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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8화 (118/277)

118화 역전의 발판

“군인이라며?”

“특임대? 지금 군인 나부랭이를 특별 팀에 끼우겠다고 한 건가? 한 팀장 그 사람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 외부인을 끼워 넣는 것도 짜증 나는데 고작 군인이라고?”

게이트 앞에 있는 특별 팀 소속 헌터들이 모두 짜증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여기 모인 건 각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자들.

누구를 기다릴 위치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는 산군을 찾기 위하여 모인 특별 팀이라고는 하나.

실상은 각 계파가 자기 사람을 억지로 쑤셔 넣은 상황이니 서로 합이 맞을 리가 없다.

거기다 특별 팀에서 혈족은 의도적으로 배제된 상태.

그만큼 산군 길드 내부 결속력은 엉망이었다.

산군이 검성을 찾느라 허비한 7년이란 긴 세월.

‘이제 산의 주인이 바뀔 때가 되었지.’

산의 주인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이.

다른 호랑이들이 호시탐탐 산의 왕좌를 향해 야망을 품었고.

산군이 게이트에 들어간 한 달 동안.

이러한 움직임이 점점 격화되었다.

처음엔 흔들리지 않던 충신들도.

“7년을 기다렸어… 어쩌면 산군님께선 망자에게 잡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본부장님께서 더 높은 자리를 약속하시더군.”

지쳤다는 이유로 또는 더 큰 권력을 위해 산군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한진명을 비롯한 몇몇이 고군분투했지만 산군 없이 버티는 것도 한계.

그나마 그가 길드 창립 멤버 중 한 명이고 산군에게 가장 신임받는 자였기에 특별 팀에 사람을 끼워 넣을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한 아저씨, 그 사람 정말 오는 걸까요?”

“…분명 올 거다.”

“만일 저밖에 못 들어간다면…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

“알고 있어. 무거운 짐 지워 미안하구나.”

한진명의 편에 서서 특별 팀에서 들어가려는 헌터가 없다는 것.

혈족도 아닌 데다가 이미 반쯤 썩어 가는 동아줄을 잡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나마 A급 헌터 김태진이 한진명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김태진!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옮겨?”

“가, 갑니다!”

그마저도 특별 팀 중에서는 가장 힘없는 막내.

“이 새끼가 A급 구실도 못 하면 열심히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죄송합니다!”

김태진은 예전 강현에게 미로형 던전에서 패배한 이후.

갑작스러운 기량의 하락으로 산군 길드 A급 루키에서 제외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거기다 한진명을 따른다는 사실에 다른 파벌에서 그를 지원해 줄 리 만무했고.

지금은 핵심 전력에서 튕겨 나와 그저 그런 헌터로 전락.

하지만 한진명으로서는 이런 김태진마저 소중한 전력이었고.

‘강현아. 제발. 제발 빨리 와 줘라!’

강현은 지금 한진명이 부를 수 있는 전력 중 최강이었다.

참 서글픈 일이었다.

길드 창립부터 지금까지.

과거엔 전투 전력으로서 지금은 인사 팀장으로서 길드에 헌신했건만.

자신들의 길에 방해된다고 느끼자마자 그의 수족을 하나씩 잘라 내고 가져가더니.

이젠 유명무실한 직책만이 남겨진 상태.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업무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기에 그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회사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며 자신이 평생 모셨던 산군에게 마지막 충성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써 가면서 강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만일 강현이 오지 않는다면.

‘내 능력도 여기까지인 거겠지.’

모든 걸 포기하고 이 산을 떠나리라.

다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잠깐! 이제 곧, 이제 곧 올 겁니다!”

그가 진입하려는 특별 팀을 막아섰고 실랑이를 하길 잠깐.

“여기 최강현 님 도착했습니다!”

허름한 폐건물 앞에 반쯤 부서진 차가 털털거리며 멈춰 섰다.

다행히 비싼 차라 그런지 용케도 여기까지 버텨 준 셈.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자가 다급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는 주변을 살폈다.

알려 준 주소로 왔건만 주변에 보이는 건 폐건물뿐.

“어어? 분명 한 팀장님이 이곳으로 오라 하셨는데?”

설마 한 팀장이 자신에게 알려 준 정보도 거짓이었던 걸까?

그가 불안한 눈빛으로 강현의 안색을 살필 때.

“잘 도착했군요. 고생하셨어요.”

강현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폐건물 앞으로 향했다.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익숙한 마나의 흐름입니다. 현상을 분석합니다. 분석률 50% 이상!]

[대연 시스템 결계 생성기 및 마나 홀로그램 장치를 간파했습니다. 빈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알림이 떠오름과 동시에 눈앞에 작은 실선 하나가 보였고.

