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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56화 (156/277)

156화 딜레마

도플갱어.

게이트가 열리기 전이라면 그저 그런 미신 또는 미스테리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에서나 다룰 내용.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 죽는다?

자극적인 섬네일과는 다르게, 어쩌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더라 뿌슝빠슝.

이런 허튼소리로 마무리되었겠지만.

게이트가 열린 지금.

도플갱어라는 몬스터는 실존했고.

지금 강현과 1분대의 주변을 가득 메우며 나타났다.

“흐응. 우리 강현이, 이 중대장을 보는 눈이 뜨겁네?”

“하아, 내장, 내장을 보고 싶어.”

서윤진의 겉모습을 복사한 도플갱어들이 달뜬 숨을 내쉬며 강현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꿀떡.

1분대원들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거릴 때.

“아, 아냐! 난 저런 생각한 적 없어! 강현아, 알지? 이 중대장 그럴 사람 아니다?”

서윤진 대위가 붉어진 얼굴로 강현을 향해 황급히 변명했다.

지금 저 도플갱어들이 자신이 쌓아 놓은 이미지를 완전히 망치고 있다!

“난 내 중대원에게 그런 마음 품는 사람 아냐. 알지? 강현아, 이 중대장 마음 알지?”

그녀의 열성적인 변명에 강현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수록 정곡을 찔린 사람 같아 보이는 건 왜일까.

“딱 한 번, 딱 한 번. 그러니까 목줄에 메인 꿈을 꾸긴 했거든? 근데 그건 꿈이잖아!”

거기까지 말한 그녀가 다급히 입을 막았고.

“목… 줄?”

“와우…….”

1분대원들이 저도 모르게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건 강현도 마찬가지.

“…목줄 꿈을 꾸신 겁니까?”

“아, 아? 아아.”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서윤진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강현을 보았고.

“이, 이 고무찰흙 새끼들이……!”

지금 이 사건의 원흉인 도플갱어에게로 분노의 화살이 향했다.

그녀가 눈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

“크르르.”

“크르르르르.”

1분대의 주변을 감싼 서윤진들의 눈도 동시에 붉어지기 시작.

“잠깐! 안 됩니다! 변신하면 안 됩니다! 중대장님! 당연히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거 압니다!”

강현이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며 그녀를 다급히 말렸다.

“진짜 믿어 주는 거지?”

“믿습니다. 중대장님을 믿습니다.”

강현의 단호한 말에 서윤진이 어정쩡한 자세로 분노를 멈췄고.

“1분대 집합!”

강현이 재빨리 1분대를 집합시켰다.

“방금 보셨습니까? 중대장님이 화를 내는 순간 놈들도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렇지.”

“도플갱어 중에는 남의 능력을 복사하는 놈들도 있으니까.”

다들 아는 사실.

그런데 그건 왜?

“그럼 우리가 모든 힘을 개방하지 않으면 놈들도 모든 힘을 복사하진 못할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네.”

“특히 중대장님이나 저 같은 경우는 능력을 발휘할수록 위험해진다는 겁니다.”

아.

주변의 수감자들까지 강현의 설명을 이해했다.

강하게 때릴수록 강해지는 놈들이니 힘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

당연한 소리였지만.

“이렇게 많은 도플갱어를 상대로는 아무래도 그건 힘들지 않을까?”

서윤진 대위가 금방 난색을 표했다.

그녀 또한 능력을 복사하는 도플갱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진 알고 있다.

그러나 능력을 아끼다가 저 많은 놈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혹은 방진이 깨진다면?

그때도 능력을 억제할 순 없을 터.

“차라리 압도적인 화력으로 쓸어버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서 보통은 서윤진과 같은 선택을 하기 마련.

차라리 압도적인 화력으로 단기간에 도플갱어를 무력화하는 방향을 택하는 전략.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겐 구찌가 있지 않습니까.”

강현이 하늘을 가리키자.

“꾸우우우!”

구찌가 하얗게 타오르는 몸채를 더욱 불태우며 크게 울었다.

그러고 보니.

“놈들이 왜 지금까지 공격을 안 했지? 설마 우리 구찌야 덕분에?”

서윤진이 먼저 그 점을 지적했고.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염의 효과가 머무는 곳에선 도플갱어의 능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구찌의 빛이 비치는 경계선에 걸친 채 머무는 놈들.

들어오지 못하는 꼴을 보니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가 강한 힘을 드러내는 순간 이를 복사. 달려들 겁니다.”

방금 서윤진을 놀리고 도발한 것 또한 그녀의 수인화를 유도해 복사하려는 속셈.

지금 구찌의 영향력으로 들어와 봤자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강현의 목소리는 당연히 도플갱어들에게도 들렸고.

“…….”

“우으.”

곧 서윤진을 도발하던 녀석들의 얼굴이 스물스물 녹기 시작했다.

강현의 말이 정답이었던 셈.

“아, 그렇다면 이대로 대기하는 수밖에 없겠네.”

“그래 계속 싸워 봤자 이기기가 어렵지.”

“차라리 이대로 견디면…….”

