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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71화 (171/277)

171화 운이 좋군

참호.

기본적으로 땅을 파 이를 연결, 앞에는 벽을 쌓아 작은 성벽과 같은 효과를 내는 군사 작전 구조물.

기본적으로 엄폐물 뒤에서 몰려오는 적을 사격하기에 참호에 있는 쪽이 피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참호를 이어 붙이면 총알 등 보급선의 역할도 겸하니.

현대 백병전에선 중요한 군사 구조물.

그런데.

“아니 몬스터들 앞에 두고 참호가 무슨 소용인데?”

때론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놈들에게 총알은 먹히지 않고 어차피 헌터들은 대부분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오히려.

“참호가 저지대니까 더 안 좋지 않나?”

당연한 의문.

실제로 참호를 파는 게 사람을 상대로 전투했던 악습이 남은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고.

게이트가 열리고 헌터가 생긴 시대에 더는 맞지 않다는 말들도 많았다.

그러나.

“누가 무기만 쥐고 싸운데?”

오히려 이에 대해 반박한 건 군대가 아닌 길드들 쪽이었다.

“원거리 헌터들은 뭐 그냥 맞아 뒈지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보급은? 어디 게임처럼 하늘에서 보급이 뚝뚝 떨어지니 이 새끼들아?”

“그걸 굳이 참호를 이용할 필요가…….”

“그러니까 그 참호가 필요하다고! 우리가 필요하다고!”

결국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사람.

조금이라도 방어선을 지키고 싸움을 유리하게 끌어갈 건 다 이용해야 했다.

그중엔 참호도 포함되어 있었고 현재까지도 길드들이 게이트 공략 시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 구조물.

물론.

“그럼 모두 장비 준비해 주세요!”

“장비 꺼내! 모두 빨리!”

길드들의 참호 파는 법은 군인들과는 좀 다르다.

“산군 쪽은 대연 시스템 쪽 물건인가.”

“흥, 우리는 자그마치 독일사에서 만든 최고급 장비라고.”

“삼각별이라고 알랑가 모르겠네.”

자그마치 몸값만 수백억에 육박하는 헌터들이 손에 삽을 쥐고 참호를 팔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각 길드에선 참호를 파낼 수 있는 최고급 장비들을 구매해 놓았고.

“아니, 뭐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참호도 잘 판다는 법이 어디 있나?”

“참호는 군사 시설인데 군대 무기 만드는 대연 시스템이 한 수 위지. 삼각별? 까짓거.”

창연과 산군 길드의 참호 파기 경쟁은 자연스레 장비 자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만데? 우리는 100억짜리인데?”

“응, 우리 게 연비 더 좋아.”

“내구성이 비교나 되겠어?”

“너희 하나라도 망가질까 봐 덜덜 떨 때 우리는 금방 수리해서 다시 써.”

“수리비도 저렴해, 수리도 빨라.”

“이익! 네임벨류가 다르지 네임벨류가!”

“알고 보니 창연 길드가 매국노네.”

“아 맞지 우리가 애국자지.”

장비가 참호를 파내는 동안 거기에 마나를 집어넣는 헌터들 간 사소한 말다툼이 오갔다.

연봉만 수십억에 달하는 헌터들끼리 너희 장비는 얼마짜리니, 연비는 어떻니, 누구 것이 더 좋네 싸우는 꼴이라니.

심지어.

“외국 거나 쓰고 말이야 쯧.”

“외국이든 국내든 이기면 장땡 아닌가요?”

서대천과 김소희도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는 중.

“그 최강현이라는 사람은 우리랑 밥 먹을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말라고.”

“하, 뒤늦게 껴드셔 놓고선 참 뻔뻔하시네요.”

“이기면 장땡이라며?”

“…두고 보죠.”

생각보다 너무 유치한 서대천의 말솜씨에 김소희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차피.

‘산군은 우릴 못 이겨.’

장비도 차이가 나지만.

‘내가 있거든.’

김소희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이상 저들은 창연을 이길 수 없다.

[매니징 하위 스킬 효율 상승, 인사 이동 스킬을 발동합니다]

[업무 효율이 상승합니다!]

김소희의 능력은 전투가 아닌 조직 관리.

그런 만큼 이런 현장에서 어떻게 효율을 뽑아내는지를 잘 알았고.

“장비 저쪽으로 움직여 주세요. 아뇨, 헌터 분은 거기 말고 이쪽으로 움직여 주시고요.”

그녀가 재빨리 창연 길드원들을 움직이며 참호 파기 작전에 돌입.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를 본 서대천도.

“다들 힘내! 우리가 이겨야지!”

훈련팀을 독려하는 중.

마치 3중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

사실이 그랬다.

