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87화 (187/277)

187화 상병의 신

이젠 석양이 완전히 진 어두운 하늘.

분명 시간은 밤이 되었건만.

쿠르르르릉!

3군단 태극 훈련장에는 환하디환한 백색 불기둥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강현이 모은 태풍 김도현의 바람과 해파칠십이검 중 절반 그리고 구찌의 백염까지.

휘몰아치고 타오르고 찢어발기는 힘이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선 천안룡을 휘감았고.

곧 하늘로 길고 높게 몸을 뻗어 나갔다.

마치 백색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

[백염 하위 스킬 정화의 불꽃 스킬을 발동합니다! 주변에 악하고 독한 기운들을 씻어 냅니다!]

곧 백색 불기둥이 주변의 독기를 빨아들이더니 모두 정화하여 하늘로 날려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 이식률: 98… 100%]

[공간 이식 완료! 합쳐졌던 게이트 환경을 모두 원래대로 되돌립니다!]

강제 고물 판정권을 적용했던 훈련장도 완전히 흡수.

훈련장 전체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

마치 불기둥을 중심으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는 듯했다.

쉬이 이해할 수 없는 풍경.

“이제 이건 뭐냐고 하는 것도 지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강준진의 멍한 중얼거림에 선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강현이 위기가 올 거라고 했고 믿고 준비했다.

그런데.

“천안룡은 처음 봤지?”

“살면서 두 번은 보기 싫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 그랬지.”

“근데 놈을 잡았습니다.”

“우리는 아니지만 잡긴 잡았어.”

이런 위기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홀로그램 대신 진짜 몬스터 웨이브가 나타나고 거기다 천안룡이라는 처음 보는 등급의 괴물이 등장할 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

“자네 부대는 항상 이랬나?”

“저보다는 서윤진 중대장이 더 잘 알 겁니다.”

강준진에 이어 선설민이 서윤진을 바라보았고.

“대위 서윤진, 뭐 종종 있는 일입니다.”

서윤진 대위가 멋쩍게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과 같이 군 생활을 하면서 워낙 놀라운 일들을 많이 보았기에 담담한 표정.

곧 강준진과 선설민.

“어쩌면 군대라는 그릇이 너무 작을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군대라는 그릇을 키우겠습니다.”

둘도 점차 강현이라는 괴물에 적응해 갈 때.

“대체 저 친구는 뭡니까?”

나머지 한 명, 박상원 원사만은 아직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지금 저 공격은 뭐고 또 아까 그 괴물은 뭐란 말입니까? 진짜, 진짜 천안룡이 맞습니까?”

그로서는 지금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방금 수도권이 박살 날 뻔했습니다!”

만일 천안룡이 이 훈련장을 벗어나 주변에 있는 어느 동네든 도달했다면?

거기에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가 뒤를 따랐다면?

“방금 민간인 학살 사태가 일어날 뻔했단 말입니다!”

무고한 사람 수십만이 죽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진정하려 해도 거칠게 차오르는 숨을 가라앉히기가 어려울 정도.

몸에 선뜻한 소름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의 외침을 들은 강준진이 단번에 그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막아 내었지.”

그래, 막아 냈고 그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준진도 주임 원사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민간인이 사망할 뻔했고.

“어쩌면 우리 병사들이 전멸했을지도 모르지.”

군단 특임대 전체가 죽었을지도 모를 위기.

그러나.

“결국 이겨 냈지. 지금 저기 불기둥을 일으킨 친구 덕에 말이야.”

“그것도 그냥 막아 낸 것이 아닙니다.”

강준진의 말을 선설민이 받았고.

“피해 전무! 대장님! 병사 피해 전무 합니다! 중상자도 없이 대부분 경상! 모두 무사합니다!”

마침 다시 회복된 통신 장비를 통해 병사들의 상태를 보고받은 지원과장이 강준진을 향해 외쳤다.

그냥 피해를 막아 낸 게 아니다.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선설민이 감격스럽게 말을 맺었다.

그런 게 가능하긴 한 건가?

박상원 원사의 긴 군 생활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승리였다.

남들이라면 전멸을 면한 것만으로도 평생의 자랑거리가 될 만한 상황.

지금 훈련하는 1, 2, 3군단 모두가 모여도 이런 승리는 불가능할 거다.

그런데.

“강현이란 친구는 해냈다네.”

