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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01화 (201/277)

201화 99%

낯선 천장이다.

강현이 눈을 뜨고는 천장을 응시했다.

여기가 어디더라?

잠시 지난 일을 기억하던 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 우리 집이지.”

그래, 지금 강현이 누워 있는 곳은 자신의 집, 자신의 방.

천장도 낯선 천장이 아니라 그의 방 천장.

다만.

“참, 오히려 집이 낯서네.”

때로 어색함을 느꼈다.

이사를 두 번이나 한 데다가 군대에 있는 시간이 기니 적응할 기회가 없었다.

강현이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일어나셨습니까, 행님.”

“좋은 아침입니다, 행님.”

가구들과 식기들이 그를 보며 꾸뻑 고개를 숙였고.

강현도 마주 손을 들었다.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해져야지.

아니, 익숙해지기도 전에.

“오늘 몇 시에 돌아가니?”

휴가가 끝났다.

분명 이런저런 포상 휴가를 붙여 꽤 길었을 텐데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그래도 손주 돌아가는 날에는 밥을 챙겨 먹이고 싶었는지 할머니가 직접 된장찌개를 끓이며 강현을 애틋한 눈으로 보았다.

이미 여러 번 반복된 휴가와 휴가 복귀이건만.

“다음에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건강 잘 챙겨야 한다.”

언제나 당신에겐 애틋하신 모양.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강현이 미소로 답할 때.

“오빠…….”

마침 서연이가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걸어 나왔다.

비틀거리는 걸음이 퍽 위태로워 보였으나.

“어머머, 아씨 정신 차려요!”

“구름아, 옆에서 좀 받쳐 줘.”

요정들이 날개를 파닥이며 서연이의 기울어지는 몸을 잡아 주었고 아래에선 폭신한 구름이가 대기 중.

“참호 전투 준비!”

“준비!”

“참호 점령 준비!”

“준비!”

들려오는 소란에 창밖을 내다보니.

지난번 학교에서의 싸움이 퍽 인상적이었는지 나무들이 산등성이에 땅을 파놓고 참호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꾸벅꾸벅 조는 동생과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는 할머니는 이미 적응이 되어 버린 모양.

“안 시끄러우세요?”

“한창 뛰어놀 나이들 아니니. 활기차고 좋지 뭐.”

할머니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미소 지으며 완성된 된장찌개를 식탁에 놓았고.

“조져!”

“우워어어어어!”

“크아아악!”

그런 할머니의 등 뒤로 서로를 항해 주먹을 날리는 나무들이 얼핏 비쳤다.

이를 본 서연이는.

“구름아, 우리 얼른 밥 먹고 나가서 같이 놀자!”

잠이 확 달아난 듯 작은 입에 밥과 된장찌개를 욱여넣었다.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

“웅! 할무이!”

대답하면서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으니.

강현이 시끌벅적한 일상을 보며 미소 지었다.

참 소중하고 귀하지 않은가.

분명 요 며칠간 검탑이다, 만련신검이다, 구천구백구십구 검이다 하며 헌터들이라면 하나만 해도 욕심낼 것들을 보았다.

그리고 얻었다.

완전한 검탑과 그 위에 꽂힌 구천구백구십구 자루의 검.

거기다 만련신검과 천안룡의 외피로 만든 방어구까지.

어쩌면 세상을 뒤집을 무기들을 얻었다.

그러나.

‘좋네.’

강현이 정작 가장 큰 행복을 느낀 건 지금 보는 이 풍경.

익숙한 찌개 냄새, 막 잠이 깬 동생은 놀러 나가자 보채고 할머니는 그런 손자와 손녀를 보며 웃고 있다.

강현이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를 어디에 써야 할지 다시금 확인했다.

‘지켜야 한다.’

그래, 지키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할머니의 웃음도 서연이의 행복한 눈빛도 평화로운 주말 아침의 풍경도.

더 나아가 할머니와 서연이의 것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행복도.

강현은 지금 이 사소한 풍경을 보며 힘을 얻은 이유 그리고 무기를 얻은 이유를 상기했다.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두렵지 않다.

강현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거라고 결심하며 할머니의 된장찌개를 한 숟갈 크게 펐다.

* * *

헥헥헥헥.

어느새 오후.

군복을 차려입은 오빠를 배웅하기 위해 서연이와 구름이가 강현의 옆에 따라붙었다.

어떻게서든 자신의 슬픔을 감추기 위해 입을 삐죽거리는 동생을 바라본 강현이 무릎을 구부려 어린 동생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러자.

“히이이잉.”

동생의 커다란 눈망울이 울망울망해지며 습기를 가득 머금었다.

