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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24화 (124/277)

124화 요술봉 등장이오

“좋아 한번 해보자! 몇 번 죽다 보면 한 번은 성공하겠지. 뭐!”

“일단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사막에서 바늘 찾기는 아니란 소리잖아?”

“이런 능력자가 왜 하필 군에서 썩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방법이 있단 소리를 듣고도 포기할 순 없죠.”

강현의 말을 들은 특별 팀 인원들이 훨씬 나아진 상황에 불끈 주먹을 쥐었다.

그들이야 지금 산군과 열쇠의 관계를 모르기에 쉽게 할 수 있는 소리.

‘아비 앞에서 아들을 죽이라고?’

물론 강현은 둘의 관계를 알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평생 원수로 삼아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악행.

그런데 지금 이 게이트를 나가려면 그런 짓을 저질러야 하니.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강현이 고민을 거듭할 때.

“녀석도 원할 거다.”

답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검성 이석천, 서재원의 스승이기도 한 그가 정신을 차리고는 강현을 바로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녀석이 죽기를 원했다면 그리고 저 늙은이가 그렇게 수백 번이나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면 이미 각오를 한 거다. 그렇기에 더욱 고통스러웠을 거야.”

자식이 없던 그로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산군의 성격이라면 오히려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고 고통을 받는 아들의 모습이 더욱 큰 고통이었을 거다. 그 인간이라면 그랬을 거야.”

자식이 검귀가 된 모습을 기꺼이 지켜볼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스승인 자신의 가슴도 이렇게 찢어지듯 아픈데.

검성의 오랜 친우이자 서재원의 아버지 서대호의 마음은 어땠겠는가.

검성 자신이었어도 검귀가 된 서재원이 고통에 못 이겨 죽여 달라고 했다면?

결국 검을 내리쳤으리라.

산군은 마치 심장을 뽑아내는 심정으로 아들의 목을 취했겠지.

그리고 그 과정을 수백 번을 반복했겠지.

“어떤 새끼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한다.”

검성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지독한 짓을 한 상대를 반드시 찾으리라.

그리고 남에게 이런 고통을 준 만큼 죗값을 받아 내리라.

검귀가 된 아들과 이를 지켜본 아비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강현이 결심을 끝마치고선 특별 팀을 돌아보았다.

“가죠, 열쇠를 찾으러.”

그들이 각오를 다지며 탑을 나섰고.

건물의 꼭대기.

“크흐으.”

산군 서대호가 울음인지 으르렁거리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연구자의 눈 발동 하위 스킬 흔적 추적 발동. 찾는 대상의 흔적을 표시합니다]

[하급 길잡이 스킬, 구찌의 넓은 시야의 보정을 받아 흔적 추적 스킬의 효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능력을 발동함과 동시에 눈앞에 떠오른 화살표가 길 안내를 시작했고.

누군가의 발자국을 확인하자 땅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그 희미한 자국을 따라가는 동안.

“왜 안 나타나지?”

“그러게… 설마 탑만 지키는 건가?”

“왜?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며?”

다들 탑에서와는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 서대호를 경계하며 의문을 표할 때.

“두고 봐야겠죠. 끝까지 가만히 있을지는.”

강현이 잠시 탑을 쳐다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장거리 시야 특성 덕에 산군의 상태가 보였고.

그가 지금 강현과 특별 팀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열쇠를, 아들 서재원을 찾아내면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이어진 흔적을 찾아 도착한 곳.

“죽여… 줘 날 좀… 누가.”

검을 외쳐 대는 다른 검귀들과 다르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텅 빈 구멍이, 얼굴엔 피와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뒤틀린 몸과 울툭불툭 튀어나온 관절들.

검귀들 중에서도 유독 끔찍한 몰골을 한 그를 보며 특별 팀이 인상을 찌푸렸고.

“제가 하겠습니다. 거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스르릉.

강현이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검! 죽여! 제발 날 좀 죽여 줘!”

검귀가 된 서재원이 갑자기 거세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손톱이 모두 빠지고 이리저리 뒤틀린 손가락을 휘두르며 강현을 잡으려던 순간.

“흐읍!”

강현이 해파칠십이검을 흩뿌렸고.

서재원이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끝난 건가?”

누군가의 의문에도.

강현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분명 산군 서대호는 탑 꼭대기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을 터.

그런데 그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광기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강현과 특별 팀을 바라볼 뿐.

그리고 곧 모두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1,048번째 수복이 시작됩니다!]

실패.

게이트 안에서 유일하게 죽음을 맞이한 서재원이 다시 살아났고.

[1,048번째 수복이 끝났습니다]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뭐가 문제지?”

