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52화 (152/277)

152화 이감 작전

능력자 각성이 99%의 운과 1%의 우연으로 발생한다면.

[스킬 레벨이 포화 상태입니다. 스킬 진화를 시도합니다!]

스킬 진화는 각성과는 좀 다르다.

물론 이마저도 운에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한다.

흔히들 말하는 운칠기삼.

각성과는 다르게 운이 칠이요 노력이 삼이니.

“스킬 레벨 포화 상태 돌입했습니다!”

“뭐엇! 당장 훈련실에 감금해!”

“원하는 게이트랑 훈련 최대한 지원하고 옆에 연구원들 붙여서 트레이닝 실시하도록!”

길드에선 길드원의 스킬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능력을 의지대로 발전시킬 유일한 기회.

심지어 거대길드 핵심 인력 같은 경우.

“작업실에서 계속 같은 능력 발휘해서 포화 상태 만들고 바로 진화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포화 상태에 이르기 전부터 연구원들과 훈련 담당자들의 철저한 관리를 받기까지 한다.

포화 직전부터 모든 개입 요소를 배제한 채 포화 상태에 돌입.

가장 민감한 시기에 변수 없이 원하는 능력으로 진화를 이루어 내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렇게 삼 할 확률의 노력에 아무리 집중해도.

“어떻게 됐어?”

“아, 진화를 하긴 했는데.”

“했는데?”

“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했습니다.”

때로는 기존 능력과 전혀 다른 쓸모없어 보이는 능력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화에 실패해 그대로 굳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전자는 사용자의 노력에 따라 나중에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진화 실패는 성장 실패와 같은 말.

그나마 서브 스킬이면 다행.

만일 메인 스킬 진화에 실패했다면?

“…실패했습니다.”

“…실패했다고?”

“…네.”

“진화 팀 철수해. 자네 이번에 진화 시도한 스킬이 메인 스킬이었지?”

“그렇습니다만 아직, 아직 남은 스킬이 있습니다! 다른 스킬들을 진화하면 충분히……!”

“아, 그건 알 바 아니고. 일단 지방 쪽 발령 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잠깐, 잠깐만요! 한 번만 기회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판단.

길드에서의 입지 또한 좁아지거나 변방으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물론 진화를 이루어 내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다면 상관없겠으나.

“이번에 부팀장이 진화하는 바람에 팀장직에선 내려와 주어야겠어.”

결국 모든 능력은 상대 평가.

절대적으로 강자인 S급 수준이 아니라면 스킬 진화에 간절히 매달릴 수밖에 없다.

물론 강현도 헌터.

[흡수율: 1… 3… 5%]

[체력 레벨이 올랐습니다. 근력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숙한 움직임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숙한 움직임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흡수율이 오름에 따라 관련 스텟, 스킬 레벨이 올랐고.

마침내 능숙한 움직임 스킬 레벨이 포화 상태에 도달.

[능숙한 움직임 스킬 진화를 시도합니다!]

지금껏 효자 스킬이었던 능숙한 움직임 스킬이 진화 상태에 돌입.

[대상자의 이전 경험과 전투 경험, 현재 행위 등과 연관 지어 진화 방향을 결정합니다!]

지금껏 강현이 쌓아 놓은 경험치를 적용한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하필 이감 호송 때랑 겹쳤네.’

강현이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

차라리 훈련 중이었으면 더 나았으려나.

훈련 중이라면 스킬 진화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을까.

‘아니 차라리 잘됐을지도 몰라.’

[흡수율: 15… 17… 20%]

곧 눈앞에 떠오른 알림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지워 냈다.

강현이 아무리 훈련하고 노력해 봤자.

결국은 혼자.

군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러나.

[관련 스텟 스킬 경험치 흡수가 끝났습니다! 이후 이전 사용자의 전투 경험을 흡수합니다!]

[연구자의 눈 데이터를 갱신합니다!]

이 고물수집이라는 능력이 있는 한, 강현은 이렇게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흑복에 담긴 경험치와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전투 경험치는 분명 스킬 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어떤 훈련보다 더 좋겠지.’

남들은 상상도 못 할 결과를 가져다줄 거다.

일주일, 한 달 수준의 경험이 아니니까.

지금 강현은 최소 몇 년, 어쩌면 몇십 년어치의 경험을 빨아들이는 중.

더군다나.

[산군 서대호의 전투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이전 싸웠던 몬스터들의 습성을 파악합니다!]

[연구자의 눈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연구자의 눈에 새로운 몬스터 정보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이후 적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 헌터도 아닌 자그마치 산군 서대호의 전투 경험.

‘분명 좋은 능력으로 진화할 거야.’

이전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능력은 성장할 거다.

강현이 확신에 찬 눈으로 알림창을 확인하곤 다시 본연의 임무에 집중했다.

