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94화 (194/277)

194화 소환

게이트와 몬스터가 나타나는 현실.

더군다나 창연 길드에서 새운 학교인 만큼 게이트가 나타났다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거기다 뛰어난 헌터가 될 재목이 있는 곳인 만큼 빌런들의 공격도 항상 경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상황 조치와 시설을 마련해 둔 상황.

“모두 학생들 반으로 들여보내! 바로 방어 장치 가동하고!”

헌터인 선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선생들 또한 상황 숙지는 이미 끝마친 상황.

“다들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괜찮으니 줄을 맞춰 주세요! 괜찮습니다. 그럼요. 방어 장치가 있는 이곳이 훨씬 안전해요.”

선생들이 먼저 학생들을 1층 각 반으로 인도.

학부모들까지 안으로 들어온 걸 확인하고는.

[방어 장치를 가동합니다]

준비된 마나 방벽을 활성화했다.

우우웅.

홀로그램과는 또 다른 마나 파동이 일렁이길 잠시.

건물 바깥부터 학교 창문을 비롯해 교실 문까지 이중 삼중의 방어막이 세워졌다.

“선생님 저희도 싸우고 싶어요!”

“우리도 헌터잖아요! 근데 왜 우리만 여기 들어오는데요!”

몇몇 고학년생이 선생들에게 자신들도 나가 싸우겠노라고.

우리도 전력이라며 떼 아닌 떼를 썼으나.

받아들여질 리 없었고.

“엄마…….”

“괜찮아 엄마 품에 안겨 있어. 다 괜찮을 거야.”

저학년들은 어머니 또는 아버지 품에 안겨 불안감을 달랬다.

그들 중.

“할머니…….”

홀로 남은 서연이가 저도 모르게 할머니를 불렀다.

당장이라도 할머니에게 안기고 싶을 만큼 무서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할머니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포와 불안감이 팽배한 교실 안.

“오빠아…….”

서연이가 창문 밖을 살피며 스스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마지막 오빠의 든든한 품속을 떠올리며 제 마음을 위로할 때.

마침 사람들을 이끄는 강현의 모습이 보였고.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 자리를 잡는 어른들이 보였다.

아이들을 지키려는 어른들의 비장한 표정.

저 중 자신의 오빠도 있으니 어린 마음에 무서울 터.

그때, 서연이가 방금까지 마음 가득했던 불안감을 지울 만큼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

“어어?”

저도 모르게 작은 입이 벌어졌다.

* * *

“어어? 뭐야 이거?”

“참호? 참호다!”

이는 운동장에서 전투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분명 운동회가 한창이었던 평평한 운동장에.

누군가 삽으로 판 것도 아니건만 땅이 움푹 파인다 싶더니 순식간에 참호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기도! 여기도 생겼어요!”

“뭐지? 설마 게이트 융합인가?”

“게이트 융합이 벌써?”

“아니, 게이트 융합이라도 참호가 생기진 않죠.”

다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놀랐다.

대체 이 참호들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아니 참호를 어떻게 불러냈단 말인가.

처음부터 위기를 예견하고 자신들에게 걱정 말라 장담했던 한 사람.

강현에게로 자연스레 시선이 모였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른 일에 정신을 쏟고 있는 중.

[연구자의 눈 발동, 작전 지도 창연 초등학교 운동장을 펼칩니다! 현재 병력 배치 상태를 확인합니다. 지도 위에 게이트 브레이크 예상 위치를 표시합니다]

[검탑에 복사한 태극 훈련장 중 참호 일부를 소환합니다!]

[작전 지도를 토대로 참호 소환 위치를 설정합니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올 몬스터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참호를 소환해야 한다.

물론 강현이야 중대장도 대대장도 아니었기에 이런 작전을 세우는 건 처음.

그러나.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흐름 파악 스킬과 연계하여 예상되는 몬스터들의 이동 경로를 표시합니다!]

강현에겐 능력이 있었고.

지난번 강준진처럼 완벽한 진형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놈들의 흐름을 끊고 각개격파할 수 있는 위치에 참호를 소환했다.

[지정된 자리에 참호를 생성합니다!]

물론 추가로.

“그 옆 5m 뒤에 참호를 두면 더 효과적일 거다.”

검성 이석천도 한 손 거드는 중.

그 또한 부대를 이끌었던 지휘관이었기에 강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 주었다.

물론.

“근데 언제 참호 위치 설정하는 법을 배운 거냐?”

자신이 알려 주기도 전에 기본적인 골격을 맞추어 가는 강현을 보며 놀란 건 덤.

그의 질문에.

“배운 적은 없습니다. 일단 막아야 하니 준비하는 거죠.”

강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진짜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

“오호라, 원래 날 때부터 재능이 있다 이 말이렷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크으, 평소 그 겸손하던 최강현의 입에서 재능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아, 거기 옆에 좀 더 늘려라. 너무 짧다.

