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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9화 (119/277)

119화 1,045번째

강현이 검푸르게 빛나는 게이트 입구 앞에 서자.

[게이트 입구가 다시 활성화되기까지 남은 시간: 30초]

곧 입구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입구 재활성화 방식인가? 브레이크가 아니고?”

“브레이크였다면 특별 팀을 부르는 게 아니라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겠지… 요.”

옆에서 순순히 답하던 김태진이 문득 인상을 구겼다.

“근데 왜 갑자기 반말이냐… 요?”

“나 따라온다며? 다시 특별 팀 옆으로 갈래?”

“아, 반말쯤이야 하실 수 있지요. 그러믄요.”

“상황은?”

“알기로는 산군께서 안에 들어가 계신다고 들었습죠. 그런데 영 나오시지 않는 바람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이번에 들어가는 겁니다요.”

“…입구 재활성화 게이트라서?”

“네, 그렇습니다요.”

입구 재활성화 게이트.

보통 게이트는 헌터들이 진입하면 문이 닫힌다.

만일 작전에 실패했을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붕괴한다.

흔히 던전 브레이크, 게이트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현상.

안에 있는 괴물들이 현실로 쏟아져 나오는 재해 중 하나.

그런데 간혹 브레이크 전까지 입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게이트가 있다.

그게 바로 지금 강현의 앞에 있는 재활성화 게이트.

“이번이 몇 번째 재활성화지?”

“헤헤, 그건 잘 모르겠는뎁쇼?”

“…….”

문득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그, 존댓말을 하랬지 이방처럼 굴라는 말은 안 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야? 먹이는 건가?”

“…그럴 리가요.”

강현의 물음에 김태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름 친절하게 한다고 했는데 지랄은!

얼굴에 표출되는 불만을 읽은 강현이 씩 웃었다.

“어어? 얼굴 구겨진다? 트라우마?”

“아이고, 그럴 리가요! 전혀요? 기분 아주 좋은뎁쇼?”

반은 일그러지고 반은 웃는 김태진의 얼굴을 보며 강현이 만족했다.

아무리 강현이 원한을 담아 두지 않는 성격이라 해도 지난번 김태진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한다.

패널티야 본인이 했던 잘못에 대한 응당한 대가였고.

“그래, 앞으로도 그 태도 유지하길 바란다.”

“…을겠씁니다요.”

강현은 패널티를 풀어 줄 때까지 값을 톡톡히 받아 낼 생각이었다.

한진명이 붙여 준 녀석이니 같이 움직이려면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기도 했고.

‘뭐, 겸사겸사지.’

강현이 앞으로 김태진을 어떻게 놀려 먹을까 고민할 때.

“김태진, 넌 앞으로 산군에서 활동할 생각하지 마라.”

특별 팀 중 유독 덩치가 큰 녀석이 김태진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산군 길드 소속이라는 녀석이 출신도 모르는 똥개 새끼한테 꼬리를 말아? 어디서 보지도 못한 새끼가 감히 선두에 서? 비켜, 거긴 내 자리니까.”

그리고 자연스레 공격의 화살이 강현에게로 향했다.

본래 게이트 공격대 선두엔 가장 강하거나 중요한 인물이 서는 법.

특히 산군 길드에선 공격대의 대장 또는 가장 지위가 높은 자가 선두에 서는 게 전통.

다른 인원들도 그를 이번 사냥의 우두머리 또는 선봉이라 부르며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 선두엔 강현이 서 있었고.

“웃기는 소리. 이번 우두머리는 나야.”

“웃기는 소리네요. 당연히 저죠.”

“저번 작전 3공격대 실패 책임자가 누구였더라?”

특별 팀에 속해 있는 모두가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겠다며 아우성쳤다.

특히 이번 특별 팀 선두엔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데.

“그러니까, 본부장님 명령 따위는 씹고 넘어가겠단 뜻인가요?”

“상무님께서 허락한 일을 네가 뭔데 왈가왈부야?”

어느 계파가 가장 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 주기 때문.

그래서일까 다들 자신이 따르는 계파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선두 차지에 열을 올렸다.

그들이 산군을 구한다는 목표보다는 자신들이 얻을 권력에 더 집중할 때.

[게이트 입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검푸른 색이었던 입구가 다시 파랗게 물들었고.

“가자.”

“어? 어어? 같이 가요!”

강현이 냅다 앞으로 내달렸다.

각자 따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한창 선두에 서느니 마느니 다투고 있던 특별 팀 인원들의 반응이 늦었고.

“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 선두 뺏겼잖아!”

그 한심한 꼴을 보고 있던 본부장이 버럭 화를 터뜨렸다.

