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필요한 때에 커다란 행운
처음, 특임대장 강준진 준장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아무래도 이번 훈련 중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 같아. 혹시 모르니 주임 원사도 좀 같이 움직여 줘요.”
특임대 주임 원사 박상원 원사로서도 의아한 특임대장의 말.
지금껏 강준진 준장과 한 군 생활만 수십 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좋지 않은 일이라니?
그로서도 처음 보는 모습.
문득 박 원사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이름 하나.
“최강현… 이라는 친구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래요.”
군대에 입대한 후 누구는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일들을 연속해서 겪은 병사.
그리고 십이면 팔구는 죽었을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나와 기적을 이루어 낸 이름.
심지어 지난번엔.
‘싱크홀에서 살아 나왔다지?’
박상원 원사가 지난 강현의 활약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도 강현이 한 말이라면 흔들렸을 거다.
거기다.
“서윤진, 선설민까지 그의 말을 믿어 보라고 하더군.”
“선설민 중령까지 말입니까?”
“네, 그 둘의 설득에 안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참.”
서윤진에 선설민까지 힘을 실었다면 무시하기 더 힘들었을 거다.
물론 단순히 선설민과 서윤진 덕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으나.
‘그 둘을 설득한 건 최강현 상병.’
모든 일의 시작점은 바로 강현.
지난번 오성탁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최강현이라는 병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주변 모든 이가 벌떼같이 일어났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얼굴도 잘 모르는데 말이지.’
심지어 자신도 오성탁 준위에게서 강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연줄을 다 사용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한 번쯤은 확인하고 싶었다.
어쩌면 한국 최고, 최강 헌터의 후계자일지도 모르는.
아니 후계자임이 틀림없는 최강현이라는 사람의 저력을.
“어때 자네. 나랑 재미있는 내기 하나 하지 않겠나?”
처음, 장난으로 해 본 내기 발언.
그런데 강현이 총을 한 발 발사한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
“전군 방어!”
“방어선을 지켜라!”
“각 중대 참호를 최대한 지키되 길드와 연계해서 몬스터들을 막아!”
정신을 차려 보니 훈련장 전체가 전쟁터로 바뀌어 버렸다.
반신반의하며 준비했던 작전 덕에 피해는 전무.
강현의 첫발이 실제 가고일을 맞춘 덕에 적의 기습을 미리 알아차려서 이룰 수 있었던 성과.
지금도 한 발 한 발 정확히 진짜 몬스터에게만 총알을 꽂아 넣는 강현의 모습을 보며 박상원 원사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처음부터 모든 걸 의도한 건가?’
위험을 예견한 것도, 적의 습격 시작을 알린 것도 강현.
그는 어쩌면 모든 걸 알고 움직인 것 아니었을까.
만일 강현이 알려 주지 않았다면?
강현이 저 가고일을 맞추지 못했다면?
상상도 못 할 피해가 있었을 터.
“대체…….”
그의 기나긴 군 생활 중 처음으로 마주친 놀라운 인재.
강준진, 선설민이 그를 최 장군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장군감이라고?
아니.
‘국방부 장관감이다!’
박상원 원사가 강현의 대한 생각을 수정하는 순간.
“저격 내기는 안 하시는 겁니까?”
강현이 아직 여유를 잃지 않고선 주임 원사 쪽을 돌아보았고.
“으음, 이거 군단 최고의 저격수 호칭은 내주어야겠구먼. 내가 졌네.”
박상원 원사가 동시에 쓰러지는 수백의 괴물을 보며 내기를 포기한 순간.
[새로운 호칭 군단 최고의 저격수 호칭을 획득했습니다!]
[이전 사용자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고물 호칭을 획득했습니다! 호칭에 담긴 경험 전부를 흡수합니다!]
[전 군단 최고의 저격수 박상원 원사의 전투 경험을 흡수합니다!]
호칭에 담겨 있는 전투 경험과 호칭 능력이 강현에게 흘러 들어왔고.
[화기 마스터리 경험치가 대폭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저격수 특수 스킬 은엄폐를 획득했습니다! 저격수 특수 스킬 정밀한 사격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저격수 특수 스킬 탄도학을 획득했습니다!]
박상원 원사가 지난 세월 동안 갈고닦은 저격 스킬이 강현에게로 흘러 들어왔다.
주임 원사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호칭이기에 그 안에 담긴 경험치 또한 많았던 것.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능력을 흡수했으니.
[특수 스킬 은엄폐 스킬을 기존 그림자 얽기 스킬에 포함합니다! 그림자 하위 특성 더 깊은 그림자를 획득했습니다! 그림자의 어두움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강현의 능력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는 법!
[특수 스킬 정밀한 사격과 탄도학을 결합, 후임 이성민의 스킬 곡사와 기존 즉각 조치 스킬을 결합합니다!]
