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62화 (162/277)

162화 손만 잡겠습니다

[김준혁 이병이 잠시 도플갱어의 몸을 빌려 현실에 나타납니다]

강현이 김준혁 이병의 기억을 도플갱어에 심자.

도플갱어가 스멀스멀 김준혁의 모습을 되찾았고.

“엄마, 아빠. 저 준혁이에요.”

“……!”

“……!”

김준혁 이병이 그립고 그리운 부모님을 조심스레 불렀다.

반투명한 물체가 아들로 변하는 모습을 본 그들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이건 김준혁 이병의 진짜 기억입니다. 몸은 비록 도플갱어입니다만 정신만은 두 분의 아들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강현이 김준혁 이병의 부모님을 안심시켰고.

둘이 그제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들의 몸을 붙잡았다.

기억과는 다른, 너무 늙어 버린 부모님을 보며 김준혁의 기억이 서글픈 표정을 짓길 잠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배려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강현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가 기억 조각을 남겼던 이유는 자신의 기억을 통해 주교의 증거를 찾으라는 김준혁 이병의 보상.

그런데 강현은 증거를 찾는 것보다 우선.

“억울함은 풀어야지요. 김준혁 이병도, 평생 죄인으로 살 뻔한 김준혁 이병의 부모님도요.”

김준혁의 억울함과 부모님의 상처를 먼저 돌보았다.

그 또한 이등병이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알았기에.

“우린 전우 아닙니까.”

그의 억울함을 그냥 둘 수 없었기에 한 결정.

강현의 배려에 김준혁 이병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리곤 아직도 자신을 붙잡은 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하는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 잘 지내셨… 많이 힘드셨죠?”

“아니다, 준혁아. 아니야. 많이 힘들었지? 우리 아들.”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부모님의 급격히 늙어 버린 모습에 김준혁이 차마 잘 지냈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끝까지 자신들보다는 아들의 죽음과 억울함을 슬퍼했다.

“저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여기 있는 특임대 분들, 최강현 상병님 덕에 이제 편히 쉴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니까…….”

그가 잠시 메이는 목을 가다듬고는.

“어머니 아버지도 좀 쉬세요.”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저 생각하지 말고, 제 괴로움 잊어버리시고 이젠 편히 사세요. 아직 사셔야죠. 끝까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다가 나중에 저랑 만나요. 만나서 얼마나 재밌게 사셨는지 알려 주셔야 해요.”

김준혁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그의 부모님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이런…….”

“빌어먹을…….”

자리에 있던 강준진, 선설민을 비롯해 1분대원들과 의료진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에게도 부모님이 있고 자식이 있다.

어찌 그들의 아픔을 모를까.

그렇게 김준혁과 부모님의 마지막 인사를 눈물로 나눌 때.

“김준혁… 이병은 부대 선임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강현이 천천히 입을 뗐고.

“부대 선임들은 김준혁 이병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서윤진 대위가 강현의 옆에서 말을 이었다.

지금 김준혁에게 일 초 일 초는 가장 소중한 시간.

그의 시간을 아껴 주기 위해 강현과 서윤진이 직접 나서 그가 겪은 비극을 설명했다.

“김준혁 이병은 첫 휴가 때 도플갱어의 왕에게 살해당했고. 김준혁 이병의 모습을 복사한 도플갱어가 부대에 잠입.”

“…사건을 저지른 겁니다.”

부대에 복귀했을 땐 그가 이미 도플갱어에게 몸을 빼앗겼다는 사실.

그리고 선임들과도 사이가 좋았다는 사실.

부대로 잠입한 도플갱어가 선임들을 죽였고 오성탁이 이를 알았음에도 덮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제야 드러난 진실에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죄송합니다.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서윤진 대위가 김준혁 이병과 그의 부모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모든 사연을 들은.

“죄송합니다.”

“저희 잘못입니다!”

강준진과 선설민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어찌 변명할까.

이 끔찍한 비극 앞에서 어떻게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사과에.

“아아, 아우아.”

지금껏 꾹 닫혀 있던 어머니의 입이 열렸고.

쇳소리를 토해 내길 잠시.

“아들은, 우리 준혁인 살인마가 아닌 거죠? 그런 거죠? 우리 아들이 남들을 죽인 게 아닌 거죠?”

“네. 김준혁 이병은… 불운한 희생자였습니다.”

아버지의 물음과 강현의 확답에.

“아아아아아악!”

그제야 어머니가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슬픔과 비통함을 토해 냈다.

숨죽여 살았다.

죄인의 부모가 어찌 떳떳할 수 있겠는가.

평생을 사죄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니.

우리 아들이 살인마라는 누명을 뒤집어쓴 거라니!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째.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여보!”

“준혁아, 이 아빠가 미안하다! 이 아빠가 억울함 하나 풀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들의 억울함을 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김준혁 이병을 부여잡은 채 하염없이, 하염없이 울었다.

결국 어머니가 울다 혼절했고.

