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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50화 (150/277)

150화 떠나는 이들

저녁 점호가 끝나고 깊은 어두움이 휘감은 생활관.

“후우… 어휴…….”

전역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병장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나지막이 울리는 한마디.

“나가서… 뭐 하냐?”

1년 6개월 길다면 긴 시간.

“야, 눈 감아 봐.”

“눈 감았습니다!”

“뭐가 보이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렇지? 그게 네 군 생활이야.”

“…….”

처음 군에 입대하면 아직 아득히 남은 전역일에 눈앞이 캄캄하기 마련.

거기다 자유롭게 살던 삶과는 다르게 짜인 일정, 닫힌 조직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이런, 이제 일병이라니! 이제 일병이라니!”

“이런 젠장! 아직도 상병이라니! 아직도 상병이라니!”

“병장 달고 훈련이라니, 이등병 교육이라니!”

“말년에… 에휴 뭐라 하기도 지겹다.”

거꾸로 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흐르고 결국 말년은 찾아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군대라는 꽉 막힌 조직에 적응되어 버린 정신과 몸.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훈련과 작업에 길들여진 20대 청춘이 다시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한 상황.

그래도 대학생들이야 돌아갈 곳이라도 있지.

“아, 진짜 나가서 뭐 하지? 놀 수도 없고.”

곧 사회에 몸을 던져야 하는 병사들은 더욱 막막했다.

이는 헌터 특임대 또한 마찬가지.

“말년에 뭐 준비 안 하심까?”

“안 그래도 이번에 길드 원서 넣어 봐야지.”

“생각해 놓은 곳은 있는 거?”

“뭐 일단 있기는 한데. 후우 휴가가 휴가가 아니다. 씨…….”

“그래도 전역하고 바로 들어가면 다행이지. 김 병장 기억나냐? 지난번에 연락했는데 지금 반년 동안 취업 못 하고 있단다.”

“아, 그 인간이 못 할 정도면 난 나가린데.”

“그러니까 아직 감각 팔팔할 때 아무 곳이나 들어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특히 특임병들은 당장 길드 취업을 위해 말년 휴가 때부터 구직 활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말년이 다가오면 매일 저녁 정비 시간마다 싸지방에 처박혀 있길 일쑤.

헌터인, 헌터스잡, 길드코리아 등 구인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원서를 뿌린 뒤.

말년 휴가 때 면접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

심지어 실제 게이트를 뛰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치열한 길드 취업 시장 속.

“아, 여보세요? 네네, 맞습니다. 네! 아 그런가요?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요. 아, 다음 면접이요? 알겠습니다. 그런가요. 넵. 감사합니다.”

두 똥 병장 또한 마찬가지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자신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던 곳에서 모두 거절 전화를 받은 후 둘이 마주친 곳은.

“…너도?”

“나도…….”

바로 군단 정문 앞.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로 물었건만.

역시나.

“에휴, 뭐 쉽지 않은 게 당연하지.”

“그래, 어차피 하는 김에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자.”

“…….”

“…….”

그나마 다행인 건 둘 다 떨어졌다는 점.

아니 오히려 씁쓸한 일인 건가?

서로 복잡미묘한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돌리던 중 문득.

“전문… 하사?”

“강현이도 있고… 건철이도 있고?”

또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냈다.

부대에 남아 있는 것.

그러나 곧.

“에이, 그건 아니지.”

“그래, 그건 좀 그렇지?”

둘이 잠시 멋쩍게 웃고는 군단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떠날 곳.

그래서일까.

“야, 이 새끼들아! 형님들 돌아왔다!”

“그래! 전역자들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들이 마음속에 가득한 실망감을 감추며 밝은 얼굴로 생활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이왕이면 끝까지 밝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

킁, 킁킁, 킁킁킁!

“이, 이게 아이돌 냄새?”

“그냥 짬 쉰내 아니고?”

그들이 장난스럽게 생활관 냄새를 맡으며 1분대원들을 향해 이것저것 먼저 떠들어 댔다.

“야야, 이혜원 그분은 진짜 더 이뻐졌더라.”

“그 스트리밍 끝난 시간에는 뭐 했냐? 노가리 까면서 놀았냐?”

“안 그래도 마지막 스트리밍 봤다. 그거 진짜였어? 아니면 그냥 연출이었던 거야?”

“야, 그래. 그거 난리도 아니었어. 그때 거의 25만인가 보지 않았나?”

“인간 믹서기, 우리 작전인 거 안 잊었지? 건철아, 넌 아직 멀었다.”

