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14화 (214/277)

214화 황금 들녘

B급 헌터부터 받는 대우가 달라지듯.

“A급 게이트! A급 게이트 출현 예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게이트도 B급부터는 다른 취급을 받는다.

하물며 A급에야 두말할 것 없다.

나오는 몬스터의 수준부터 숫자까지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당연히.

“주변 길드에 도움 요청하고 주변 폐쇄해!”

특임대 병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주변 협력 길드.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간혹 정말 피치 못할 때는 간부들이 팀을 꾸려 진입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B급까지.

A급부터는 무조건 외부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게 상식이다.

군인이든 길드든.

그래서 처음엔 비웃었다.

‘탕수육이 식기 전에 돌아와? 개소리!’

아무리 봐도 군인들의 허세로밖에는 안보였다.

심지어 방금 그런 발언은 한 인간은 고작 상병 나부랭이.

놈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특공대장으로 활동한 지가 몇 년인데 특임대 전력 정도도 모를까.

한눈에 보였다.

뒤에 늘어서 있는 간부들을 믿고 저딴 겁 없는 소리를 내뱉는 거겠지.

‘준장에 대령에 나머지도 다들 간부들이군. 군단에 무슨 일이 있나?’

갑자기 등장한 고위 간부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어 머리통을 굴리던 길드 특공대장이.

‘흥, 그냥 기강 잡기 정도겠지.’

강준진과 나머지 간부들의 등장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협력 길드들의 패악질이 심해진다 싶으면 고위 간부들로 이루어진 특별 팀을 파견.

직접 게이트를 무력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군대의 체면을 세우고 협력 길드들의 패악질을 줄이려는 보여 주기식 작전.

그러나.

‘너희는 때를 잘못 골랐어 새끼들아.’

특공대장은 오히려 이들을 비웃었다.

준장? 뭐 어쩌라는 말인가.

그가 군대에서 어떤 취급을 받던 밖에서는 남일 뿐이다.

그리고 특별 팀?

‘A급 게이트에서 너희 전략이 얼마나 먹히나 보자.’

지금 그들이 들어갈 곳은 B급 게이트가 아닌 자그마치 A급 게이트다.

숙련된 특공대장인 자신이 숙련된 공격대를 데리고 들어가도 쉽지 않은 곳!

그냥 자기들 체면 세우기 위해 모인 군인들이 함부로 넘볼 곳이 아니란 말.

간혹 B급에나 얼굴을 들이밀던 놈들이 이러는 거 보면 쪽수 믿고 이러나 본데.

‘금방 후회하게 될 거다.’

특공대장은 확신했다.

그리고 장담했다.

‘방금 했던 말, 땅 치며 후회하게 해 주마.’

놈이 슬며시 입술을 비틀며 뒤에 있는 특공대에게 명령했다.

“어떤 상황이 되도 움직이지 마라. 군인들께서 처리하신다고 하니까 우린 지켜보기만 한다.”

“옙.”

“다들 들었지?”

“쥐죽은 듯 가만히 있겠습니다.”

군인들 몇이 죽어 나가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그러면 그제야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자신들의 주제를 깨닫고 손발 모아 싹싹 빌겠지.

그래도 절대 도와주지 않으리라.

놈들이 죽다 못해 살려 달라고 바닥을 길 때까지.

공격대가 속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군인들을 비웃을 때.

“자, 다들 진입 준비!”

강준진의 명령에 특임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

3중대 그중에서도 1대대를 중심으로 군단 특임대를 재편했다.

그들이 전투를 위해 차례차례 자리를 잡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알림에 이어 허공에 작은 점 하나가 생기더니.

우우우우웅.

주변 마나와 공기를 한껏 빨아들이기 시작.

음울한 소리를 뱉어 냈다.

아래 단계 게이트들이 일반적인 공명음을 내며 열리는 데 반해 A급 게이트는 생길 때부터 다른 모양.

꿀꺽.

이를 보는 특임대 병사들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거렸다.

지금껏 B급은커녕 C급조차 제대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과연 견딜 수 있을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허락되지 않은 거대한 게이트를 보며 특임대원들이 공포를 내리눌렀고.

“괜히 병사들만 죽게 생겼네.”

“대장, 진짜로 안 돕습니까?”

길드 헌터들도 그들을 비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도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절대 돕지 마라. 먼저 도와주면 우릴 호구로 볼 거다.”

특공대장은 단호히 수하들의 걱정을 쳐냈다.

지금 저 인간들은 시험하는 거다.

