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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67화 (167/277)

167화 전준태

[검탑주 최강현의 의식을 탑으로 이동시킵니다!]

강현이 천천히 눈을 뜨자.

이젠 눈에 익은 검탑이 들어왔다.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풀이 좀… 자랐나?”

요즘 들어 황량했던 땅에도 여린 새싹들이 푸릇푸릇하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

강현이 막 움트기 시작한 새싹들을 피해 조심조심 검탑 입구에 다다르자.

- 검탑주 최강현 확인 검탑을 개방합니다

여성의 매끄러운 목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

강현이 말없이 검탑 입구 앞에 서 있어 봤으나.

-…….

탑은 이를 끝으로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성의 목소리는 분명 어머니의 것.

이전 어머니의 기억을 만나고 나서 그녀의 의식 일부가 검탑에 스며들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이후 강현이 검탑을 방문할 때마다 묘한 따뜻함과 안온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

특히 지난번 서윤진의 정보를 얻은 날.

분명 검탑은.

- 우리 아들 능력 좋네? ^^

자신을 아들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혹시나 어머니, 정수연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건 아닐까 기대해 보았으나.

그날 이후로 검탑은 다시 묵묵부답.

“후우. 그냥 잠깐 나타난 현상인가?”

기다려봐도 응답 없는 검탑을 보며 강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부모님은 살아 있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언젠간 만나게 될 테니까.’

강현이 지금은 때가 아닐 뿐이라며 마음을 정리하고는 성큼 검탑 안으로 들어서자.

“차라리… 죽여… 줘…….”

검탑 1층 중앙, 검귀 하나가 비쩍 마른 얼굴로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물론.

“엄살 좀 그만 피우십시오.”

다른 사람이 아닌 검성 이석천의 장난.

“이놈아, 네가 보기에도 너무하다고 생각지 않냐?”

그가 강현 옆에 서윤진 대위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투덜거렸다.

“둘을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혼자서까지 훈련이라니 이건 노동력 착취라고!”

이석천이 어깨를 부르르 떨며 강현을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물론.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니 노동력 착취까진 아닙니다만?”

강현이 그게 무슨 문제냐는 표정을 지으며 역으로 물었고.

“야, 너희야 번갈아 가면서 두들기지! 나는 쉴 틈도 없이 너희들을 상대해야 한단 말이다! 엉? 그게 보통 일이냐? 밖에 나가서 좀 싸워! 검성도 사람이야 사람!”

검성 이석천의 절규가 검탑을 울렸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자그마치 총 900번에 가까운 싸움.

검성은 홀로 서윤진과 강현의 합공을 견뎌 내야 했고.

이후에는.

“검 가르침 주신다지 않았습니까.”

강현의 검술 상대를 해 주어야 했다.

거기다 강현이 저놈은 진짜 훈련에 미친 인간인지 쉬지도 힘들어하지도 않았다.

분명 도플갱어에 빙의한 건 자신인데 어찌 점점 갈수록 강현이 괴물처럼 보일 정도.

어차피 이기는 건 자신이니 신체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건 문제가 아닌데.

“야, 나도 바깥 좀 보고 바람도 좀 쐬자!”

강현의 훈련을 위해 검탑 안에만 갇혀 있으려니 죽을 맛.

그러나.

“저기 밖에 새싹 났던데요? 충분히 즐기셨겠네요.”

검을 뽑아 드는 강현은 마치 기계와 같이 무감정해 소름이 돋을 정도.

“이, 이 미친놈아!”

결국 검성이 참지 못하고 욕을 해 보았으나.

“맞습니다.”

“맞아……?”

“네, 전 훈련에 미친 남자거든요.”

강현이 단번에 사실을 인정.

“검 드십시오.”

“…응.”

검성 이석천의 반항 의지를 완전히 꺾어 버린 뒤 다시 훈련에 돌입.

검성과 검을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강현도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 호칭 및 퀘스트 보상 결과로 훈련 효율 400% 상승!]

자그마치 훈련 효과 네 배!

[당신이 다가갈 검술의 극의를 마주했습니다!]