강준진의 확언에 박상원 원사가 이번엔 다른 의미로 온몸에 돋은 소름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강현의 뛰어남을 느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움직이고 주변을 준비시켰지. 거기다 스스로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떻게 일을 이룰지 알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어.”

“길드장님?”

태풍 김도현이 어느새 창연 길드 훈련팀 옆에 등장했고.

길드원들이 놀라길 잠시.

“…확실히 맞습니다.”

“대체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길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있는 산군 헌터들도 마찬가지.

그들 또한 어디서나 주목받는 헌터들이라지만 강현이 이루어 낸 일은 그들로서도 놀라웠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저 사람은…….”

지금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봐 온 김소희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말을 끌었다.

대체 저 남자는 뭘까?

뭐라 설명해야 할까?

나름의 정의를 내리려 했지만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고.

“마치 태풍의 눈 같았지. 그래 태풍의 눈.”

아버지 김도현이 딸의 말을 대신 맺어 주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뒤흔들지만 중심만은 고요한.

아버지의 말을 들은 김소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태풍의 눈이었어요. 저 최강현이라는 헌터는. 아버지와 같이요. 어쩌면…….”

김도현의 극찬과 김소희의 인정에 주변 헌터들이 모두 감사와 경외를 담아 강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 * *

모두의 선망과 존경이 담긴 눈길을 받던 백색 불기둥이 서서히 크기를 줄여 갔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찬란한 백광이 사라진 곳에는.

“후우…….”

깊은숨을 내쉬는 강현만이 있을 뿐.

그가 눈을 반개한 채 검을 들고 있었다.

몸을 휘감은 백염과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

“꾸우우우!”

강현의 머리 위를 도는 신수 피닉스의 울음.

방금 김소희가 강현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와 비등한, 어쩌면 이를 넘는 무언가를 보았다면.

“저게 헌터.”

서대천은 바로 자신이 닮아야 할 모습을 보았다.

놀라웠다.

“저 최강현님은 대체 어떤 헌터란 말입니까.”

이제는 반말은커녕 이름에 님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멋졌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최강현 헌터에겐 특별한 무언가 있다고.”

“그래요. 놀라울 정도의 무언가가 있지요.”

“겪은 사람들은 모두 같이 생각할 걸요?”

물론 강현과 같이 검탑에서 고생한 적이 있는 특별 팀은 서대천의 마음을 백 퍼센트 이해했다.

아니 이백 퍼센트 이해했다.

지금 자신들이 강현을 보는 눈빛 또한 서대천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선망과 존경!

“내가 따랐던 건, 내가 이루었던 건 뭐였지. 최강현 헌터님은 대체…….”

심지어 서대천 같은 경우 자신이 떨었던 거만함이 생각나 견딜 수 없게 창피했고 괴로웠다.

어쩌다 잡은 기회였고 이 자리엔 누가 들어와도 이상치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이나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최강현이라는 사람을 만난 순간.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모두 쓸모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위치? 계급? 실력?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는 지금 헌터의 새로운 지평을 만났고.

자신만의 작디작은 세계에서 망망대해와 같은 세계를 만났다.

자칫하면 의지가 꺾일 수도 있는 충격.

그러나.

“때로는 꺾이고 나서야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법입니다.”

과거 강현에게 꺾인 적 있는 김태진이 그를 위로했다.

김태진 또한 철없는 시절 강현에게 함부로 굴었다가 엄청난 굴욕을 맛보지 않았던가.

당시 강한 트라우마로 인해 능력의 한계를 만나 한동안 고생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강현을 만났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바뀌었다.

“꺾였던 그 무엇을 다시 세웠을 때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건가?”

“네!”

서대천의 멍한 물음에 김태진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곤 손가락을 들어 강현을 가리켰다.

그리고 당당히 외쳤다.

“우리에겐 닮고 따라가야 할 목표가 있지 않습니까!”

김태진 또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현을 따르기로 한 순간.

강해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지금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

이를 꼭 서대천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자신의 동료를 발견한 서대천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아왔고.

“맞아! 우리는 최강현 헌터님을 닮아 가고자 하는 사람들!”

“맞습니다! 아직 목표가 남아 있습니다!”

둘이 굳건히 악수하며 뜨거운 눈으로 강현의 등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강현의 광신도가 한 명 늘어나는 순간.

[산군 서대천이 당신의 후임으로 편성되었습니다! 충성도가 높다 못해 광신적인 상태입니다!]