먼저 도와준다고 하는 쪽이 지는 싸움.

특공대도 이를 느끼고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때.

“군단 특임대 진입!”

강준진의 명령에.

“진입!”

특임대가 불안한 얼굴을 하면서도 군단장을 뒤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보인 건.

“밭?”

“논인가?”

“갈대 아니고?”

황금빛으로 뒤덮인 들판.

청명한 하늘 아래 물결치는 누런 평원이 3군단 특임대를 맞이했다.

퍽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괜찮은 건가?”

“생각보다 안전하겠는데?”

“몬스터는?”

“아직 안 보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치열한 전투가 펼쳐질 줄 알았던 병사들이 아직은 평화로운 게이트 내부를 보며 안심할 때.

“미친, 다들 모여.”

오히려 특공대장은 부하들을 주변으로 모았다.

특공대장을 비롯한 경험 많은 몇몇이 식은땀을 흘리며 사방을 경계했고.

그중 하나가 이 들판의 정체를 입에 올렸다.

“황금 들녘…….”

“……!”

분명 듣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이름이었으나 황금 들녘이라는 단어를 들은 헌터들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얼핏 들어서 알고 있다.

A급 게이트 최악의 경우 중 하나.

하필 이곳이 황금 들녘이라니.

“이봐, 지금 뭐 하는 거야!”

결국 특공대장이 참지 못하고 막 전진하려는 특임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체면 하나 때문에 끝까지 이 지랄 할 거야? 당장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고집부릴 거냐고!”

그의 소란에 특임대의 발걸음이 멈췄고.

“뭐라고?”

강준진이 되묻자.

“여기 황금 들녘이잖아! 황금 들녘도 모르는 건가? 여긴 놈들의 구역이라고! 당장 추가 병력을 요청하고 여기서 버텨야지!”

특공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방금 있었던 일은 잊고 힘이라도 합치자고!”

“이대로 있다간 모두 죽어!”

길드 특공대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듯 간부들에게 호소했고.

예상외의 반응에 군단 특임대가 수군거렸다.

저들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위험한 거 아닐까?

그러나.

“3군단, 동요하지 마라.”

강준진의 목소리에 특임대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왜인지 스산하게 들리는 바람 소리와 풀들이 몸을 비비는 소리.

모든 건 책임자 강준진의 입에 달렸다.

다들 그의 말을 기다릴 때.

“황금 들녘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지?”

“뭐, 뭐?”

“우리는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는 게이트 무력화.”

“그러니까 그걸 못 하니까 지금 하는 말이잖아!”

강준진이 상대의 말을 뭉개버리고는.

“1군단 특임대 전투 준비.”

오히려 병사들을 황금 들녘으로 내몰았다.

“저런 미친놈! 우린 여기서 버틴다.”

“공에 미친 군인은 상대하는 게 아니라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제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모습에 특공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곧 놈들도 알게 될 것이다.

지휘관이 자신들을 죽을 자리로 인도했다는 걸.

곧.

휘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

바람 소리와 뒤섞인 들풀 눕는 소리가 우는 소리와 같이 변하더니.

우우우우.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무언가 불길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쉬르르르, 사라라락 하는 작은 속삭임들이 귀곡성 사이사이로 섞여 들려오더니.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바뀌었다.

곧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 헌터들과 병사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살려 줘. 이대로 죽기 싫어. 구해 줘. 죽여 줘.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왔기 때문.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을 때.

써걱, 써걱, 써걱.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지이익, 지이익.

황금 들녘 멀리서부터 무언가를 썰고, 움직이고, 끄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오, 온다!”

“놈들이 와!”

공격대 헌터들이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내며 더욱 저들끼리 똘똘 뭉쳤고.

“추수꾼이 온다!”

황금 들녘의 주인이자 A급 게이트에서도 악명 높은 적이 다가옴을 알렸다.

황금 들녘의 추수꾼.

그들의 이름은 바로.

“데스나이트다!”

그들이 저 멀리 얼핏얼핏 보이는 검은 갑옷을 보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느껴진다.

짙은 죽음의 기운이.

“으윽.”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라면 B급 중에서도 최상위 아닙니까?”

“으으, 개중에는 A급들도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군단 특임대 곳곳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슬슬 다른 간부들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필 때.

“해볼 만해.”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흘러나왔다.

바로 김대영 병장의 입.

그는 이전 듀라한을 만난 적이 있다.

분명 데스나이트는 듀라한보다 한참 강하다.

