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위문 공연
슬슬 해가 어둑해지는 시간.
“이번에 아이돌 온다며! 그 스트리밍 영상 봤냐?”
“대박! 야, 야. 속도 높여! 빨리 가서 앞자리에 앉자.”
“모두 뜀걸음 준비!”
“야, 우리도 뜀걸음 준비!”
뛰어!
군단에 거주하는 병사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렸고.
예하 부대에서 온 병사들은 버스 안에서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그곳.
군 위문 공연.
삐삐빅!
“이쪽입니다! 이쪽!”
“각 부대 줄 맞춰 입장해 주십시오!”
곳곳에선 헌병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병사들과 차량들을 통제했고.
“여기는 올빼미, A구역 이상 무.”
“여기는 쏙독새, B구역 이상 무.”
곳곳에 특임대 흑복을 입은 인원들이 현장을 점검하는 중.
이전에는 헌병이 이런 임무를 맡아 처리했지만.
지금은 헌터 특임대가 대테러와 요인 경호 임무를 도맡아 하는 중이었다.
일반병으론 실제 위협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치가 불가하기 때문.
“이쪽은 통제 구역입니다. 관계자 외 출입이 불가합니다.”
“아니, 좀 보면 안 되냐? 얼굴만 살짝 보자.”
“안 됩니다.”
“이… 아니다.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특임병 같은 경우 웬만한 간부들의 요청 정돈 완강히 거부할 수 있기에 작전 시 좀 더 자유로웠다.
“씨벌, 거 뒈지게 깐깐하게 구네.”
물론 이런 점이 때로는 일반 간부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다 들린다. 들려.”
“미친놈들이 자기네가 엉뚱한 짓 해 놓고선 우릴 욕하네.”
헌터인 특임병들이 그 소리를 놓칠 리 없었고 투덜거리며 주변 순찰을 더욱 강화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군 위문 공연에 오신 걸 환영~ 합니다!”
“우와아아아아아!”
행사 MC의 등장에 군단 연병장이 떠나갈 듯 울렸다.
칙칙하고 퍽퍽한 군 생활에 만난 활력소, 신날 만도 했다.
“목소리가 이거밖에 안 됩니까? 걸그룹 나왔다 생각하고 전방에 소리 질러~!”
“우와아아아아악!”
MC가 현장 분위기를 띄우며 슬슬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시각.
* * *
3중대 막사.
평소라면 시커먼 어둠에 휩싸여 있을 시각이었으나.
“자! 다들 스탠바이! 입구부터 끝까지 찍을 거니까 집중해요!”
“마지막 촬영이니까 다들 힘냅시다!”
막사 입구를 비롯한 곳곳에 야간 조명이 환하게 길을 비추었고.
촬영 팀이 카메라를 설치한 채 마지막 촬영을 준비했다.
물론 스트리밍도 동시에 시작.
“경호 준비 끝났습니다. 가실까요.”
강현이 준비를 끝낸 아이돌을 데리러 생활관으로 들어갔고.
“…….”
“…….”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했다.
“…최강현 상병님?”
그를 여러 번 봤던 이혜원이 놀라서 강현의 이름을 부를 정도.
군복을 입은 그 또한 멋졌지만 지금 양복을 입은 모습은 또 색달랐다.
팬들이 왜 무대별 복장과 콘셉트에 열광하는지 이해되는 심정.
이혜원이 감탄하는 사이.
“이제 아이돌로 돌아갈 시간입니까?”
“와, 이건 너무 다른데.”
“아이돌은 아이돌입니다.”
강현을 비롯한 1분대원들도 걸그룹으로 돌아간 그녀들을 보며 놀랐다.
물론 2박 3일 보내면서 그녀들이 이쁘다는 건 알았다.
아주 잘 알았다.
그런데 군복을 벗고 기초화장을 했을 뿐인데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혜원이 살포시 미소 지었다.
“좀 있다가 무대 준비 끝나면 더 놀라실 겁니다, 최강현 상병님.”