검성이 강현을 놀리는 와중에도 조언을 이어 갔고.

강현도 놀림당했다는 사실을 금세 잊고 다시 참호 배치에 집중했다.

문제는 시간.

[남은 시간 2분]

참호를 소환하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가는 중.

그러나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

누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부터 본인의 전투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

‘시간이 부족해.’

아무리 전투라는 것이 완벽한 법은 없다지만 이대로는 이도 저도 못 한 채 적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어중간한 준비의 결과는 누군가의 죽음.

거기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선생과 학부모들.

자신을 가르치던 선생이 또는 운동회날 참석한 부모님이 죽는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절대 안 돼!’

거기까지 생각하던 강현이 일부러 의식의 흐름을 끊었다.

걱정하는 데 쓰는 시간조차 아깝다.

강현이 참호 설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

“여기요! 여기!”

마침 어디론가 사라졌던 김소희가 나타났다.

그녀와 함께 사라졌던 선생들이 들고나온 건.

“무기! 무기 가져왔어요! 다들 무기 가져가세요!”

비품 창고에 들어 있던 훈련용 무기들.

비록 아이들이 쓰는 거라 날이 없거나 길이가 짧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물건이 필요했기에 이거라도 감지덕지.

물론 개중에는.

“여기 진짜 무기들도 있으니 어서 가져가세요!”

비상시를 대비한 실전용 무기들도 있었다.

그리곤 김소희가 가장 날이 바짝 서 있는 검 하나를 들어 강현에게 내밀었다.

“여기요. 아쉽게도 총은 없더라고요.”

그녀가 급히 찾아보았으나 본래 총을 사용하는 헌터가 거의 없는 터라 마련된 게 없었다.

곧 몰려든 어른들이 쓸 만한 것들을 모두 가져가 버린 후.

“어? 검이 없네.”

한 아이의 학부모가 모두 사라진 실전용 검을 찾으며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이 쓰는 훈련용 검으로는 위력을 낼 수 없다.

그때.

“이거 쓰십시오.”

강현이 그에게 자신의 검을 넘겼다.

김소희가 그런 강현을 묘한 눈으로 바라볼 때.

“매니저님.”

“네?”

“각 참호에 인원 배치 좀 해 주세요. 매니저님이 이런 일은 잘하니까요.”

“네!”

강현이 자연스레 김소희에게 지시했고.

김소희가 군말 없이 인원들을 묶어 팀을 만들었다.

이후 강현이 묶인 팀을 곳곳에 배치.

시간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자신이 모든 걸 하지 않아도 주변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이미 태극 훈련, 아니 그 이전부터 배우지 않았던가.

이윽고 얼추 준비가 끝난 순간.

[게이트 브레이크가 활성화됩니다!]

몬스터들이 예상 지점에서 후두둑 쏟아져 나왔고.

크르르릉!

곧 무방비하게 운동회를 즐기고 있을 사람들의 피와 살을 취할 생각에 즐겁게 웃을 때.

크르릉?

이게 아닌뒈레레렉?

예상과 다르게 참호 속에서 무기를 들고 눈을 빛내는 헌터들과 마주쳤다.

그들의 가장 뒤.

“와라!”

강현이 눈을 빛내며 외쳤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전투!

강현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사기에 불을 붙였고.

다들 무기를 굳게 쥐었다.

우리의 뒤에는 아이들이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결사의 각오를 담은 선생님, 부모님들의 눈.

비록 함성은 없었지만.

몸이 저릿거릴 정도의 살기.

쿠와아아악!

놈들이 당황한 와중에도 참호를 향해 달려들었고.

사람들이 놈들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시작된 전투.

준비된 참호와 굳건한 결의 속 몬스터들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

그리고.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 심화. 더욱 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마치 그들의 결의를 깨겠다는 듯 몬스터들의 숫자가 불어났다.

결의는 무한하나 체력과 능력은 유한하다.

그러나 강현의 눈에는 흔들림 한 점 없었다.

그가 바라보는 건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새까만 구멍.

어둠.

놈의 계획이 틀림없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어린이용 검이라… 몇 번 휘두르면 금방 부서질 거다. 이럴 때 개인 무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검성 이석천이 검을 살피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실 때.

강현이 기존 쓰던 군용 보급 검보다 짧고 얇은, 날 없는 수업용 검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더니.

휘익.

하늘로 뿌려 버렸다.

“구찌!”

그리고는 자신의 펫, 피닉스 구찌를 부르니.

“삐이이익!”

구찌가 날카롭게 울며 태극 훈련 때와 같이 화염 장막을 일으키자.

화르르르륵!

불꽃이 참호 사이사이를 누비며 막 학교로 향하려던 몬스터들을 태웠다.