지금껏 잘 참는다 싶더니 오라비의 얼굴을 마주 보자 참을 수 없었던 모양.

동생의 볼을 감싼 강현이 서연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서연이, 오빠 없는 동안에도 건강해야 해?”

“웅…….”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숙제 꼬박꼬박하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웅.”

마치 오빠의 마지막 인사인 것 같아 서연이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때.

“오빠도 열심히 해서 꼭 돌아올 테니까! 약속!”

강현의 장담에 비로소 서연이가 미소를 지었고.

강현에 비하면 작고 약한 새끼손가락을 번쩍 내밀었다.

“약속!”

어찌 보면 참으로 의미 없는 행위.

그러나 강현은 진심을 담아 서연이와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오빠의 마음과 동생의 마음이 손가락을 타고 연결되는 순간.

[당신의 능력과 최서연의 능력 상상의 나라 간 연결이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완성된 검탑과 상상의 나라를 연결합니다! 동생 최서연에게 검탑 출입권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에 강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연이와 공유한 호칭 중 전설적인 상상력이 있는 만큼 겁탑에 들어가면 서연이에게 도움이 될 거다.

그러나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동생이 휘말릴까 봐.

서연이를 싸움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본 것만으로 충분하다.

[동생 최서연에게 검탑 출입권을 부여할 경우 검탑의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태창이 알림을 통해 새로운 혜택이 있음을 암시했지만.

‘혜택보다는 동생의 안전이 우선이야.’

강현이 마음을 먹고는 고개를 저으려 할 때.

꾸우욱.

작지만 힘 있는 압력이 새끼손가락으로부터 전해졌다.

강현의 눈이 상태창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있는 동생을 향했고.

입술을 앙다문 서연이의 표정을 보았다.

복잡미묘한 표정.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대상의 표정을 분석합니다!]

[감정 분석 결과: 두려움 5%, 망설임 5%, 슬픔 5%]

서연이의 표정에 깃들어 있는 소량의 부정적인 감정들 그러나 대부분은.

[행복 30%, 결의 55%]

행복과 어린 동생의 결심.

무엇을 결의하는 걸까.

답은 쉬웠다.

[추가 정보: 오빠를 돕고 싶어함]

바로 강현을 위한 결의.

웃긴 일이다.

고작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아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돕는단 말인가.

더군다나 강현은 헌터, 그가 서는 곳은 치열한 전쟁터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거절해야 했다.

그러나 오빠인 강현은 쉬이 고개를 젓지 못했다.

동생의 마음이 진심인 것을 알기에.

저 앙다문 입술과 작게 구겨진 미간 사이사이 자신을 향한 걱정과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기에.

강현이 침묵하자.

“나도… 나도 도울래.”

서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막연히 오빠가 고생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서연이가 마주한 몬스터와 그 몬스터들과 싸우는 오빠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강현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저리되고 싶다고 저렇게 강해지고 싶다며 꿈을 품었지만.

서연이는 무서웠고 또 불안했다.

“오빠 혼자서 싸우게 하기 싫어…….”

강현 홀로 분투하는 모습이 오히려 외로워 보였고 힘들어 보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외롭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이런 강렬한 소망을 품었기에 지난번 학교에서 소환 능력을 발동했고.

그렇기에 서연이는 지금 강현에게 할 수 있다며 괜찮다며 같이 하자고 하는 것.

강현이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서연이도 능력자다.

‘상태창을 봤구나.’

아마 강현과는 다르겠지만 메시지를 받은 게 분명하다.

그러니 자신이 말하기도 전에 알았겠지.

어린아이이니 호통을 쳐서라도 말려야 할까?

그러나.

“그래, 서연이가 오빠를 믿었듯이 오빠도 서연이 믿어.”

[동생 최서연의 검탑 출입을 허락합니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의 검탑 출입을 허락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동생은 분명 아직 어린아이다.

어쩌면 이 결정이 서연이에겐 무겁고 어려운 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현은 오빠로서 서연이를 믿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홀로 투정 한번 없이 기다려온 동생을.

군대에 있는 오빠를 대신해 할머니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능력을 갈고닦았을 동생을.

홀로 싸우는 오빠가 걱정되어 간절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동생을.

믿었다.

나이는 어릴지언정 서연이는 항상 강현과 할머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서연이가 도와주면 이 오빠가 언제나 어디서나 힘이 날 거 같은걸?”

강현의 말에 서연이의 표정이 대번에 환해졌다.

자신이 집안을 이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에는 서연이의 희생이 있었음을 안다.

군대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알았다.

홀로 이루는 건 없다.

다만 함께하고 또 견딜 뿐.

그렇기에 강현은 서연이를 믿어 보기로 또 동생의 결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안 걸까.

