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96화 (196/277)

196화 만련신검

창연 능력자 초등학교에 게이트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이보다 좋은 기삿거리가 어디 있을까.

“야, 뭐 하는 거야! 당장 취재 가!”

“카메라랑 장비 챙겨!”

물론 모든 방송사가 단순히 특종을 잡을 기회에 신이 난 건 아니었다.

그들 또한 사람.

그냥 게이트도 아닌 게이트 브레이크가, 그것도 초등학교에 열렸다.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꼈고.

몇몇은 곧 들려올 비극적인 사고를 예상하며 미리 애도를 표했다.

알려야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차를 다급히 몰면서도 쉬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요즘 이상한 일들이 많네.”

“…그러게요.”

문득 헌터 취재부 기자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도 경상도 쪽에서 랜덤 게이트 다량 발생하지 않았나?”

“그랬죠. 해외 쪽에서는 이상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하던데요.”

“…그나마 한국이 가장 늦은 편이라는 거네.”

최근 전국적으로 게이트 랜덤 발생이라던가 기존 패턴과는 다른 일들이 많아지는 중.

“지금까지는요. 이번 사건에 따라 이제 더는 안전한 땅이 아니게 될 수도 있죠.”

“빌어먹을.”

이런 이상 현상들이 이미 해외에선 꽤 오래전부터 발생했고.

그나마 한국은 안전한 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최악의 신호탄이로군.”

“…제목으로 좋겠네요.”

“썅…….”

그마저도 이제 끝날 판.

더군다나 그 시작이 이런 최악의 비극이라니.

기자들이 막 현장에 도착한 순간.

“어?”

“뭐야?”

“응?”

그들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교문 앞에 서서 입을 쩍 벌렸다.

그곳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도 못할 만치.

“아무도 없네.”

“다들 어디 갔지?”

사람 하나 없는 모습.

텅 비어 버린 운동장, 운동회가 있었다는 것만 알 수 있게 걸려 있는 현수막.

심지어 정말 전투가 있었나 싶을 만큼 학교를 비롯해 운동장 전부가 깨끗했다.

“아니, 이거 정보 잘못된 거 아냐?”

“야! 데스크에 전화 걸어 봐!”

다들 이리저리 상황을 확인할 때.

“애들아!”

기자들이 마침 뒤늦게 하교하는 고학년 학생들을 발견하곤 우르르 몰려들었고.

“여기 게이트 브레이크 일어나지 않았어?”

“다들 어디 간 거야?”

“브레이크 현상은 어떻게 된 거고?”

다들 어떻게 된 일을 물을 때.

비극을 슬퍼하던 기자가 가장 중요한 질문을 꺼냈다.

“잠깐 학생들은? 다친 사람들은 없니? 다들 무사해?”

그래, 우선 애들 어떻게 되었는지 좀 듣자.

다른 기자들도 모두 입을 다물며 답을 기다릴 때.

“다들 집에 갔는데요?”

“다친 사람 아무도 없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별일 있었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이 다시금 정보를 의심할 때.

“그림자 헌터가 처리해 줬거든요!”

한 아이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손을 휘둘렀다.

“아니야! 파이어 맨이야! 파이어 펀치!”

“야, 그림자 헌터지! 그림자 베기가 최고였어!”

곧 두 아이가 서로 자기가 옳다며 투닥거릴 때.

“그러니까 누군가 게이트 브레이크를 완전히 막아 냈다는 거지?”

“네! 혼자서 브레이크를 없애기까지 했어요! 아, 도와준 사람들도 있긴 했는데 결국 그림자 헌터가 해냈거든요!”

“파이어 맨이 주먹을 뻗으니까 막 불이 호로롤로 하면서 다 죽었어요!”

흥분한 아이들이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했지만.

“아하, 그렇구나.”

“그러니까 몬스터들을 다 몰아냈다는 거지?”

“몰아낸 게 아니라 싹 다 죽였다니까요!”

“거기다 브레이크까지 닫았다구요!”

기자들이 다들 수첩을 꺼내 뭔갈 끄적거리길 잠시.

“그림자 헌터랑 파이어 맨이 같은 사람이라고?”

“네!”

아이들의 확인을 받은 그들이 잠시 침묵하더니.

타다다다다닥.

초등학교 정문 앞에 자리를 펴고는 노트북을 꺼내 자리에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

“아니, 뭐 하는 거야? 다들 가요!”

학교 문을 닫으려던 경비원이 기자들을 발견하곤 쫓아내려 할 때.

“앗, 잠시만요! 선생님!”

기자들이 이번엔 경비원에게 몰려들었고.

“쉐도우 파이어, 쉐도우 파이어에 대한 이야기 좀 해 주세요!”

“뭐, 뭔? 그게 뭐시여?”

“브레이크 닫은 사람이요!”

“아! 그 멋진 친구! 근데 그 친구 이름이 뭐라고?”

“쉐도우 파이어요!”

이어지는 경비의 말에 기자들이 열기 가득한 눈으로 집중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정보.

“근데 그 멋진 친구는 어디 있나요?”

