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86화 (186/277)

186화 검과 바람과 불꽃

한국 헌터계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는 세 인물.

헌터 학교에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긋지긋할 정도로 배우는 세 명이 있다.

바로.

“산군, 태풍, 검성이요!”

막 입학한 아이들이라도 고사리손을 번쩍 들고선 외칠 정도로 유명한 이름.

그리고 아이들이란 원래 서열에 더 민감한 법.

“아냐! 태풍, 산군, 검성이야!”

한 아이의 대답에 다른 아이가 대번에 어깃장을 놓았고.

“아닌데? 아닌데! 산군, 태풍, 검성인데?”

“태풍, 산군, 검성이라고!”

“산군, 태풍!”

“태풍이 제일 쎄!”

“아냐. 산군이 호랑이로 변신해서 손톱으로 가르면 태풍도 갈려!”

“사람이 어떻게 바람을 가르냐!”

산군, 태풍, 산군, 태풍!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누가 제일 강하냐가 크나큰 관심사였고.

순식간에 교실은 산군파와 태풍파로 갈렸다.

엇비슷한 목소리로 와글거리는 아이들.

예전에는 태권제트, 마진가 중 누가 더 강한가를 두고 싸웠듯.

요즘 애들은 산군, 태풍으로 나뉘어 다투는 중.

물론.

“검성! 검성이 가장 강해!”

“검성, 산군, 태풍인데.”

검성이 가장 강하다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으나.

“검성은 빠져!”

“빠져!”

“우리 아빠가 검성은 일등 아니랬어!”

이번만큼은 산군, 태풍 지지자들이 일제히 소수의 검성 지지자들을 향해 한목소리를 냈다.

검성 이석천은 최강이 아니다.

그 모습을 보며 선생도 잠시 추억에 빠졌다.

“나 어릴 때는 검성이 최고였는데.”

자신이 어릴 때만 해도 검성이 부동의 1등이었고 산군과 태풍은 그 시절에도 2, 3위를 다투었다.

그런데 검성이 게이트 공략에 실패한 이후.

검성은 부동의 3등으로 강등, 산군과 태풍이 1, 2위를 다투니.

이석천의 기억이 이런 사실을 들었다면 땅을 치며 아쉬워했으리라.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켜져 가자.

“자, 자! 애들아! 검성, 산군, 태풍 헌터님들은 서로 싸우거나 경쟁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검성의 이름을 가장 앞에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집중하자.

“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뭐라 했었죠? 한국 최초로 S급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 검성 헌터님과 태풍 헌터님이 서로 경쟁했다고 했던가요?”

“아니요!”

“그럼 두 분이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하셨다고 했죠?”

“같이 힘을 합쳐 싸웠어요!”

아이들이 싸우던 것도 잊고는 금세 선생님의 말을 따라 아기 새처럼 일제히 답했다.

“그래요. 두 분은 그 강하고 무서운 몬스터를 상대로 같이 힘을 합쳐 싸웠답니다. 그러니 다들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힘을 합치기로 해요?”

“네에! 선생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선생님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음 수업을 이어 나갔다.

그런 선생님도 모르는 한 가지 사실.

* * *

“흥! 저 재수 없는 양복쟁이 녀석이랑 협력은 무슨! 어쩌다가 나온 기술이지!”

검성과 태풍은 힘을 합쳐 싸운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합격기가 아니었습니까?”

“그래!”

이석천과 김도현이 의도치 않았던 기술.

[검성의 기억 조각 60% 달성! 기억 조각 혜택으로 과거 친우와 펼쳤던 합격술을 재현합니다!]

분명 알림창은 이렇게 알려 주었으나.

“어쩌긴 둘이 치고받고 싸웠지!”

“S급 괴수를 두고요?”

“저 양복쟁이 녀석이 꼴 받게 하잖아!”

“그래서요? 싸우다가?”

“그러다 생긴 기술이라는 거다!”