[새로운 광신도가 생겨났습니다!]

[현재 광신도 목록: 오목교, 김태진, 서대천]

‘이 인간들은 또 왜 이래?’

강현이 숨을 가다듬던 중 떠오른 알림에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광신도가 늘어나다니.

더군다나 그 대상이 처음엔 강현을 우습게 보았던 서대천이라니.

거기다 어느새 김태진까지 포함되었단 말인가?

강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이성민의 충성도가, 장만수의 신뢰도가, 장건철의 신뢰도가, 김대영의 신뢰도가 대폭 오릅니다!]

서대천, 김태진에 이어 1분대원 전원의 충성도와 신뢰도가 대폭 오르기 시작.

[새로운 광신도 이성민, 장만수, 장건철, 김대영이 탄생했습니다!]

곧 새로운 광신도들의 탄생을 알렸다.

아니 후임이야 그렇다 쳐도 선임들이 광신도가 되다니.

‘전우도 아니고 광신도?’

강현이 그 황당한 알림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

알림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광신도가 생겨났습니다!]

1분대원들을 시작으로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어? 이거 뭐야?”

평소 당황하지 않던 강현도 당황할 정도의 숫자 증가 속도.

마치 3중대 전체가 광신도로 변할 기세.

[3중대 전체가 전우를 넘어 광신도가 되었습니다! 당신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과 신뢰를 품습니다!]

아니 실제로 3중대 모두가 광신도가 되었고.

심지어.

[1대대 전체가 당신의 광신도가 되었습니다!]

1, 2, 3 중대 즉 1대대 전체가 강현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품었고.

강현이 점점 뜨거워지는 뒷통수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러나 상태창의 알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존 조력자이자 귀인인 강준진과, 조력자 선설민 또한 당신의 광신적인 전우가 되었습니다!]

‘아니 광신적인 전우는 또 뭐야. 그냥 전우면 충분한데?’

지금도 충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신한테 잘해 주는데 광신이라니.

강현이 이번엔 대체 무슨 프로젝트를 준비할까 불안에 떨었다.

설마 이제는 끝났겠지 하는 순간.

[1군단 특임대 전원 당신의 광신도가 되었습니다!]

상태창은 어림도 없다는 듯 이번엔 1군단 특임대 전원이 강현을 광신적으로 따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뒤통수가 아파.’

방금까진 뒤통수가 뜨거웠다면 이제는 활활 타는 느낌.

뒤통수뿐만 아니라 등판 전체가 화르륵 타오르는 듯한 기분!

괜찮다, 괜찮아, 설마.

[불요불굴 특성을 발동합니다! 정신적 충격을 극복합니다! 마음속에 두려움을 떨쳐 냅니다]

강현이 마음속에 몰아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흩어 내며 뒤도는 순간.

“…….”

“…….”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는 수천의 사람이 보였다.

번쩍이는 광기를 보니 아주 작은 충격에도 터질 것같이 위태로운 분위기.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

[산군 특별 팀, 창연 훈련 팀의 당신에 대한 신뢰와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보고는 광신적인 전우가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광신도의 탄생을 알렸고.

묘한 침묵이 훈련장을 감쌌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꾸우우.”

천안룡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던 구찌가 슬그머니 강현의 뒤에 숨을 정도.

잠시 각오를 다진 강현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어… 우리의 승리입니다.”

아주 멋없고 작게 승리를 알리는 순간.

“우와아아악! 겸손한 거 봐라!”

“너무 멋지잖아!”

“최강현 상병님, 평생 따르겠습니다!”

“우리, 우리라 했다. 우리라고 했어!”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구찌가 함께한다!”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처럼 훈련장 전체에 함성이 번져 나갔다!

사실 강현이 긴장한 나머지 몸에 타오르는 백염을 끄지 않았고.

구찌가 뒤로 물러난 덕에.

어두운 밤하늘과 발밑 짙은 그림자에 대비해 활활 타오르는 강현의 모습은 마치.

“그는 상병의 신이야!”

“상병신이야!”

“방금 손을 살짝 들어 올린 것도 뜻이 있을 거라고!”

“정신 나갈 거 같아! 너무 멋있어!”

세상을 구한 그 무언가 같아 보였다.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그가 급히 백염을 끈 순간.

“우와아아아악!”

3중대를 시작으로 1군단 전체가, 아니 광신도들이 일제히 강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