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39화 (139/277)

139화 2% 부족할 때

“야, 이 새끼들아 조용히 안 해!”

갑작스러운 환호에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병사들의 흥분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아무리 이십 대 초반.

간부들이 종종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일반병들이지만 그들 또한 사람.

자신의 삶과 겪어 온 경험이 있다!

그리고 군대에서 먹은 짬밥이 있다.

“그래! 그거지! 그냥 뒤집어 엎어 버려!”

“최강현! 멋있다!”

“야, 진 사람도 고개 들어라! 잘 싸웠어!”

간부들의 은근한 압박에 다들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고.

내심 불만도 품었다.

말로만 병사들의 축제지 결국 자기들 이익을 위한 일이구나.

일개 병사의 기를 죽이기 위해 계급을 이용하는 치졸함이라니.

“너희가 특임대 주인공이다!”

“최강현! 최강현! 최강현!”

“고영진! 고영진! 고영진!”

그래서일까, 병사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 간부들의 명령을 지워 냈다.

곳곳에서 강현의 이름뿐 아니라 상대의 이름도 나왔다.

그만큼 둘의 대련은 놀라웠고 멋있었다.

강현의 압도적인 실력에 감동했고.

고영진의 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투쟁심에 한 번 더 놀랐다.

그야말로 남자의 전투.

“저게 특임병이구나…….”

“대박, 헌터들은 다 저렇게 싸운다고?”

평소 헌터 특임대에 막연한 동경 또는 반감을 갖고 있던 병사들 모두가 깨달았다.

놈들은 괴물이라고.

그리고 생각보다 멋있다고!

“그냥 그저 그런 놈들이라고 맨날 그랬었는데… 지금 보니까 미쳤는데?”

“헌터들이 확실히 다르긴 하구나.”

유튜브에서 보는 거야 항상 최상급 헌터들의 모습이니 그들을 기준으로 삼고 특임대를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실제로 가까이에서 마주한 헌터 특임병들의 전투는.

“야, 너희들 존나 멋있었다!”

박진감 넘치고 화려했다.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정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최강현 일병님! 나중에 사인해 주십시오!”

“저기요! 나중에 같이 작전 한번 했으면 좋겠슴다!”

“최강현 일병! 최강현 일병! 나 취사병! 기억나요?”

강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가장 강하고 멋있었으니까.

비록 그를 향해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이 전부 시커먼 남자들이라는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감사합니다! 파이팅!”

강현은 그들의 환호가 싫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승리를 쟁취한 후 이루어진 놀라운 변화.

[현장에 있는 모두가 당신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분명 결승전 직전까지만 해도 병사 대부분의 이름은 하얀색이었다.

그중 간부들의 붉은색 이름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

그러나 지금은.

[군단 병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습니다!]

[군단 명성도가 상승합니다!]

대연병장엔 옅은 초록빛 이름들이 가득했다.

적대적인 간부들의 이름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

이른 봄이라도 찾아왔는지 푸릇한 새싹들이 돋아난 듯한 풍경.

강현이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미소 지었고.

곧.

“야, 가자!”

“강현아악!”

강현의 유일한 아군이었던 3중대원들이 대연병장에 나와 강현을 붙잡더니.

그를 가마 태우듯 싣고선 대연병장을 돌기 시작.

“최강 헌터 만만세~!”

씨름 천하장사라도 된 듯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병사들의 축하를 받았다.

물론.

“큼, 크흐흠! 멈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병사들이 너무 흥분한 것 같습니다만.”

“다들 간부들에게 지시하거나 방송을 해서라도 진정시켜야 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타 부대 간부가 불만을 표했다.

자신들이 제외된 축제 따위 보고 싶지 않았던 탓.

“…군단장님 아무래도 병사들을 진정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성탁 준위가 억눌린 목소리로 병사들의 진정을 건의했으나.

핏발 선 눈과 악문 턱 근육을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

그가 주변에 험악하게 눈을 부라리자 몇몇 간부가 눈치를 보며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이크를 잡으려 움직였다.

그때.

“모처럼 기뻐하는데 조금 더 두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군단장님.”

사열대에 지금껏 보이지 않던 이들이 등장했다.

둘의 옷깃에 새겨져 있는 V자 모양 세 개와 그 위에 자그맣게 달린 별 하나.

준위와는 또 다른 부사관의 정점.

원사를 뜻하는 계급장이었고.

“오! 주임 원사 왔어요? 갔던 일은 잘되었고요?”