그런데 그때 듀라한에게 느꼈던 공포에 비하면.

“지금은 그리 무섭지 않아.”

그의 지적에.

“맞습니다.”

장만수 병장도 의견을 같이했다.

듀라한을 만나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 정도면 해볼 만해!”

그들 또한 강해졌다.

자신감을 품은 1분대가 먼저 앞으로 나섰고.

“다들 방진 준비!”

3중대가 1분대에 호응하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지금껏 많은 사선을 넘나든 그들에게.

이 정도의 위협은.

“해볼 만합니다!”

“해볼 만하다!”

두렵지 않다.

그들의 변화에.

“3중대! 전투 준비!”

“1중대도 전투 준비!”

“2중대 준비!”

3중대가, 더 나아가 1대대가 호응했다.

그들 또한 3중대의 변화를 보았고 부러워했다.

그리고 닮고 싶었다.

그들이 3중대의 옆에 섰고.

“1대대 전투 준비!”

선설민의 지시에 모두가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아직 다른 대대는 두려움을 벗어던지지 못한 상황.

“우리도 나서야겠군.”

“이대로 지켜봤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

결국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후방에 있던 여명단 간부들이 앞으로 나서려 할 때.

“공격 명령을.”

강현의 부탁이 다른 이들의 귓가에 울렸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으나 마치 옆에서 말하는 듯 가깝게 들리니.

“최강현?”

“맞아, 최강현 상병이 있었지?”

다른 부대의 불안함이 뚝 멈추었다.

“교전 개시는 최강현 상병으로부터! 나머지는 전투 준비하고 대기!”

강준진의 확언에.

지금껏 불안함을 품고 있던 병사들의 눈에 점점 확고한 의지가 차올랐다.

그리고.

철컥.

강현의 장전 소리에.

화르륵, 병사들 아니 군단 전체의 눈에 투지가 불붙듯이 번졌다.

별다른 연설 따윈 필요 없다.

그저 장전 소리에 불과했으나 강현이 참전한다는 소식은.

[3군단 특임대의 상태가 광신에 이르렀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떠한 적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광신도 성향을 일깨웠다.

“그래, 할 수 있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아자자자자!”

곧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일제히 고함을 치며 사기를 북돋웠고.

“뭐?”

“우워, 이건.”

“놀랍군.”

여명단 간부들조차 장전 소리만으로 뒤바뀐 분위기에 놀랐다.

대체 여기 있는 간부 중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작전에 참여하겠단 말 한마디, 장전 소리 한 번에 모두가 두려움을 극복했다.

대체 어떻게?

방금까지만 해도 불안에 떨던 이들을 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 순식간에 뒤바꾼단 말인가.

물론 그들은 몰랐다.

“씨이발, 그때보다 더하겠어?”

“그래, 그때보다는 낫겠지.”

태극 훈련 때, 쏟아져 나오던 몬스터 웨이브와 몸을 뒤틀며 등장한 천안룡의 끔찍함을.

이를 겪었던 3군단 특임대기에.

그리고 강현이 모든 것들을 이겨 내는 걸 보았기에.

“전투 준비!”

강준진의 외침에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무기를 들어 올린 것.

점차 황금 들녘을 물들이며 다가오는 검은 기사들의 모습.

핏빛으로 물드는 하늘.

들판에서 들려오는 귀곡성이 정점에 달했을 때.

“최강현 상병으로부터 전투 개시!”

강준진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허억!”

“저, 저런!”

“검성님의 제자라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건 뭐야!”

여명단 간부들이 다시금 놀랐다.

석양의 붉은 빛마저 지워 버릴 정도로 새하얀 탄환들이 하늘 가득히 떠올랐다.

강현의 스킬 만천화우.

곧 불길한 것들을 사르는 백염을 가득 머금은 총알 세례가 황금 들녘으로 쏟아졌고.

-크아아아악!

-성직자다! 죽여라!

-모두에게 죽음을!

데스나이트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이 들녘의 절규를 대신하니.

“우와아아아악!”

3군단 특임대가 눈에 가득했던 투지를 입 밖으로 뿜어냈다.

강현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

다시금 무기를 단단히 쥐며 전투를 준비하는 그들의 앞에 새까만 갑옷을 입은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

죽음의 기사들이 백염에 타들어 가면서도 특임대의 생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 때.

“전원 방진!”

[3군단 광신도들의 광신 수치가 일정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능력을 획득합니다!]

[기존 중대 관리 스킬을 군단 관리 스킬로 업그레이드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