강현이 그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쫘아아악!

홀로그램을 찢었다.

어깨에는 자신이 때려잡은 헌터를 메고 한 손으로 마나 홀로그램을 찢으며 등장.

저벅저벅.

“…….”

침묵하며 주변을 쓸어보았다.

이들에게 잘 보일 생각 따윈 없었다.

빌런을 사주해 민간인을 공격하고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던 이가 분명히 있을 터.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쳤고.

[카리스마, 불굴 특성 발동으로 상대방을 압도합니다]

주변에 있던 산군 길드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켜섰다.

강현이 자연스레 뚫린 길로 걸어 들어가자.

“뭐야? 누가 외부인한테 입구 열어 줬어?”

책임자로 보이는 이가 힘없이 물러서는 연구자들을 닦달했으나.

“열어 준 게 아니라 열고 들어왔습니다.”

“뭐? 그런!”

이어진 대답에 화들짝 놀랐다.

대연 시스템에서 구매한 결계 생성기를 통해 주변 외부인 침입을 완벽하게 차단.

거기다 대형 마나 홀로그램 생성기를 덧씌워 게이트를 가림은 물론 결계의 흔적마저 완전히 지웠다.

그런데 처음 보는 외부인이 이를 단번에 간파한 거로 모자라 열고 들어왔다고?

능력자.

‘그것도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본인들도 능력자였지만 수준이 다르다.

주변을 지키는 경비원들이나 연구자들이 침만 삼키며 강현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오래 기다리셨어요?”

강현이 어떠한 저항도 없이 한진명 앞에 도착했다.

“강현아!”

강현의 충격적인 등장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한진명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와 줬구나!

그래, 강현이라면 와 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깨에 있는 건 뭐냐?”

한진명의 물음에 강현이 작게 미소 지었다.

“아마 팀장님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 무엇일 겁니다.”

한진명을 마주친 순간 떠오른 인물창.

[걱정거리: 산군의 상태, 현재 권력 싸움에서 배제되어 퇴직당할 위기]

역시나 그답게 제일 걱정거리는 산군의 상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권력 싸움에서 배제된 한진명의 처지.

그러나 강현은 한 가지 다른 정보를 확인하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추가 정보: 상황을 뒤집을 패를 간절히 찾고 있음]

사실 한진명은 포기하지 않았다.

산군이 7년 동안 검성이라는 그림자를 쫓는 와중에도, 권력 싸움에서 배제돼 가면서도 길드를 관리하려 애썼다.

자신의 청춘이 담긴, 꿈이 담긴 곳을 쉬이 포기할 수 없었던 까닭.

그리고 그의 간절한 바람이 지금 응답받았다.

“절 공격하고 민간인을 공격한 빌런입니다.”

“……!”

“민간인!”

강현을 공격했단 소리보다도 민간인을 공격했단 소리에 현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건 중대한 범죄.

강현의 발언에 자리에 있던 몇몇이 침을 꿀꺽 삼켰고.

“여기 있습니다. 분명 시킨 사람이 있겠지요. 저보다는 한 팀장님이 잘 찾을 것 같아서요.”

강현이 포승줄 스킬로 묶어 놓은 빌런을 한진명에게 넘겼다.

물론 여기서 직접 놈의 얼굴을 공개하고 누가 시켰는지 심문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산군 길드원도 아니고.’

산군 길드에 속해 있는 사람 같지 않은가.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 여기서부턴 한진명에게 밧줄을 넘기는 게 맞았다.

강현의 눈에서 이런 뜻을 읽은 한진명이 얼굴을 굳히며 답했다.

“…고맙다.”

스스럼없이 산군 길드의 일을 도와주러 온 것뿐 아니라 이런 역전의 발판까지 만들어 주다니.

거기다 강현은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고 한진명에게 뒤처리를 맡겼다.

그만큼 그를 신뢰한다는 뜻.

‘그래, 나 한진명 아직 안 죽었어!’

때론 말 수십 마디보다 한 번의 행동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

한진명의 사그라들던 열정이 강현으로 인해 다시 피어올랐다.

[조력자 한진명의 신뢰도가 크게 올랐습니다!]

[당신의 카리스마와 확보한 불리한 증거에 주변 방해꾼들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조력자 한진명의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집니다]

[당신의 가장 믿을 만한 조력자 서윤진을 묶고 있던 억압의 사슬 일부가 풀립니다]

[인물 퀘스트 호랑이 길들이기 조건 일부 해결!]

[이후 호랑이 길들이기 퀘스트 진행이 수월해집니다]

[조건 해결 보상으로 새로운 후임을 획득했습니다]

“반드시 놈의 배후를 캐내마. 반드시!”

