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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33화 (133/277)

133화 진짜 예선전

“야, 군인 그거 철밥통 아냐?”

아니다.

물론 맞기도 하다.

“장기근속 붙은 부사관이 소령보다 마음은 편하지.”

부사관 같은 경우 장기 복무가 확정만 되면 이후에는 별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다.

상사 진급까지 되면 철 밥통 안정권에 드는 셈.

그러나.

“야! 곧 근무 평정이니까 애들 똑바로 관리하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내가 진급 떨어지면 너 평가는 잘 나올 거 같아?”

“죄송합니다!”

장교는 이야기가 달랐다.

대위에서 소령, 소령에서 중령이 되어도.

끊임없는 근무 성적 평가와 진급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

물론 계급이 높아질수록 많은 사람을 이끌어야 했기에 기준이 빡빡해지는 건 당연했다.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건.

“1대대장 그 인간이 붙게 생겼단 말이지…….”

“3중대장이 A를 받으면 우리는 B를 받아야 한다는 소린데. 선배 진급 길까지 막을 생각인가?”

“A급 자리 하나는 이미 없어진 셈이네.”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점.

대위 이상부턴 전역할 때까지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해야 했고.

누가 같은 경쟁군에 묶였는지도 중요했다.

그중에서도 같은 중대장들에게 서윤진 대위는 최악의 상대.

물론 3군단 예하 대대장들에게도 선설민 중령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그런데.

“1대대 그중에서도 3중대… 하필 그 인간들이랑 군 생활이 겹칠 게 뭐야.”

“거기다 서윤진 위에 선설민, 선설민 밑에 서윤진이니 이거 다른 사람들은 숨 막혀서 살겠냐고 이거!”

그 둘이 같은 라인에 위치하니 서로 당겨 주고 밀어주고 아주 난리였다.

특히 작년 내내 서윤진의 3중대는 타란툴라, 듀라한, 백화점, 혹한기 거인까지 남들은 군 생활 중 한 번 세울까 말까 한 전공을 연속해서 세웠고.

선설민은 이걸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3중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

“이번 군단 최강 특임병 우승까지 가져가면 아예 다 빼앗기는 거 아냐!”

“1대대가 독식하게 둘 순 없지.”

“서윤진한테 다 빼앗길 순 없어. 최소한 우승 타이틀이라도 가져와야 해!”

처음으로 각 대대 대대장과 중대장들의 뜻이 일치했다.

이대로는 자신들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간의 근무 평가가 엉망이 되게 생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우승을 못 하게 해야지.”

“3중대만 제외하면 해볼 만해.”

“그런데 3중대를 어떻게 막지?”

상대 평가인 만큼 상대의 실적을 깎으면 자신의 위치가 상승하는 구조.

너무 뛰어난 능력은 모두의 적이 되기 쉬웠고.

“그럼 그 친구만 없으면 되겠네.”

“강현이란 병사 말이지?”

“그놈만 없으면 어떻게든 될 거란 말이지.”

부대 전 간부가 약속한 것처럼 단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강현.

모든 사건 속에 있었고 각종 포상과 표창을 휩쓸고 있는 괴물.

특히 혹한기 사건 보고서와 백화점 사건 보고서를 읽어 본 지휘관들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왜 나한텐 이런 병사가 안 붙느냔 말야!”

“이 강현이란 녀석만 있었어도 이번 진급은 따놓은 건데… 씨…….”

마치 병사를 자신의 진급에 필요한 장기짝 정도로 취급하는 발언.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선설민 중령과 수사관들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고는 수사 팀에 전화를 걸었다.

“그 1대대 최강현 일병 말입니다… 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정황이 많아서요. 이거 수사 팀에서 한번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식적으로 능력을 개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친구가 이런 전공을 세웠다는 게 영… 그리고 강력 길드 소문에 따르면 뭔가 문제가 있었나 보더군요. 한번 살펴 주시죠.”

“네네, 뭐 이번 달 내로 좀 봐주시면 감사하죠. 아시다시피 이번에 큰 행사 하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물론 당연히.

“그런가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수사 팀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전화를 받은 수사 1팀장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직접 한번 알아보죠.”

준위 오성탁.

검성 이석천을 군대에서 내몰았던 썩은 물 중 한 명인 그가 다른 썩은 물들과 함께.

“선설민 중령, 서윤진 대위, 최강현 일병이라… 셋 다 산군 길드와 연관이 있는 자들이로군요. 굳이 이 라인을 군에 남겨 둘 필요는 없지요.”

선설민과 서윤진을 군에서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휴가에서 복귀한 강현을 건드린 건 후일을 위한 포석.

그러나.

“대체 이게 뭡니까! 병사 하나 못 잡아 두다니요!”

“팀장님, 약속한 거랑 다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수사에 협조한 우리가 뭐가 됩니까.”

그는 군 생활 중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설마 일과 시간 10분도 안 남기고 통과할 줄은 몰랐다.

물론 놈을 막바지에 놓아 준 자신의 책임도 있겠으나.