“의료진!”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동안.

“저 이제 가 봐야 해요. 아버지.”

김준혁 이병이 아버지에게 곧 작별 시간임을 알리려다가 문득.

“아, 마지막 떠나기 전에 어머니랑 저랑 아버지랑 사진이라도 찍을까요?”

“…아직 안 일어나셨는데요.”

의료진의 말에.

“…어머니 혼절한 날이라고 이름이라도 남겨 두죠. 뭐.”

김준혁 이병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기 위해 억지로 농담을 던졌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남겨 두기 위해 침상에 누운 어머니 옆에 아버지와 함께 섰고.

“최강현 상병님! 서윤진 대위님! 1분대분들 다 오세요!”

그가 도플갱어 왕에게 맞섰던 이들을 불렀다.

다른 건 아니고.

“이렇게 셋만 있으면 외로워 보이잖아요. 마지막… 사진이라도 좀 밝게 찍고 싶어요.”

부모님이 외로워 보일까 봐.

그의 부탁에 강현과 1분대, 서윤진이 그들을 둘러싼 뒤.

“자, 그럼 찍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아버지의 오래된 스마트폰 렌즈에 마지막 추억을 담았다.

김준혁 이병, 그의 아버지의 환한 미소 뒤.

“크흑.”

“으흑.”

오히려 1분대와 서윤진이 눈물을 글썽거렸고.

“웃으십쇼. 무조건 환하게.”

강현도 이빨을 꽉 깨물며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아들 잘생겼네.”

스마트폰에 찍힌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본 아버지가 화면을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가서도 잘 지내야 한다? 나중에 보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고.

“네, 아버지. 두 분 다 건강하세요.”

김준혁 이병 또한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사라지려다 문득.

“아! 아빠. 그거! 제 책상 서랍에 둔 거 있거든요! 그것 좀 찾아서 최강현 상병님 건네주세요!”

마치 준비물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마지막 부탁을 남기고 사라졌다.

흐물흐물 반투명한 도플갱어로 변해 가는 아들의 모습.

그러나 아버지는 이를 보며 끝까지 밝게 미소 지었다.

“그래, 알았다. 반드시 전해 줄게.”

학교 가는 아들을 배웅하는 듯한 가벼운 인사.

그 후련한 표정에 김준혁 이병도 가볍게 미소 지으며 사라져 갔다.

“…….”

“…우어어.”

곧 남은 건 아직도 아들을 배웅하고 있는 아버지와 이젠 이지를 잃고 웅얼거리고 있는 도플갱어뿐.

아들을 배웅한 아버지가.

“크흑, 흐흑.”

마지막 남은 잔여물을 털어 내듯 울음을 토해 내길 잠깐.

“아들의 억울함 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부족한 부모가 하지 못한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현에게 아버지로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런 아버지의 어깨를 잡은 그가 강준진과 선설민 중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여기 계신 분들이 해 주실 겁니다.”

물론.

“반드시 아드님의 억울함 풀어 드리겠습니다.”

“준장이라는 계급과 헌터로서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립니다.”

둘의 답에 비로소 아버지가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아들이 감옥에 들어간 뒤 웃을 일이 없었기에 어딘가 어색하고 기죽어 있는 미소였으나.

한편으론 마침내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후련해 보이는 미소.

그때.

[히든 퀘스트 누명을 쓴 피해자를 완수했습니다]

[김준혁 이병의 누명을 벗겼습니다. 보상으로 주교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추가 조건 살인마의 부모님을 완수했습니다. 보상을 강화합니다!]

알림창이 김준혁 이병의 억울함을 풀었다는 확답을 줌과 동시에.

“그리고 이거… 우리 아들이 전해 주라고 한 거… 여기 있어요.”

아버지가 품속을 뒤적이더니 누렇게 때가 낀 두꺼운 노트 하나를 내밀었다.

얼마나 닳고 닳았는지 앞에 쓰인 제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

“갖고… 계셨군요.”

“네,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오랫동안 매달렸어요. 이젠 최강현 상병님 당신에게 맡깁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서려 있는 오랜 회한과 고통.

김준혁 이병이 강현에게 주려던 정보 말고도 아버지가 알아낸 게 있는 걸까.

강현이 노트를 받아든 순간.

[새로운 고물 아버지와 아들의 때가 낀 노트를 수집했습니다]

[작성자와 계승자의 승인을 모두 얻었습니다!]

[고물의 경험을 완전히 흡수합니다!]

아들에 이어 아버지의 손때가 탄 노트에 담겨 있는 경험 전부가 강현에게 흘러 들어왔고.

[노트의 제목이 희생자들이 알려 준 어둠의 주교들로 바뀌었습니다]

이내 진짜 이름이 드러났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

“김준혁 이병의 친구들도 실종된 겁니까……?”

김준혁의 친구들이 사라졌다는 것.

김준혁 이병은 휴가 때에도 사라진 친구들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러다 도플갱어의 왕에게 먹혔고.

