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98화 (198/277)

198화 이X야!

능력, 모두에게 축복이며 말할 것도 없이 원하는 기적.

그러나 누구에게는 때로 그 기적이 저주로, 축복이 두려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 애 머리카락이…….”

“산모의 상태가… 죄송합니다.”

김두식 그녀가 그랬다.

태어나기 전부터 능력을 개화했던 아이.

지금이라면 충분히 산모의 건강도 아이의 능력도 제어가 되었겠으나.

“내가 내 마누라 살리라고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이 개새끼들아! 내 마누라 살려 내! 집사람 살려 내!”

당시엔 그런 기술 따위 없었고.

“선생님, 아이가 다른 곳을 보고 있어요.”

“이런 씨,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있었다 하더라도 고작 회사나 다니는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으리라.

평범한 가족이 만난 거대하고 이른 행운은.

“모두 잡아먹은 년! 며늘아기도 모자라 집안에, 제 눈깔까지 잡아먹은 독한 년!”

오히려 불행이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고 자신과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집안은 기울어졌다.

거기다 당시엔 능력과 게이트란 개념도 없으니 김두식의 은빛 눈과 머리카락은 그저 공포의 대상.

그 시절은 그랬다.

“두식아, 이년아. 어딜 그렇게 보냐? 애비 오는 것도 안 보여? 아, 원래 안 보였지.”

“…….”

“왜, 또? 할미가 썅년이라고 하든?”

“…….”

막노동을 마치고 들어오던 아비가 대문 앞에 쪼그려 앉은 김두식을 보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허름한 집, 밤이 올 때쯤이면 대문 앞에 나와 아비를 기다리길 한참.

비록 말은 거칠고 투박했지만.

“뭐, 썅년이면 어떠냐. 이 아빠도 썅놈이고 세상도 썅것인데.”

“…….”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살아. 안 보이면 다른 걸 보면 되지.”

“아니, 눈이 안 보이는데 뭘 봐…….”

“아, 그런 거 있지 않냐. 그 머시기야? 마음! 그래. 박 씨가 그러더만 마음을 보라고. 요즘 괴물도 나온다는 흉흉한 세상인데 뭐, 그런 요술 하나 없겠냐.”

“마음을 봐……?”

아버지는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눈이 안 보이면 다른 걸 보라고.

썅년이면 어떠냐고 다 같은 썅것들인데.

머리를 쓰다듬는 굳은살 가득한 손처럼 말에도 굳은살이 가득했으나 속에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옜다, 오는 길에 주웠다.”

“뭔데?”

“보면 알잖냐.”

“아니, 나 눈 안 보인다니까.”

“아, 맞다. 아이스께끼 하나 사 왔다.”

“하나만? 아빠 거는?”

“이 시려서 못 먹어. 너나 많이 먹어.”

퇴근할 때마다 기다리는 딸을 위해 바닐라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챙겨오는 아버지.

“아이스께끼 녹아, 여기서 먹어. 니 애비 배고파 돌아가시겠어. 얼른 들어가서 저녁이나 먹게.”

“응… 고마워, 아빠.”

“고맙기는, 짜식이.”

괜히 들고 가면 할머니한테 혼날까 봐 끝까지 옆에서 기다려 주었고.

“달아.”

“그럼 아이스크림이 달지, 짜겠냐.”

“맞네. 히히힣.”

김두식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준 아이스크림은 차가웠지만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자 힘이었다.

그러나 김두식에게 행복은 허락되지 않은 걸까.

“이년아, 뛰어! 얼른 뛰어!”

세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게이트라는 현상이 생겼고 몬스터라는 놈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불행은 김두식을 찾아왔다.

달동네에 떨어진 괴물들.

우습게 무너지는 집과 죽어 가는 사람들.

눈이 보이지 않는 딸을 도망치게 하려고 아버지는 곡괭이를 들었다.

“야, 이 씨불놈들아!”

“아빠! 아빠!”

김두식이 아버지를 애타게 외쳤으나.

“이년아, 얼른 도망치라고!”

아버지는 그저 딸이 살아남길 바랐다.

“눈이 안 보여도! 옆에서 썅년이라 뭐라 해도! 살아라! 꿋꿋하게 살아!”

터지는 아버지의 마지막 단말마가.

[능력을 개방합니다!]

마지막까지 억누르던 그녀의 이성을 무너뜨렸고.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재구성하고 소멸시키고 생성시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년…….”

앞으로는 듣지 못할, 그리워질 호칭이 그녀의 이성을 일깨웠다.

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에 비친 달동네는 사라져 괴상한 탑이 되어 버렸고.

김두식은 탑 꼭대기에서 은빛 광망을 퍼뜨리는 중.

그리고 그 앞.

“졸라 강하네…….”

검을 치켜든 채 숨을 몰아쉬는 청년.

젊은 시절의 검성 이석천.

오랜만에 휴가 나와 집에 가던 중 몬스터가 나타났단 소식에 급히 달려왔고.

엉뚱하게도 머리를 나풀거리는 괴상한 녀석을 만났다.

“뭐야… 넌?”