어쩌다 강현이 한 번 이긴 것일 뿐.

사람이 장비를 이기는 요행이 계속될 리가 없다.

창연은 산군을, 산군은 창연만을 이기면 된다고 생각할 때.

강현이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운일에 기구라…….’

사람의 힘 구를 운 일에 더해 십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

저들의 장비, 가격, 헌터들의 면면을 보면.

“이거 가능하겠냐?”

절로 이런 소리가 나올 만했다.

그러나.

“해볼 만합니다.”

남들이 다들 부정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때.

강현은 오히려 번쩍 삽을 치켜들었고.

“3중대 파이팅!”

벽력과 같은 목소리로 현장을 흔들었다.

갑작스레 터진 고함에 3중대가 놀라 고개를 들자

참호 위 삽을 들고 있는 강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다시금 3중대원들을 보며 삽을 번쩍 치켜들었고.

“파이팅!”

사기를 끌어올리자.

“파이팅!”

3중대원 전체가 커다란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러나 강현의 마음엔 들지 않았다.

아직 부족하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소리가 반복될수록 점점 커졌고.

강현이 삽을 바닥에 꿍 찍자 3중대원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에겐 삼각별 대신 이두박근이! 저 비싼 장비 대신 망가지지 않는 삽이 있습니다!”

그리곤 강현이 뜨거운 눈으로 3중대원들을 돌아보며 외쳤고.

“춘계, 추계 진지 공사에 각종 훈련들! 그때마다 우리는 참호를 팠습니다.”

[언변, 감화, 전파 발동합니다! 불요불굴 특성을 더하여 3중대원 전체의 사기를 드높입니다!]

그의 말에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훈련을 떠올린 3중대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마다 지겹게도 팠던 참호.

“수십억짜리 장비도! 대단한 트레일러도 없었지만 우린 24인용 텐트! 체단장에서 키운 이두박근! 망가지지 않는 무식한 삽만으로 이를 모두 해냈습니다!”

“…….”

“자 이제 묻습니다! 누가 베테랑이고 이 훈련장의 주인입니까!”

강연의 연설이 3중대원들의 귓가에 박혔고.

[군중 제어 스킬을 발동합니다! 대상자들이 당신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보냅니다!]

“3중대!”

“3중대가 베테랑이다!”

“우리가 베테랑이다!”

중대원들이 강현의 물음에 화답했다.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강현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대로 기죽어 있어야 합니까! 훈련장의 주인이자 참호 파기의 베테랑인 우리가!”

“파야지!”

“파야합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파야지!”

참으로 손쉽게 중대원들의 마음을 뒤집어 버렸다.

그들의 결의 어린 표정을 본 강현이 당당하게 외치며 삽을 바닥에 꽂았다.

“3중대 전체! 참호 파기 준비!”

“준비!”

“각 분대 모두 자리에 위치!”

“서로 방해되지 않는 자리에 서서 준비해!”

강현의 명령에 3중대원 전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고.

분대장들이 분대원들을 조율하며 순식간에 준비를 끝마쳤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중대원들의 모습.

물론.

[중대 관리 스킬을 발동합니다! 기존 분대 관리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중대원 전체가 기존 분대 스킬 교감, 전파를 사용합니다! 작업 능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여기엔 강현의 능력도 한몫했다.

“시작!”

“우와아아아아!”

“으아아!”

“파! 파고 또 파! 그냥 계속 파!”

강현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3중대가 높아진 사기를 바탕으로 삽을 끊임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현이 해볼 만하다고 했던 이유.

자신의 능력 그리고 분대 스킬의 위력을 알았기 때문.

정점을 찍은 사기와 훨씬 빨라진 작업 속도에 3중대원 전체가 흥을 느꼈고.

“어어? 저거 뭐야?”

“갑자기 저렇게 힘을 낸다고?”

“괴물들이야?”

강현 혼자가 아닌 3중대 전체가 미친 듯 참호를 만들었다.

거기다.

“아, 장비에 돌 걸렸다! 다들 빼고 다시 준비!”

“돌들은 옆으로 치우세요! 다른 장비 준비하고 바로 교체해요!”

강현이 얻은 사소한 운 하나가 더해지니.

산군, 창연이 땅에서 나오는 바위와 돌멩이들과 씨름하고 있을 때.

“야야, 장비 멈췄다. 다들 힘내!”

“3중대 파이팅!”

“바위고 뭐고 다 부숴 버려!”

3중대가 맡은 땅은 그야말로 돌과 바위 하나 없는 옥토.

가로막는 물체들이 없으니 삽이 쑥쑥 흙을 퍼 올렸고.

절로 흥이 나 어깨와 이두를 들썩이며 속도를 높였다.