“산군께선 왜 안 오신 거지?”

“설마 열쇠가 아니었던 건가?”

다들 풀리지 않는 난제에 당황할 때.

강현이 복잡한 눈을 들어 탑을 바라보았다.

산군과 시선이 마주쳤고 그가 속으로 물었다.

‘그… 검을 지키고 있던 겁니까?’

방금 했던 시도에 담긴 강현의 생각은 간단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검귀들은 불완전한 해파칠십이검을 휘둘렀다.

거기다 서재원은 검성의 제자이기도 하니.

자신의 해파칠십이검으로 서재원을 쓰러뜨리면 게이트가 풀리지 않을까 짐작한 것.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강현은 확신했다.

‘저 검을 가져와야 한다.’

산군이 유독 저 검에 집착하는 이유.

바로 서재원을 죽이기 위한 열쇠이기 때문.

어쩌면 서재원이 게이트 자물쇠이고 저 검이 열쇠일지도 모른다.

다만.

‘역시 아들이 정말 죽는 건 싫었던 겁니까.’

산군의 마음이 절절히 다가와 강현을 힘들게 했다.

이성으로는 아들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본능만 남은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

“반드시 그 새끼를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겠습니다.”

“동의한다.”

강현과 이석천이 누군지 모를 적에 대해 살의를 다지고선 특별 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검을 빼앗아야 합니다.”

“이런 미친…….”

“저 잔뜩 화난 길드장님이랑 싸우면서 여기까지 와야 한다고?”

“아니면 저 검귀를 가져갈까? 산군을 묶는 것보다는 쉬울 거 아냐?”

“그것도 방법이겠다!”

강현의 간단한 설명에 다들 가장 효율적인 작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전력으로 싸워도 질 게 뻔한 산군 서대호.

치밀한 작전이 필요한 때.

그러나 아무리 떠들어 봐도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고.

마침.

“아! 가방! 여기 안에 뭐 있는지 보죠?”

김태진이 지금껏 자신이 메고 있던 강현의 짐을 떠올리고는 탄성을 질렀다.

어쩌면 이 안에 도움될 만한 물건이 있지 않을까?

“가방? 아까 한 팀장님이 준 거?”

“그래, 팀장님이라면 뭔가 특별한 걸 넣어 놨을지도 모르지.”

“그래 한번 보자! 특별한 아이템이라거나!”

다들 한 팀장의 철저한 준비성과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하며 강현을 쳐다보았고.

“열어 보죠.”

그가 허락했다.

강현 또한 황세아 중사가 준 물건을 잊고 있었는데.

어쩌면 새로운 활로를 열어 주지 않을까.

다들 김태진이 내려놓은 은색 철제 상자를 둘러싼 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고.

철컥.

강현이 상자의 잠금쇠를 풀어 뚜껑을 열자.

“아…….”

“에계, 이게 뭐야…….”

“한 팀장님이 왜 이런걸?”

모두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면 안에 들어 있는 물건으론 산군을 상대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이거야!”

강현의 반응은 영 딴판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필요했어!”

한진명이 강현에게 넘겨 준 데저트 이글도 좋은 무기임은 틀림없지만.

산군의 두꺼운 털과 피부를 뚫기에는 역부족.

해파칠십이검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은 다르다!

“역시 황 중사님!”

이 가방을 한진명에게 맡긴 건 바로 황세아 중사.

같이 사선을 넘나든 전우답게 강현이 필요한 걸 콕 짚어 준비해 주었다.

강현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안단 말인가.

‘다음번에 꼭 누나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황세아 중사님!’

강현의 떨리는 손이 향하는 곳에 놓여 있는 건 바로.

[무기 RPGH-7과 접촉했습니다! 화기 마스터리 스킬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헌터용으로 개량된 RPG-7.

[조력자 황세아의 발명품 전달 수치가 100%에 이르렀습니다. 황세아가 개량한 RPGH-7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전 한진명에게선 게이트 조달을, 황세아에게선 발명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그리고 황세아 중사는 지금 강현에게 자신이 직접 개량한 RPGH-7을 넘겨 준 것.

-널 위한 요술봉이야♥.

‘요술봉이라… 맞는 말입니다.’

안에 들어 있는 황세아 중사의 쪽지대로 강현에게 이 무기는 요술봉이나 다름없었다.

“현대 화기로 길드장님 털끝이나 건드리겠어?”

다른 헌터들에겐 이미 필요 없는 구시대의 무기로 전락해 버린 RPG-7이었지만.

“건드릴 수 있습니다.”

강현에겐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요술봉과 마찬가지였다.

강현의 당당한 목소리에.