“너야말로 뭐냐?”

그렇게 둘은 처음 만났다.

때로 어려움도 있고 괴로움도 있었지만 이겨 내고 또 이겨 냈다.

‘살아라! 꿋꿋하게 살아!’

그게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했으니까.

또.

“야! 마녀야, 나 왔다!”

“뒈질래!”

“어휴, 성깔은… 뭐 좋은 것 좀 나왔냐?”

“내 물건이 무슨 시장 바닥 콩나물인 줄 아냐? 좋은 물건은 무슨 좋은 물건이야?”

“어? 이거 마침 이번 게이트 공략 때 필요하겠다. 가져간다!”

“야이 썅놈아! 그거 절도야 절도!”

남들이 자신을 어려워하고 피할 때 유일하게 옆에 있어 주는 친우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검성 이석천마저 돌아오지 못하는 순간.

“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그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후회하고 절망했다.

자신이 준 물건들이 그의 운명과 영혼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되돌리리라.

어떻게서든 이석천을 구하고 모든 걸 되돌리리라.

그래서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만든 것이.

검탑.

만물을 되돌리고 담고 뿜어내는 신비.

그마저도 빼앗겼을 때.

그녀의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힘을 잃었고 만들던 모든 것을 멈췄다.

그렇게 몇 년 동안은 만들어 놓았던 물건들만을 나누어 주었다.

그의 영혼에 맞게.

혹시라도 영혼보다 과분한 물건이 그의 운명을 잡아먹을까 두려워하면서.

그런데 오늘 만난 아이는 달랐다.

‘녀석을 닮았어.’

그것만으로도 반가웠는데.

거기다 검탑을 만났고 그 안에서 나온 존재.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이석천을 다시 만났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녀가 기절한 채 과거와 현재를 유영하는 사이.

무의식 속, 능력이 다시 깨어났고 검탑을 재생하기 시작.

그녀의 강한 염원이 발휘되었다.

* * *

“뭐, 얼추 듣기로는 그렇다더구나.”

“꽤 친하셨나 봅니다.”

만물제작자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강현이 검성을 빤히 바라보았고.

“큼, 크흠! 뭘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냐!”

검성이 괜히 헛기침하며 강현의 눈을 피했다.

얼핏 붉어진 귓바퀴를 보며 강현이 씨익 웃었다.

“이거, 이거…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평소 놀림당했던 것을 복수라도 하듯 강현이 검성을 놀렸고.

“어허, 어허허! 아니라니까 그러네!”

검성이 짐짓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아, 거…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러면서도 그가 어느새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둘을 생각할 때.

“아니, 저 계획이요.”

강현이 정색하며 손가락으로 전혀 다른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어떻게 좀 해 봐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검탑 재생을 시작합니다!]

만물제작자 김두식의 무의식이 발현, 검탑을 재생해 주는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도 재구성되게 생겼잖아요!”

재생 수준이 아닌 탑의 구조, 구성부터 공간 자체를 뒤집어엎고 다시 구축하는 중.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하늘과 땅을 빽빽이 연결했고.

번뜩이는 눈빛이 닿은 땅과 공간이 사라졌다 만들어지기를 반복했다.

“저 눈에 닿으면 우리도 저렇게 된다는 거죠?”

“그렇겠지?”

“그러니까 어떻게 좀 해 보라니까요?”

지금 둘은 김두식의 머리카락과 눈을 피해서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도망치는 중.

문제는 점점 좁아지는 공간과 강현과 이석천을 찾는 김두식의 두 눈이 가까워진다는 점.

그렇다고 다짜고짜 그녀를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계속 피해 다니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잠깐! 잠깐 생각을 해 보자!”

“일단 해파칠십이검이라도 펼쳐 볼까요?”

“소용… 없을걸? 검술도 재구성당할 거다. 단순한 공간의 개념이 아니야.”

“그럼 그냥 그림자에 계속 숨어 있는 건요?”

강현이 그나마 안전한 그림자 속에 계속 숨어 있자고 했으나.

번뜩.

김두식의 대상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눈이 둘이 숨어 있는 그림자 끝자락에 닿았고.

[현실을 재구성하는 눈을 마주했습니다. 그림자를 분해합니다. 그림자를 재구성합니다!]

[상대의 능력이 당신의 능력을 침범합니다!]

그 시선에 그림자의 끝자락이 닿은 순간.

파스스 그림자가 허물어졌다.

충격적인 모습.

거기다 분명 방금 분해된 그림자들이 검탑 안으로 흡수되었다!

“으아아아! 일단 도망쳐!”

“아니, 친구라면서요!”

지금껏 그 수많은 위험을 이겨 냈는데 지금 친구한테 죽게 생겼다!

그때.

“어? 어어! 그래!”

검성이 처음 김두식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래 그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녀에게 죽을 뻔했고.

검성 이석천이 악에 받쳐 한 단어를 외치자.

김두식이 자신의 능력을 멈췄다.

그래, 그거밖에 없다!

“강현아!”

“찾았습니까? 방법?”

이석천의 결심 어린 얼굴을 본 강현이 기대에 차서 물었고.

