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29화 (129/277)

129화 능력 각성 중

아파트촌과는 좀 동떨어진 곳.

야트막한 뒷동산.

“오빠… 우리 집이 없어졌오……!”

“뀨우!”

서연이가 자신의 말캉말캉한 볼을 부여잡으며 놀랐고.

서연이 머리 위에 있는 구찌도 덩달아 날개를 파닥거리며 놀랐다.

분명 3층짜리 단독 주택이 방금까지만 해도 있었건만.

“나무밖에 없오!”

“뀨!”

지금은 나무와 낙엽이 가득한 산으로 보일 뿐.

물론.

“자, 여기 봐 봐 서연아. 이거 버튼을 꾹 누르면.”

강현이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리모콘을 꾹 누르자.

우우웅.

공명음이 울리더니 다시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왕!”

“뀨왕!”

서연이와 구찌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강현이 다시 버튼을 누르자.

우우웅.

집이 산으로 변했다.

“사, 산이 집으로 변했오! 오빠 집이 산으로 변했오!”

서연이가 강현의 주변을 돌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런 동생을 안아 든 강현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리모컨을 서연이 손에 꼬옥 쥐여 주었다.

“서연이, 이 리모컨 잃어버리지 말고 꼭 갖고 있어야 해. 이거 없으면 우리 집도 사라지는 거야.”

“사, 사라져?”

“응.”

“서연이 리모컨 꼭 갖고 있을게!”

물론 사라지지 않는다.

산군이 선물한 안전 가옥은 마나 홀로그램 등 최첨단 장비로 보호받는 곳이었고.

서연이 할머니를 비롯한 몇몇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후에! 우리 집 사라지면 안 되는데.”

서연이의 빵빵하게 부푼 볼을 보자 괜히 장난기가 올라왔던 것.

평소에 어른스러운 강현이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오빠였다.

“이제 들어가자.”

“산타 할아부지 감사합니다!”

서연이는 이제 산군을 아예 산타 할아버지로 기억하는 모양.

집에 들어가면서 옆에 있지도 않은 산군에게 감사를 올린 뒤.

“오빠! 오빠아! 이쪽으로!”

“우와 여기가 서연이 방이야?”

“웅!”

“넓고 이쁘네?”

“그치? 그치이?”

서연이가 좋아하는 공주님 침대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방.

동생이 오빠를 보며 자신의 방을 자랑하길 잠깐.

“이제 학교 들어가면 여기서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다.”

강현의 말에 서연이가 우뚝 멈춰 서더니 입술을 삐죽였다.

“췌, 오빠는 너무 진지해.”

“뀨우.”

“으이구, 오빠한테 그런 말 쓰면 못 써.”

“히잉. 하지만 호랑이 언니가 그랬는걸.”

서윤진 대위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동생의 볼을 가볍게 꼬집은 강현이 집을 돌아보며 문득 떠올렸다.

“생각보다 너무 넓은데.”

1층이야 서연이 방, 할머니 둘이 산다고 해도 2, 3층엔 살 사람도 없이 빈 집.

아마 강현이 부대로 가고 나면 더 썰렁해지겠지.

“힝, 구찌야. 가서도 잘 지내야 한다? 온니 잊으면 안 돼?”

“뀨우, 뀨…….”

휴가 동안 친해진 서연이와 구찌가 서로 애틋한 눈빛을 보냈으나 그렇다고 두고 갈 순 없는 노릇.

이 넓은 집 안에 어린 동생 홀로 남겨 둘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라리 서윤진 대위를 그냥 둘 걸 그랬나 생각이 들 정도.

그렇다고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들이자니.

‘할머니한테 부담이 갈 거고.’

예방 접종이며 목욕, 관리까지 대부분이 할머니의 몫이 될 게 분명하니 쉽게 선택하긴 어려웠다.

결국.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좀 괜찮겠지.’

지금 당장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셈.

이럴 때만큼은 군대에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탈영할 수도 없는 일.

“서연이 나중에 오빠 전역하면 같이 많이, 많이 놀자.”

“웅! 약속!”

“그래, 약속.”

지금은 그저 어린 동생과 새끼손가락을 걸며 장래를 약속하는 게 전부.

강현이 떼 한 번 쓰지 않는 동생을 애틋하게 바라볼 때.

-띵동, 띵도옹!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한지윤이라고 하는데요. 그 한진명 팀장님이 저희 아버지 신데요. 그… 저 그러니까 서연이랑 친하고요. 또 오늘 같이 놀기로 한 날인데. 안 될까요? 안 되겠죠? 안녕히 계세요.”

강현의 묵직한 목소리에 인터폰에 얼굴을 비친 여자가 당황한 듯 다시 돌아가려 했고.

“지윤 언니!”

“…들어오세요.”

