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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19화 (219/277)

219화 거 신병 받으십쇼

이미 시간은 밤, 서윤진이 운전하는 차가 주춤주춤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섰고.

“며, 몇 인실로 잡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강현이 나쁜 뜻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건 안다.

그러나.

“삼 인실이 있으려나? 아니면 그냥 사 인실로 잡을까……?”

괜히 긴장되는 것도 사실.

하필 황세아 중사가 호텔을 발견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녀가 차를 세우고는 주섬주섬 짐을 챙길 때.

“더 그늘진 곳으로 가 주십시오.”

강현의 목소리에 가방에 물티슈가 있던가 확인하던 손이 흠칫 멈추었다.

“어, 어, 어디로? 구석진 곳?”

이미 들었음에도 되묻는 서윤진과.

“흐응, 강현이가 뭘 좀 아네?”

묘한 콧소리를 끈적하게 흘리는 황세아.

“네, 저기쯤이 적당해 보입니다.”

강현이 가리킨 곳은 주차장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

그림자도 짙은 게 잘 보이지 않을 법하다.

서윤진이 동공을 와들와들 떨면서도 강현의 말에 성실하게 주차했고.

끼리릭.

강현이 자신의 의자를 뒤로 확 젖히자.

그녀의 동공이 갈 곳을 잃고 헤맸다.

옆에는 누운 강현과 뒤에는.

“쓰읍.”

찬찬히 입맛을 다시는 황세아.

어디로도 도망칠 곳은 없다.

“나, 나도 누워?”

그녀가 눈치껏 슬금슬금 의자를 뒤로 눕히자.

화아악.

갑자기 차 주변을 짙은 어둠이 감쌌다.

[그림자 은신을 발동합니다]

바로 강현이 뿜어낸 그림자.

이젠 남들의 시선을 완전히 벗어났다.

“어머! 어머! 이게 뭐야?”

평소 놀라는 일 없는 황세아마저도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

서윤진은 이미 지난 싱크홀에서 겪어 보았으나 그때와 상황이 다르니 괜히 더 긴장되었다.

“강현아, 너 이런 좋은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니? 언제든지 부르지 그랬어!”

황세아답지 않게 그림자를 보며 눈을 반짝였고.

‘언제든지? 언제든지 불러서 뭐 하려고?’

서윤진이 마구 솟아나는 상상의 나래를 억지로 내리눌렀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그래서 이제 뭐 하면 돼?”

어떤 응큼한 계획을 보려 주려나아?

황세아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서윤진의 귓가에 속삭였고.

“히이익!”

서윤진이 화들짝 놀랄 때.

강현이 그녀들의 손을 잡았다.

서윤진은 물론이고 이번만큼은 황세아도 놀랐는지 말을 멈출 정도.

“준비되셨습니까?”

“난 언제나 되어 있지. 제모도 했고.”

“…응.”

“어머, 중대장님 제모 챙겨서 하십니까?”

“제모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가 됐다구요!”

“흐응,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셨을까.”

그녀가 서윤진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걸 보며 즐거워할 때.

“눈 감으십쇼. 두 분 모두.”

강현의 말에 서윤진과 황세아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둘을 보며 강현이 작게 미소 지었다.

“새로운 세계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탑주 최강현, 광신적인 전우 서윤진, 황세아의 의식을 검탑으로 이동합니다]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과 함께.

눈을 뜨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우와. 여기가 거기야?”

이미 와 본 적 있는 서윤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을 정도.

그 와중에 황세아는.

“우웅, 기다리게 하는 남자는 싫은데.”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중.

“뭐 해요? 황 중사?”

“황 중사님? 뭐 하십니까? 눈 뜨십시오.”

둘의 평온한 목소리에 그녀가 꿈뻑꿈뻑 눈을 뜨자.

장난기 가득한 강현과 서윤진의 표정이 보였다.

“어?”

그녀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며.

“한 번쯤은 되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강현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래서 평소에 그렇게 자신을 놀렸구나.

황세아의 장난을 역이용한 강현의 장난.

그런데 진짜 의외였던 점은.

“중대장님, 의외로 연기 잘하십니다?”

“의외라니! 나 완전 연기 잘하거든? 그때 예능 촬영할 때 못 봤니?”

서윤진의 눈치 빠른 대처.

이미 검탑에 갈 걸 눈치챈 그녀가 장단을 맞춰 주었기에 황세아를 골릴 수 있었다.

맨날 당하기만 하던 둘의 반격.

“나이스. 잘했어, 강현이.”

“상병 최강현.”

둘이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이익, 이이익!”

황세아 중사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시뻘게진 얼굴과 떨리는 몸을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

그냥 한번 장난친 것뿐인데.

“아, 진심이었어요?”

서윤진이 혹시라도 상처받은 건 아닌지 위로하려 다가갈 때.

“이게 뭐야아악!”

황세아 중사가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호다닥 땅에 있는 풀들을 손에 쥐었다.

아니 공기를 들이마시고 땅을 콱콱 밟았다.

그녀로서는 흥분할 수밖에 없는 풍경.