다들 쉬운 길을 찾았다 생각하며 좋아할 때.

“근데 계속 버틸 수가 없겠지.”

이번엔 장건철 병장이 고개를 저었다.

“우린 식량도 없고 물도 없으니까. 결국 몸은 약해질 거고 놈들이 그때 달려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서윤진 대위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력전밖에는 없는 걸까.

결국 변하지 않는 사실에 다들 무기를 고쳐 쥐며 싸움을 준비할 때.

“물론 강현이가 그냥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겠지.”

“맞아. 작전이 뭐냐, 강현아. 이제는 말 해 줘라.”

서윤진 대위와 장건철 병장이 다시 강현을 바라보았다.

둘이 생각하기에도 강현의 말은 이상론에 가까울 뿐.

결국 놈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현이라면 무언가 다른 방법이 있을 터.

그게 무얼까?

지금껏 강현을 보아 왔던 둘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를 향했고.

강현이 씨익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그러자 떠오르는 악몽 한 자락.

“각개전투?”

훈련병 시절, 가장 고됐던 훈련.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그때를 떠올린 1분대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강현이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우리가 펼칠 작전은 힘을 아끼면서 자신을 이기는 법입니다. 훈련처럼 싸우되 실전에선 이기는 게 목표.”

강현의 말뜻을 이해 못 한 1분대원들이 멍하니 입을 벌릴 때.

“분대 정렬!”

강현이 먼저 명령을 내렸고.

1분대의 몸이 절로 움직였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경험해 봐라.

“구찌, 뒤로 천천히 후퇴!”

강현의 명령에 구찌가 점점 뒤로 물러나자.

“죽어! 죽어어!”

“야, 오목교 이 새끼야! 생활관 정리 똑바로 하라 했지!”

“장건철 병장님 요즘 근육이 좀 줄어든 거 아닙니까?”

점점 줄어드는 백광과 다가오는 그림자의 경계선을 따라 도플갱어들이 몰려오기 시작.

“어어? 야! 강현아! 최강현!”

“최강현 상병님? 이대로는 공격당합니다!”

분대원들이 당황할 때.

“모두 진정! 놈들의 능력은 우리보다 약합니다! 능력을 최소화한 채 놈들을 분쇄하면 됩니다.”

강현의 목소리에 마음을 다잡았다.

능력을 제어해 가며 차근차근 놈들을 상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제야 강현의 뜻을 이해한 1분대가 침을 꿀떡 넘기며 전투 준비를 마쳤고.

“중대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도 내려가서 도울게. 최대한 약하게 그러나 지지는 않게. 이 말이지?”

“맞습니다.”

서윤진 또한 1분대 옆에 섰다.

“성민이 너는 중대장님을 복사한 놈들을 저격해.”

“알겠습니다!”

이성민이 활시위에 활을 메기며 저격을 준비.

몇몇 놈이 이성민을 복사했으나.

“…….”

손에 활이 없으니 소용이 없었다.

곧.

“1분대 정렬!”

“1분대 정렬!”

하얀빛 속에 있는 한 개의 1분대와 어두운 그림자에 몸을 숨긴 수십 개의 1분대가 충돌.

“하압!”

“흐라압!”

“저쪽 막아!”

능력자들 간의 싸움이 아닌 일반병들의 백병전 같은 양상이 이어졌다.

물론 말이 백병전이지.

콰앙, 콰쾅!

헌터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싸움이니 생각보다 박진감이 넘쳤고.

“으윽!”

위험했다.

여럿의 합공을 이겨 내지 못한 오목교가 뒤로 밀릴 때.

피피핑!

이성민이 주변에 몰려든 놈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

김대영, 장건철의 모습을 복사한 도플갱어를 무력화했고.

“하압!”

김대영이 재빨리 오목교의 옆에 붙었다.

[분대 조합1: 김대영, 오목교(투덜이와 모지리) 간의 연계가 한층 더 단단해집니다!]

그뿐만 아니었다.

“밀어!”

“우와아압!”

장건철의 고함에 장만수가 몰려드는 놈들을 밀어냈고.

[분대 조합2: 장건철, 장만수(근육 바보와 눈치 바보) 간의 연계가 한층 더 단단해집니다!]

전에 형성된 김대영과 오목교, 장건철과 장만수 콤비가 위력을 드러냈다.

한 명, 한 명 겉모습과 능력은 따라 할 수 있어도.

“이것까진 따라 할 수 없겠지 이 새끼들아!”

“너희가 근육을 알아!”

“이게 훈련의 힘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지금껏 같이해 온 시간까지 따라 할 순 없었다.

지난 몇 개월간 매일 같이 훈련하고 합을 맞췄다.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강한 점을 보강했다.

한 명, 한 명의 위력은 같을지 몰라도 집단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켜켜이 쌓인 전우애가.

[새로운 분대 특성 굳건한 신뢰로 인해 분대원 간 호흡이 더욱 긴밀해집니다!]

[이전 획득한 능력 견고함, 전이, 교감의 효과를 더욱 강화합니다!]