[해파칠십이검 경험치 상승 속도 증가!]

거기다 훌륭한 스승까지 있다!

추가로.

[검탑주 최강현의 복구를 완료하였습니다!]

죽음이나 부상이라는 패널티 따위 없는 훈련장이라니.

‘이건 못 참지!’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괴로워도 강현에겐 쏟아지는 경험치가 즐거움이었고 자양 강장제였다.

“즐거워! 즐거워 미치겠어!”

강현이 검성과 마주해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이, 이 미친놈아 따라오지 마!”

이젠 검성 이석천이 그를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검술에선 이길 수 있으나.

“저건 괴물이야! 훈련에 미친 괴물!”

강현의 광기를 이길 순 없었다.

그렇게 검성 이석천이 강현의 훈련 강요를 피해 도망치는 순간.

강현의 광기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

[검탑에 담긴 경험 중 일부를 읽어 들입니다!]

[검탑이 복사한 전우 서윤진의 광기가 검탑주 최강현에게로 이전됩니다! 훈련 효율 상승! 신체 능력 상승! 스킬 위력 상승!]

지금껏 서윤진이 뿜어냈던 광폭화의 기운이 강현에게 스며들기 시작.

강현의 눈이 새파랗게 번뜩였다.

“자, 잠깐! 강현아! 강현아! 나 스승이다! 선배님이야!”

강현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마주한 검성 이석천이 고함을 지르는 와중.

강현이 그런 검성을 향해 미친 듯 해파칠십이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검탑에 담긴 광기?’

강현이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며 검을 우뚝 멈추었다.

잠깐 이해하기 어려운 알림에 눈을 깜빡이길 잠시.

‘그러니까 겁탑에 복사된 중대장님의 광폭화가 나한테 전이된다고?’

검탑에 광기가 복사된다는 건 알았으나 이 광기를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없었는데.

강현이 고민하길 잠시.

“오히려 좋아.”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지금껏 서윤진 대위가 광폭화에 미친 모습만 보아 왔지 그 효과를 경험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직접 그 광기를 몸에 받아들여 보니.

“이렇게 힘이 넘치는 느낌이구나.”

마치 버프라도 받은 듯한 느낌.

근육은 잔뜩 부풀어 힘을 뿜어내려 꿈틀거렸고 몸을 휘도는 마나는 거친 해류가 되어 튀어 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강현이 이성적으로 이를 분석하려는 순간.

[사용자의 광기가 가라앉았습니다. 검탑에 담긴 광기도 가라앉습니다]

방금까지 그를 채우고 있던 광기가 옅어짐과 동시에 몸에 가득하던 힘도 스멀스멀 빠져나갔다.

그 공허함에 강현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저, 저기 이것 좀 치워 주면 안 되냐?”

검성 이석천이 미간 바로 앞에서 멈춰 선 검끝을 손가락으로 슬쩍 밀어냈고.

강현이 검을 검집에 밀어 넣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오, 정말? 잘 생각했다! 잘 생각했어!”

훈련이 끝난다는 말에 이석천이 반쯤 우는 얼굴로 기뻐할 때.

강현이 씩 미소 지었다.

“다른 훈련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으윽! 검탑에서 말이냐?”

그렇다면 지난번처럼 가출이라도 하리라.

검성이 충동적 가출 계획을 수립하려 할 때.

웨에에에에엥!

갑작스레 하늘에서 아득히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부대에서요.”

강현이 검성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훈련 끝날 때까지 검탑 훈련은 힘들 겁니다. 그러니 푹 쉬어 두세요.”

끼얏호!

검성의 환호를 마지막으로.

[검탑주 최강현의 의식을 원래대로 되돌립니다!]

강현의 의식이 검탑을 떠나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왔고.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훈련 상황! 훈련 상황! 전 부대는 전투 준비 태세에 임하도록. 전 부대는 전투 준비 태세에 임하도록!”

훈련 상황 전파가 방송을 타고 부대 막사를 울렸다.

전투 준비 태세, 흔히 전준태라 불리는 상황에.

“등화관제, 등화관제!”