저 한심한 새끼들!

이래서 혈족이 아닌 자들은 믿을 수가 없다.

그제야 화들짝 놀란 헌터들이 부랴부랴 강현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진입.

“후우, 한 팀장. 이게 자네가 노린 유치한 수작인가?”

본부장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한진명을 노려보았다.

놈이 노린 게 이런 거겠지.

“외부인을 끌어들여 판을 흐려 놓을 셈이었군. 지금 이 작전의 의의가 뭔지는 알고 하는 짓이야? 길드장님을 구하는 작전일세! 불순한 의도가 섞여 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거겠지?”

각 계파끼리 유지하고 있었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판을 흔들려는 의도.

그래서 미리 저 강현이라는 놈을 막으려고 했건만!

일이 틀어진 김에 우선 한진명을 압박하려는 본부장의 의도.

그러나

“글쎄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이전이라면 눈을 내리깐 채 별말 하지 않았을 한진명이 그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젠 그래야겠군요.”

“…뭐?”

“한 팀장, 그게 무슨 말이야?”

한진명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쓸어 보며 눈을 빛냈다.

“조력자를 공격하기 위해 빌런과 결탁한 자… 그걸로도 모자라 민간인까지 공격했다라…….”

그가 이를 사리물며 위협적인 목소리를 냈다.

“산을 더럽히려 했다고 판단, 찾아내겠습니다.”

그리고 물어뜯겠습니다.

지금껏 가만히 있던 한진명의 폭탄선언에 다들 침묵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혈족이고 백호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한진명이 지금껏 산군 길드 안에서 세운 공과 인프라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손발을 자르려 노력했건만 지금도 어디서 조력자를 데려와 상황을 뒤집어 놓지 않았는가.

현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차올랐고.

“안에서 고생할 강현이를 위해서라도… 전 좀 싸워야겠습니다.”

한진명이 산군 길드를 지킬 것을 표명했다.

“돌아올 산군님을 위해서라도!”

* * *

밖에선 그들만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여긴?”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 강현은 생경한 풍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완전히 폐허가 된 필드.

마치 폭격이라도 쏟아진 듯 곳곳이 뒤집혀 있었고 더 나아가 무너져 내린 산봉우리도 보였다.

처절하고 끔찍한 싸움의 흔적.

“대체 어떤 적이었길래?”

강현이 자신도 모르게 의문을 뱉어 냈다.

산군 서대호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적이 있단 말인가?

기묘한 침묵이 주변을 감쌌고.

“이거 괜찮은 걸깝쇼?”

김태진이 불안한 목소리로 강현의 옆에 바짝 붙어 섰고.

“뭐, 일단 적은 안 보이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그런데… 원래 이렇게 졸보였냐?”

강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다 미간을 구겼다.

적도 없는 마당에 왜 이렇게 목소리를 떨어?

분명 예전에 만났을 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거만한 놈이었는데 왜 이렇게 바뀐 걸까?

강현이 김태진을 의아한 듯 쳐다보자.

“이런 미친놈아! 아니 미친놈이세요? 지금 주변에 적이 없다굽쇼?”

김태진이 버럭 짜증을 내며 주변을 가리켰고.

강현이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 X벌놈들이!”

“이제 너 보호해 줄 한 팀장도 없는데 감당할 수 있겠어?”

“우선 처리할 일이 좀 있겠는데요?”

특별 팀 소속 헌터들이 강현과 김태진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살벌한 게 금방이라도 공격할 모양새.

그러나 강현은 그들을 보고는.

“진짜 한심한 새끼들이네.”

비웃음을 날렸다.

당연히 상대들이 발끈하려는 찰나.

“수장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네들 살겠다고 이전투구 하는 것도 우스워 죽겠는데… 이젠 게이트 안에 들어와서까지 정신을 못 차리네.”

“저기요? 최강현 씨? 그만해 주십사…….”

김태진이 말려 봤지만 강현의 신랄한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새끼들이 어떻게 산군 길드 소속이지? 주사위 돌려서 배치받았냐? 어째 하급 길드 양아치 새끼들이랑 다른 점이 하나도 없냐?”

“이 새끼가 계속!”

이어지는 비판에 덩치 큰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이 병신 새끼들아!”

강현이 더욱 큰 소리로 놈의 목소리를 덮었다.

“지금 산군이 들어왔는데도 게이트 안이 이 상황인 거 안 보여? 적은 산군급의 전력이라고!”

“……!”

그제야 헌터들이 자신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다.

이 살풍경한 풍경의 원인.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파악도 못 하는 머저리 새끼들이 헌터? 우두머리? 지랄.”