[새로운 연계 스킬 유도탄을 획득했습니다! 유도탄 스킬을 발동합니다!]
스킬을 발동하자.
강현의 총에서 뻗어 나온 총알들이 마치 제 주인을 찾아가듯 몬스터들을 타격.
“우와아아아!”
“후욱, 후욱. 살았다!”
더욱 효과적으로 적을 사살했다.
지금 현장에도 수많은 원거리 헌터가 있지만.
강현만큼의 효율을 내지는 못하는 중.
그의 사격술은 보면 볼수록 신기에 가까웠고.
‘검 말고 총이 주력이었나?’
저격수인 박상원 원사조차 강현의 주력 무기가 총인지 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은.
‘무엇이든 어떠냐! 통하는 무기가 최고지!’
검이든 총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위력적인 무기가 주력 무기인 법!
그도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총을 겨눌 때.
“내기에서 이겼으니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시겠습니까?”
강현이 박상원 원사에게 부탁할 일을 한 가지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황세아 중사, 황세아 중사가 홀로그램 장치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겁니다. 보호해 주십시오. 지금 황세아 중사의 임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탁은 바로 황세아 중사의 경호.
이전 강현이 황세아 중사에게 연구원이 조작한 홀로그램 장치에 함정을 심어 달라고 부탁.
[황세아의 함정 설치까지 남은 시간 10분]
그녀는 아직도 홀로그램 장치 주변에 남아 있는 상황.
만일 연구원이 이를 눈치챈다면?
그녀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저격수 한 명이 엄폐한 상태로 그녀를 지켜 준다면 훨씬 안전할 터.
더군다나 그 저격수가 전 군단 최고 저격수라면 더할 나위 있을까.
강현의 부탁에.
“음, 알겠다. 황세아 중사를 지킨다라… 이거 오랜만에 경호 임무를 맡아 보겠구먼.”
박상원 원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보았기에 이젠 확신했다.
강현이라면 뜻이 있을 거다.
지금껏 그를 보아 왔던 서윤진, 선설민, 강준진과 같은 생각.
그가 길리 슈트와 함께 스르륵 수풀 속으로 사라진 뒤.
“넌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거야.”
강현이 자신을 보며 눈을 빛내던 주교를 떠올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겨 낼 수 있다, 이겨 내야만 한다.
모두가 희망찬 얼굴로 몬스터를 맞이해 싸워 나갈 때.
“크하하학!”
연구자가 어이없게 들킨 자신의 계획을 보면서도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웃었고.
“진짜는 지금부터다!”
놈이 자신의 진짜 계획이 시작되었음을 외침과 동시에.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 심화, 필드가 현실 세계와 융합됩니다!]
보다 끔찍한 알림이 사람들의 눈앞에 떠올랐다.
“뭐야! 홀로그램 장치 멈추라고 했잖아! 당장 멈춰!”
전선을 바라보며 군단 특임대를 지휘하던 강준진 준장이 알림을 보곤 식겁하여 소리 질렀고.
급히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간부들이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는 뛰쳐나왔다.
“멈추질 않습니다!”
“마나 과포화 상태! 잘못 건드렸다간 터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훈련장에 홀로그램 몬스터들을 가득 소환할 만큼의 장치다.
만일 폭발이라도 했다간 지휘소는 물론 지금 모여 있는 병력 대부분이 마나 폭풍에 휘말릴 거다.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상황.
강준진 준장이 음침한 웃음을 흘려 대던 연구원을 떠올렸다.
“연구원은? 창연에서 온 연구원은 어디 있어! 이런 상황 해결하라고 부른 거잖아!”
방금까지만 해도 지휘소 앞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뭐라 뭐라 중얼거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자리에 있던 놈은 이미 사라진 상태.
다들 의아해하며 놈을 찾을 때.
“크크큭!”
놈은 이미 마나 과포화 상태인 홀로그램 장치 앞에 서 있었다.
마나를 과포화 상태로 만든 것도 연구원이 한 짓.
이제 진짜 마지막 단계를 위해 다른 자들의 접근과 이목을 차단하려는 의도.
그리고 그가 마지막 단계를 밟아 나가는 순간.
‘좀만, 좀만 더!’
거대한 홀로그램 장치 반대쪽에는 황세아 중사가 있었다.
강현의 부탁으로 마나 코드에 접속.
복잡한 마나 코드를 풀고 또 풀어 깊은 곳에 도착하자.
자신으로서도 처음 보는 코드에 접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더 필요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할 순 없는 상태.
심지어 막 해석을 끝마쳤던 필드 구현 장치까지 발동되며 황세아 중사가 손대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
그런데 때마침.
‘어어? 이건 또 뭐야.’
연구원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더니 홀로그램 장치를 만지작거리기 시작.
그녀의 눈이 번쩍 빛났다.