“곧 이송 수감자들이 나올 겁니다.”

교도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감자들 이송합니다!”

“모두 버스에 탑승합니다!”

이감 대상자들이 포승줄에 묶인 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현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병사들.

그 사이사이 간부 한둘이 섞여 있는 모양.

차례로 나오는 병사들을 살피던 중.

마지막.

‘김준혁.’

김준혁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죄수복을 입은 자가 등장했다.

물론 1분대 전체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생각보다 작은데…….”

“정말 오성탁 준위를 죽였다고?”

뒤에 서 있던 오목교와 이성민이 작게 이야기를 나눌 때.

“…….”

김준혁이 퍼뜩 고개를 들더니 오목교와 이성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서 버스에 탑승하십쇼.”

교도관이 그를 앞으로 밀려는 순간.

“이 개새끼들아악!”

갑작스러운 발작에 교도관이 그를 놓친 사이.

김준혁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이성민과 오목교가 있는 방향으로 돌진했고.

“무시하지마! 죽여 버린다!”

그들 사이에 있던 강현이 김준혁의 앞을 막아섰다.

[하급 포승줄 스킬을 발동합니다. 상대를 제압합니다!]

굳이 크게 충돌할 필요도 없었다.

강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밧줄이 김준혁을 칭칭 감싸자.

털썩.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한 놈이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그러나 쓰러진 이후에도.

“이 개새끼들, 내가 너희 못 죽일 거 같아?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약! 찾아서 반드시 죽인다악!”

그가 몸을 뒤틀며 독기 어린 고함을 질렀다.

잔뜩 갈라지고 찢어지는 목소리.

핏발선 눈동자는 오직 이성민과 오목교를 향해 있는 중.

그의 광적이고 끔찍한 저주에.

“어어, 왜 저래?”

“으으.”

순간 이성민과 오목교 둘 다 기가 눌릴 정도였다.

둘이 겁먹었다는 걸 파악한 김준혁이 더욱 거칠게 소리치려 할 때.

“오목교! 이성민! 정신 차려!”

강현의 목소리가 그의 광기를 눌렀다.

강현이 김준혁의 몸을 강하게 움켜쥐며 이제 막 뛰어오려는 교도관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가 옮기겠습니다. 단 이대로 옮기게 해 주십시오.”

본래라면 이미 포승줄을 찼기에 강현의 마나 포승줄을 풀어야 했으나.

“끄아아악! 끄악!”

김준혁이 침까지 흘리며 고함치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속복이나 마나 포승줄이나 효과는 마찬가지.

사실 얼른 저 미친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럼 이감 대상자 차에 옮기겠습니다.”

“그래, 어서 옮겨. 확실히 묶어 두고.”

현장 책임자 서윤진 대위의 허가까지 받은 강현이 김준혁을 그대로 들어 옮겼고.

버스에 올라서기 직전.

모두의 눈이 김준혁에게서 떨어진 순간.

“너, 김준혁이 아니네.”

강현의 짙은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질문이 아닌 확신.

강현의 목소리를 들은 김준혁이.

“…….”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길 잠시.

“당연한 걸 묻네?”

입을 쭉 찢으며 미소지었다.

어금니 끝까지 보이는, 인간이라면 지을 수 없을 미소.

방금까지 표출했던 분노는 찾아볼 수 없는 천진하고 끔찍한 미소였다.

물론 강현도 아무런 증거 없이 찔러본 게 아니다.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새롭게 얻은 산군 서대호의 전투 경험 일부를 불러옵니다!]

[대상을 분석합니다! 상대의 정체를 파악합니다!]

흑복에서 흡수한 산군 서대호의 경험 중 일부분이 마침 발휘되었고.

[분석 완료. 도플갱어를 발견하였습니다!]

연구자의 눈이 상대의 정체를 간파해 냈다.

도플갱어, 만난 인간의 모습을 따라 하는 괴물.

고위종 같은 경우 능력까지 복제하는 꽤 상급 몬스터에 속했다.

그런데 육군 교도소에 도플갱어가 잠입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이렇게 일찍 인정할 줄도 몰랐다.

“흐흐, 흐흐흐, 흐흐흐흐!”

김준혁의 얼굴을 한 도플갱어가 강현을 보며 음침하게 웃었고.

강현이 일단은 그를 버스 맨 뒷자리에 실었다.

“으으, 미친 새끼.”

“아우, 절로 좀 밀어 줘요. 진짜 가까이 있기도 싫으니까.”

김준혁의 등장에 미리 버스에 타 있던 수감자들마저 난색을 표하며 창가 쪽으로 바짝 붙어 앉을 정도.

놈은 아마 이런 방식으로 의심의 눈을 피했던 거겠지.

그때.

“이 씨발 놈이! 좀 닥쳐!”

자리에 앉아 있던 간부 하나가 갑자기 일어서서는 김준혁을 향해 달려들었고.