강현의 어이없다는 표정에 검성 이석천이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뭐 서로 싸우다가 개발한 기술이긴 하지만.

“뭐 어떠냐?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지!”

결국 헌터는 결과로 말하는 직업 아닌가!

그의 당당함에 강현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검성, 산군, 태풍.

한국 헌터계를 이끈다는 세 명이 이런 상태라니.

어째 멀쩡한 사람이 없는 듯한 느낌.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

“그냥 검을 휘두르면 되는 겁니까?”

강현이 자신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거친 바람을 보며 물었고.

“그럴 리가!”

검성 이석천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설명을 해 줘야죠!”

몰려오는 바람을 보니 이대로 있다간 적보다 강현이 먼저 산산조각 날 지경.

강현의 다급한 표정을 본 검성 이석천이 당당히 가슴을 펴며 외쳤다.

“맞서 싸워!”

“네?”

“맞서 싸우라고!”

“누구랑요? 태풍 김도현 선배님이랑요?”

“그래! 놈이 쏘아 낸 바람에 맞서 싸워라!”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으나.

결국 검성과 태풍이 서로 싸우다 만들어 낸 기술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하압!”

강현이 몰아치는 용선풍을 향해 해파칠십이검 중 절반.

삼십육검을 준비했다.

그런 강현을 보며 검성이 찬찬히 말을 이었다.

“전에 보여 주었던 검, 기억하느냐? 그때 보았던 감각을 떠올려라.”

“공간.”

“그래,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다. 쌓아 나가는 거지. 바람을 부수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거다.”

“제압.”

“내리눌러라. 그리고 네 검을 따르게 해라.”

공간이 네 것인데 바람이라고 다르겠느냐.

검성의 마지막 말이 강현의 머리에 크게 울렸다.

지난번 검탑에서 보았던 검성 이석천의 삼십육검.

위력이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너라면 끝자락이라도 흉내 낼 수 있을 거다. 이제 검이 아닌 세상을 휘둘러 봐라.”

검성은 확신했다.

녀석이라면 반드시 해낼 거라고.

“알겠습니다.”

그의 진지한 말에 강현도 진지하게 답한 후.

자신의 검을 펼쳐 내기 시작.

[거인의 강골, 세개의 폐, 능숙한 몸놀림, 강인한 팔뚝, 강인한 하체와 연계하여 신체를 강화합니다!]

신체 관련 스킬들이 강현의 몸을 단단하게 그리고 굳세게 만들어 주었고.

[중급 마나 운용법, 월하심법, 마력지체, 정밀함, 절약정신을 적용하여 마나 사용 효율을 높입니다!]

끊임없는 마나가 세차게 흐르며 몸 전체를 휘감다 못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신체에 가득한 마나와 힘을.

[와룡승천 스킬을 발동합니다! 순간적인 폭발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순식간에 탈력에서 전력으로 바꾸어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공간을 찢어 버릴 정도의 위력.

그러나.

“다시!”

검성 이석천은 오히려 불만족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강현을 독촉했다.

“공간을 찢는 것 말고! 공간을 휘둘러라!”

그의 말에 강현이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그의 강인한 몸과 깊은숨에도 점점 한계가 다가올 때.

[검성 이석천의 기억과 이전 보았던 검술을 분석합니다!]

[연구자의 눈 스킬을 발동합니다! 검성 이석천의 검술을 재해석하여 적용합니다!]

강현이 지금껏 본 검성의 검술이 낱낱이 해부되었고.

‘느끼자. 넘어서자.’

강현이 이해하기에 앞서 몸으로, 본능으로 검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강현이 예전과는 반대로 검을 천천히 휘두르기 시작.

일 검, 일 검을 쌓아 나갔다.

곧 강현의 검 끝에 묘한 기류가 어렸고.

그 어렴풋한 느낌을.

[흐름 파악 스킬을 발동합니다! 기존 검존 스킬과 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점유합니다!]