“크큭, 크크크큭!”
휘몰아치는 강한 마나 속, 무언가에 집중이라도 하는지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눈치.
그리고 새롭게 설정되는 마나 코드를 보고선 황세아 중사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이거야!’
이미 설정된, 더군다나 처음 보는 복잡한 코드를 굳이 건드리는 대신.
‘설정 중이라면 오히려 쉽지!’
코드의 기초부터 볼 수 있으니 황세아 중사가 충분히 이를 뒤틀 수 있을 터.
“크하하학!”
황세아 중사는 홀로그램 장치 넘어 발작하듯 웃으며 마나를 조작하는 놈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렸다.
문제는.
“모두 몬스터로 변했다!”
“전군 준비! 진짜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온다!”
그동안에도 병사들을 위협하는 위험이 커진다는 것.
이전에는 홀로그램 속에 몬스터가 섞여 있었다면 지금은 보이는 모두가 진짜 몬스터.
정말 몬스터 웨이브를 마주한 셈.
이젠 단순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 실제 상황! 모두 죽지 말고 버텨!”
실제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그 속에서 병사들과 각 길드가 고군분투했고.
“산군! 사방으로 퍼져 각 진형을 보호해!”
“창연 헌터들은 각 참호로 이동! 연계하여 적을 막아 주세요!”
산군과 창연 헌터들의 보조로 방어선을 유지하는 중.
아슬아슬한 싸움을 해 나갈 때.
마나가 거칠게 요동치더니.
후우우웅! 후우우웅!
“엇!”
“아앗!”
“이게 뭐야!”
현실과 게이트 환경이 합쳐지며 파두었던 참호 곳곳이 갑작스레 차올랐고.
훈련장 곳곳에 거대한 나무와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방금 떠올랐던 알림.
“융합이다! 모두 대형 유지해!”
게이트 내부에 있는 세계와 현실 세계가 합쳐지는 현상.
게이트 브레이크가 심해지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봐도 무방했다.
다들 더 어려워질 싸움을 예상하며 이빨을 꽉 물었다.
이젠 지형도 자신들의 편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판.
이 대규모 싸움터에서 죽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란 법은 없으니까.
물론.
“구찌!”
강현은 그렇게 만들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가 지금껏 사용하던 k-2H를 옆에 세워 두고는 놈들을 시원하게 쓸어버릴 무기.
K-3H를 거치.
곧 총구가 거친 불꽃을 토해 내며 총알을 뿜어냈고.
마치 땅을 헤집듯 몬스터들을 일제히 쓸어버렸다.
분당 700발 이상을 쏟아 내는 엄청난 화력!
거기다 강현의 마나까지 담뿍 머금은 총알들이 한 발도 빠짐없이.
[유도탄 스킬을 발동합니다! 상대의 치명적인 부분으로 저절로 향합니다!]
적의 급소를 뚫어버리니.
“우와 저게 뭐야!”
“아니, 분명 검이 주력이라 했잖아?”
“어, 총도 주력이었나 본데요?”
“대체 최강현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죠?”
“저도 이젠 모르겠습니다.”
천하의 산군과 창연도 놀랄 정도.
서대천과 김소희가 강현의 화력에 혀를 내두를 때.
우어어엉!
이번엔 몸집이 커다란 대형 몬스터들이 등장.
그중에서도.
“바위 거인이다!”
“미노타우르스!”
“전방에 붉은 오우거 출현!”
A급 방어력의 거대 몬스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미 많은 숫자에 더해 탱킹을 해 줄 거대 몬스터들까지.
강현이 쏟아 내는 탄막을 뚫고 밀려들어 오는 몬스터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
“삐이이익!”
그때, 강현의 부름에 구찌가 창공 높이 날아올랐고.
[무한의 불꽃, 날카로운 비행 스킬을 발동합니다!]
구찌가 뜨거운 불을 내뿜으며 전쟁터를 누볐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훈련장을 가로지르며 몬스터와 병사들을 구분.
[무한의 불꽃, 날카로운 비행 스킬 연계! 새로운 스킬 화염 장막을 활성화합니다!]
이번엔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장막이 훈련장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억지로 여길 통과한다고 해도.
쿠와아아악!
대부분은 타 죽었고, 살아 나온다 해도 이미 데미지를 많이 입은 상황.
이 정도라면 버틸 수 있다!
다시 희망을 품을 때.
[어둠의 주교가 어둠의 통로를 활성화했습니다!]
연구원, 어둠의 주교가 최후의 마나 코드를 완성.
자신의 의도대로, 어둠의 의도대로 현실과 어둠을 잇는 통로를 개방.
깊고 깊은 어둠 속.
번쩍.
붉은 눈동자 수백 개가 번뜩이는 순간.
[이전 보상으로 얻은 필요한 때에 커다란 행운을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