“그 친구? 아까 어디 가던데? 재단장님이랑 산군님이랑.”

타다다다다다닥!

일제히 타자 치는 소리가 울렸다.

얼마 후.

- 창연 초등학교에 나타났다던 쉐도우 파이어, 그는 누구인가?

- 비극의 시작을 막은 쉐도우 파이어, 새로운 강자의 등장?

- 쉐도우 파이어, 창연을 구한 그는 창연 소속 헌터였나?

- 게이트 브레이크를 막은 헌터, 세계가 K-헌터에 경악!

새로운 영웅 쉐도우 파이어라는 이름이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곳곳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 * *

며칠 후, 그 소문의 주인공이자 한창 너튜브 인기 동영상 1위를 찍고 있는 쉐도우 파이어.

최강현 헌터는 지금.

“크하하학! 쉐도우 파이어란다! 쉐도우 파이어!”

“으허허허허허! 아주 기깔 나는 이름이구나 기깔 나는 이름이야!”

한창 산군, 태풍의 놀림을 받는 중이었다.

기사가 뜰 줄은 알았지만.

“쉐도우 파이어라니! 아, 쉐도우 파이어. 크크크큭!”

“거기에 맨 붙이면 되겠네!”

“오우, 이게 요즘 말하는 글로벌화라는 건가?”

단번에 쉐도우 파이어라는 이름이 붙었을 줄은 몰랐다.

산군, 태풍 멋진 이름인데 왜 본인은 하필 쉐도우 파이어란 말인가.

그래도.

“맨은 안 붙었네요.”

강현이 어이없는 심정을 억누르며 소감을 뱉었다.

그래, 쉐도우 파이어맨보다는 괜찮다.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강현아, 너무 상심하지 마라.”

“그래 쉐도우 파이어면 어떻고 파이어 쉐도우면 어떻냐. 은밀하면서 뜨거운 남자면 됐지.”

산군과 태풍이 더욱 즐거워했고.

‘두고 보자.’

강현이 둘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울 때.

거대한 문이 열리더니.

저벅저벅.

한눈에 보기에도 장인 같이 깐깐한 얼굴을 한 거한이 나타났다.

거칠고 굳은살 가득한 손.

산군의 그것에 비견되는 거대한 등 근육.

보이는 것을 낱낱이 해체할 것만 같은 날카로운 눈빛.

‘저 사람이 만물제작자 김두식?’

그와 눈을 마주친 강현이 이름만큼이나 거칠어 보이는 자라며 몸을 긴장할 때.

“…….”

그의 손에 들린 쟁반 위, 앙증맞고 귀여운 고양이 찻잔을 발견한 강현이 잠시 정신을 다잡았다.

거칠지만 고운 심성을 가진 그런 분인가?

장건철 병장을 보아 온 강현이기에 표정을 유지할 때.

“어머, 새로운 친구는 누구? 잘생겼네.”

나른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거대한 근육에서 저런 목소리라니.

강현이 당황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침을 꼴딱 넘겼다.

상대는 만물제작자 김두식이다.

안 그래도 부탁할 제작도 있는데 굳이 첫 만남부터 망칠 필요는 없다.

존중하자.

그런데.

“흐음, 맨날 늙은이들만 보다가 젊은이를 보니까 싱그럽고 좋네.”

“……?”

목소리는 연이어 들려오는데 상대의 입은 굳게 닫혀 있는 모습.

“아니, 좀 비켜! 그 커다란 덩치로 앞을 왜 이렇게 막는 거야!”

곧 날카로운 질책에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쭈뼛거리며 비켜섰다.

“아, 아니 커피는 놔 드려야 하니까요. 스승님.”

그가 입을 열자 덩치와 어울리는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방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상대가 비켜선 자리.

“안녕? 네가 요즘 그 핫한 루키구나?”

유독 머리카락이 새까맣고 입술이 발간 미녀가 서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어딘가 어긋난 시선.

그녀가 잠시 눈을 깜빡이다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 눈이 안 보이거든.”

“아.”

강현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사과하기 전.

“그래도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보니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그녀가 강현이 말을 꺼내기 전에 손을 휘적휘적 젓고는 그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계속 강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니.

“왜 이제야 데려온 거야?”

눈을 고정한 채로 묻자.

“루키인 만큼 얼마나 바쁜지 말야.”

“안 그래도 브레이크 하나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는 길이다.”

“흐음…….”

산군과 태풍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강현을 빤히 바라보는 김두식을 긴장한 채 살피는 모습.

묘한 분위기 속.

“지금 너의 영혼을 재 보는 거다.”

검성 이석천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그 또한 이들의 친우.

지금 그녀가 하는 일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영혼을 재고 그 영혼의 크기에 맞는 무기를 주거든. 이 녀석은.”

만물제작자 김두식.

산군, 태풍, 검성과 비슷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다른 의미로 유명한 자.

그녀가 만든 물건들은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지만 한 푼 없이도 살 수 있다.

대신 그녀가 만든 물건을 받은 자 중에 어중이떠중이는 없었다.

처음엔 어중이떠중이였어도 어느 순간 거물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생긴 소문.