흐름 파악과 검존 스킬로 재빨리 잡아냈다.

그러자.

강현을 중심으로 군용 보급 검이 공명을 시작.

점자 떨림을 키워 나갔고.

주변에 있는 공간도 공명을 시작했다.

검을 따라 땅, 공기, 풀, 마나…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를 공명 속에 포함하니.

우우우우웅.

검성 이석천이 했던 것처럼 소리를 지우지는 못했으나 모두가 같은 울림을 품었다.

그리고 그 공간 속을 태풍 김도현이 쏘아낸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방금까지는 이를 어떻게 해야 고민했으나.

“…바람도 같다.”

답을 깨달은 강현이 작게 미소 지으며 다시 검을 휘둘러 자신의 울림으로 태풍 김도현의 바람을 휘감았고.

이내 태풍 김도현의 바람도 강현과 같이 공명하며 공간의 일부가 되었다.

강현의 존재감과 주변 모든 것이 일치한 순간.

통제권이 전부 강현의 검 끝에 달려 있으니.

이것이.

“공간을 휘두른다.”

검성이 말한 공간을 휘두른다는 의미.

강현이 태풍 김도현의 바람을 검 끝으로 조종하며 검성을 바라보았고.

검성 이석천이 강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건만.

단번에 이를 해내다니!

“잘했다. 역시 내 제자답다!”

검성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마주한 강현이 이번엔 자신을 향해 눈을 번뜩이는 어둠의 주교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젠 지네가 되어 버린 놈을 보았다.

“크아아악!”

“끼에에엑!”

놈들이 고함과 괴성으로 공명하며 공격을 준비했고.

강현은 이에 맞서.

[해파칠십이검에 태풍의 바람을 얹습니다!]

검과 바람을 쌓고 또 쌓았다.

점차 두텁게 쌓여 가는 검과 바람의 벽.

그리고.

[백염을 사용하여 정화의 불을 일으킵니다! 펫 구찌가 이를 보조합니다! 무한의 불꽃 효과로 불길이 더욱 거세집니다!]

검을 타고 강현과 구찌가 일으킨 백색 화염이 번져 나갔다.

바람이 몰아치고 검이 춤을 추고 백염이 몸을 흔든다.

이 셋은 서로를 밀어내거나 부딪히지 않았다.

[검을 탄 바람이 거세집니다, 바람을 탄 불이 거세집니다!]

검으로 묶은 공간 안에서 서로 공명하며 더욱 힘을 키워 나가는 중.

거칠게 뛰노는 바람과 화염과 검 중앙.

“…….”

강현만은 너무나 고요했고 또한 침착했다.

공간의 주인은 강현이니 흔들릴 것도, 위험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느끼는 건 강현, 검성뿐만이 아니었다.

“저건… 태풍의 눈.”

김도현도 바람과 불꽃을 휘감은 강현을 보며 오래된 추억 한 자락을 떠올렸다.

몰아치는 풍경 속, 완벽한 몰입과 안정.

과거 자신의 친우가 보여 주었던 모습.

그 검을 계승한 자가 다시금 자신의 바람을 이용해 그 시절의 기술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친구야… 이 모습을 봐야지. 대체 어디 있단 말이야…….”

그가 감격한 목소리로 그 시절의 친우를 찾았으나.

대답이 있을 리 없었고.

태풍 김도현이 천안룡 앞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괴로운 얼굴을 했다.

“빌어먹을.”

그가 욕을 뇌까리며 지나간 과거를 흩어 낼 때.

“지금이다!”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친우, 검성 이석천이 강현에게 때가 왔음을 알려 주었고.

“하아아압!”

강현이 고요한 침묵을 깨며 기합을 내지름과 동시에.

지금껏 쌓아 놓았던 검과 바람과 불꽃을 몰아.

놈에게 던졌고.

쿠콰카카카카!

그의 공격이 훈련장 하늘을 뒤집으며 몰아쳤다.