“아버지는 아드님이 쫓던 걸 쫓았던 겁니까.”

“남은 게 그것밖에는 없었으니까요. 저에게 남은 거라곤, 준혁이가 남긴 그 노트가 유일했으니까요.”

아버지는 혹시라도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 줄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아들이 남긴 노트를 따라 정보를 계속 모으고 있었던 것.

그들이 밝혀낸 사실들.

친구들이 어둠이라는 것에 투신하거나 납치되었고 그 뒤에는 사제와 주교라는 자가 있다.

그리고 주교는 한 명이 아니다.

[노트의 경험과 기존 스킬 연구자의 눈, 인물창 기능을 연계합니다]

[이후 사용자가 어둠의 주교와 마주칠 시에 이를 알려 줍니다]

[현재 발견한 주교: 0명]

아들과 아버지가 모은 정보들이 강현의 능력과 겹치면서 주교를 찾을 방법이 되었고.

‘나타난다면 반드시.’

그들이 희생시킨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을 벌하리라.

더 나아가 그들이 해하려는 사람들을 구하리라.

강현이 곧 마주칠 적들에 대해 적의를 불태웠고.

“이 개새끼들.”

검성 이석천도 덩달아 분노를 표출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 땅에 자리를 잡은 거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거야!”

물론 검성도 모른다.

그저 그들과 싸워 왔을 뿐.

‘앞으로의 싸움은 더욱 거칠겠어.’

강현이 앞으로 벌어질 전투와 어둠의 주교들을 어떻게 찾을지 고민하던 중.

“그래도 최강현 씨, 항상 자신의 안전부터 생각하며 움직여요.”

김준혁 이병 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에 퍼뜩 분노를 지워 냈다.

강현이 바라본 곳에는.

“그쪽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준혁이도 저도 신경 쓰지 말고 우선은 당신의 안전부터 신경 쓰길 바랍니다.”

한결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인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남편이 있었다.

그가 어느새 잔뜩 늙고 병색이 완연한 부인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살인마가 되고 우리는 우리를 버렸어요. 충격에 부인은 말을 잃었고요. 준혁이 동생도 그런 부모를 보며 얼마나 속이 썩었을지.”

“으음, 준혁아…….”

“그러니 혹여라도 우리가 지운 짐이 힘겨워진다면 그땐 버리고 가셔도 됩니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갈 때이니까요.”

부인의 손을 꼭 잡으며 다시 삶을 회복해 보고자 하는 결심.

이를 보며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맡겨 주신 짐, 끝까지 지고 갈 테니 결과를 지켜봐 주세요.”

강현의 다짐에 주변의 모두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래, 그게 헌터가 할 일이지.”

산군 서대호도.

“그게 우리 특임대, 더 나아가 군인이 할 일이지.”

강준진 준장도 주변에 다른 헌터들도 강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라는 이름을 지고 있는 자들의 숙명.

피하지 않으리라, 더욱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을 지키리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헌터가 결심했고.

‘더 강해져야 한다. 지금 보다 더욱.’

강현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결심했다.

그렇게 이감 호송 작전이 커다란 사건으로 마무리된 뒤.

국군 수도 통합 병원 병실.

“그래, 지금 수사과와 사령부에 김준혁 이병 관련한 자료 모두 고쳐 달라고 했고 곧 정정 보도도 나갈 거다.”

선설민 중령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윤진 대위와 강현을 두고는 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려 주었다.

우선 김준혁 이병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은 모두 정정.

“복무 중 사망으로 처리해서 사망 보상금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 유공자 쪽도 알아보고 있긴 한데 그건 확답하기 어렵네.”

그가 이후 이루어질 보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이렇게라도 보상이 되면 좋겠다. 아니 이런 일을 방지하는 게 우리의 일인데… 인제 와서 이러는 꼴이라니.”

선설민 중령이 차오르는 미안함과 후회에 고개를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일단 푹 쉬고 나중에 이야기 진행되면 또 알려 주러 오마.”

“충성! 들어가십시오.”

“들어가십시오.”

서윤진과 강현이 지휘관을 향해 경례하고는.

“저, 그런데 대대장님?”

“어?”

“저랑 강현이는 왜 같은 방인 겁니까?”

“맞습니다. 성별이 다르면 다른 병실 배정 아닙니까?”

의문을 표출했고.

“군인에 성별이 어디 있나! 군인 정신으로 같이 있어! 흠, 크흠!”

선설민이 대충 군인 정신을 방패로 내세운 뒤 황급히 병실을 나섰다.

물론 이것은 장군 부부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강현과 서윤진 대위가 잠시 어색하게 서로의 눈을 피하던 중.

“저, 중대장님?”

강현이 서윤진을 조심스레 불렀고.

“어, 어엉?”

서윤진이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강현의 목젖을 보며 답했다.

창문을 타고 살랑살랑 들어오는 봄바람이 코를 간지럽힐 때.

“저 믿으십니까? 손만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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