화려한 무대 의상에 무대 화장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여신으로 돌아가리라.
이혜원의 장담에 강현이 마주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 모습 기대하죠.”
“기대해도 좋습니다! 최강현 상병님!”
이혜원이 말끝에 꼬박꼬박 최강현 상병님을 붙이자.
강현이 그녀를 모시듯 생활관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실까요, 아이돌님들.”
“알겠습니다!”
그녀들이 생글생글 웃으며 생활관을 나섰고.
“요인 경호 시작하겠습니다.”
강현이 귀에 꽃은 인이어를 통해 경호 시작을 알렸다.
“드론 띄워! 카메라 동선 맞춰서 움직여 줘요!”
이를 전달받은 PD의 명령이 떨어지자.
야외 조명들이 일제히 3중대 막사 앞을 밝혔고.
선두엔 강현이 그 뒤에는 1분대가 걸그룹을 경호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우웅.
하늘에서 드론이 그 모습을 촬영.
“타시죠.”
강현과 분대원들이 차 문을 열며 안내했고.
“감사합니다.”
이혜원을 비롯한 멤버들이 다소곳이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 점검 및 보고.”
“1호 이상 무.”
“2호 이상 무.”
차량 상태를 점검한 분대원들의 보고를 들은 강현이.
“모든 차량 이상 무. 이동합니다.”
최종 보고를 마치자.
웨에에엥!
가장 앞에 선 특임대 세단이 경광등을 울리며 천천히 막사를 빠져나갔다.
가볍게 뛰는 속도로 움직이는 차량.
그 옆에서 차에 손을 올린 채 같은 속도로 뛰고 있는 1분대원들.
“안 힘드십니까?”
잠시 강현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이혜원이 창틀에 손을 괴며 물었다.
“이 정도 뛰는 거야 익숙합니다.”
강현이 담담히 전방을 주시하며 답하자.
“피이, 그런 뜻이 아닙니다.”
“……?”
이혜원이 입을 비죽였고 그제야 강현이 관심을 표했다.
“그냥, 그렇게 열심히하고 잘하는 거 힘들지 않은지 궁금했습니다. 최강현 상병님은 힘들지 않은 겁니까?”
“…….”
이혜원이 강현에게 재차 물었다.
지난 2박 3일 동안 본 강현의 모습은 완벽에 가까웠다.
지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자신들을 이끌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분대원들을 조율하며 방송까지 신경 쓰는 모습.
이혜원 본인도 방송을 몇 년 했지만 쉽지 않건만.
이 남자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걸까?
이혜원은 그게 궁금했다.
“백화점 때도 지금도 지치지 않는 걸 보니 설마 최강현 상병님은 초인? 그런 겁니까?”
그녀가 장난스럽게 강현을 놀리자.
“그럴리가요. 선임을 놀리다니.”
강현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잠시 생각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힘들다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그런가요? 역시 초인이었네요. 최강현 상병님은.”
“글쎄요. 지킬 게 있는 사람은 때로 초인이 되기도 하더군요. 이혜원 이병이 지켜야만 할 건 뭐죠?”
“지킬 거……?”
강현의 역질문에 이혜원이 잠시 생각하다 옅게 미소 지었다.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습니다.”
“그렇죠? 이미 이혜원 이병도 초인에 가까운 겁니다.”
강현의 말에 이혜원도 마주 웃다가 점점 커지는 함성을 들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최강현 상병님은 항상 답을 알려 주십니다.”
“그런가요?”
“네, 숲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강현은 앞을 바라보며 이혜원은 강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카메라가 그런 둘의 모습을 담고 있는 중.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무대 뒤쪽에 마련된 대기실에 차량이 도착.
이혜원을 비롯한 멤버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들이 1분대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실에 입장한 뒤.
“각 구역 확인 바랍니다.”
강현을 비롯한 분대원들이 대기실 주변을 수색할 때.
“어? 야! 오랜만이다!”
