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43화 (143/277)

143화 군복 입은 기사

방송계에선 발 빠른 정보력이 생명이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끝내기가 무섭게 PD의 전화벨이 울렸고.

언제 냄새를 맡았는지 연예부 기자 선배의 번호가 찍혀 있는 걸 확인한 PD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

“준 PD, 이번 예능 대박 냄새 난다며? 아, 축하해!”

“아, 선배. 어떻게 또 전화까지 주시고요. 대박은 뭘요. 어쩌다 스트리밍 시청자 수 좀 잘 나온 건데요.”

“에이, 요즘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이지. 커뮤니티 보니까 이거 이야기밖에 없더구먼 뭘.”

“감사합니다. 선배.”

반가운 축하 인사에 이어 잠시 뜸을 들이던 선배가 은근히 물었다.

“그, 이혜원이랑 최 상병이라는 병사는 진짜 뭐가 있나?”

“네? 아, 선배 설마 기삿거리 캐내시려고?”

“아니 오늘 스트리밍이 삼각관계로 끝났잖아.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난리야. 이때 기사 좀 팍팍 내고 관심 끌어야 날아오를 거 아니냐고. 아예 정규 편성 박아야지.”

“…거참 선배도.”

“야, 그러니까 소스만 살짝 흘려만 봐. 내가 기사 하나 맛깔나게 써 줄게.”

보통 막 관심이 쏠리는 예능 같은 경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았고.

당연히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렇게 처음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

“좋은 기사 써 주실 거죠? 저 선배만 믿습니다.”

“아, 그럼. 무슨 맛 원하는데? 막장? 순애? 달달한 연애?”

어떤 기사가 나가고 출연자에게 어떤 컨셉을 잡아 주는지가 매우 중요.

한번 삐끗하면 바로 비호감으로 몰리는 게 연예계인지라 특히 민감했다.

잠시 핸드폰을 툭툭 두들기며 고민하던 PD가 찬찬히 입을 열었다.

“막장이나 순애 같은 컨셉은 필요 없구요. 그냥 캐릭터 좀 잡아 주세요.”

“캐릭터?”

“네, 이혜원 씨는 이쁘고 최선을 다하는 여주, 막내는 아양 부리는 주조연.”

“그 강현이라는 친구는? 요즘 핫하던데.”

“최강현 상병은…….”

PD의 눈이 잠시 홀로그램 훈련장에 들어간 강현에게로 향했고.

“군복 입은 기사님.”

방금 떠오른 생각을 뱉었다.

그의 말에 기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하! 아, 그렇게 캐릭터부터 짜고 이야기는 본편으로? 이야… 이거 감각 살아 있구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끝낸 그가 현장으로 돌아가자.

“와… 저 사람 대체 뭐예요?”

“피디님, 진짜로 저분 따로 섭외한 헌터 아닌 거죠?”

“나 저 사람 사인 받아 둘까 봐.”

스테프들이 촬영 중인 것도 잊었는지 강현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전투를 치르는 강현과 1분대의 모습은 멋있었다.

“분대 정렬!”

“합!”

강현의 명령에 1분대 탱커들이 방패를 들어 올려 방벽을 세운 후.

“방어막!”

강현의 지시에 각자의 마나가 옅게 퍼져 나오기 시작.

파랑, 노랑, 주황 등 각자의 기운이 뒤섞인 보호막이 주변을 서서히 점령.

몰려든 홀로그램 몬스터들이 그 위를 수없이 두들겼으나.

[분대 스킬 방진, 견고함을 발동. 방어력을 강화합니다! 분대 특성 교감을 활성화하여 연계가 치밀해집니다!]

1분대의 방어벽은 흔들림 없었다.

방어막의 단단함은 물론 혹시라도 몬스터들이 한쪽으로 치우친다 싶으면.

꾸울렁.

보호막이 크게 요동침과 동시에 그쪽으로 마나가 몰렸다.

마치 유기체와 같은 움직임.

물론 이 또한 이번에 새롭게 얻은 분대 스킬 중 하나였다.

[새로운 분대 스킬 전이를 발동합니다. 분대원 간 마나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특성 교감과 결합하여 전이가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지난번 산군 서대호를 구하러 갔을 때.

산군 길드 특별 팀이 강현의 분대로 편입되었고 새로운 스킬 전이를 얻었다.

덕분에 이전 회색 숲에서 고민했던 집단전 시 적의 쏠림 문제를 해결.

오히려.

“몰아!”

“우와아악!”

장건철과 장만수를 시작으로 1분대 탱커들이 몬스터들을 한쪽으로 밀었고.

자연스레 보호막 안에 갇힌 몬스터들 위로.

“딜러 준비!”

이성민의 활과.

철컥.

강현의 총구가 향했다.

이후에는.

“사격!”

투두두두두두!

일방적인 학살.

고블린, 오크, 트롤이 뒤섞인 백에 가까운 몬스터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지막엔 화약 냄새와 탄피 떨어지는 소리만이 현장에 맴돌았다.

완전한 압도.

“우, 우와.”