생활관 막내인 오목교와 이성민이 급히 움직여 생활관 커튼은 완전히 닫아 버린 후.

“모두 군장 싼 후 생활관 물자 분류하십쇼!”

강현이 벌떡 일어서며 군장을 꺼내 물품을 쑤셔 넣기 시작.

[정리정돈 스킬 발동!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군장 싸는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마치 빨리 감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군장을 완성했다.

“물자 분류! 방치, 후송, 파기, 적재, 휴대로 물자 분류!”

강현이 재빨리 움직이며 생활관 물품들을 준비된 박스에 넣었다.

그가 박스 하나를 채웠을 즈음.

“생활관 물자 분류!”

그제야 군장을 다 꾸린 생활관 인원들이 강현을 돕기 시작.

남들은 한참 고생해서 하는 물자 분류를 그야말로 순식간에 끝마치고선 생활관 밖으로 나서자.

“…….”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텅 빈 복도에서 잠시 주춤할 때.

“1분대 움직이겠습니다!”

강현이 물자 분류를 끝마친 박스를 번쩍 들고는 분대원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그들을 보며.

“와, 뭐야 1분대 벌써 끝났다고?”

“진짜 미친 건가?”

“아니 미리 해 놓은 거 아냐?”

다른 분대들이 입을 쩍 벌렸다.

본인들은 이제야 군장 마무리 끝나가는 중인데.

“1분대 물자 분류 끝났습니다!”

강현이 이끄는 1분대는 벌써 물자 분류까지 끝내고 집합 장소에 도착한 상태.

물론.

“어? 벌써? 물자 분류까지 모두?”

막 시간을 확인한 서윤진 대위가 슬슬 중대장 스킬 실망하기를 시전하려는 찰나.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튀어나온 강현을 보며 놀랐다.

“아직 차도 도착 안 했는데.”

심지어 물자를 실을 차도 도착하지 않은 상황.

잠시 생각하던 서윤진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곤.

“1분대는 최종 점검하면서 대기하고 차 도착하면 바로 물자 실어.”

“알겠습니다!”

강현과 1분대를 둔 채 막사 안으로 진입.

“이 중대장은 실망했다! 이렇게 느려 빠져서야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움직이겠어! 다들 물자 빼!”

바로 중대장 특기, 실망하기 스킬을 시전했다.

거기다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며 피하고 싶어 하는 일.

반복 숙달의 시작.

잠시 후.

웨에에에엥!

“훈련 상황. 훈련 상황.”

방금 그들이 들었던 사이렌과 방송이 반복된 후.

“다시! 지금 그게 군장을 싸는 거라고 싸는 거야!”

서윤진 대위의 호된 질책이 들려왔다.

평소에야 중대원들에게 친절한 서윤진이었지만 훈련 때만큼은 엄격한 호랑이.

거기다 본래 전투 준비 태세 중 물자 분류가 기초이자 핵심인 만큼 허투루 넘어갈 생각 따윈 없었다.

물론 1분대는 막사 앞에서 다른 분대들이 고생하는 소리를 듣기만 할 뿐.

“최강현 상병님, 감사합니다.”

“강현아, 너만 믿는다.”

“고맙다!”

저 지옥 같은 반복 숙달 현장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군장이 한층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일곱 번쯤 반복했을까.

“이제 좀 쓸 만해 졌네. 빨리 막사 앞으로 튀어 나가!”

이제야 좀 나아진 물자 분류 상태를 확인한 서윤진이 막사 밖으로 나섰고.

“후욱, 후욱. 2분대 정렬!”

“4분대 정렬! 물자 분류 끝!”

“3분대! 늦다! 3분대만 다시 하고 싶어?”

“3분대 물자 분류 끝! 지금 나갑니다!”

다른 분대들이 아침보다 좀 더 초췌해진 얼굴로 박스를 들고 나왔다.

그리곤.

“아, 진짜 너희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했냐?”

“야, 좀 상도덕적으로 같이 나가자.”

“으으… 죽겠다, 죽겠어.”

자신들과 다르게 멀쩡한 모습의 1분대를 보며 부러워했다.

