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49화 (149/277)

149화 엔딩곡

처음 무대 한쪽에서 불꽃이 튀더니 이무기 나타난 순간.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에 다들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갑자기 군단 한켠에서 괴물이 뛰쳐나오더니 무대를 뒤집어 놓다니.

“저, 저게 뭐야! 당장 연락해 봐! 이거 약속에 없었잖아!”

군대 쪽에선 당연히 방송사의 연출로 생각했고.

“어, 어어? 뭐야? 이거 홀로그램인가? 그거로 만든 건가? 가서 확인 좀 해 봐요.”

방송사는 거꾸로 군대에서 준비한 이벤트라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실을 확인하러 바삐 움직인 결과.

“방송사에서 준비한 게 아니랍니다.”

“군대 홀로그램이 아니래요!”

지금 보이는 광경이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

수천 명이 모인 대연병장에 저런 괴물이 나타나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어디서 침투했단 거야!”

군단 간부들 입장에선 모공이 송연할 만한 사태.

군단 경계가 뚫렸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병사들 대피! 병사들 대피시켜! 지금 현장에 있는 전 특임대 병력 모두 소집해!”

공연을 보러 모인 병사들이 죽기라도 한다면 대참사다.

그리고 PD 입장에선.

“카메라 꺼! 당장!”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상황을 스트리밍할 순 없었기에 다급히 촬영 중단을 외칠 때.

“1분대! 방진!”

PD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가기 전.

강현의 우렁찬 명령이 먼저 현장을 덮었다.

양팔 벌려 멤버들을 보호하는 이혜원 앞.

그가 떨어져 내리더니.

“후임들을 지키도록!”

무대 뒤쪽에서 1분대원들의 마나 보호막이 솟아올랐다.

그리곤 강현이 펼친 방어막과 결합.

거대한 이무기의 공격을 막아 내었고.

“저게, 대체 뭐야…….”

카메라맨 몇몇이 지금껏 보고 있던 렌즈에서 눈을 떼면서까지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놀랍고 위대한 모습.

“아이돌을… 지키는 기사.”

그리곤 그들이 우스갯소리로 떠들어 댔던 아이돌을 지키는 기사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냥 방송용 캐릭터 컨셉이었건만.

지금 강현의 모습은 정말 고귀한 기사와 같았다.

“PD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지 이거?”

옆에 있던 작가들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 PD의 명령을 기다릴 때.

“응원곡!”

아직 작동하는 스피커를 타고 강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혜원이 우물쭈물 노래의 제목을 말하자.

“우와아아아아!”

터져 나오는 병사들의 함성을 들은 PD가 반쯤 돌아간 눈으로 외쳤다.

“이혜원이가 말한 노래 MR, MR 찾아서 틀어! 당장!”

음악 감독에게 윽박지르듯 지시를 내린 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무전기를 켰다.

이전에는 스트리밍 중단을 외치려 했다면.

지금은.

“촬영은… 계속합니다! 스트리밍도!”

자리를 지킬 생각.

“모두 자리에서 최대한 현장을 담아 주십시오. 만일 살면 이건 위대한 촬영이 될 것이고 만일… 죽는다면, 사람들에게 남길 마지막 증거가 될 테니까요.”

그의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던 연출가의 신념이 꿈틀거렸다.

지금 이 장면을 찍지 못한다면, 남들에게 전하지 못한다면 아마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그는 다시금 걸어 보기로 했다.

“우리 모두 최강현 상병이 이뤄 주기를! 이겨 주기를! 지켜 주기를! 바랍시다!”

PD의 무책임하지만 가장 타당한 답에 막 자리에서 도망치려던 스태프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복귀했다.

“그래, 씨발 살면서 명장면 하나는 찍고 죽자!”

평소엔 관성에 따라 움직이던 그들의 눈에 생기와 투지가 돌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위, 자신이 남기고 싶은 장면에 집중했다.

“야! 병사들 철수시키라고!”

물론 군에선 지금 대연병장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병사들을 피신시키려 했으나.

이혜원이 노래를 시작한 순간.

“아아! 모두 철수! 모두 철수!”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철수 명령 따윈 들리지도 않을 만큼 병사들의 사기가 정점을 찍었다.

공연용 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에 간부들의 명령이 묻혔고.

거기에 병사들의 환호성까지 울리자 통제할 수 없었다.

그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을 다그치러 다가갔으나.

“우하! 우하! 우하!”

이미 하나가 된 병사들은 오직 이혜원의 노래와 강현의 싸움을 보며 응원하는 중이었다.

결국.

“병사 피해만 안 나도록 특임대 병력 주변 경계. 유사시 대비해!”

현 상황에서 억지로 개입했다간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

만일 피해가 생길 것 같으면 그 즉시 막기로 결정.