대기실 안.
걸그룹 멤버들이 따로 설치한 의상실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막 무대 화장을 하는 중에.
“이야, 요즘 잘나가더라.”
“그러게 그 최강현이라는 놈 어디 있냐? 얼굴이나 좀 구경해 보자.”
막 도착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 대기실로 들어서며 대뜸 이혜원을 비롯한 멤버들에게 친한 척을 했다.
요즘 인기를 조금 끌고 있는 그룹.
“아니, 그런데 왜 군대 같은 곳에 와서 개고생한 거야?”
“뭐 앨범 나오냐?”
“나중에 나오면 우리 대기실로 와서 한 장 좀 주라.”
전에는 제대로 말도 못 걸더니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들이 상대의 말을 무시하며 무대를 준비하던 중.
“아니, 진짜 고생했겠어? 대충 꿀 빨다가 촬영만 빡세게 하는 척한 거지.”
“아, 맞네. 군대가 다 그렇지.”
“가는 놈들이 병신이지 뭐.”
마지막 말에 이혜원과 멤버들이 일제히 그쪽을 쳐다봤다.
다른 건 참아도 이건 못 참겠다.
“다들 군대 갔다 왔어요?”
“아니?”
“던전 안에서 개고생하면서 돌아다녀 봤어요?”
“…아니?”
“그럼 함부로 말하지 마요.”
이혜원이 눈을 번뜩번뜩 빛내며 따졌고.
주변에 선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야 2박 3일만 하면 끝이지만 진짜 군인분들은 한참이나 고생하니까요.”
“아니, 뭘 그렇게까지 오빠들한테 예민하게구냐.”
“그래, 진짜 군인이 된 것도 아니고. 잠깐 한 거 가지고 유세는.”
상대들이 구시렁거릴 때.
“그리고!”
이혜원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선배니까 앨범 받고 싶으면 대기실로 찾아와요!”
이혜원이 단호하게 그들과 선을 긋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화장을 받았고.
상대들도 주변의 싸늘한 분위기를 느끼고는 자기네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야, 씨… 그 시계 얼마라고?”
“이천.”
“싸네? 씨발 나도 하나 지를까?”
“아니면 이런 거 하나 갖고 싶다고 해. 혹시 아냐? 호구들이 돈 모아서 사 줄지.”
이후에도 슈퍼카를 사네 마네 지난번 얻은 정보로 주식에서 얼마를 벌었네 자랑질을 한참이나 이어갔다.
물론.
“…….”
주변에 앉아 있는 무명 연예인들의 기죽이기는 덤.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하고선 무대 준비에 여념 없는 이혜원이나 멤버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점점 과해지는 자랑에 모두들 눈살을 찌푸릴 즈음.
“자! 첫 번째 가수분부터 나오실게요!”
위문 공연 시작.
“우와아아악!”
멀리서 군인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방금 무대로 나간 건 무명 트로트 여가수.
그런데 이 정도의 함성이라니.
“씨발 우리 나가면 아주 뒤집히겠네.”
“아, 좀 역겨울 거 같은데. 다 남자들 아냐?”
놈들이 킥킥거리면서 또 막말을 뱉어 낼 때.
강현이 마침 주변 수색을 마치고선 대기실로 입장.
“이혜원 이병.”
전달 사항을 말하기 위해 이혜원을 부르자마자.
“푸흡! 이혜원 이병.”
“아오, 씨발! 오그라들어.”
“실제로 들으니까 개 역겹네 진짜.”
놈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초청 가수로 왔다지만 굉장히 무례한 행동.
“진짜 이 사람들이!”
이혜원이 벌컥 화를 내려 할 때.
“아, 괜찮아요.”
강현이 먼저 나서서 이혜원을 말렸다.
강현도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부딪힐 순 없다.
왜냐면.
“지금 대기실 안, 스트리밍 중이래요.”
강현이 이혜원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고.
이혜원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은 더 있었다.