카악- 퉤!

강현이 걸쭉하게 침을 모아서는 땅바닥에 뱉었다.

솔직히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이 특별 팀의 진짜 목표는 돌아오지 않는 산군을 찾고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것.

그런데 놈들은 자신이 속한 계파의 엉덩이를 닦고 자신의 위신을 세우느라 목표 따윈 잊어버린 듯 행동했다.

‘강력 길드원들이나 이 새끼들이나.’

지난번 사람은 구하지도 않고 강현을 공격하려 했던 강력 길드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것도 국내 5대 길드 중 하나, 거기다 세계적인 1세대 헌터 산군이 있는 길드에 속한 놈들이 이런 꼬락서니라니.

‘차라리 1분대가 백 배는 나았어.’

문득 진짜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그리워졌다.

강현이 김태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

“…X발.”

“하!”

“어디서 저런 미친놈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런 강현의 등을 보며 욕을 했지만.

공격하거나 그 말을 부정하진 못했다.

[언변, 카리스마, 군중 제어를 발동. 상대의 반론을 완전히 차단합니다]

[카리스마 하위 스킬 위협을 발산합니다. 상대가 당신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논리를 완전히 파훼당해 당신에게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언변 하위 스킬 뛰어난 말싸움을 습득합니다]

[이후 말싸움에서 좀 더 유리해집니다]

‘뛰어난 말싸움이라… 혀가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니까. 써먹을 날이 있겠지.’

강현이 나름 좋은 소식이라 생각하며 찬찬히 주변을 둘러볼 때.

꽈르르릉!

[1,045번째 수복을 시작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알림과 함께 땅이 떨리기 시작했다.

“시작인가!”

옆에 있던 김태진이 긴장하며 검을 뽑아 들었고.

곧 입을 벌리며 놀랐다.

“저게 뭐냐?”

“반말?”

“…뭡니까요?”

“글쎄다… 나도 모르겠다, 대체 뭔 일인지.”

강현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놀라운 풍경.

꽝! 꽈르릉! 쿠콰쾅!

격렬한 폭음이 터질 때마다 땅이 회복되고 있었다.

움푹 파여 있던 땅이 차올랐고, 무너진 봉우리가 다시 수복되었으며 쓸려 나갔던 바위들이 다시 단단하게 모여들었다.

그 놀라운 신비의 끝.

“어, 어어!”

“저건…….”

“탑?”

드높은 탑 하나가 서서히 본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격렬했던 싸움을 다시 되감기 하는 듯한 모습.

다들 이 신비로운 현상에 눈길을 빼앗겨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강현의 눈은 번뜩번뜩 빛나기 시작했다.

되감기 풍경을 보자 눈앞에 떠오른 알림.

[산군 서대호의 자취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싸움의 흔적과 경과를 분석합니다]

[서대호의 무투술을 분석합니다]

지금 보이는 현상들이 바로 산군 서대호의 싸움을 되감기 하는 중이란 사실을 파악.

[산군 서대호 무투 분석률: 0… 1… 5… 9%]

역시나 연구자의 눈이 빠른 속도로 산군 서대호의 전투를 분석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설적인 무투를 목격합니다. 하급 무투술 스킬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몇 수 위의 몸놀림을 추적합니다. 능숙한 몸놀림 스킬의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와 관계된 강현의 스킬들이 일제히 레벨이 올랐음을 알렸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각.

강현이 강해진 만큼 웬만한 자극이나 경험치로는 레벨이 오르는 일이 없었는데.

산군 서대호의 전투, 아니 전투의 흔적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스킬 레벨이 올랐다.

‘이게 세계적인 헌터의 수준.’

자신과 산군 사이에 놓인 격차에 강현이 전율할 때.

[1,045번째 수복이 끝났습니다]

문득 방금 광경보다 더 충격적인 숫자를 발견했다.

1,045번째 수복이 끝났다니?

아까도 1,045번째 수복을 시작한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설마 1,045번 싸웠다는 말인가?’

강현의 의문과 동시에 저 멀리 탑에서.

어흐흥!

호랑이의 커다란 울음이 들려왔고.

그들의 앞에.

“검… 의 극의…….”

“검술… 을 알려… 줘…….”

피눈물을 흘리는 망자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1,046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강현이 옆을 보며 빙긋 웃었다.

“뭐 해? 뚫어.”

“네?”

강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김태진의 멍한 얼굴.

그러나 이어진 말에 그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길 뚫으라고. 극복하고 싶다며.”

“길… 뚫겠습니다… 요. 극복하려면… 뚫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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