“그림자를 거둬라.”

검성 이석천이 친우를 향해 비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 긴장한 채 있는 강현.

이번엔 무슨 수를 보여 줄까.

‘삼십육검? 아니야, 그건 소용없다고 했었지.’

만물제작자 김두식은 공간에 상관없이 대상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공간을 점유하는 거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나머지 삼십육검!’

바로 해파칠십이검의 나머지 반절!

공간을 점유했던 전식과 다른 위력을 보여 줄 터.

강현이 기대하는 눈으로 검성 이석천을 볼 때.

드디어 그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고.

그가 점점 흩어지려는 자신의 손을 들어 입가에 대더니.

“이년아!”

욕을 뱉었다.

그래, 욕을 뱉었다.

검도 해파칠십이검도 다른 절예도 아닌 욕을 뱉었다.

문득 강현이 이전 어머니가 검성을 믿으라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어머니! 진짜 이 인간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의심했다.

아, 어머니. 진짜 좋아하는데… 정말 믿는데.

이건 아니지!

대체 이 인간이 어떻게 한국 헌터계의 거물이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

그래 이제 될 대로 돼라.

강현마저도 하늘의 뜻에 맡길 때.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아아.”

멈췄다.

만물제작자 김두식이 멈췄다!

이윽고.

“어떠냐! 봤냐? 봤어? 내가 해낸 거 봤냐고!”

검성이 강현을 보며 신나 외쳤고.

“머, 멈췄습니다?”

“그래! 이 검성 이석천이 아무런 방법도 없었겠냐고!”

“믿고 있었지 말입니다!”

덩달아 강현도 검성 이석천과 함께 기뻐 날뛰던 중.

강현이 문득 현실을 깨닫고선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붙잡았다.

“정말 환장의 조합이네…….”

이년이라 욕하는 검성이나, 그 말 듣고 이성을 되찾은 만물제작자나, 그걸 보고 기뻐하는 자신이나.

어째 점점 자신도 이상해지는 기분.

강현이 고민에 빠져 있거나 말거나.

“야! 정신이 드냐!”

검성 이석천이 만물제작자를 향해 양팔을 휘두르며 기뻐 외쳤고.

김두식은.

“이 썅놈아!”

욕을 돌려주더니.

단번에 날아와 검성 이석천의 품에 안겼다.

“흑, 흐흑, 흐흐흑!”

그녀가 구슬피 울며 검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고.

강현이 둘을 보며 잠시 자리를 피했다.

아마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인 건 이유가 있을 거고 둘이 대화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리고.

“이게… 진짜 검탑?”

강현이 또 한 번 변한 검탑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이전 도플갱어의 시체를 넣어 보완했을 때도 꽤 커다랗고 멀끔했지만.

“완전히 다른 건물이 됐네?”

지금은 아예 다른 모습이 되었다.

높이는 비슷했지만 더욱 장엄해진 외관과.

“저게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검.”

벽면 가득히 꽂혀 있는 검들.

얼핏얼핏 보이는 검날과 손잡이만 봐도 평범한 물건들이 아니다.

만련신검보다는 못하겠지만 누군가에겐 가보로 물려줄 만큼 명검.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검이 탑의 벽면에 가득하니.

[탑주 최강현, 완성형 검탑에 접근 확인. 입장하시겠습니까?]

기운부터 남다른 탑이 강현에게 들어올지 의사를 물었고.

강현이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전에는 뻥 뚫려 있던 공간.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강현이 올라가며 한 층, 한 층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걸어왔던 과거를 마주했다.

[1층 생명의 숲에 진입합니다. 무한한 생명력이 넘실거립니다]

[2층 깊은 싱크홀, 남아 있는 도플갱어의 잔해를 마주합니다]

[3층 태극 훈련장과 그 안에 담긴 병사들의 분투를 봅니다]

[4층 죽음의 땅을 마주합니다. 천안룡과 태풍의 싸움으로 인한 여파가 담긴 땅입니다]

회색 숲, 싱크 홀, 태극 훈련장,

굵직굵직했던 사건들의 결과가 각 층에 담겨 있었고.

강현이 이를 복기하며 올라가던 중.

[5층 천안룡의 시체 보관소입니다]

[마지막 층에 도달했습니다. 꼭대기로 올라가시겠습니까?]

마지막 층에 도착.

“내가 이런 녀석이랑 싸웠던 건가?”

보기만 해도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하고 징그러운 놈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당시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저 싸우기 바빴으나.

이렇게 마주한 놈은 그야말로 괴물 중의 괴물.

이런 녀석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문득.

“하나, 둘, 셋. 어휴, 세기에는 너무 많은데? 넷.”

강현이 진짜 천안룡의 눈알이 천 개인지 궁금증이 들어 세 보기 시작했고.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천안룡의 눈알 개수를 집계합니다!]

[천안룡의 눈알 개수: 999개]

연구자의 눈이 순식간에 개수를 확인.

사실은 천안룡이 천안룡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역시나 소문일 뿐이구나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

[천안룡의 눈알 개수: 1,000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