한진명이 씹어뱉듯 결심을 밝혔고 주변에 있던 자들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요즘이야 힘이 빠졌다지만 산군 길드의 창립 멤버이자 혈족을 제외하면 가장 큰 권력을 잡고 있던 자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산을 관리하느라 지쳐 있던 늑대가 적의 냄새를 맡고는 눈을 뜬 셈.

그리고 의욕을 되찾은 한진명이 강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을 건네 주었다.

“여기 받게나.”

“이게… 뭡니까?”

그가 내민 커다란 가방 안.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 한 자루와 은빛으로 빛나는 권총 두 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전 산군께서 도전자에게 빼앗은 검이랑 헌터용으로 제작된 데저트이글 두 정일세.”

검도 반가웠지만 강현의 눈을 잡아끈 건 새로운 총 데저트이글.

“겉부터 부품까지 총신 전체를 던전 광물로 만든 녀석이지, 거기다 총알까지 모두. 마나를 듬뿍 실을 수 있을 거야, 특별 맞춤 제작이지.”

“예쁘네요.”

“선물일세.”

“감사합니다.”

강현이 준비된 탄약 조끼와 권총을 착용하며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그리고 이건 황세아 중사가 자네에게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전달해 주라더군. 갖고 들어가게.”

“황세아 중사님이요?”

“그래, 그리고 나도 아직 선물이 남았지. 김태진이!”

강현이 황세아가 선물했다는 커다란 철제 가방을 두드려 볼 때.

한진명이 준비해 놓은 협력자를 불렀다.

바로 강현에게 패배해 패널티를 받았던 산군 길드 A급 헌터 김태진.

그가 쭈뼛거리며 강현의 앞으로 다가왔고.

“안에서 같이 움직일 친구야. 뭐, 서로들 잘 알고 있을 테니 소개는 생략하지.”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강현의 인사에 김태진이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이전에 패배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

강현이 그를 잠시 살피던 중.

문득 든 생각.

‘어, 후임이라는 게 설마?’

지금 이 녀석은 아니겠지?

혹시 하며 인물창을 열어 보자.

김태진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오목교, 이성민과는 다른 특이사항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패널티 on/off]

바로 패널티를 껐다 켤 수 있는 버튼.

이 버튼을 보자 강현의 입에 군침이 싸악 돌았다.

‘그러니까 이 버튼 하나면 저 건방진 놈을 마음껏 다룰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 이 기회에 김태진을 좀 조련해야겠다.

지난번 원한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이참에 다시 상하 관계를 똑바로 잡아 주어야지 생각할 때.

뭔가 김태진의 바뀐 점이 눈에 띄었다.

분명 예전에는 말을 안 듣고 꺼드럭거리던 놈이었는데.

“태진이는 여기 강현군을 잘 돕도록.”

“넷!”

뭔가 유순해진 느낌.

물론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야! 김태진, 이 새끼야! 이거 안 들어?”

특별 팀에 소속된 헌터 하나가 강현 옆에 붙어 있는 김태진의 꼴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냅다 윽박질렀고.

김태진이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저 새끼가…….”

“김태진, 너 미쳤냐?”

“태진 씨, 산군 길드 소속 아니었어요?”

특별 팀의 압박이 거세졌다.

평소 김태진을 탐탁지 않게 여기긴 했지만.

산군 길드 소속의 헌터가 생전 처음 보는 놈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는 건 용납 못 할 일.

더군다나 상대가 고작 특임대 일병임에야.

김태진이 결국 그들 쪽으로 발을 옮기려 할 때.

“트라우마, 극복하고 싶지 않아?”

“……!”

강현이 지금 김태진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건드렸다.

바로 트라우마 극복.

[걱정거리: 현재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산군 길드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

김태진은 지난번 강현에게 패배한 결과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어 했고.

강현에겐 트라우마, 아니 패널티를 켰다 끌 방법이 있었다.

“그, 그게 무슨! 극복이라뇨?”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에 어느새 김태진의 말투가 공손해져 있었다.

강현이 김태진과 특별 팀을 자리에 두고는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때로는 누구를 따라오는지에 따라 길이 갈리는 법이거든… 잘 선택해, 진짜 따를 사람이 누구인지.”

강현이 던진 떡밥은 여기까지.

딱히 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

[언변, 신뢰, 감화, 카리스마를 발동합니다. 후임 김태진이 당신을 따르기로 결정합니다!]

“갈게요! 따라간다구요!”

김태진이 산군 특별 팀을 내버려 둔 채 냉큼 강현의 뒤를 따랐고.

그런 둘을 보며 다른 특별 팀 헌터들이 이를 갈았다.

[메인 퀘스트 죽여도 죽지 않는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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