물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오랜만에 같이 합을 맞추게 생겼구만.”

“이거 몸이 녹슬진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중령 선설민 전투 준비 완료!”

군단 특임대장 강준진 준장을 비롯해 특임대 주임 원사, 선설민 중령 등 가장 강한 전력이 현장에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강현이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 자신들이 나서 저 이무기를 무력화할 계획.

그러나.

“이거… 우린 나설 필요도 없겠는걸?”

“그러게 말입니다. 허, 저 친구 병사 맞는 겁니까?”

“반드시, 반드시 최 소위로 임관시키겠습니다.”

곧 그들이 입을 쩍 벌리며 강현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인간 믹서기 준비!”

이후 이상한 작전명과는 다르게 정말 위력적인 공격이 이루어졌고.

강현이 마지막으로 총을 발사하며 이무기를 무력화.

전투를 승리로 끝냈다.

이후 이어진.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1분대! 1분대! 1분대! 1분대!”

병사들의 연호.

이에 답하듯 강현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우와아아아악!”

대연병장이 환호, 기쁨, 승리로 가득 찼다.

“저게, 병사가 이뤄 낼 만한 일인가?”

“그저 놀랍습니다. 저런 친구가 들어오다니.”

이를 바라보는 군단장과 군단 주임 원사마저 강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참 놀랍지 않은가.

지난번 군단 최강 특임병 선발 대회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 병사는 매번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법을 부렸다.

사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대접을 받고 병사들의 경례를 받기 마련이지만.

“이거 쓰리 스타인 나보다 나은 거 같은데?”

그 속에는 계급에 대한 존경만이 들어있음을 알고 있다.

사실 병사들에게 군단장은 전역하면 헤어질 아저씨일 뿐.

그러나 강현은 달랐다.

“일섬일발! 일섬일발! 일섬일발!”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끄아아악! 형님!”

계급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그리고 매력으로 모두를 휘어잡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환호.

지휘관에게 이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강준진이.”

“준장 강준진!”

마침 군단장에게 현장 보고를 하러 온 강준진 준장이 바짝 긴장하며 관등 성명을 외쳤고.

“문득 생각해 봤는데, 저런 친구가 특임대에 남아서 자네처럼 활동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강현이 말씀이십니까?”

“이전 공적 이번 공적 모두 합하면… 쾌속 진급도 가능하겠는걸? 아니 내가 어떻게든 밀어 줄 테니까. 잘 꼬셔 봐.”

“준장 강준진! 알겠습니다!”

군단장이 강현이 군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 판단, 포섭하길 바랐다.

그래, 마치 그분과 같지 않은가.

그가 이전 검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때.

“드디어 이걸 꺼내 들 때…….”

옆에서 군단장의 말을 들은 선설민이 항상 품속에 품고 있던 서류 하나를 꺼냈다.

바로 강현 장교 만들기 프로젝트 계획서.

그가 내민 서류의 제목을 본 강준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경고 군에서 당신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장교 임관 퀘스트를 발동……]

‘어림도 없어.’

[퀘스트 취소. 더욱 강한 혜택으로 찾아올 겁니다]

상태창의 구질구질한 알림을 본 강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장교 임관은 사양이다.

그가 잠시 병사들의 환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고.

병사들도 점점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자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방금 그거 진짜 연출 맞아?”

“위험해 보이긴 했지?”

“와… 나 사실 진짠 줄 알았잖아.”

방금 본 이무기와 강현의 싸움이 어쩌면 진짜 아니었을까?

그들이 웅성웅성할 때.

“자! 여러분 모두 즐겁게 보셨나요?”

인이어를 통해 PD의 지시를 들은 이혜원이 손을 번쩍 들며 병사들을 불렀고.

“지금까지 아이돌을 지키는 최강현 상병과 1분대의 멋진 무대 즐겁게 보셨나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전투를 단번에 무대 연출로 확정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에 심취한 병사들이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재미었나요?”

“네에엑!”

그들에겐 그 누구보다 이혜원의 말 한마디가 영향력이 컸다.

병사들이 다시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이혜원이.

천천히.

반쯤 무너진 무대 한쪽, 홀로 빛나는 조명 아래에 섰다.

심호흡하길 잠시.

그녀가 떨리는 손을 모아 마이크를 꾹 쥐었다.

사실 그녀도 무서웠다.

“언니…….”

“혜원아……?”

지금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떠는 다른 멤버들처럼 쓰러져 울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무대는 끝나지 않았고.

이 무대를, 공연을, 병사들의 추억을 지켜 주고 싶었다.

그녀가 초인이 된 순간.

이혜원이 천천히 그렇지만 맑은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엔딩곡.

그녀가 조명 아래에서 홀로 외로이 노래를 부르자.

