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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23화 (123/277)

123화 지독한 비극

강현의 목이 떨어진 이후.

“…….”

흐르는 피와 침묵이 탑 안에 흘렀다.

그리고.

“크르륵!”

피에 절은 호랑이가 갑작스레 몸을 둥글게 말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등을 보니 무언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양.

그리곤.

“크아악!”

산군 서대호가 호랑이의 울음도 사람의 고함도 아닌 어색한 울부짖음을 내뱉은 후.

주변을 향해 미친 듯이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화를 푸는 것처럼도 보이고 고통스러움을 표출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무너지는 건물 속.

이미 이성을 잃은 산군은 자신을 때리는 돌덩이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퍽, 퍼퍽!

어깨가 무너지고, 머리가 뭉개져도 그는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

그러다.

“끄응.”

바닥에 떨어진 검 한 자루를 발견하고는 가슴 아픈 소리를 내길 잠시.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들을 밀어내며 그 앞으로 다가갔다.

무릎이 꺾여도 다시 일어서서 검 앞까지 도착.

그리곤 이를 소중하게 들어 올려 가슴에 안았다.

그 모습이 마지막.

탑 전체가 무너지며 곧 강현의 눈앞에 펼쳐지던 시뮬레이션이 끝났다.

[시뮬레이션을 종료합니다]

강현이 감았던 눈을 뜨며 탑 위를 쳐다보았다.

첫 번째 죽음에서 자신이 죽어도 구찌와 검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

둘에게 이후 상황을 보아 달라고 부탁했고.

드디어 첫 실마리를 얻었다.

분명 산군이 가슴에 껴안았던 검은

“아들의 검…….”

아까 꼭대기에서 보았던 검성의 첫 제자이자 산군의 첫째 아들이 들었다던 검.

그렇다는 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소리군.’

강현이 머릿속에서 상황 정리를 끝마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뭐 합니까?”

주변에 둘러선 채로 등을 돌리고 있는 산군 길드 특별 팀 사람들이 보였다.

“뭐하긴요. 우두머리를 지키고 있습죠.”

강현의 물음에 김태진이 대번에 답했고.

“원래 작전 참모가 작전을 구상할 때 지키는 게 작전의 기본이니까.”

“아무리 못났어도 그 정도 기본은 잊지 않았거든.”

“지휘관… 의 지시가 가장 중요한 때이니까요.”

특별 팀 인원들이 각자 이유를 대며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아까만 해도 서로 우두머리가 되겠다며 으르렁거리던 자들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현을 우두머리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처음 겪은 죽음에 반쯤 정신을 잃었을 때도 그는 멀쩡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적으로 가장 굳건한 사람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법.

거기다.

“그 찾았다는 방법이 별것 없으면 내가 대장 할 줄 알라고.”

“…제발 소용이 있길 빌어야겠군.”

다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도 못 잡고 있을 때.

강현만이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

어차피 여기서 평생 갇혀 있거나 죽으면 계파, 권력 따위 아무 의미 없다.

강현의 말에 눈을 가리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자 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현이 그런 특별 팀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짓고는 한 가지를 물었다.

“아까 꼭대기로 올라갔던 분 있습니까? 첫 번째로 죽었을 때요.”

“첫 번째 죽음… 에 지붕으로 올라간 건 나 혼자였어.”

공격 대장이라 불렸던 덩치 큰 남자가 죽음이란 단어를 씁쓸하게 곱씹으며 기억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한 명씩 죽는 와중에 도망치듯 올라갔는데. 그 뭐야, 중앙에 칼이 하나 있더라고. 아무래도 그게 수상쩍어서 그쪽으로 달려가는 중에… 꽈르릉! 그리고 뭐, 아까 봤듯이 산산조각 나서 죽었지.”

역시.

강현이 그의 말을 듣고선 확신했다.

분명 산군 서대호가 막은 거다.

“이번엔 그 검을 잡아야 합니다.”

그의 말에 다들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니까 해봐야지.”

“어쩌면 그게 정상화의 열쇠일 수도 있지요.”

“퍼즐형 던전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퍼즐형 던전.

일반적인 게이트와는 해결 방식이 다른 던전을 이르는 말.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해결되는 보통의 던전과 다르게.

“문제는 그 검이 열쇠가 아니면?”

퍼즐형 던전은 흔히 열쇠라 부르는 해결 조건이 따로 존재했다.

물론 해결 조건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 때론 몬스터에게 죽는 게 아니라 게이트 안에 갇혀 죽는 헌터들이 있을 정도.

어떤 게이트에선 던전 초입, 놓여 있는 바위를 옮기는 게 해결 조건이라 했던가.