“충성! 군단장님 덕에 잘 갔다 왔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이거 주임 원사 오기 전에 대회가 일찍 끝나 버렸네요?”

“그만큼 전투력이 뛰어나단 뜻이니 군단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아하핫! 주임 원사 말이 맞네요. 이거.”

군단장과 주임 원사가 서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바로 군단 부사관들의 정점인 군단 주임 원사.

그리고 옆에는 또 다른 주임 원사가 있었으니.

“그런데 어떻게 군단 주임 원사랑 특임대 주임 원사가 같이 왔네요?”

“충성! 특임대 집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군단 특임대 부사관들의 정점.

특임대 주임 원사였다.

“이거 특임대 주임 원사 마음이 흡족하겠군요. 아주 뛰어난 실력이에요.”

“오는 길에 마지막 대련을 보았는데 아주 놀라웠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그가 이번에는 강준진 준장을 향해 작게 인사했다.

“복귀했습니다, 대장님.”

“어서 와요, 주임 원사.”

둘의 시선이 잠시 얽혔고.

특임대 주임 원사가 강준진 준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군단장님 시상식 전에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군단 주임 원사의 진지한 요청에 군단장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곧 있을 최강 특임병 시상식을 제쳐 두고 할 이야기가 뭘까?

다들 궁금한 눈치로 자리를 떠나는 둘을 힐끔 쳐다볼 때.

“선설민 중령? 잠시 이야기 좀 하지? 주임 원사도 따라오겠어요?”

강준진 준장이 선설민 대령과 특임대 주임 원사를 대동한 채 사열대를 비웠고.

자리에 불편하면서도 불안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말은 못 했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 탓.

군에서 짬밥 먹은 지가 얼마인데 분위기 파악 하나 못 할까.

곧.

“크, 크흐흠! 잠시 병사들 사기 좀 북돋으러 가야겠군요.”

“같이 가겠습니다.”

“크음, 행사 순서를 점검해야 해서.”

하나둘씩 사열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

상석엔 오성탁 준위를 비롯한 몇몇 군단 간부만이 남았다.

빈자리 위, 휑하니 부는 겨울바람 사이로.

빠드득.

오성탁 준위의 이빨 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 또한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설마.

‘저 병사 하나 때문이라고?’

오성탁 준위의 눈이 아직도 병사들의 환호 속에 있는 강현에게로 향했다.

선설민과 서윤진의 독주를 막고 더 나아가 강준진의 날개를 떨어뜨리기 위해 했던 일.

그 포석으로 강현이라는 일병 나부랭이를 건드렸었지.

그런데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가 저 일병을 보호하려는 듯한 움직임.

설마 녀석을 건드린 게 잘못된 판단이었던 걸까.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놈은 그냥 병사 중 한 명일 뿐이야.’

오성탁이 고개를 작게 저으며 불안감을 흩었다.

지금껏 수많은 이를 포섭하고 거꾸러뜨려 왔다.

‘검성 그 인간조차도 쳐냈다. 저런 병사 하나 때문에 지금껏 쌓은 게 무너진다고? 그저 불안감일 뿐이야. 다시 원래처럼 흘러갈 거다.’

심지어 특임대를 세우고 한국 헌터계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던 검성을 잘라 내었다.

물론 그가 그렇게 불리기 전의 일이긴 했지만.

오성탁 준위가 쌓아 왔던 부대 내외부의 인프라는 그리 얕은 게 아니었다.

자그마치 그의 군 생활 수십 년이 담긴 욕망과 비리의 산물.

‘이번에도 평소와 같을 거다. 고작 병사 따위가 바꿀 수, 뒤흔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원래대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그래, 예전에도 종종 정의감 넘치는, 철모르는 녀석들이 자신을 뽑아내려고 시도했으나.

먼저 떨어져 나가는 건 항상 놈들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으리라.

잠깐의 흔들림일 뿐.

‘곧 너도 알게 될 거다. 군대라는 곳이 변하기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를.’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후회하며 고개 숙이리라.

마지막에 웃는 건 자신이겠지.

지금껏 그래 왔기에 오성탁 준위는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승리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혼탁한 비리와 더러운 결탁의 위력을.

[역류 수치: 65%]

[정화 능력: 63%]

‘끝까지 따라잡지는 못하는 건가.’

물론 강현도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2%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썩어 있길래 산군에, 대연 시스템에, 준장까지 달려드는 대도 따라잡질 못한단 말인가.