이를 맞이한 어둠의 주교와 천안룡도.

“웃기지 마라!”

“키에에엑!”

자신들의 모든 힘을 다해 강현의 공격에 대항했다.

질 리가 없다.

“천안룡과 어둠의 힘이라면 질 리가 없어!”

자신의 능력에 더불어 천안룡의 능력까지!

이는 검성이 살아 돌아와도 막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놈들을 보며 검성이 씩 미소 지었다.

“내가 다시 살아 돌아와도 저런 위력을 낼 순 없을 거다.”

아무리 검성이라 불리는 자신이라지만 같은 성취라면 강현이 휘두른 저 위력을 낼 수 없으리라.

그만큼 지금 강현이 내뻗은 검의 위력은 차원이 달랐고.

“끄아아아악!”

차근차근 놈의 독과 어둠의 마나를 살라 먹고 흩어 내고 깨부순 태풍이 천안룡을 감쌌다.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외피가 타오르고 부서졌다.

수천 개의 다리가 하나하나 날카로운 검에 의해 잘려 나갔다.

놈의 능력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놈의 몸 또한 차근차근 깎아 나갔고.

이윽고.

추레한 모습만 남은 어둠의 주교가 숨을 헐떡일 때.

[그림자 이동 스킬을 사용합니다]

강현이 깊은 그림자를 타고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으로 잘렸음에도 하늘에 닿을 듯 거대했던 몸이지만.

모든 게 깎여 나간 지금은 그저 죽기 직전의 괴물 한 마리일 뿐.

주변을 감싼 바람과 백염 속에서 비참하게 죽음을 기다릴 뿐.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군 이제.”

강현이 숨을 헐떡이는 주교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놈이 빛을 잃어 가는 눈을 들어 강현을 바라보았고.

“뭐냐… 대체 너는… 뭐야.”

머릿속에 가득한 물음을 뱉어 내었다.

“세상의 모든 걸 해석할 수 있었다. 지루했다. 그래서 어둠이라는 새로운 것에 눈을 떴고. 이젠 그 어둠마저 해석했다 생각했다. 근데 너는 대체 뭐냐.”

지금껏 그 많은 마나 코드와 현상을 분석했던 연구원의 비범한 머리로도 알 수 없었다.

대체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은 뭐란 말인가.

어둠보다 위대한 자?

어둠을 죽일 자?

아니면 혹시 검성의 재림?

그가 흔들리는 눈으로 강현을 바라볼 때.

강현이 어둠의 주교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입을 열었다.

“운빨 좋은 놈.”

“뭐?”

대단한 대답을 기대했던 놈이 입을 벌릴 때.

“넌 운이 없었고 난 운이 좋았다. 그뿐이야.”

강현이 답을 끝마치고선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그와 강현의 모습을 가려 주던 불꽃과 바람이 점차 공간을 좁혀 왔고.

결국 놈은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흩어져 버렸다.

동시에 강현이 휘둘렀던 검과 바람과 불꽃도 사그라들었다.

[어둠의 주교를 처치했습니다! 어둠의 권능을 약화했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고물 주교의 권능을 획득했습니다!]

[권능 소환, 마나 분석, 예감을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공간 죽음의 땅을 검탑에 이식했습니다!]

[구한 사람의 숫자: 1… 40… 700… 1,500… 4,043… 18,900…….]

[구한 사람 숫자 총 134,500명 도달!]

[비극적 재해를 이겨 냈습니다! 조건 달성으로 새로운 보상을 지급합니다! 모두를 구해 냈습니다! 보상을 강화합니다!]

[히든 조건 태풍의 눈을 이루어 냈습니다! 보상을 추가합니다!]

[기존 이식된 죽음의 땅에 훈련장 전체를 복사하여 옮깁니다! 전투 경험 및 잔여 능력을 옮깁니다!]

[천안룡의 시체를 복사하여 검탑에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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