“지, 지금 여기 홀로그램 아니지? 아니, 현실도 아니지? 아니, 그럼 대체 어딘 거야? 대체 여긴 뭐야?”

황세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강현에게 대답을 종용했고.

강현과 서윤진이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냥 또 다른 공간입니다.”

“또 다른 공간?”

“더 놀라운 걸 알려 줄까요?”

“뭔데요?”

“원래는 여기가 황무지였다네요.”

“황무지요?”

“네, 제가 왔을 때는 풀이 막 피어났었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숲이 되었네요.

서윤진의 말대로 검탑 주변은 또 한 번 변했다.

이젠 그냥 들판이 아니라 숲에 가까운 모습.

아직 여물지는 않았지만 꽤 두꺼운 나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좀 떨어진 곳에선.

“저건 강?”

얕은 강물까지 흐르는 중.

[1층 생명의 숲에서 넘친 생명력이 줄기를 이루어 흐릅니다]

“단순한 강물이라기보다는 생명수라는 게 맞습니다.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그의 권유에 손을 뻗어 말간 물을 꿀떡꿀떡 떠 마신 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건!”

“핫나인은 비교도 안 되는걸?”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한 생명력.

마나, 체력같이 분화된 영역이 아닌 생명 그 자체를 채워 주는 듯한 기분!

“혹시 사업 한번 안 해 보시렵니까?”

황세아의 진지한 요청에 강현이 짐짓 웃고는 그들을 이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와, 저 검들은 대체?”

“강현아, 너 돈 많았구나?”

서윤진도 황세아도 검탑 가득 꽂혀 있는 검을 보며 다시금 놀랐다.

서윤진은 무기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강렬한 예기를 느꼈고 황세아는 이런 무기들을 벽에 박아 놓은 강현의 배포에 놀랐다.

그들이 검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계속 감탄하고 있을 때.

“아니, 왔으면 얼른 들어오지 앞에서 대체 뭐 하는 거야!”

만물제작자가 검탑의 문을 열며 버럭 소리 지르다가.

“어머, 손님이 오셨었네? 얘는 좀 미리 말을 하지.”

서윤진과 황세아를 발견하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새로운 손님에 놀란 모양새.

입 모양으로 나중에 좀 보자라고 말하곤 새로 온 손님들을 향해 방긋 웃다가.

문득.

“응?”

“두식 언니?”

“윤진이니? 어머, 진짜 많이 컸네!”

김두식과 서윤진이 서로를 알아보았다.

산군과 김두식은 오랜 친구니 얼굴을 보았을 터.

둘이 반가워하며 인사하는 동안.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강현이 둘을 1층 생명의 숲으로 안내했고.

“어머, 여기 거기네?”

황세아가 단번에 생명의 숲, 이전 회색 숲을 알아보았다.

땅을 만지고 나무를 만지면서도.

“마나의 구성이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어. 홀로그램과는 달라. 아예 다른 물질이라 보아도 되겠는걸?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인 세상.”

연구자로서의 본능을 억제하지 못했다.

마나로 현실을 재현하는 홀로그램보다 한층 높은 차원.

어찌 이를 보고는 그냥 넘어가겠는가.

거기다.

“이건 뭐지? 회색 숲에선 못 봤는데? 현상의 결과인 걸까?”

황세아가 이번엔 나무에 매달린 오색찬란한 과일을 보고는 눈동자를 빛냈다.

어쩌면 새로운 공간, 새로운 현상의 결과일지 모른다.

그녀가 이를 톡 건드리는 순간.

촤악!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일이 형형색색의 물감을 내뿜었고.

“꺄하하하항!”

“속았다! 속았다!”

요정들이 물감을 뒤집어쓴 그녀를 보며 포로롱 날아다녔다.

“이 썩을 것들이!”

김두식이 도망가는 요정들의 뒤통수에 대고 역정을 내고는.

“얘, 괜찮니?”

황세아에게 안부를 물으며 능력으로 물감을 씻어 내려 하자.

“잠깐만요!”

그녀가 다급히 김두식의 행동을 제지했다.

지금 몸이 더러워진 게 문제가 아니다.

꾸드드득.

자신의 몸을 끈덕하게 덮은 물감을 얼린 후.

이를 조몰락거리니.

생명의 숲에 특이한 색의 나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도 안 돼! 여긴 마나를 마음껏 조율할 수 있잖아! 어떤 장비도 없이!”

그녀가 경악하며 강현과 서윤진을 바라보았고.

“놀랍습니다.”

“우와, 그렇군요.”

둘이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황세아의 말에 동조할 때.

“현상을 다룰 줄 아는 친구인가?”

만물제작자 김두식이 손을 휘젓자.

불완전했던 황세아의 나무가 생명을 얻더니 마구 가지를 뻗쳤고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다.

“……!”

황세아의 떨리는 동공.

어째 오늘은 놀라기만 하는 것 같다.

“서연이가 재미있는 재주가 있던걸? 이 물감도 저기 뛰노는 요정들과 나무들도 모두 동생의 작품이란다.”