이로 일어난 거센 바람이 하늘로 역류하며.

강현이 뿌린 검들이 그 돌풍을 타고 다시 운동장 전역으로 흩어지니.

그때까지 숨을 고르고 있던 강현이 눈을 빛냈다.

[그림자 이동 스킬을 사용. 그림자를 타고 이동합니다!]

곧 짙은 어둠이 강현을 감쌌고.

고함과 울음, 피와 불꽃이 터져 오르는 운동장 한복판.

일렁이는 불꽃을 따라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강렬한 안광이 비치는 순간.

강현이 불쑥 솟아올랐다.

그리곤.

터업.

하늘에서 첫 번째로 떨어지는 검을 공중에서 잡음과 동시에.

[해파칠십이검 발동, 관련 스킬 전체 발동.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마나와 힘을 가득 머금은 검이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고.

크웨에에엑!

동시에 몬스터들의 몸도 동강 났다.

비록 날도 없고 길이도 짧으나 강현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단 세 번의 검격에 주변 수십 몬스터들이 우수수 쓰러졌고.

덩달아.

쩌저적.

강현이 든 검도 생명을 다했는지 파스스 부서지기 시작.

그러나 이미 주변에 몬스터들이 없으니.

더는 여기 머물 필요가 없다.

강현이 부서진 검을 버리고는 다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고.

다른 곳에 나타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을 낚아채니.

검집에서 검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다시 한번 검격이 몰아쳤다.

그야말로 강현이 나타난 자리에선 폭풍이 몰아치는 모양새.

크롸라라라!

더욱 강한 몬스터, 더욱 많은 몬스터가 몰려왔으나.

“구찌! 백염!”

강현이 구찌의 이름을 부르자.

이번엔 운동장을 누비던 불길에 하얀색 빛이 번지더니.

삿된 것을 씻어 내는 능력이 발휘되었다.

사이를 누비는 강현의 그림자가 유독 짙어 마치 하얀 한지 위에 검은 먹을 휘갈기는 듯한 모습.

백염 옆으로 그림자가 번지면 강현이 나타나 검을 휘둘러 적을 베니.

하얀 불꽃과 검은 그림자, 붉은 피가 운동장에 피어올랐다.

“우, 우와아.”

“뭐야? 지금 어떤 헌터가 저렇게 활약하는 거야?”

“누구지, 처음 보는데?”

겁에 질린 채 창밖을 보고 있던 모두가 강현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강하고 뛰어나다!

자신들이 보았던 그 어떤 헌터보다도!

자연스레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고.

“서연이 학부형 아니신가?”

“맞네, 그 오빠분이네.”

그의 활약을 지켜봐 왔던 선생과 학부모 몇몇이 정체를 파악.

다들 술렁거리며 서연이를 쳐다볼 때.

“…….”

정작 빛날 정도로 활약하는 오빠를 보는 동생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멋졌다.

분명 강현은 밖에 있는 사람 중 가장 강했고 멋있었다.

그러나.

“오빠… 다치면 안 돼.”

남들에겐 멋져 보이는 모습일지 몰라도 서연이 눈에 오빠는 위험해 보였다.

그저 다치지 않기를, 무사하기를 소원할 뿐.

멋지지 않아도 강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신의 소중한 오빠가 안전하길 바랄 뿐.

“괜찮아. 괜찮아, 서연아. 분명 무사할 거야.”

그런 마음을 이해했는지 담임 선생님이 서연이를 꼬옥 안으며 안심시켰다.

“잠깐 눈 감고 있자. 잠깐 눈 감고 있으면 금방 끝날 거야.”

그녀의 품속에서도 서연이의 눈은 오빠를 쫓느라 정신없었다.

싸우는 오빠를 끝까지 지켜보려는 마음.

다만 두 눈 가득 고인 눈물이 어린 서연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었다.

결국 선생님이 어린아이의 눈을 대신 가려 주었고.

그럴수록 서연이의 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었다.

상상력.

난생처음 보는 전투에 대한 공포와 흥분.

오빠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과 불안감.

이 모든 것이 서연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불안함과 공포가 마음을 내리누를 때.

오빠가 안전했으면 좋겠다 기도할 때.

“도와줘, 와서 도와줘…….”

서연이의 까만 시야에 항상 자신을 위해 움직여 주던 수많은 친구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동생 최서연이 새로운 능력을 발동합니다. 사용자와 최서연의 능력 상상의 나라 간에 연결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연결 강화 효과로 권능 소환을 공유합니다! 최서연이 강력한 소망과 상상을 이용하여 소환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권속들을 소환합니다!]

능력은 어린 동생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행님! 저희가 갑니다!”

“우리 행님 건들지 마라! 이 썩을 놈들아!”

“다 쓸어버려!”

“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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