“저한테 불만을 표하기보다는 자기 병사들부터 신경 쓰시죠. 설마 제 탓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근무 평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 군 생활 그만하고 싶으세요?”

“미안합니다. 그게…….”

콰앙.

그가 거칠게 전화기를 내려놓고선 이빨을 꽉 깨물었다.

“이… 새끼가!”

방금 중령도 자신의 협박에 설설 기었건만 최강현 그 새끼는 달랐다.

흔들림 없는 눈빛과 당당한 태도.

오히려 자신을 흔들기 위한 과한 언행.

그리고 남들의 견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까지.

“그 인간을 닮았군. 기분 나쁠 정도로.”

오성탁이 자신의 최대 업적이자 과오를 떠올리며 전화기를 들었다.

“어, 나야. 잠시 시간 되면 술 한잔하지?”

* * *

[역류 수치: 18%]

‘18이라 어지간히들 움직이나 보네.’

강현이 하루 새에 계속 뛰는 숫자를 보며 놀랐다.

자신이 열받게 한 것도 있겠지만.

‘징그러운 인간들… 중대장님이랑 대대장님을 이렇게까지 막으려는 이유가 뭐야.’

진짜 이유는 바로 서윤진과 선설민의 진급을 막으려는 장교들 사이의 알력 싸움이라고 들었다.

물론.

‘결국 내가 잘하니까 그런 거지 뭐! 헤헷!’

마지막엔 가슴을 불쑥 내밀며 콧대를 세우는 서윤진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을 뿐.

예전에는 카리스마가 넘쳤다면 요즈음 들어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보여 주는 그녀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고.

강현이 잠시 서윤진의 밝은 얼굴을 떠올릴 때.

“으윽, 이 괴물 같은 놈아…….”

“어째 넌 휴가만 갔다 오면 훨씬 강해져 있냐……!”

“미친…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질 생각이야?”

어둑한 훈련장 곳곳.

3중대에서도 내로라하는 특임병 전부가 누워서 끙끙 앓고 있었다.

딜러, 탱커, 프리롤.

각 분대에서 뛰어난 인재를 뽑은 뒤 강현과 붙어 봤지만.

“강현 승!”

완벽한 강현의 승리.

심지어.

“목검은 너무했잖냐!”

강현이 손에 든 건 진검도 아닌 훈련용 목검.

처음엔.

“아무리 너라도 큰코다친다.”

“다치지 않게 살살해 줄게.”

“공격해!”

선임들도 강현의 노골적인 봐주기를 보며 발끈, 이마에 핏대를 세웠으나.

강현은 정말 목검 하나 들고선 3중대 드림 팀을 완전히 깨 버렸다.

보통 휴가에서 복귀하면 전투 감각이 무뎌지기 마련이건만.

“고생하셨습니다.”

복귀하자마자 더욱 날카로운 감각을 뽐낸 강현이 산뜻하게 훈련장을 나서려던 때.

“크르르.”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울음소리.

강현이 문득 휴가 동안 겪었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는 검을 바짝 치켜들었고.

“모두 도망치십쇼!”

선임들의 앞을 막아섰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수복이고 뭐고 없다.

죽으면 끝장.

그가 몸을 긴장시킬 때.

파파팟!

수풀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훅 튀어나왔고.

“어!”

강현이 그때 보았던 붉은 호랑이를 떠올린 순간.

서윤진 대위가 강현의 목덜미를 잡고는 어딘가로 달렸다.

그리고 남아 있던 선임들이 사라진 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왜 도망치냐. 네가 먹잇감인데.”

“저거 은근히 눈치 없지 않습니까?”

“뭐, 저런 점 때문에 우리 부대 에이스 아니냐.”

“그래도 살아서 돌아와야 할 텐데 말입니다.”

3중대 선임들이 강현의 명복을 기릴 때.

“주, 중대장님?”

강현이 자신을 붙잡은 주인공 서윤진 대위를 보았고.

“크르르, 더는… 못 참겠다……!”

그녀의 반쯤 이성을 잃어버린 눈을 보며 몸을 떨었다.

언젠가 했던 경험.

‘설마… 의무 방어전? 또?’

처음 전투 능력 평가 때도 그렇고 첫 휴가 직전 때도 그렇고.

서윤진 대위는 한번 불이 붙으면 상대를 완전히 짜낼 때까지 몰아붙이는 스타일.

이를 두 번이나 경험해 본 만큼 강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 갔다.

“크르르, 다… 뒈졌다!”

아니 뭐가 뒈졌다는 겁니까? 죽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현이 서윤진의 손에 잡힌 채 도착한 곳은.

“훈련장?”

훈련장이라기보단 공터.

드넓은 야전 훈련장 어느 구석.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가 질문을 꺼내기도 전.

“그분께서 쓰셨던 곳이야.”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서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병사부터 시작해서 장군까지 올라간 분. 지금의 특임대의 초석을 쌓았던 분. 그리고 누구보다 강했던 검수.”

듣기만 해도 누군지 떠오르는 이름.

“검성 이석천 말씀이십니까?”