서연이가 폴짝폴짝 뛰며 지윤이라는 사람을 환영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서연이랑 만나기로 해서요.”

“안녕하세요. 최강현이라고 합니다. 한 팀장님께 신세 지고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선 한진명의 딸, 한지윤이 강현을 보며 놀랐다.

물론 강현도 그녀를 보며 놀랐다.

한 팀장님의 자제가 아직 고등학생인 건 알았지만 정말 교복을 입고 집에 올 줄이야.

서연이가 반갑다는 듯 한지윤의 옆에 붙어 다리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동안.

“오빠분이시죠? 그 군대에 계시다던.”

“네.”

“아, 그… 저…….”

막 하교를 마치자마자 집에 들렀는지 책가방까지 둘러멘 그녀가 강현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더니.

“동생분을 제게 맡겨 주세요!”

“……?”

“언니?”

“뀨우?”

강현에게 고개를 푹 수그리며 부탁했다.

침착하자.

강현이 마음을 다잡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고.

“저, 사람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서연이의… 그러니까 오라버니의 동생분은 잠재력이 있어요! 그것도 무한한 잠재력이요!”

이어지는 한지윤의 말에 강현이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잠깐.”

“분명 제가 보기엔 최소…….”

“잠깐만요.”

“네? 네…….”

“우선 들어와서 이야기하시죠. 손님을 세워 두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요. 서연이는 잠시 구찌랑 같이 놀고 있을래? 아무래도 오빠랑 언니랑 이야기 좀 해야 할 거 같아.”

강현의 표정을 살피던 서연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 방으로 들어간 후.

“주스랑 커피 있는데 뭐 드려요?”

“저 주스요.”

강현이 한지윤과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많이 불안한 모양.

사실 그녀는 불안한 게 아니라 속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이, 이게 뭐람!’

[스카우터 능력을 벗어난 대상입니다. 잠재력 측정이 불가합니다]

[지금껏 당신이 본 대상 중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상대입니다]

[대상 분석기의 경험치가 대폭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한계 수치가 갱신됩니다. 다시 잠재력을 분석합니다]

[오류 대상을 분석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잠재력을 파악하지 못한 대상은 이로써 두 번째.

그 첫째가 서연이.

두 번째가 서연이의 오빠라니.

‘대체 이 집안은 어떻게 된 거야!’

경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녀의 교복에 새겨져 있는 글자 창공.

창공 헌터 특수 목적 고등학교.

흔히 헌특고, 헌목고라 불리는 헌터 양성 기관에 다니는 학생으로.

한국 5대 길드 중 하나인 창연 길드를 소유하고 있는 창연 재단이 설립한 학교이기도 하고.

헌특고 중에선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명문인 학교였다.

그러니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 수재들을 수없이 만난 셈.

그러나 잠재력 측정이 불가하다는 알림을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째가 서연이, 둘째가 강현.

‘창연 길드장님도 산군 할아버지도 잠재력 측정 불가는 아니었는데……!’

입학식 날 본 창연 길드장이나 아버지 덕에 만난 산군 서대호를 보았을 때도 이런 알림이 떠오르진 않았다.

아니 지금껏 만난 그 누구도.

심지어는 산군 길드 직계 혈족들도 이런 알림이 떠오르진 않았다.

‘서연이야 아직 어린아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 걸까?

지금도 마주치기만 해도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데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상상만 해도 짜릿한 능력에 그녀가 전율할 때.

“서연이가 헌터의 능력이 있는 겁니까?”

강현이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고.

정신을 차린 한지윤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네, 제가 마주친 그 누구보다, 아니 오라버니를 제외하면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어요.”

[정보: 서연이의 잠재력을 알아본 유일한 사람]

[추가 정보: 서연이의 잠재력을 올바르게 그리고 제대로 기르는 방법 고심 중]

[걱정거리: 허락 안 해 주면 어떻게 하지?]

상태창에 떠오른 정보를 보아도 딱히 불순한 의도는 없는 듯했다.

그러나.

“헌터… 라는 무거운 이름을 감당하기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강현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서연이의 진로를 마음대로 하겠단 뜻은 아니었다.

다만.

“서연이의 미래를 이 어린 나이에 정해둘 순 없어요. 아직 열려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헌터라는 길이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사실… 힘드니까요.”

강현이 이번 게이트에서 본 헌터들의 고통과 어려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투쟁해야 하는 삶.

솔직히 동생을 그 험한 길로 걸어가게 하긴 싫었다.

“그런가요…….”

강현의 진지한 어조에 한지윤도 덩달아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오라버니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생각 외로 쉽게 포기했다.

그러나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물론 전 고등학생이에요. 아직 능력도 없고 경험도 없죠. 이미 군대에서 많은 싸움을 겪으셨을 오라버니에 비해서는 진짜 전투를 몰라요. 아마 끔찍하겠죠?”