그만큼 종잡을 수 없기에 깨기 어려운 게 퍼즐형 던전이었다.

“다시 살아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는 없겠죠.”

강현도 가장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해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

“힘들어지겠군.”

“어쩌면 그래서 산군께서도 저런 상태가…….”

“1,000번쯤 이런 현상을 겪었다면 우리도 다를 바가 없었겠지.”

“제기랄…….”

방금 보았던 아득한 숫자를 생각해 낸 특별 팀의 얼굴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천 번.

죽음을 천 번을 반복하든, 실패를 천 번을 반복하든 결코 견디기 쉬운 숫자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강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불요불굴이란 특성이 있다지만 천 번을 죽는다면 그조차 멀쩡할 리가 없다.

아니 솔직히 열 번도 죽어 줄 생각 따윈 없었다.

왜냐면.

“지금 휴가 중이거든요. 할머니랑 여동생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서연이랑 약속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고.

강현은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아니, 지킬 거다.

“휴가는 못 참지.”

“여동생과 약속이라면 더더욱 지켜야죠.”

“우리도 밖에서 물어볼 것들이 있기도 하고.”

강현의 다짐에 특별 팀이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가시죠, 탑의 꼭대기로.”

강현이 이들을 이끌었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오르길 잠시.

역시나.

“크헝!”

산군 서대호가 이들을 죽이기 위해 다시 나타났고.

“여긴 내가 막겠다!”

공격 대장이자 몸을 강철로 만드는 능력자인 덩치 큰 남자가 나섰다.

“길드장님! 한 수 배우겠습니다!”

그다음에는 다른 특별 팀 인원이.

“이번엔 제 차례군요.”

이어진 공격에 다시 다른 특별 팀 인원이 산군을 막아 섰다.

어느새 마지막까지 남은 건 강현과 김태진 둘뿐.

그리고.

휘우우웅.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인 지붕에 도착.

빽빽이 꽂힌 수백의 검 중앙.

강현이 찾고 있는 검이 보였다.

“여긴 내가 남을 테니까 가십쇼!”

김태진이 입구를 막아 서며 각오를 다졌고.

“부탁할게.”

강현이 지붕의 중심을 향해 뛰었다.

단번에 중앙에 도착.

검 바로 옆에 착지함과 동시에.

“끄아악!”

김태진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렸다.

푸화학.

터져 오르는 뜨거운 피 사이.

산군의 광기 가득한 눈과 강현의 굳건한 눈이 마주쳤다.

산군이 강현에게 달려들려 했고.

“늦었습니다.”

강현이 검을 잡으려 하자.

“안 돼!”

산군이 처음으로 사람의 말을 꺼내며 발톱으로 지붕을 갈랐고.

“이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강현과 수백의 검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

산군이 무너져 내리는 돌과 돌 사이를 밟아 가며 강현을 추격했다.

물론.

“흡!”

[능숙한 몸놀림, 하급 무투술, 강인한 하체, 강인한 팔뚝을 발동합니다. 스킬과 특성의 연계로 공중에서 움직임이 한층 자연스러워집니다!]

강현도 각종 스킬과 특성의 보조를 받으며 돌과 돌 사이를 밟아 떨어지는 검을 쫓았다.

바닥까지 떨어지는 잠깐의 시간.

산군이 어느새 강현의 바로 지척까지 도착했고.

“잡았다!”

강현이 검을 잡았다.

동시에 뒤로 돌아.

카앙!

자신의 목을 베려는 산군의 발톱을 막아 냈다.

“그것만은! 제… 발……!”

산군의 부탁에 강현이 입을 열었다.

“기다리세요.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테니.”

[고물 서재원의 기억이 서린 검을 수집했습니다. 이전 사용자의 기억을 흡수합니다!]

[죽지 못하는 검귀가 자신의 검을 잡은 자를 찾아 울부짖습니다!]

알림을 마지막으로.

퍼억!

강현의 의식이 다시 한번 끊겼다.

이번으로 세 번째 맞는 어둠.

그러나 지금 강현은 자신의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있었다.

“전 떠나겠습니다.”

호랑이 밑에서 태어났으나 호랑이가 아니었고.

검을 잡았으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이.

뛰어난 자들 사이.

자신의 평범함이 저주와 같이 느껴졌던 남자.

결국 특별함 속 평범함에 숨이 막혀 도망친 산군의 아들이자.

검성의 첫 제자 서재원.

“이런 멍청한 놈아! 더 나아갈 생각을 해야지 도망가려 한단 말이야!”

지금보다 젊었던 산군은 아들을 훨씬 엄격하게 대했고.

서재원의 나약한 결정에 불같이 화를 냈다.