“우리 따라잡으려면.”

대답 없는 1분대원들에게 계속 실없는 농담을 던져 보았으나.

“야, 근데 너희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설마 전역한다고 치사하게 이럴래?”

“아님 우리의 작전이 너무 완벽했던 탓?”

“…….”

그들이 끝까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1분대원들을 보며 당황했다.

그래도 평소에는 대답해 주던 녀석들이 오늘따라 왜 이러지?

자신들이 전역을 하루 남겼다고는 해도 같이 사선을 넘나든 전우다.

이럴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

안 그래도 면접도 떨어져서 우울했는데 분대원들까지 섭섭하게 하자 그들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그래, 알았다. 닥치고 있을게.”

“뭐, 내일이면 떠날 사람들이니까.”

그들이 우울한 얼굴로 관물대를 정리하려 할 때.

“모두 준비 끝났습니까? 두 똥 병장은?”

마침 강현이 1생활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 방금 왔습니까? 지금까지 기다렸습니다.”

강현이 그들을 보며 밝게 웃었다.

의아해하는 똥 병장들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가려 할 때.

“아아아! 강현아, 잠깐!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

“으아! 으아아아아!”

장건철 다급히 강현의 입을 틀어막으며 생활관 밖으로 나갔고.

김대영, 장만수가 이리저리 소리를 지르며 강현의 목소리를 지웠다.

곧 장건철에게 끌려 나간 강현이 들어왔고.

“모두 준비 끝났습니다. 이제 가야 할 때입니다.”

무겁고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1분대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어어? 뭔데?”

“뭐 큰일 있냐?”

도저히 지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두 똥 병장이 당황하며 두리번거렸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강현이 생활관을 나선 후.

“야, 야야! 뭔데?”

1분대원들이 아직도 분위기 파악에 여념 없는 두 똥 병장을 끌고 나갔다.

그들이 다 같이 도착한 곳은.

군단 대연병장.

“전군 차렷!”

전 특임대를 비롯해 군단에 있는 일반 부대 병력까지 모여 있는 모습.

그 모든 병사들 가장 앞.

“…이게?”

“…무슨?”

1분대를 비롯한 두 똥 병장이 서 있었다.

강현과 1분대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두 병장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에 여념이 없을 때.

“군단장님 입장하십니다!”

“허억.”

“히익!”

생각지도 못한 삼성 장군의 등장에 숨을 삼켰다.

그리고 그들이 어버버하는 사이.

“군단장님을 향하여 경례!”

“충-성!”

“표창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분대장 최강현 상병과 1분대 인원은 앞으로 나와 주기 바랍니다.”

어느새 사열대 위에 서 있었고.

“표창 수여. 상병 최강현. 위 사람은…….”

분대장인 강현부터 차근차근 표창장을 수여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위 사람은 훌륭한 작전을 세워 군단 방어에 이바지하였으므로 표창을 수여함.”

두 똥 병장까지 모든 인원이 군단장 표창을 받고서야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군단…….”

“최고 작전 표창……?”

둘이 생활관에 돌아올 때까지도 멍한 표정으로 표창을 바라보았다.

군 생활 막바지에 이런 커다란 상을 받다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거, 오다 주웠습니다.”

강현이 관물대에서 서류철 두 개를 주섬주섬 꺼내 그들 앞에 툭 던졌고.

똥 병장들이 안을 들여다보고는 입을 쩌억 벌렸다.

“이, 이거 정말이야? 강현아, 이거 뭔데?”

“특임대장님 추천서라고? 이거 원래 네 것 아니야?”

안에 든 종이는 바로 강준진 준장의 추천서.

그들이 놀란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으나.

“거기 적힌 이름 누구 건지 확인해 보십쇼.”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내, 이름이네.”

“그러게 내 이름이야.”

본인들의 이름이 맞았다.

“야, 이거 꿈이냐 생시냐?”

“좀 누가 볼 좀 꼬집어…….”

그들이 꿈꾸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장건철 병장이 대흉근을 부풀리며 집게손가락을 내밀었고.

“아, 현실이네. 현실이야.”

“아냐, 이미 충분히 아프니까 안 해도 된다.”

그들이 화들짝 현실을 자각하고선 표창과 추천서를 소중히 챙겼다.

그리곤.

“고맙다 애들아. 정말 고맙다.”

“…이런 걸 받을 줄은 몰랐다.”

그들이 진심으로 강현과 1분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제야.

“아이씨 인제 와서 착한 척하지 말라고! 띠꺼우니까!”

