, 땀, 눈물 퀘스트.

뭔가 했더니 피와 땀과 눈물을 채워야 하는 퀘스트.

훈련 중엔 당연히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으니 땀 수치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갔다.

강현이 주목한 건.

‘땀이야 훈련하면서 자연스레 오르는데 피랑 눈물은 어떻게 채우는 거지?’

바로 피, 눈물.

그중 피는.

‘실패할수록 오르는 건가?’

군단 인원들이 장애물 돌파에 실패했을 때.

“작전 실패! 너희 모두 죽었다! 당장 엎드려!”

[3군단 특임대의 피를 흡수합니다! 피 수치가 오릅니다!]

그중에서도 죽었다는 판정이 내려졌을 때 가장 많이 올랐다.

‘일부러라도 실패해야 한다는 뜻인가.’

피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실패를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또 그게 쉽지만은 않은 실정.

그래도 피는 정 안 되면 독한 마음을 먹으면 가능하다.

가장 문제는 눈물.

‘이건 대체 어떻게 올리는 거야? 왜 올라 있는 거고.’

눈물 수치 5%는 대체 누구 눈물샘에서 나왔단 말인가.

일어나 보면 채워져 있으니 아마 새벽에 누가 울기라도 했던 걸까.

100%를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지?

‘단체로 대성통곡이라도 해야 하나?’

절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현이 우선 고민을 접어 두곤 벌떡 일어섰다.

아마 이번 훈련에서 피를 가득가득 채울 수 있을 거다.

성큼성큼 걸어간 그가 3중대 막사 문을 홱 열어 젖혔고.

“다들 이길 준비 되셨습니까!”

우렁찬 목소리에.

“이길 준비 끝!”

“가자!”

“이기러 가자!”

3중대원들이 호응했다.

이윽고 그들이 모인 곳은.

“오후 훈련은 참호격투 훈련이다!”

바로 물과 흙이 가득한 참호격투 훈련.

“지금껏 장애물에선 3군단이 최고 점수를 받고 있다!”

“우와아아아악!”

강준진이 슬쩍 3군단을 칭찬하고는.

“1군단 2군단 올빼미들은 분발 좀 해야겠지?”

아니면 그냥 실력이 부족한 건가?

은근히 1, 2군단의 자존심을 긁으니.

“아닙니다아아악!”

3군단을 제외한 나머지가 일제히 호승심을 불태우며 아니라 부정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강준진이 씩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그럼 증명해야 할 거야. 여기서.”

타오르는 가슴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그들, 그중에서도 2군단의 눈이 활활 타올랐고.

이를 마주한 3군단 병사들이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3군단도 호락호락하게 져 줄 생각 따윈 없다.

그리고 강준진을 비롯한 간부들도.

“새로운 참호를 소개하겠다!”

그들에게 편안하고 시원한 물구덩이를 제공할 생각 따윈 없었다.

강준진의 명령에 곧 홀로그램이 발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르르르릉!

훈련장 전체에 불꽃과 폭풍이 휘몰아치는 전쟁터가 생겨났다.

자연재해와 몬스터가 가득한 땅 위, 아래에는 구불구불한 참호가 있으니.

“서로를 밀어내고 무력화시켜라! 무엇을 이용해도 좋다! 자신의 무기든! 아니면 지옥 같은 바깥 환경으로 밀어내든!”

꿀꺽.

그의 말대로 참호 바깥으로 내몰리는 순간 몬스터와 폭풍에 휘말리리라.

“참호에 들어오는 몬스터와도! 자신을 노리는 다른 부대와도 싸워 살아남는 게 이번 참호격투 과제!”

평범한 참호격투와는 궤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최고 난이도의 참호 환경.

“저런 곳에서 싸우라고?”

“거기다 몬스터들까지 있잖아?”

물론 1, 2군단은 이런 환경이 처음이기에 당황스러웠고.

크와아아악!

울부짖는 몬스터를 보며 어떻게 작전을 짜야 할지 고민했다.

“이, 일단 2군단! 모여!”

“1군단 모여!”

군단별로 모여 밖의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참호를 점령할지 여러 이야기가 오갈 때.

“어? 이거?”

“그거 아닙니까? 그거?”

“맞네. 그때 본 거 비슷하네.”

3군단은 회의보다 우선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게 맞는지 확인부터 했다.

바로.

“태극 훈련장 맞지 이거?”

과거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했던 태극 훈련장 참호와 똑 닮은 환경.

심지어 몰아치는 폭풍과 터져 오르는 불꽃마저 같다.

그들이 공포보단 추억을 상기하며 참호를 바라보길 잠시.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고.

“다들 이길 준비 되셨습니까?”

강현의 물음에 다들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띄워 올렸다.

어느 인간이 그때의 그 충격적인 경험을 잊을까.

얼마 안 가.

“1, 2, 3군단 전부 각자 참호에 위치!”

“1군단은 저쪽 언덕이다!”

“2군단 이쪽으로 따라와!”

각 군단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고.

“다시금 말하지만 목표는 적의 섬멸! 또는 대장을 무력화하는 것! 전투 불능이 된 인원은 밖으로 나오도록!”

교관이 임무 부여를 끝으로.

“그럼 참호격투 시작!”

대규모 참호격투의 시작을 알렸고.

“우와아아악!”

“일단 3군단부터!”

1, 2 군단이 공통의 적 3군단을 향해 달려들 때.

그때와 같은 진형을 짠 3군단이.

“아아. 이 서늘한 감각. 그때로 돌아갈 시간이군.”

“전투 준비! 전원 방진!”

강현의 명령에 3군단이 두 개 군단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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