“열심히 할게! 학교 숙제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또 오빠도 도울 거야! 그리고 할머니도 옆에서 같이 도와주고!”

서연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주르륵 읊으며 좋아했고.

강현이 그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연이 잘할 수 있지?”

“웅!”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강현은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서연이가 더욱 잘 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도울 거니까.

‘강현아, 언젠가는 서연이도 네 나이가 될 테고 홀로 설 수 있게 해 주어야지.’

서연이가 능력을 개화한 날 걱정하는 강현에게 할머니가 해 주었던 말.

‘그러니 이번엔 우리에게 맡기고 앞으로의 특임대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

강준진이 무전으로 다른 간부들에게 했던 말.

할머니와 강준진이 지키려고 했던 것.

미래.

강현이 지금 짊어지고 있는 미래처럼.

언젠간 서연이도 자신의 길을 짊어져야 할 날이 올 거다.

그날을 위해.

오빠가 동생이 스스로 결정한 발걸음을 응원하는 순간.

[검탑 새로운 능력, 층 관리자 기능을 개방합니다! 동생 최서연을 최초의 층 관리자로 임명합니다!]

[동생 최서연이 1층 생명의 숲의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1층 생명의 숲과 능력 상상의 나라가 상호작용합니다!]

[1층 생명의 숲이 싱그러운 상상력과 따뜻한 소망을 품습니다!]

[상상의 나라에 새로운 생명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서연이에게 층 관리자라는 직책이 부여되며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았고.

[1층의 효과와 기존 능력 군중 제어를 결합! 하위 스킬 재생을 획득했습니다!]

강현의 능력 또한 덩달아 발전했다.

* * *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한 강현이 도착한 곳은 지난 군기 순찰을 했던 시내 근처 지하철 역.

여기서 버스를 타고 부대로 들어가야 하지만.

분대원들과 만나기로 했기에 강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야! 여기야!”

“최강현 상병님!”

“강현아!”

“오, 왔네. 저기 강현이 왔다!”

마침 그를 발견한 분대원들이 강현을 불렀고.

“잘 지내셨슴까? 너희는 잘 보냈고?”

강현도 반갑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활짝 핀 얼굴들.

부대에 가는 건 싫지만 분대원들을 만난 건 반갑다.

그들이 서로 웃으며 휴가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떠들어 댈 때.

“어.”

“오.”

“여긴.”

문득 다들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눈에 보인 건 바로 시내에 있는 백화점.

강현과 1분대원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여전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여전히 사람도 많고 장사도 잘되나 봅니다.”

강현과 그들이 백화점에서 그리고 회색숲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들이 함께 지켜 낸 사람들의 일상.

비록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잊었다고 해도 그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는 사건.

“어? 저거 뭡니까?”

“우리 이름 아닙니까?”

“어어? 맞네. 장건철, 김대영, 최강현…….”

문득 오목교가 백화점 입구 근처에 서 있는 동판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1분대원들의 이름과 함께.

-테러에서 백화점과 사람들을 구한 영웅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멋쩍게 웃길 잠시.

“여기서 밥 한 끼 하는 거 어떠냐? 내가 쏠게!”

장건철 병장이 호쾌하게 밥을 사겠다 했고.

1분대가 우르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여기 멘보샤랑 깐풍기, 크림새우, 칠리새우입니다.”

“어어? 저희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라십니다. 그리고 계산도 끝냈으니 편하게 드시죠.”

추억이나 곱씹을 겸 다시 찾아간 중식당에선 1분대의 음식값 전부를 내주었고.

“커피랑 마카롱 전부 무료입니다. 마음껏 드세요.”

“타르트 좀 포장해 드릴까요? 조각 케익이랑요!”

수제 케이크 가게에선 그들을 보곤 달콤한 케이크와 타르트를 잔뜩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1분대가 나가는 길에도.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반드시요!”

“언제든 식사 무료이니 마음껏 오세요!”

끝까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니.

“…이거.”

“감사합니다.”

“그냥 밥 먹으러 온 건데.”

1분대원들이 어벙벙한 표정으로 백화점을 나섰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잊지 않았구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들이 보람찬 마음으로 군단 정문에 도착.

부대 복귀임에도 평소와 다르게 기운찬 표정으로 군단으로 들어가려 할 때.

“으으으으.”

뒤에서 누군가의 억눌린 소리가 들려왔고.

강현을 비롯한 1분대가 뒤로 고개를 돌리자.

한 병사가 울먹이는 모습이 보였다.

[권능 예감을 발동합니다! 연구자의 눈이 발동 예감을 구체화합니다!]

[탈영할 가능성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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