“방금 PD님이 실시간으로 저런 짓거리 하는 거 내보내고 있으니까 좀만 참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거 전하러 왔습니다.”
이미 전 스태프들이 녀석들의 어이없는 행동을 본 상태였고.
“이거 스트리밍하죠!”
“저런 싸가지 없는 새끼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놈들을 욕했다.
강현이 소식을 전하자마자 떠오른 알림.
[충격 실태 대기실에서 갑질하는 아이돌! 스트리밍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분노합니다!]
[100만 안티팬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듭니다!]
이를 확인한 강현이 그들을 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욕 한마디보다 100만 명이 보내는 욕이 더 다채롭고 뼈 아플 거다.
그리고 그런 강현의 모습을 보며 이혜원이 역시 싶었다.
‘저런 인간들보다는 우리 선임들이 훨씬 멋있지!’
그녀가 만난 1분대원들은 누구보다 강했지만 상대를 무시하지 않았고 저렇게 경박하지도 않았다.
이혜원이 방금 들은 사실을 전했고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다음 순서 준비해 주세요!”
“야, 가자.”
“아, 대충하고 오지 뭐.”
스태프의 부름에 강현이 혹시라도 화를 낼까 내심 겁먹었던 상대방들이 대기실을 급히 나갔고.
“파이팅하세요!”
“힘내요!”
“욕 보세요!”
이혜원을 비롯한 그룹 멤버들이 생글생글 웃으며 배웅했다.
곧 닥칠 그들의 운명을 알기에.
“가는 길 편안하시길.”
강현의 마지막 인사에 멤버들이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배웅을 받으며 나온 놈들이 거만한 얼굴로 무대 위로 올라간 순간.
“우와아아… 아.”
“아, 남자들이네.”
군인들의 표정이 일제히 가라앉았다.
예상과 다른 싸늘한 반응.
방금까진 그렇게 소리 지르던 인간들이 왜?
물론 군인들이 남자 아이돌을 반길 리가 없었고.
오히려 최대 관심사는 한 가지.
“쟤네 군대 갔다 왔냐?”
군필 유무.
“아, 쟤네 다 군대 뺐답니다.”
“다 미필이야?”
“저런 놈들을 왜 부른 거야.”
거기다 몇은 군대 면제, 몇은 미필이란 소리를 들은 군인들의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
항상 환호만 받던 그들이 처음 겪는 일에 당황했고.
당황한 만큼.
“노래도 더럽게 못 부르네.”
“아, 그냥 차라리 1분대 무대에 올리라고.”
“그래, 장건철 병장 근육 쇼가 백배 재밌겠네.”
퍼포먼스도 엉망이었다.
무대를 끝낸 그들이 부끄러움에 도망가듯 내려온 후.
오늘의 마지막 순서.
“드디어! 그녀들의 시간이 왔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사회자의 외침에 병사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고.
“마지막 순서 나와 주세요!”
이혜원을 비롯한 멤버들이 2박 3일 만에 무대로 향했다.
그 옆에는 1분대도 함께.
“선임분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겠습니다!”
“뒤에서 응원할게.”
서로가 짧은 시간 동안 친해졌는지 농담을 주고받을 때.
무대 바로 뒤에 도착.
사람들의 함성과 빛나는 조명을 보자.
“아…….”
이혜원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래, 지킬 게 여기 있다.
그녀가 감격한 눈으로 멤버들을 둘러 보았고.
멤버들도 마찬가지 심정인지 눈을 반짝였다.
“그럼 이제 보여 주십시오. 이혜원 이병이 지킬 무대를.”
강현이 올라가려는 이혜원에게 응원을 보냈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혜원이 화사하게 웃으며 무대로 뛰어 올라갔다.
폭발하는 함성과 번쩍이는 조명.
모두의 기대와 행복이 정점에 오른 그 순간.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펫 구찌, 검성 이석천의 기억이 당신을 돕습니다. 이야기를 망치려는 악당을 색출합니다!]
강현의 무대도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