“있다고?”

“정말?”

특별 팀이 의문을 표했고.

“어쩌면 승패를 뒤바꿀 수 있을 만큼이요.”

강현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이전 혹한기 때 보았던 포격의 위력.

비록 RPG의 위력이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저 탑을 무너뜨릴 정도는 되겠지!’

지금 산군이 서 있는 저 탑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할 거다.

아니 그렇게 만들면 된다.

강현에겐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한다면 이후 작전도 쉬워질 터.

‘올라가는 동안 공격당하는 게 불리하다면 끌어내리면 그만!’

적이 고지에 있어 불리한가?

그렇다면 고지를 무너뜨려라!

‘그게 군인 정신!’

예전 훈련 중에 들었던 선설민 중령의 황당한 작전.

그러나 지금 강현에겐 딱 맞는 작전이었다.

“자,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여기 이 열쇠를 묶을 겁니다. 그리고 RPG를 쏴 탑을 무너뜨릴 거고요. 그다음 달립니다. 뭣 빠지게 달려서 검을 찾은 뒤.”

“찾은 뒤?”

“싸워야죠. 산군과 싸우는 동안 제가 이 검귀에게 검을 꽂든 쥐여 주든 방법을 찾겠습니다.”

강현의 단순한 작전 설명에 다들 잠시 침묵했고.

“에라이, X발! 그래 그냥 죽어 보자고!”

“어차피 살아난다며? 좋아, 해봐!”

“정말 지랄 맞네요! 그래서 좋아요!”

이젠 특별 팀도 서서히 정신을 놓기 시작했는지 욕을 뱉어 내며 사기를 북돋웠다.

“RPG 탄두는 두 개, 만일 수복이 된다면 괜찮겠지만 안 된다면 기회는 단 두 번입니다.”

강현의 말에 그들이 긴장으로 목울대를 울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작전 시작하죠.”

강현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하급 포박술을 발동합니다. 마력지체, 중급 마나 운용법, 월하심법을 발동하여 포승줄의 강도를 강화합니다]

강현이 푸른 밧줄을 뽑아내어 검귀가 된 서재원을 꽁꽁 감쌌다.

“제가 들겠습니다요!”

어느새 공식 짐꾼이 되어 버린 김태진이 그를 냉큼 들쳐 멘 후.

“다들 일정 거리까지 전진!”

강현의 명령에 특별 팀이 딱 탑 붕괴에 휘말리진 않을 최대한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

강현이 탄두를 장전한 RPG를 어깨에 멨다.

‘이 묵직하고도 서늘한 감각… 현대 화기의 맛을 볼 때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그가 전율했다.

[화기 마스터리, 정밀함, 마력지체, 중급 마나 운용법, 월하심법, 장거리 시야, 반동 제어, 관통을 발동합니다. 스킬과 특성 연계 효과로 사격 공격력과 정확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강현이 뿜어내는 마나가 울컥울컥 RPG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우우웅!

탄두를 비롯한 포신 전체가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강현이 단번에 깨달았다.

‘이전보다 위력이 강해졌다!’

단순히 스킬 레벨이 높아져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뿜어내는 마나의 질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

바로 중급 마나 운용법과 월하심법으로 짙어진 마나 농도 덕.

받아들이는 마나량은 같았지만 농도가 50%가량 상승했으니 위력이 한층 강해진 셈.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뀨우!”

구찌가 자신을 잊지 말라며 강현의 머리 위에 합체하듯 앉았고.

[피닉스 구찌가 RPG에 담신 마나의 속성을 화기로 변화시킵니다! 무기의 폭발력이 더 강해집니다!]

강현이 RPG에 담아 놓은 마나의 속성을 화기 즉 순수한 폭발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푸른색으로 물들었던 요술봉이 이번엔 점차 붉게 변했고.

한계까지 마나를 쑤셔 넣은 후.

강현이 탑 아랫부분을 조준.

“발사!”

투웅! 푸쉬익!

방아쇠를 당기자 RPG탄이 뒤로 반동을 뿌려 내며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곧.

탑 안으로 탄두가 쏙 들어갔고.

아무런 반응이 없길 잠깐.

“에이… 역시 그럼 그렇지.”

누군가 실망감을 표출하려 할 때.

꽈아앙!

엄청난 폭발이 터짐과 동시에 탑을 중심으로 땅이 들썩거렸고.

펑, 펑, 퍼퍼펑!

탑 안에 남은 화력이 탑을 거슬러 오르며 갈라진 틈으로 불꽃을 뿜어냈다.

드디어.

탑이 무너지기 시작.

“모두 뛰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싸움을 향해 모두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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