“어어? 저러다 진짜 이기는 거 아냐?”

“에이, 설마.”

3중대, 창연, 산군 길드가 서로 참호 내기를 했다는 소식에 구경하러 온 간부들도 3중대의 기세에 내심 기대를 품을 정도.

그만큼 강현의 연설과 사기 진작은 효과는 대단했다.

물론.

“아, 역시. 봐 봐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

“하긴 장비가 다른데 사람이 이긴다는 게 어렵긴 하지.”

점점 시간이 갈수록 사용법에 익숙해진 산군과 창연 길드가 3중대를 따라잡았고.

곧 그들을 역전할 상황.

“이이익!”

“으아아아아!”

“점심 식사!”

이를 느낀 3중대원들도 어떻게든 이겨 보려고 노력했으나.

“따라잡았다!”

“이대로 밀어붙여!”

지치는 사람과는 다르게 지치지 않는 장비가 3중대를 거의 따라잡은 상황.

“졌지만 잘 싸웠네.”

“그래, 이 정도면 자존심을 세웠지.”

그래도 3중대의 뛰어난 분투에 다들 박수를 준비했고.

“그래, 이게 군인 정신이지! 아주 훌륭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3중대를 보며 선설민도 차오르는 군인 정신에 감동할 때.

“아직 전력이 아니다!”

강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외쳤다.

운1은 이미 써 버린 상황.

결국 인간의 힘으로 기9를 채우는 건 불가능한 걸까.

‘아니! 할 수 있어!’

강현은 이를 부정했다.

운을 이끄는 사람들은 그렇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언젠간 넘어선다.

주변 사람들의 운마저 뒤틀고 이를 통해 자신도 더욱 높은 곳에 올라간다.

지금 강현이 하려는 행동이 바로 이것.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것!

그리고 역시나 강현의 의지에 능력이 화답했다.

[중대원들의 신뢰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중대 스킬 증폭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에게 감화된 중대원들의 숫자에 따라 사기와 능력이 높아집니다!]

[3중대 감화율: 100%!]

[모두가 당신을 따릅니다! 증폭 스킬 효과 증가! 중대원 전체 능력 20% 상승!]

강현을 향한 믿음과 지금껏 그가 보여 주었던 행동들이 이번엔 새로운 중대 스킬로 돌아왔고.

중대원 전체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힘으로 움직였다.

그뿐만 아니라.

[진지 건설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중대 스킬 전이를 사용하여 주변 중대원들에게 효과를 전파합니다!]

강현의 진지 건설 스킬이 전이를 타고 넘어가자.

차례차례 중대원들의 삽질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리고 마침내.

“3중대 참호 건설 끝!”

“창연 길드 참호 완성했어요!”

“산군 길드 참호 완성!”

간발의 차이로 3중대가 처음, 다음으로 창연과 산군이 거의 동시에 참호 완성을 외쳤다.

“…….”

잠깐의 고요함 뒤.

“3중대 승!”

누군가가 3중대의 승리를 선언했고.

“우와아아아악!”

“이겼다! 우리가 장비를 이겼다!”

“아니 이두박근으로 수십억을 이겼다!”

그제야 3중대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기뻐 날뛰었다.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 이전에 이겼다는 게 가장 기쁜 모양.

그런 그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죠.”

“아니, 대체 뭐냐고 이건.”

김소희도 서대천도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저 사람 대체 뭐지?’

‘저 인간 대체 뭐야?’

강현에 대한 놀라움을 품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사람의 힘만으로 수십억짜리 장비를 이겨 버릴 줄이야.

그 기적의 중심에 강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호감이 생겼다.

김소희는.

‘보이는 능력 외에 숨겨진 게 많은 걸까.’

강현의 능력을 넘어선 사람을 당기는 무언가에 강한 호기심을 품었고.

서대천은.

‘저게 선봉인가.’

강현에게서 자신이 닮아야 할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과 호감은 당연하게도.

[3중대 특혜 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운빨 점수 1,000점 획득!]

[김소희, 서대천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총 운빨 점수 2,000점 도달! 운이 2에 달했습니다]

강현에게 운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강현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운빨 점수 이천, 운2에 달했다라…….’

딱 봐도, 뭘 해도 운이 착착 붙지 않겠는가?

강현이 김소희와 서대천을 바라보길 잠시.

“굳이 따로 먹지 말고 같이 드시죠?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보다 서로 교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강현이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질렀고.

[운2 혜택을 발동, 당신의 언변, 감화, 전파, 카리스마 스킬이 나머지 기8을 채웁니다]

[기존 퀘스트 보상 3중대 발전 기회가 3중대 진화 기회로 강화되었습니다!]

말 한마디로 퀘스트 보상을 강화해 냈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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