아들이 산군 길드를 떠나던 날.

“안 가 봐도 되겠어?”

“모자란 놈은 자식이 아니야!”

“거, 까칠하긴… 그럼 나라도 갔다 올게.”

검성 이석천이 떠나는 제자를 배웅하기 위해 나가려는 때.

“그 약한 놈이 어떻게 혼자 살아 나가겠어! 이거라도 가져다 줘!”

“어? 이거…….”

최근 명장이 만들었다던 명검 하나가 비싼 값에 팔렸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여기 있네.

검성이 산군을 보며 씨익 웃었고.

“빌어먹을 놈! 어째 아비한테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산군이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창밖을 빤히 보며 혹시라도 보일 아들의 모습을 기다렸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기에.

“반드시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요.”

서재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 잠시 아버지의 산을 떠났을 뿐.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난 아버지 앞에서 서재원은.

“죽여… 줘요… 아버지… 제발…….”

죽음을 구걸했다.

두 눈은 뽑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마르고 뒤틀린 몸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 아들이나마 살아 있다면 되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게이트 해결 조건. 검귀 서재원을 죽여라]

아들이 검귀가 되어 버렸다는 소식에 아비가 멀쩡할 리 만무.

“크아악! 왜! 어째서 내 아들이!”

산군의 고통에 찬 고함과.

“죽… 여… 줘어억!”

서재원의 원독 어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어억!”

강현이 깨어났다.

“이런 X발!”

그리고 이번만큼은 욕지거리를 참을 수 없었다.

기억 속에 서린 아버지 서대호와 아들 서재원의 고통이 생생히 전달되었기 때문.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웠던 사실은.

“산군은 자신의 아들을… 죽였습니다! 검귀가 되어 버린 아들을요!”

산군 서대호는 자신의 아들을 고통에서 해방해 주기 위해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수복이 될 때마다.

아들은 다시 나타나 아버지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했고.

“그것도 수백 번이나요! 이런 X발!”

산군은 피눈물을 흘리며 그 행위를 반복.

“그의 얼굴을 덮은 건… 자신의 피눈물이었고! 몸을 덮은 건 아들의 피였단 말입니다!”

저렇게 미쳐 버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너무나 지독한 비극.

강현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속에서 몰아치는 분노와 비통함을 게워 냈다.

죽여도 죽지 않는 아들과 그 고통을 견디다 못 해 자살하는 아버지.

그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아들.

그리고 다시 마주치는 둘.

천 번이 넘는 무한의 굴레 속.

“그래서 산군은 미쳤던 거였습니다… 자신을 죽여 달라던 아들을 죽이지 못해서… 그리고 자신조차 죽지 못해서……!”

산군의 정신이 버티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

전혀 남인 강현의 몸이 이렇게 떨릴 정도의 비통함일진대.

저 둘은 어떻겠는가.

강현이 깊은 비극의 늪 속에서 허우적댈 때.

[특성 불요불굴을 발동합니다. 정신 이상 상태를 극복합니다]

“뀨우!”

[펫 구찌가 당신의 정신을 점령하는 감정을 정화합니다. 정신이 맑아집니다]

강현의 특성과 구찌의 정화 능력이 흔들리는 정신을 붙잡았다.

점차 회복되는 강현의 신색과는 반대로.

“그게 무슨… 소리냐.”

검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본 것은 강현이 죽는 모습과 이후의 모습일 뿐.

무엇을 보았고 겪었는지 알 방법은 없었으나.

강현의 말을 듣자 어떤 비극이 있었는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재원이, 그 녀석이 아까 봤던 검귀라도 되었단 말이냐……?”

검성이 고개를 떨구며 힘없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니 사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왜, 재원이가 왜… 어째서?”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강현도 혼란스러워하는 그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이유를 몰랐으니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드디어!”

“그래! 그게 뭔데!”

막 강현을 찾아온 터라 그의 말을 듣지 못한 특별 팀 인원들이 이 끔찍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소식에 다들 반색했다.

잠시 의지를 다진 강현이 입을 열었다.

“여기 오면서 만났던 검귀 중… 열쇠가 있습니다.”

“검귀!”

“그런데 검귀 숫자가 너무 많은데?”

해답을 찾았다는 건 반가운 소리였지만 수백, 수천은 될 검귀 중에서 무엇이 열쇠란 말인가.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을 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강현이 말을 망설였고.

다들 긴장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산군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열쇠인 검귀를 죽여야 합니다. 제가 직접.”

[중요 정보 획득으로 인해 퀘스트 죽여도 죽지 않는 정보가 갱신됩니다]

[해결 조건 - 산군의 앞에서 아들 서재원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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