스테프들이 1분대의 싸움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물론 개중에는 유명 헌터들의 싸움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본 베테랑들도 있었지만.

“군인들이라 다르긴 하구나.”

“진짜 작전을 보는 거 같네.”

그들이 본 헌터들과 1분대의 싸움은 결이 달랐다.

최상급 헌터들의 싸움은 약간 비현실적이었다면.

“뭐라 그래야 해? 그 박진감? 집단전? 완전 군인들이야.”

“헌터들이야 자기들 튀고 싶어서 안달이니까. 저런 딱딱 맞는 움직임은 잘 안 나오지.”

1분대의 싸움은 그야말로 군인.

“이게 특임대의 전투입니다. 개인의 화려함보다는 집단의 효율을 추구하죠. 우리는 개인이 아닌 집단이니까요.”

강현의 설명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 또한 그룹으로 활동하니 개인이 홀로 튀려 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았다.

방금 있었던 거친 싸움 때문일까 그녀들의 긴장한 표정을 보며 강현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뭐, 이혜원 이병의 발차기 정도라면 간혹 튀어도 괜찮겠더군요. 잘 봤습니다.”

“윽, 어억! 그게!”

“그럼 오전 훈련 끝! 점심 먹으러 가죠!”

“감사합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잠깐의 쉬는 시간.

“이혜원 이병?”

“이병 이혜원!”

“여전하더군요. 정화 실력은.”

“으읏! 진짜… 너무하십니다.”

이전에도 강현에게 놀림받은 적이 있던 그녀가 입을 샐쭉하게 내밀었고.

강현이 옆에 앉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혜원 이병.”

“이병 이혜원.”

“목소리가 작군요?”

“이병 이혜원!”

“좀 있다가 오후 훈련 때 이혜원 이병은 저와 같이 움직일 겁니다.”

“같이 말입니까?”

“그래요. 저녁 PX 내기가 걸려 있는 만큼 잘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좀 이따 보죠.”

강현이 슬쩍 오후 훈련에 대해 귀띔해주고 일어나려 할 때.

“저, 최강현 상병님.”

이혜원이 강현을 불러 세웠고.

“이번에도 지켜 주시는 겁니까? 던전 안에서?”

장난기를 담아 물었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강현이 피식 웃었다.

“그때처럼 말입니까?”

“네.”

“이번에는 그 발차기로 절 지켜 주는 건 어떤가요?”

“앗! 정말 너무합니다!”

그녀가 진짜로 삐지려고 할 때.

“그럼요.”

강현이 진지하게 표정을 바꾸며 답했다.

“언제든, 어디서든, 지켜 드리겠습니다.”

“…….”

“제 옆에만 있다면요.”

“…네.”

너무나 확고한 대답에 이혜원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수그렸고.

강현이 그대로 뒤돌아 오후 훈련을 준비하러 떠났다.

“우와…….”

“미쳤어 진짜…….”

현장에 있던 모든 여자 스테프가 강현의 말을 들으며 감동했다.

이는 시청자들도 반응도 마찬가지.

[실시간 시청자: 24,800명]

지난 스트리밍 소식에 시청자들이 더욱 모여들었고.

[실시간 시청자 2만 명 돌파! 당신의 답변에 시청자들이 환호합니다!]

[이혜원의 부상 정도: 혼수상태… 전신마비]

강현이 상승한 시청자 수와 이혜원의 완화된 부상 정도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지킨다!’

* * *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쉬는 시간.

물론 강현을 비롯한 1분대원들에게 휴식은 없었다.

“성민, 목교. 던전 가져갈 장비는 챙겼지?”

““챙겼습니다!””

“그래, 마지막 점검 끝나면 이야기해.”

아무리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던전이라도 강현은 철저히 준비했다.

“장건철 병장님은 장만수 일병님이랑 움직이시고, 김대영 상병님은 목교…….”

강현이 이어서 분대원들을 따로 묶어 조를 편성.

“최강현 상병님은 조 안 짜십니까?”

“강현이 너는?”

강현은 어느 조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저는 이혜원 이병이랑 같이 움직일 예정입니다.”

강현의 담담한 대답에.

“짜아식…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역시 최강현 상병님이십니다.”

분대원들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아마 강현이 이혜원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홀로 움직인다고 생각한 모양.

그러나 곧.

“그래야 형평성이 맞지 않겠습니까? 가장 늦은 팀이 PX 사기로 한 거 잊지 마십쇼.”

강현이 분대원들의 억측을 일축하며 생활관 밖으로 나섰다.

그가 막사 밖 카메라가 없는 곳으로 움직였고.

“구찌는 아직 소식이 없냐?”

덩달아 주변을 경계하던 검성 이석천이 그제야 강현에게 말을 걸었다.

주변에 카메라가 없는 걸 확인한 강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펫 구찌의 복귀까지 남은 시간: ???]

지난번 오성탁 준위의 뒤를 캐기 위해 보냈던 구찌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야 직접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군인 신분으로선 움직일 수가 없었고 기다리길 꽤 오래.

촬영 중에도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또 강현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건 구찌의 미복귀뿐만이 아니었다.