‘만물제작자의 물건을 얻으면 능력을 초월할 수 있다.’

강한 헌터이기 때문이 아니라 만물제작자의 물건을 받아서 강해진 거다.

그러나 검성의 설명에 따르면.

“반쯤은 맞는 말이지. 하지만 결국 녀석이 준 물건은 상대의 영혼에 반응하여 발동하는 거고, 물건이 발동했기에 그에 맞게 상대도 성장하는 거다.”

상호 보완적인 관계.

영혼의 크기를 본다라.

강현도 김두식의 말간 눈동자를 마주쳤고.

“…….”

“…….”

서로 말없이 눈을 맞댔다.

강현을 보면서도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눈.

그때.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마나 분석, 흐름 파악으로 스킬을 보조합니다. 상대의 시선을 분석합니다]

[연구자의 눈보다 한층 높은 스킬입니다. 시선을 분석할 수 없습니다!]

강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알람이 떠올랐다.

반면.

“흐으음. 이거 놀라운걸?”

김두식은 강현에 대한 파악을 마친 모양.

그녀가 나른한 얼굴로 돌아오더니 강현에게서 눈을 뗐다.

그리곤.

“따라와 볼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현을 이끌었다.

“갔다 오겠습니다.”

“어, 그래. 이왕이면 가서 좋은 거 건져 와라.”

“강현아, 무조건 가장 좋은 거 달라고 해. 돈 걱정하지 말고.”

태풍과 산군이 방금까지 놀리던 기색은 어디다 감췄는지 강현을 응원했다.

그들의 응원에 답하겠다는 듯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물제작자의 뒤를 따라가니.

우우웅.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작은 포털 수십, 아니 수백 개가 보였다.

언젠가 본 적 있는 풍경.

“아공간?”

강현이 과거 강준진을 따라 들어갔던 군단 특임대장 창고를 떠올렸고.

“본 적이 있니? 어디서 본 거지?”

혼잣말을 들은 김두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현을 살폈다.

“내가 아공간을 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데.”

마치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듯 말간 눈동자.

안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강현.

아까도 그랬지만 다시 봐도 김두식의 눈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군단에서 보았습니다.”

“군단? 아, 예전에 그 녀석한테 줬었지. 아직도 물려주고 있나 보다?”

그녀가 강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산군, 태풍 말고도 오래전부터 참 친했던 녀석.

“그래, 석천이 그놈이랑 많이 닮았어. 곧은 눈빛이며 깨끗한 심성이며. 그 인간 내가 준 아공간을 마음대로 물려줘 놓고선 새로운 거 내놓으라고 얼마나 땡깡을 부리던지.”

말로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입가에 떠오른 작은 미소.

스스럼없이 또 걱정 없이 친했던 친우, 그와 보냈던 나날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이제 녀석은 없지만.”

검성은 없다.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현실도 같이 떠올랐기에 그녀가 금세 표정을 굳히고는 수많은 아공간 가장 끝자리.

은빛이 넘실거리는 입구 앞에 섰다.

그리곤 김두식이 방금 보였던 서글픈 표정을 지우고는 강현을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그래도 이렇게 후계라도 있으니까 다행이네.”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공간.

입구와 같이 은빛이 넘실거리는 풍경 중앙.

검은 검집과 손잡이가 인상적인 검 하나가 보였다.

“잡아 봐.”

김두식의 말에 강현이 홀린 듯 걸어가 손을 뻗어 검을 붙잡았고.

스르릉.

날을 뽑아 보자.

새하얀 검날이 날카롭게 빛을 발했다.

아름답다.

강현의 머릿속에 처음 든 생각.

이어서.

[새로운 고물 만물제작자의 역작 만련신검과 접촉했습니다! 고물에 담긴 경험을 흡수합니다!]

[만물제작자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만련신검의 탄생 과정을 연구자의 눈으로 분석합니다! 경험 흡수 효율이 상승합니다!]

역시나 강현의 능력이 발동되었고 만련신검에 담겨 있는 경험이 흡수되기 시작.

어째서 만련이라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만 번을 단련한 게 아니다.

만 번을 제작했다.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검이 버려지고.

마침내 만 번째 검이 탄생한 순간.

칠흑과 같은 검집 안, 별빛과 같은 날을 가진 검이 만들어진 것.

검에 담긴 건 바로 만물제작자의 고련과 집념.

[경험 흡수가 일정 수치를 넘어 새로운 스킬 제작을 획득했습니다!]

[연구자의 눈 레벨 상승! 연구자의 눈이 위대한 물건을 만나 새롭게 개안합니다!]

[연구 책임자의 눈 스킬 획득!]

알림창을 본 강현이 작게 미소 지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검에 담긴 장인의 경험 덕에 새로운 스킬에 연구자의 눈 개안까지.

강현이 방금 마주쳤던 김두식의 시선을 떠올렸고.

다시금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연구 책임자의 눈 발동! 상대의 시선 일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만물을 판단하는 눈, 그 속에 깃든 진실의 파편을 확인합니다!]

[검탑의 제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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