발을 뻗어 놈을 밟으려는 순간.

터억.

“수감자들 사이에 구타는 금지입니다.”

강현이 단번에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키힉, 키히히히히힉!”

그 모습을 본 김준혁이 긁는 소리로 웃어 대자.

“저 새끼가! 저 미친 새끼가!”

그의 비웃음에 간부가 더욱 화를 내며 난동을 부리려던 순간.

강현이 포승줄을 뿜어 그를 제압했다.

“다른 분들도 돌발 행동은 자제해 주십시오. 안 그러면 신체 자유를 빼앗을 수밖에 없습니다.”

“…….”

강현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다들 입을 꾹 다물고는 시선을 돌렸다.

“김준혁을 공격하려던 수감자도 제압 완료했습니다.”

“잘했어. 그럼 이제부턴 저희가 맡겠습니다.”

강현에게 보고를 받은 서윤진이 본격적으로 이감 작전을 시작하려 할 때.

“자네, 전역하면 이곳에서 일할 생각 없는가?”

현장에 있던 가장 선임 교도관이 강현을 향해 불쑥 말을 꺼냈다.

“여기는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하거든.”

“맞아. 자네 같은 후배가 있으면 든든하겠는데?”

“아, 그러게요. 특임대에 저런 인재가 있을 줄이야. 특임대면 경력 채용도 가능하잖아요?”

몇몇 교도관도 선임 교도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행동력.

“그 포승줄 능력… 그건 하늘이 내려 주신 재능이야.”

거기다 단번에 수감자를 상처 없이 제압할 수 있는 포승줄 스킬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 준 교도관!

잠깐이었지만 그들의 눈에도 강현은 탐나는 인재였다.

예상치 못한 영입 제안에 강현이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할 때.

“이 친구 아직은 제 아래에 있는 제 새끼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은 삼가 주세요.”

서윤진 대위가 강현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시원스레 미소 지었다.

표정에 담겨 있는 온화하지만 단호한 거절의 의미.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선임 교도관이 멋쩍은 표정으로 물러났고.

“갈까? 우리 강현이?”

“상병… 최강현.”

서윤진 대위가 어디서나 이쁨받는 강현을 부둥부둥 칭찬하며 같이 버스로 향했다.

반면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던 강현이 결정을 내렸다.

때는 지금밖에 없다.

“중대장님, 김준혁…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 버스에 오른 이후에는 이렇게 서윤진과 가까이 붙어 있기 어려울 거라 판단.

강현이 서윤진 대위에게 김준혁에 대한 정보를 건넸다.

움찔.

그의 말을 들은 서윤진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고.

“아주 우리 강현이 만한 분대장이 없어요. 우리 강현이 중대장이랑 군 생활 평생 같이하자?”

“아, 아앗, 그건 좀…….”

“같이하자아?”

꽈아아악!

서윤진 대위가 농담을 건네는 척, 강현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더니 작게 속삭였다.

“안 그래도 이상하다 했는데… 정체는?”

“도플갱어입니다.”

“이감 끝나면 바로 보고할 테니 일단 상황 지켜보자.”

서윤진의 답에 강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서윤진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만큼 무언가 수상한 냄새를 맡았던 모양.

다만 확신을 못 하고 있던 차에 강현의 말을 듣자 확신했던 것.

“자, 그럼 분대장이 가장 뒤에 위치! 분대원들 각 자리에서 주변 경계 철저히 하도록! 김준혁 수감자는 내가 옆에서 보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서윤진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

김준혁을 자기 옆, 다른 수감자들과 떨어진 곳에 두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했고.

강현은 맨 뒤에서 전체 상황을 지켜보도록 위치시켰다.

“준비 끝났습니다.”

서윤진의 말에 운전기사가 버스를 몰았고.

수감자를 태운 이송 버스가 육군 교도소를 빠져나갔다.

“…….”

“킥, 키킥! 키키킥!”

맨 앞자리.

김준혁이 서윤진을 바라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

서윤진이 의도적으로 그를 외면할 때.

“아, 거 씨발 놈아 조용히 좀 해!”

간부가 김준혁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고.

“수감자님, 고함 자제해 주십쇼.”

분대원의 지시에.

“아니 저 개새끼는 조용히 안 시키고 나한테만 지랄이야! 너 이 새끼 간부가 우습게 보여? 내가 평생 여기에 있을 거 같아?”

그가 분대원을 향해 버럭버럭 성을 내자.

모두의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그 잠깐의 틈.

“윤진아.”

“……!”

김준혁, 아니 도플갱어가 서윤진이 익히 알고 있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지금 무슨…….”

서윤진 대위가 천천히 김준혁을 돌아보는 순간.

“날 죽인 놈을 찾고 있지 않니?”

큰아버지 서재원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고.

도플갱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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