[분대 스킬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당신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을 품었습니다! 분대 신뢰도가 대폭 향상됩니다!]

능력이 되어 돌아왔다.

강현이 강해진 만큼 그들도 노력했고 강해졌다.

[분대 조합이 확장됩니다! 새로운 분대 조합 1분대 생성! 대상에 관계없이 1분대원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견고함, 방진 스킬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분대원들이 각성합니다!]

그들 전체가 점점 무아지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매일 강현의 뒷모습만을 보았다.

드디어 처음으로 자신들의 싸움터를 마주하자.

지금껏 쌓인 경험치가 폭발한 것.

능력을 제한한 채 오로지 전투 감각과 옆에 있는 전우를 의지하며 펼치는 싸움 끝.

[분대원 전체의 능력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1분대 전체의 능력이 한층 더 강해졌고.

이내 적들을 밀어냈다.

강현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다!

아니, 자신들도 강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오오!”

“으아아!”

“밀어 버려!”

잠시 승리의 기쁨에 취한 1분대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적들을 베고 찌르고 밀어내며 승리를 쟁취했다.

강현이 한층 성장한 분대원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이들 또한 전우.

지금껏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게 아니다.

같이 싸우고 같이 성장했다.

[1분대 전체에게 새로운 진로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진로: 용병 1분대 팀]

그들이 전역 이후에도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을 때.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도플갱어들이 동시에 강현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고.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놈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커다란 울림으로 바뀌었다.

1분대의 모습을 하고 있던 놈들이 이제는 강현의 모습을 복사했고.

수십, 수백의 강현이 강현을 보며 이름을 부르는 풍경.

“뭐, 뭐야! 강현아!”

“중대장님, 이거 계속 싸웁니까?”

지금껏 승리에 취해 있던 1분대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파악.

강현과 서윤진을 돌아보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1분대가 다가가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도플갱어들.

“이 새끼들이.”

전투력으로는 압도할 수 없다는 걸 알고선 정신을 무너뜨리려는 걸까.

그러나 강현과 1분대가 고작 이 정도에 흔들릴 리 없었고.

다들 불쾌감을 느끼며 놈들을 바라볼 때.

“최강현.”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리자.

모든 도플갱어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저벅,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도플갱어들이 길을 열었고.

수많은 강현 사이 나타난 건.

“찾았다.”

바로 오성탁 준위.

아니, 오성탁 준위의 껍질을 뒤집어쓴 무언가였다.

오성탁을 자살시키고 구찌를 잡아 죽이려 했던 놈.

생각지 못한 적의 등장에.

“오성탁… 준위?”

서윤진을 비롯한 1분대가 놀랐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아니 여기 있는 김준혁을 가장한 도플갱어가 그를 죽였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 김준혁을 이송하는 중이었고.

그런데 오성탁이 살아 있다고?

모두가 거친 숨을 내쉬며 혼란스러워하자.

“널 여기까지 불러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더군.”

오성탁 준위가 검은 눈자위를 번들거리며 입을 열었다.

주변에 도플갱어들이 그의 말을 따라 하자.

켜켜이 쌓인 목소리가 드넓은 어둠 속을 울렸고.

“그리고 이렇게 훌륭하게 속아 넘어갔고 말이야.”

놈이 비열하게 웃으며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 미소는.

“킥, 키킥, 키키킥!”

김준혁의 모습을 따라 했던 도플갱어와 같은 표정.

“모든 게 너를 위해 계획한 함정이었다면 어때?”

놈이 강현을 보며 양팔을 활짝 벌리고는 다시 크게 웃었다.

“네놈의 알량한 정의감이 스스로를 비롯해서 옆에 있는 사람 전부를 이곳에 빠뜨린 거다!”

크하! 크하하하하!

놈이 크게 웃자 이젠 싱크홀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마저 같이 웃었다.

일렁이는 어둠과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도플갱어들의 모습.

마치 이 싱크홀 전체가 강현을 비웃는 듯한 풍경.

“기회를 주지! 선택해라! 모두를 죽이는 대신 너 혼자 살아 나갈 거냐? 아니면 모두를 살리는 대신 너 홀로 죽을 거냐!”

[도플갱어의 왕이 당신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드디어 놈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살아야 남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비정하고 때로는… 이기적이어야 합니다]

다시금 강현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고.

피할 수 없는 선택에.

강현이 이를 물며 중얼거렸다.

“…고.”

싱크홀 전체를 덮은 어둠에 비하면 미약한 구찌의 백광, 구석에 몰려 있는 1분대와 강현의 작은 목소리.

“그래! 죽음을 선택해서 네 신념을 보여 봐라! 아니면 너는 그냥 영웅인 척하는 쓰레기였나?”

도플갱어의 왕이 서재원을 무너뜨렸던 것과 같은 질문으로 강현을 구석에 몰았다고 확신할 때.

“까라고.”

강현이 점차 목소리를 높였고.

“응?”

놈이 귀 기울이는 순간.

“좆 까라고!”

[흑복 경험치 흡수율: 100% 도달]

[흑복에 담긴 산군 서대호의 기억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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