“그래, 이제 너희들 가면 누가 미친 작전 짜 주냐고!”

“작전 노트 내놓고 가! 이 인간들아!”

1분대원들이 환히 웃으며 병장들의 어깨를 두드렸고.

다 함께 웃었다.

그날 저녁.

두런두런 과거 추억 이야기로 밤을 새우다시피한 뒤.

다음 날 아침.

“부대 차렷!”

둘의 전역 날.

“전역자들을 향해 경례!”

“충-성!”

그들의 맞후임인 장건철 병장이 대표로 그들을 향해 경례.

우렁찬 경례에 이은 환호로 그들이 부대 문을 나섰다.

주르륵 서 있는 중대원들과 이야기하던 둘이.

“…….”

“…….”

1분대원들과 마주한 채 잠시 멈춰 섰다.

말은 없었지만 참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고생했어.”

강현이 먼저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래, 고생했다.

쉽지 않은 군 생활 죽을 위기들을 넘기고 드디어 전역.

“고생했다!”

“가서도 성공해라!”

“우리도 금방 뒤따라 갈게!”

둘이 분대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부대 정문을 나섰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당신의 도움으로 조력자들의 운명이 뒤바뀌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은혜를 잊지 않고 필요할 때에 당신에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강현이 부대를 떠나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둘에게 표창과 추천서를 주자고 한 건 모두 강현의 의견.

그들의 취업 고민과 걱정 어린 한숨을 자주 들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건만.

‘잘됐네. 잘 살아라.’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나 보다.

군단장 표창에 특임대장 추천서이니 어디든지 취업은 하겠지.

전역식이 마무리된 생활관.

“어휴… 이제 좀 생활관 자리가 널널해지려나.”

강현이 빈자리를 보며 애써 섭섭한 마음을 감출 때.

“어?”

자신의 관물대 한쪽.

꼬질꼬질한 노트 하나를 발견했다.

얼마나 열심히 썼는지 이리저리 헤지고 때가 탄 모습.

그 두툼한 노트를 들어 보자.

-작전 비급.

어디서 많이 본 글씨체가 보였다.

“이게 진짜 있던 거였어? 하여튼 인간들.”

두 병장이 틈틈이 적어 놓고 분석한 작전이 빼곡히 적혀 있는 작전 노트였던 것.

그리고 그들이 적어 놓은 제일 첫 장의 문구.

-이 비급을 발견하는 자 중대의 지배자가 될지니.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강현이 웃으며 비급을 파르륵 넘겨 볼 때.

[새로운 고물 병장들의 작전 노트를 수집했습니다! 사용자의 기억과 능력을 흡수합니다!]

[최초 작성자의 고물입니다! 작성자의 승인을 얻었습니다! 모든 능력을 손실 없이 흡수합니다!]

오랜만에 고물 판정 소식과 함께 강현이 노트에 서린 작전과 경험치를 흡수하기 시작.

‘분대 능력? 아니면 명령 스킬이라도 생기려나. 설마 인간형 자주포나 믹서기가 스킬화되지는 않겠지?’

강현이 어떤 능력이 생길까 기대할 때.

[이전 퀘스트 햇빛의 후예 보상 중대 관리 스킬과 새로운 고물의 능력을 결합합니다!]

이전에 이름만 확인했던 보상과.

[3중대를 당신의 중대 병력에 편입합니다! 새로운 능력 중대 관리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중대 스킬 명령 하달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이 이전 펼쳤던 작전을 중대 전체가 합심하여 펼칠 수 있습니다!]

[중대원들의 신뢰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분대 특성과 스킬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3중대에 기존 분대 교감, 전이, 견고함, 방진, 버프 효과 증가를 적용합니다!]

“허어.”

강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알림을 살폈다.

지금 그러니까.

“중대 전체가 인간 믹서기를 펼친단 말이지?”

강현이 잠시 그 끔찍한 모습을 떠올릴 때.

“최곤데?”

검성이 옆에서 놀라며 외쳤다.

그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반면.

“으윽, 최악인데.”

강현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이거 진짜 좋은 걸까?

물론 좋은 건 알겠는데.

참 복잡미묘한 심정.

중대원 전체가 인간형 자주포나 믹서기로 변해서 싸운다고?

“그건 좀 무서운데.”

일단 명령 하달은 봉인하기로 결정.

강현이 노트를 관물대 안에 소중히 넣어 놓고는 생활관 밖으로 나설 때.

“오성탁이 살해당해요?”

막 막사를 벗어나려던 강현의 귓가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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