“…….”

어느새 강현과 1분대원들이 이혜원의 주변에 자리했다.

그래, 자신이 무대를 지키듯 이들은 자신을 지켜 줄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떨리던 손과 목소리가 안정을 찾아갔고.

장난기가 발동한 이혜원이.

저벅, 저벅.

강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노래를 부르며 강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

강현이 고개를 작게 저어 봤으나.

이혜원은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강현이 그녀와 손을 맞잡았다.

마치 드라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은 장면.

그렇게 노래가 끝났고.

조명이 꺼지며 무대가 어둠에 휩싸였다.

행복한 이야기의 끝을 보여 주는 듯한 마무리.

그리고 어둠에 가리어진 무대 위.

“흑, 으흐흐흑. 흐흑!”

마이크를 내려 놓은 디바는 그제야 참아 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무서웠고 도망치고 싶었다.

또 살았다는 게 기뻤고 아무도 다치지 않아 안도했다.

무대가 끝나자 모든 감정이 파도와 같이 몰려왔고.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깊은 어둠 속에서 가녀리게 우는 이혜원을 바라보던 강현이.

“모두 끝났습니다. 혜원 씨가 지켜 냈어요.”

“고마워요… 또 지켜 주셔서 고마워요……!”

이혜원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토닥였다.

누구보다 화려한 무대를 장식한 디바와 그녀를 지키는 기사는.

무대가 끝난 뒤 서로를 안은 채.

누구보다 조촐하게 서로를 위로했다.

* * *

위문 공연이 끝나고 병사들이 대연병장을 빠져나간 후.

“강현아!”

“최 소위! 아니 최 대위!”

“최 장군!”

서윤진, 선설민, 강준진이 강현을 찾아 무대 뒤로 급히 뛰어올 때.

“쉬이잇!”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작가가 그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아직 촬영 중이에욧!”

“아아, 알겠습니다.”

“다들 잠깐 기다리지.”

그들이 머쓱하게 한구석에 숨어 기다릴 때.

“어허헝! 우리 잊으면 안 됩니다? 진짜루 보고 싶을 겁니다!”

“으앙! 오목교 일병님! 이성민 일병님!”

“이이잉! 진짜루! 진짜루!”

무대 뒤에선 한창 울음보가 터진 상황이었다.

짧은 2박 3일이었지만 정이 들었기에 더군다나 그런 일까지 있었기에 걸그룹 멤버들이 눈물을 터뜨렸고.

“으허엉! 우리 후임들 밖에서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이 장건철이 응원하겠습니다!”

“으흐흐흑! 이 오목교도 응원하겠습니다!”

“으, 으아앙!”

1분대에선 장건철과 오목교가 대표로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그 모습이 누가 누가 서글피 우나 대결이라도 하는 것 같아 다들 웃음을 참는 중.

그중에는 눈시울과 콧방울을 발갛게 물들인 이혜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혜원 씨는 이제 끝났습니까?”

그녀의 표정을 본 강현이 슬며시 웃으며 묻자.

“어머? 제가 언제 울었다고 그러십니까? 최강현 상병님?”

그녀가 강현의 품속에서 울었던 일이 거짓이라는 것처럼 시침을 떼었다.

서로 장난스럽게 미소 짓기를 잠깐.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기억일 겁니다, 최강현 상병님.”

“이제 다나까도 상병님이라는 호칭 안 붙여도 됩니다. 이혜원 씨.”

“피이, 그냥 후임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안 될까요?”

“요자 쓰지 않습니다, 이혜원 이병.”

“아앗. 방금은 다나까 안 붙여도 된다지 않았습니까?”

“장난입니다.”

“히잉!”

강현의 장난에 볼을 부풀리던 그녀가 입술을 잠시 꾹 깨물고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또 봐요.”

“네 또 보죠. 즐거웠습니다.”

“네 저도… 즐거웠고 감사했어요.”

그렇게 그녀들이 차량에 올랐고.

1분대는 멀어지는 차량을 향해.

그녀들은 멀어지는 1분대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흔들었다.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비로소 강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으흑.”

이혜원이 지금껏 참았던 눈물을 다시 한번 흘렸고.

멤버들이 그녀를 토닥였다.

“그러니까 아까 울지. 왜 이제 와서 울어.”

“그냥… 그냥 괜히 울면 미워 보일까 봐. 못생긴 모습 보여 주기 싫어서. 어헝. 그 사람 부담스러울까 봐. 미안해서.”

“바보야, 그걸 미리 말했어야지 나만 못생기게 나왔을 거 아냐. 어허헝.”

“히잉… 언니들 울지 마요.”

그렇게 그녀들은 각자 집에 돌아갈 때까지 꺼이꺼이 울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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