“응. 여기가 그분이 병사 시절 자주 이용했던 훈련장이거든.”

서윤진 대위가 작은 훈련장을 둘러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가 계셨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무엇이 말입니까?”

“그냥 모든 게… 할아버지도 큰아버지도 이 특임대도.”

서윤진의 씁쓸한 말에 강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간부들의 견제와 산군 길드 내부 사정 때문에 힘든 모양.

“중대장님.”

“응?”

“이겨 보이겠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앞에 무엇이 있든.”

“강현아…….”

“그리고 반드시 증명하겠습니다. 1대대 그중에서도 3중대가 최고라는 것을!”

강현의 장담을 들은 서윤진의 눈에 감동이 들어찼고.

“그것이 바로 군인 정신!”

불쑥.

수풀을 헤치며 누군가 등장했다.

“역시 자네는 장교감이야! 신청하지 않겠는가?”

“충성! 대대장님! 여긴 어떻게?”

“충성!”

바로 1대대장 선설민 중령.

그의 등장에 강현과 서윤진이 긴장했다.

근래에 편해졌다고 하지만 어쨌든 지휘관.

성큼성큼 다가온 선설민 중령이 강현에게 아주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이번 본선 진출자 명단일세.”

강현이 멍하니 이를 받아 들었고.

“최강현… 장교 전환… 프로젝트……?”

말과는 완전히 다른 서류철 제목을 읽는 순간.

“아차! 잠깐 실수가 있었군!”

선설민이 재빨리 강현의 손에 들린 서류를 빼앗고는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얼핏 본 무시무시한 프로젝트 서류 안에는 군인이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진로 방향, 또 자신의 환심을 어떻게 살 것인지 빈틈없이 계획이 적혀 있었다.

‘분명히 일부러 보여 준 거 같은데.’

강현이 의심의 눈초리를 애써 감추며 서류를 보았으나.

손에 쥔 종이는 그저 흰 A4 용지.

이번에도 실수인가?

“아무것도 없습니……?”

강현이 고개를 들며 질문하려는 순간.

후우웅!

거대한 주먹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왔고.

강현이 그대로 허리를 꺾어 주먹을 피했다.

“진정한 강함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 이 선배가 직접 상대해 주기로 하지! 최 소위!”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한 강현을 보며 선설민이 확신하는 순간.

“일병, 최강현!”

강현의 몸이 절로 움직였다.

선설민의 팔을 걷어 냄과 동시에 손톱을 세워 그의 목을 향해 휘두르니.

“어딜!”

선설민이 놀라며 몸을 뒤로 빼냈고.

“호왕권!”

강현이 사용하는 수법이 무엇인지 깨달은 서윤진은 더욱 놀랐다.

바로 자신도 알고 있고 사용하는 수법.

산군 서대호의 호왕권!

“하압!”

[산군 서대호 호왕권 분석률: 70%]

[분석률이 일정 수준에 달해 자신만의 호왕권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하급 무투술의 레벨이 대폭 올랐습니다. 기존 하급 무투술이 중급 무투술로 진화합니다!]

[호왕권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호왕권이 기존 스킬과 특성의 보조를 받습니다!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파파팍!

강현의 손과 선설민 중령의 주먹이 여러 차례 부딪혔고.

퍼억, 선설민의 주먹을 맞은 강현이 뒤로 멀리 날아갔다.

“으윽, 일병 최강현!”

강현의 관등 성명에 선설민이 마른 미소를 지었다.

“이런 와중에도 관등 성명이라… 역시 자네는 참 군인이야. 일병에서 소위로 바뀌면 더 듣기 좋겠어.”

맞아서 날아가는 상황에서조차 지휘관에게 예의를 차리다니.

그러나.

“예의는 차리되 승리는 취하라… 그리 배웠습니다.”

강현이 미소 지으며 자신의 꽉 쥔 주먹을 펴 보였고.

“하!”

“하여튼간.”

선설민과 서윤진이 감탄을 뱉어 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바로.

“어깨의 군단 마크라… 이거 왼팔은 안 쓰기로 하지.”

선설민 중령 왼팔에 붙어 있던 군단 마크.

짧은 공방 사이, 강현이 찍찍이로 되어있는 마크를 떼어 낸 것.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한번 당한 수법은 펼칠 수도 있어야 하는 법!’

지난번 게이트 안에서 서대호와 처음 부딪혔을 적.

자신도 모르게 왼팔을 빼앗겼던 수법을 이번엔 강현이 사용했기 때문.

강현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며 선설민이 눈을 짙게 빛냈고.

“그럼 진심으로 가겠네. 최 소위.”

“일병 최강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현이 마주 목검을 뽑았다.

[특임제일병 연계 퀘스트 진짜 예선전을 시작합니다]

[성공 조건- 선설민 중령의 묵직한 공격을 버텨라!]

[성공 시- 썩은 물 역류 퀘스트에서 선설민 중령 조력 받음]

[실패 시- 최강현 장교 전환 프로젝트 강제 시작]

아, 이건 반드시 버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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