“생각하는 거보다 더욱이요.”

“그래서 저는 꿈꿔요.”

그녀가 강현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꼭 싸우지 않아도 능력자들이 세상에 봉사하고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분명 있을 거예요. 저는 잠재력을 보는 스카우터 그리고 매니저로서 서연이와 같은 아이들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구요.”

그녀가 꿈꾸는 세상.

꼭 싸우지 않아도 되는 헌터를 키우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

“그러니 언젠가 제가 필요할 때 다시 연락해 주세요. 그때까지 저도 서연이를 위한 자리를 준비해 놓을게요.”

그녀가 생각 외로 시원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금방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럼 다음에 놀러 올게요.”

“언니 가는 고야?”

“언니가 급한 일이 생겨서. 서연이 오늘은 멋진 오라버니랑 놀아, 알겠지?”

“히이잉.”

서연이가 울먹거리긴 했으나 끝내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참는 게 당연했으니까.

할머니가 폐지를 주우러 나갈 때도, 오빠가 일하러 나갈 때도 홀로 작은 집에 남을 자신의 처지를 알지만 떼를 쓰면 더 힘들어질 걸 알았기에.

그 조막만 한 손과 작은 입술을 꾹 문 채 울음을 참아 왔던 어린 동생.

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며 강현이 확신했다.

이 참을성 많고 배려심 깊은 아이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최소한 자신의 손으로 길을 선택했으면 하니까.’

강현이 한지윤이 나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보고 있는 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가지 제의를 했고.

“서연이 오빠가 재미있는 거 보여 줄까? 구찌야가 신기한 거 보여 준데.”

“정말? 구찌야가?”

“응. 같이 2층 가서 신기한 거 보자!”

“웅!”

어린아이답게 서연이가 금세 활짝 웃으며 오빠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구찌야. 짜잔! 선물이야!”

강현이 구찌에게 석탄 한 덩어리와 돌멩이 하나를 내밀자.

“뀨우……?”

“오빠…….”

구찌와 서연이가 강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구찌야 괴롭히면 안 돼!”

“뀨뀨!”

완강하게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둘의 모습을 보며 강현이 크게 웃었다.

하긴 대뜸 석탄이랑 돌멩이 주면서 선물이라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건 보통 석탄, 돌멩이가 아니었다.

“자, 봐 봐.”

강현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양손에 킹피닉스의 신체와 신수용 스킬석을 쥐고는.

빠드드득!

단번에 손안에서 갈아 버렸다.

“히이이익!”

“뀌이익!”

어째 더 공포에 질린 둘이었으나.

강현이 둘이 뒤섞인 가루를 구찌를 향해 후욱 불었고.

[구찌가 신수 스킬석을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 날카로운 바람을 획득합니다!]

[피닉스 구찌가 강하고 위대했던 피닉스의 경험과 능력을 흡수합니다!]

[경험에서 얻은 새로운 스킬 재빠른 비행과 스킬석 스킬 날카로운 바람을 결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생성합니다]

[날카로운 비행 스킬을 획득합니다!]

스킬석과 킹피닉스의 경험을 한꺼번에 받아들인 구찌의 몸이 밝게 타오르며 연이은 성장을 알렸고.

뒤이어 예상치 못한 혜택이 추가로 따라왔다.

[악뇌룡과 싸웠던 피닉스의 신체 일부분입니다. 뇌성 저항력을 획득합니다!]

[악뇌룡, 독룡의 기운을 흡수했습니다. 뇌성, 독성 저항을 획득했습니다]

[피닉스 퀘스트 오룡 사냥을 시작합니다!]

[현재 획득한 저항 속성: 뇌성, 독성 2/5]

[피닉스 구찌가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주변으로 정화의 기운과 환상의 불꽃을 내뿜습니다!]

“뀨우우우!”

갑작스러운 성장이 기뻤는지 구찌가 포들포들한 가슴을 활짝 펴며 울어 젖혔다.

나름대로 장엄하게 운다곤 하지만.

“으휴, 우리 꾸찌 기분이 좋아?”

강현이 보기엔 그저 아기 새의 재롱.

그가 구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같이 기쁨을 만끽할 때.

“서연아?”

문득, 아무 반응 없는 서연이를 쳐다보았고.

넋을 넣고 있는 동생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연아? 서연아!”

이름을 여러 번 불러 봤으나 묵묵부답.

설마 일반인인 동생에게 안 좋은 영향이라도 간 것일까 봐 강현이 놀라 동생을 안아 들려는 순간.

서연이의 인물창 정보가 갱신되었다.

[정보: 높은 잠재력을 지닌 상태]

[추가 정보: 능력 각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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