“그런 것 같네요.”

“서연이가요?”

“서연이면 강현이 동생?”

아마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동한 곳은 2층.

깊은 싱크홀 속 꿈틀거리는 도플갱어들이 가득한 곳.

“여긴.”

이번엔 서윤진이 놀랐다.

당시 사라졌던 도플갱어들이 이곳에 들어 있었구나.

강현이 직접 참새 등을 만들어 보이고 황세아가 여러 장치를 만들길 잠시.

“꾸어어어.”

서윤진이 자신도 무언갈 만들어 보려 했으나 이상한 찰흙 괴물이 탄생한 걸 보고는 시무룩할 때.

“하하핫! 원래 너희 혈통은 만드는 것보다는 부수는 것에 재능이 있었으니까!”

김두식이 그런 그녀의 등을 두들기며 웃었다.

그러던 중 문득.

“그런데 강현아, 우릴 왜 여기 데려온 거야?”

황세아가 이유를 물었다.

참 빨리도 질문한다.

강현이 지금껏 처음 보는 현상에 정신없어하던 황세아를 보며 씩 미소 지었다.

“분명 황 중사님은 훌륭한 연구자입니다.”

“그렇지?”

“그리고 중대장님께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강현이 둘을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

“황세아 중사님께는 새로운 연구 거리를 중대장님은 극복할 방안을 드리면 어떻습니까.”

황세아는 이미 강현이 보여 준 공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대략이나마 파악했고.

서윤진은 이미 이곳에서 광기를 어느 정도 극복해 본 경험이 있다.

검탑 출입권을 준다면 스스로 발전하고 더욱 강해지겠지.

그리고 그만큼 도움이 될 거다.

자신에게도 겁탑에게도.

물론.

“강현이가 하라는 거면 해야지.”

“강현이 말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겠어.”

둘은 강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니 거절할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광신적인 전우 서윤진을 2층 싱크홀의 층 관리자로 임명하시겠습니까?]

[광신적인 전우 황세아를 시설 관리부에 편성하시겠습니까?]

강현의 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듯 서윤진과 황세아의 앞에도 상태창이 떠오른 모양.

허공을 바라보던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서윤진을 2층 관리자로 임명하였습니다! 2층 싱크홀에 광기가 들어찹니다!]

[황세아가 시설 관리부에 편입되었습니다! 개인 연구 및 검탑 복구 효율이 높아집니다!]

탑의 전력이 강화되었다.

무언가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는지 서윤진과 황세아가 정신없이 상태창을 살필 때.

“만물제작자……?”

황세아가 예상치 못한 단어에 입을 쩍 벌렸고.

“흐음, 아까 보니까 가르치는 재미가 좀 있겠던걸?”

김두식이 씨익 미소 지으며 황세아의 손목을 끌어 어딘가로 향했다.

[시설관리부장 만물제작자 김두식, 부원 황세아]

이제부터 황세아는 김두식 아래에서 탑 관리 및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리라.

물론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

황세아가 김두식에게 끌려간 후.

“저기서 마음껏 미쳐도 되는 거지?”

“물론입니다.”

파앗!

서윤진도 싱크홀로 몸을 던지니.

강현이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돌아섰다.

“자, 이제 또 어딜 강화해 볼까.”

점차 기능을 부풀려가는 검탑을 보자 왠지 든든한 기분.

전쟁 준비가 차근차근 되어 가고 있다.

* * *

“다들 정신 차려!”

“뛰어! 뛰어!”

“오늘 훈련은 장애물 넘기 및 탈출이다!”

“말했지 침투, 타격이 끝이 아니라 퇴출까지가 작전의 전부다!”

“전우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다들 달려!”

부대 복귀 후 며칠간은.

그야말로 훈련의 연속.

“으윽, 어째 살이 더 찌셨습니까?”

“벌크업이야 벌크업.”

장만수를 어깨에 들쳐 멘 이성민이 어떻게서든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후읍, 후읍, 후읍.

강현은 양어깨에 오목교와 김대영을 엎쳐 들고는 산을 오르는 중.

남들이 헉헉대는 와중에도.

“흐읍!”

강현은 땀 하나 흘리지 않았다.

“야. 강현아, 교대하자. 너 그러다 죽어.”

“괜찮습니다!”

“저, 저도 제 발로 걷고 싶습니다. 최강현 상병님.”

“괜찮아! 편하게 가자!”

김대영과 오목교가 부탁해봤으나 소용없다.

그날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막사.

“어후, 개운하다!”

“어째 저 인간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거 같다?”

“분대장이 되면 다 장건철 병장처럼 되는 겁니까?”

유일하게 상쾌한 표정을 짓는 강현을 보며 다들 고개를 저을 때.

콰앙!

생활관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거친 인상의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얼굴에 나 있는 기다란 흉터와 걷어 올린 팔뚝에 가득한 문신.

“거 신병 받으십쇼, 선임분들.”

생긴 것만큼 껄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신병.

그가 위협하듯 1분대원들을 쏘아보자.

“풋.”

“크흡.”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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