그만큼 군대라는 곳이 깊이 그리고 곳곳이 썩어 있다는 뜻일 터.

‘이대로는 퀘스트 실패겠는데.’

무언가 반전의 빌미를 찾지 못한다면 역류 수치가 100%에 도달하고 퀘스트는 실패할 거다.

삶이라는 게 때로는 실패도 하는 거니까 한 번쯤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패 시: 선설민, 서윤진 진급 실패, 황세아 장기 시험 누락, 강준진 준장 타 군단으로 이동]

퀘스트를 실패했을 때 받는 패널티가 강현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

선설민 서윤진을 비롯하여 주변에 있는 믿을 수 있는 간부 모두가 피해를 보게 생겼다.

차라리 혼자 다른 부대로 전출당한다거나 불이익을 받는다면 참을 수 있겠으나.

‘나 혼자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휘말리게 할 순 없어.’

최소한 자신을 도와주려 한 사람들을 지켜 주고 싶었다.

한동안 이어졌던 소란이 가라앉은 후.

“괜한 짐을 지운 거 아닌가 싶다…….”

검성 이석천이 좀체 밝아지지 않는 강현의 표정을 보며 어둡게 입을 열었다.

그 또한 옆에서 계속 지켜보아 왔다.

강현이 오성탁을 비롯한 수사 팀과 부딪히는 모습을, 원중식 상사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강현에게 패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 또한 마주했던 군대의 구린내 나는 부분.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때나 지금이나 같구나.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에 이어 강현까지 이 더러운 꼴을 보고 결국 이겨 내지 못하고 당해야 한다는 게 화가 났다.

“미안하다. 내가, 차라리 내가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이런 꼴을 보느니 끝까지 남아서 싸웠어야 했어.”

그리고 후회했다.

그때 물러나지 말 걸 그랬다.

끝까지 남아서 싸울 걸 그랬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자신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내가 끝까지 더러운 똥물을 뒤집어썼어야 했어……!”

그가 비통하게 자책했다.

당시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했던 선택이 이젠 강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계속 실패만 해 왔구나. 이석천 이 미련한 놈아. 검성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뭘 할 거냐.’

그가 후회스러운 얼굴로 강현의 옆에서 고개를 수그릴 때.

“고개를 드십시오. 아저씨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문득 강현이 굳건한 목소리로 검성을 일깨웠다.

이석천을 바라보는 강현의 얼굴에 감도는 생기.

검성이 갑자기 바뀐 그의 표정을 보며 의아해할 때.

[검성의 기억 조각: 43%… 45%!]

[기억 조각이 일정 이상 모였습니다. 과거 검성이 심어 놓은 씨앗들이 열매를 맺었습니다!]

[군단장, 군단 주임 원사, 특임대 주임 원사가 과거 검성 이석천의 은혜를 상기하며 당신을 돕습니다!]

[그들의 연락에 검성 이석천을 기억하는 이들이 속속 도움의 손길을 보냅니다! 정화 능력 향상 속도가 빨라집니다!]

강현이 생각지도 못한 역전의 발판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석천은… 틀리지 않았다!

과거 검성에게 은혜를 입었던 이들이 썩은 물을 막기 위해 나섰고.

후배 강현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역류 수치: 67… 68… 69%]

[정화 능력: 63… 68… 71%]

드디어 정화 능력이 썩은 물을 넘어섰다!

강현이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성을 마주 보며 힘차게 미소 지었다.

“특임대를 창안하고 미래를 위해 특임대를 떠난 선택은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어, 어어? 그게 무슨 소리냐?”

“아저씨가, 아니 스승님이 남겨 둔 사람들! 심어 둔 씨앗들! 그분들이 드디어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움직였다고요!”

“내가 남겨 둔 사람들?”

“네! 군단장님, 군단 주임 원사님이랑 특임대 주임 원사님이요. 그리고 그들이랑 연락하는 분들 모두가요!”

물론 이석천은 강현의 알림창을 보지 못했으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으나.

단 한 가지 사실만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 그러니까… 내가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지? 그들을 위해 군을 떠났던 선택이 옳았다는 거지?”

아니 확인받고 싶었다.

검성의 간절한 물음에.

“네! 그러니 실망하지 마십시오. 스승님은 옳은 선택을 한 겁니다! 제가 증명할게요!”

강현이 힘차게 답했고.

[정화 장치를 작동하시겠습니까?]

알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화 장치를 가동합니다! 특임대 더 나아가 군단 곳곳에 흐르는 썩은 물들을 정화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