“이혜원이 저 친구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

처음 막사에 도착한 이혜원을 만났을 때.

[인물 퀘스트 햇빛의 후예를 시작합니다!]

드라마 제목과 비슷한 퀘스트 이름에 가볍게 생각했다.

2박 3일 촬영만 잘 마무리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순간.

[실시간 시청자: 0명]

[이혜원의 부상 정도: 사망]

떠오른 알림에 강현이 숨을 잠시 멈췄다.

1분대원들, PD, 시청자는 물론 이혜원 자신도 모르는 위기.

강현이 이혜원을 특별히 챙기고 옆에 붙어 있던 이유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함이 아니었다.

시청자 수를 늘려 이혜원을 살리기 위해.

“오빠, 오빠! 이쁜 언니야가 가방 선물로 보내 줬어!”

“어? 이쁜 언니야?”

“웅! 혜원 언니!”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동생.

그런 동생의 학교 준비를 못 도와주어서 미안했는데.

어떻게 이혜원이 강현보다 먼저 서연이에게 가방 선물을 보내기까지 했다.

강현과의 친분도 친분이지만 동생과 할머니와도 아는 사이.

그런 그녀가 죽는다면.

그것도 자신이 있는 부대에서, 함께 촬영 중에 죽는다면?

“제 옆에 있는 한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거다.

이혜원 개인에게도 너무나 큰 비극.

이혜원이 강현을 보며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듯.

강현도 그녀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그저 화려한 줄만 알았는데.

‘때론 매섭기도 하지만 성실하고 밝은 사람… 그리고 솔직한 사람.’

아이돌 이전에 이혜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았다.

다만.

“가장 짜증 나는 점은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번 훈련일 수도 있다는 뜻이겠군.”

“어쩌면요.”

강현의 입장에선 24시간 내내 긴장하며 이혜원을 살펴야 했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사건을 경계해야 했다.

그런데 진짜 끔찍한 점은 바로 어떻게 해서든 시청자 수를 올려야 한다는 것.

“그 느끼한 대사를 할수록 시청자 수가 올라서 이혜원의 부상이 완화된다고 했지?”

“…네.”

푸흡.

이석천이 이 심각한 대화 속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강현의 얼굴이 더 시무룩해졌다.

“웃을 기분 아닙니다.”

“아니지 강현아 잘 들어 봐라.”

검성 이석천이 자신의 후배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가 멋진 이야기만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거다. 싸우지 않아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다는 거야.”

“…….”

“그게 대수냐? 멋진 말, 느끼한 행동이 대수야! 이놈아, 이 미련한 놈아!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더냐? 말 몇 마디에 사람 목숨 구할 수 있다는데 뭐가 그리 힘들다고 하는 거야!”

이석천답지 않은 호통이 이어졌고.

“스승님…….”

강현의 감격 어린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활관을 가리켰다.

“가라, 가서 좋아한다고, 평생 함께하자고 하는 거야! 아주 시청자 수를 폭발시켜 버려라!”

이석천이 오랜만에 후배에게 멋진 모습을 보였다 생각할 때.

“아저씨 같은 헛소리 좀 그만하십쇼. 화나려고 합니다.”

강현의 타박이 이어졌고.

“아, 역시 그렇지? 너무 헛소리였지?”

이석천이 단번에 납득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 없는 강현과 그의 눈치를 보는 검성.

그때.

“어엇!”

강현이 무언가에 번쩍 놀라며 기함을 토했다.

“뭐, 뭐야? 역시 생각해 보니까 내 말이 맞지?”

이석천이 아직 남아 있는 희망의 끈을 다시 잡으려 할 때.

“구찌! 구찌가 돌아온답니다!”

강현이 검성의 말을 무시하며 방금 떠오른 알림을 확인했다.

[펫 구찌의 복귀까지 남은 시간: 5분]

5분이면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듯싶다.

그런데.

[5분… 3분… 30초… 5초]

구찌가 날아오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곧.

저 멀리.

“꾸우우우-!”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는… 아니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는 피닉스 한 마리?

“어어? 쟤 좀 커지지 않았냐?”

“…구찌야?”

이전에는 작은 참새와 같았다면 이제는 제법 청소년 티가 나는 타오르는 수리 한 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구찌의 갑작스러운 성장에 강현이 당황했으나 곧 두 팔 벌려 돌아온 구찌를 맞이했고.

“꾸우!”

구찌가 전속력으로 날아온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보드랍게 강현의 가슴팍에 안겼다.

가슴팍에 딱 들어올 정도로 커진 모습.

강현이 반가움을 표출하기도 전.

“꾸우!”

구찌가 먼저 강현의 얼굴에 머리를 비벼 댔다.

어지간히도 다시 만난 주인이 좋았던 모양.

강현도 무언갈 물어보기 전, 무사히 돌아온 구찌부터 환영하기 위해 같이 머리를 비빌 때.

[펫 구찌가 죽음의 위기에서 돌아왔습니다. 위기를 극복하여 한층 성장했습니다!]

[펫 구찌의 기억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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