이내 모든 분대가 막사 앞에 모여 물자 분류를 끝마쳤고.

“3중대 차량에 탑승!”

“차량 탑승!”

서윤진의 명령에 다들 2.5톤 트럭 뒤에 몸을 실었다.

이후.

“출발!”

중대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탑승한 걸 확인한 서윤진 대위가 출발을 외치자.

인원을 태운 차량을 선두로 물자를 실은 차량들이 줄줄이 부대를 벗어났다.

우우우웅.

완연한 봄이 찾아온 날씨.

슬슬 꽃망울들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도로에선 서늘한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

“씨… 봄이 왔는데 우리는 왜 겨울이냐.”

“말년에 태극 훈련이라니. 말년에 태극 훈련이라니!”

차량에 탑승한 특임대 병사들은 봄바람을 맞아가며 위장 크림을 얼굴에 치덕치덕 바르는 중.

“아니 몬스터들 상대로 위장 크림이 무슨 소용이냐고.”

“아, 까라면 까는 거지 뭐 방법 있냐고.”

“야, 잘 발렸냐?”

“방금은 무슨 소용이냐며?”

다들 입으로는 불만을 표하면서도 손은 성실하게 위장 크림을 발랐다.

“우리 군단은 위에서부터 사선으로 검, 녹, 갈색인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손가락 따로따로 찍어서 발라라 안 그러면 다 섞여서 똥색 된다.”

강현은 분대 후임들을 챙기며 위장 크림을 바르는 중.

그때.

“오목교.”

“일병 오목교.”

“태극 훈련이 뭐야. 읊어 봐.”

김대영 상병이 지난번 오목교에게 교육한 훈련 상황을 물었고.

“군민 합동 훈련으로서 대규모 게이트 브레이크 상황을 가정. 군대와 민간 길드가 협력하여 이를 방어하고 몬스터들을 몰아내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루어지는 훈련입니다.”

오목교가 배운 대로 착착 답했다.

근래에 점점 실력이 붙는 오목교를 보며 김대영이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이어서.

“이번엔 이성민이 이어질 상황 이야기 해 봐.”

“우선 막사 내에서 전투 준비 태세 발령 이후. 합동 훈련장으로 이동합니다. 훈련장에서 합동 훈련할 민간 길드와 참호 방어선을 설치, 훈련에 들어갑니다.”

“대략적인 훈련 내용은?”

“기본적으로는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방어 및 주요 시설 방어 훈련을 진행합니다.”

이성민도 오목교 못지않게 훌륭히 답했고.

강현을 비롯한 분대 선임들 전체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야 좀 잡음이 있었으나 이제 오목교도 이성민도 어엿한 분대원.

그때 오목교가 질문이 있다는 듯 슬쩍 손을 들어 올렸고.

“그런데 이번 합동 훈련 길드는 어디인지 아십니까?”

물음에 대부분의 선임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지난번 했던 곳 아냐?”

“아무래도 했던 곳이랑 같이하겠지?”

“그게 편하기도 하고.”

다들 으레 지난번 같이 훈련했던 길드들이 오겠거니 생각할 때.

빠아아아아앙!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화려한 트레일러 여러 대가 3중대 행렬 오른쪽 차선에 붙더니.

“반갑습니다! 3중대 여러분! 이번 합동 훈련을 같이하게 된 창연 길드 매니저 김소희라 합니다!”

스피커를 통해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창연? 설마 창연 길드?”

“미친 창연 길드가 우리랑 한다고?”

한국 5대 길드 중 하나인 창연 길드의 등장에 다들 술렁일 때.

빠아아앙!

이번엔 왼쪽 차선에서 거대한 트레일러들이 또 등장했다.

그런데.

“하! 이번에 같이 훈련하게 된 산군 길드 선봉 서대천이다!”

스피커에서 울린 거만한 남자의 목소리가 자신들이 산군 길드의 일원임을 알렸다.

이어서 동시에 울린 한마디.

“여기 최강현 상병님 계신가요?”

“여기 최강현이라는 놈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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