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5화 (115/277)

115화 재회

선물이 도착했다는 알림과는 달리.

집안에 변화는 없었다.

“오빠? 왜에?”

“뀨우?”

서연이와 구찌의 천진한 물음에 강현이 금세 고개를 흔들고는 모두가 있는 곳으로 섞여 들어갔다.

“야야! 강현아, 이것 봐라.”

“작전 4-3 어때? 우리가 생각한 거라니까.”

안 그래도 지난 회색 숲에서 작전 3-2를 성공하는 바람에 최근 작전 만드는데 열중하는 두 똥 병장이 또 엉뚱한 작전을 내놓았고.

“아, 정말. 그만 좀 하십시오.”

“에이, 그건 너무 아니지 말입니다.”

분대원들의 빈축을 샀으나.

“훗, 결국 3-2 썼죠?”

“썼지. 쓰고야 말았지.”

두 똥 병장의 의지는 꺾일 줄 몰랐다.

다들 이런저런 헛소리를 하며 트리와 집 안을 꾸미는 중.

그중에서도 강현은 식량을 책임졌다.

햄버거, 피자 등을 가져온 1분대와 달리 서윤진 대위는 한우 투 플러스 등심을 덩어리째 가져왔고.

강현이 이를 알맞게 잘라 오븐에서 조리를 시작.

낮은 온도에서 먼저 속까지 촉촉하게 익히고 그다음에 팬에서 겉을 바싹하게 굽는 리버스 시어링 조리법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헤에~.”

“오왕…….”

“규우우.”

강현의 분주하면서도 놀라운 요리 실력에 서윤진, 서연이, 구찌가 모여서 놀라는 중.

구찌는 서연이 품에, 서연이는 서윤진의 품에 포옥 안겨 있는 게 보기에 퍽 좋은 그림이었다.

서연이가 불그스름한 서윤진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구찌와 번갈아 보길 잠시.

“언니, 머리카락 색이 구찌야랑 비슷해요.”

“어머? 그래? 잘 어울리니?”

“네!”

“어휴, 귀여운 거 옆에 귀여운 거라니 너무 예쁘다!”

서윤진이 서연이와 구찌를 동시에 꼬옥 껴안으며 머리를 비비길 잠깐.

강현의 옆으로 와 앞치마를 질끈 동여맸다.

“뭐 도와줄 거 있니?”

“그 샐러드 좀만 잘라서 무쳐 주시겠습니까?”

달그락, 달그락, 탁탁탁탁, 치이이익.

주방에선 강현과 서윤진의 요리하는 소리가 분주했고.

“구찌야, 그거 해 봐! 그거! 뀨뀨뀨!”

“뀨, 뀨우!”

서연이와 구찌는 식탁에 앉아 서로 장난치며 싱글벙글 웃는 중.

마치 가족의 단란한 일상과 같은 모습.

“…….”

강현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작은 행복에 잠시 먹먹한 마음을 추슬렀고.

“…….”

서윤진 또한 잠시 이 풍경을 추억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중대장님?”

강현의 질문에 서윤진이 화들짝 놀라며 다시 하던 일에 집중.

“근데 부대는 안 가도 괜찮으십니까?”

“으윽.”

강현의 질문에 그녀가 잠시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성격상 보통 이런 빨간 날에도 부대에 출근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쉬기로 했어… 중대장도 사람이니까.”

사실 1분대를 불러 모은 건 강현이었다.

할머니에겐 오랜만에 친구들과 행복을 즐기시라는 의도였다면.

평소 외로웠을 서연이에겐 복작복작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의도.

그래서 1분대를 불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중대장 서윤진 대위가 연락까지 하며 찾아왔던 것.

이유를 물어보려 할 때.

“…그냥 조금은 쉬고 싶어서.”

서윤진 대위의 표정을 보고는 강현이 말을 멈췄다.

저 표정 자주 보았다.

검성 이석천, 산군 서대호.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 특유의 지친 얼굴.

[당신의 가장 믿음직한 조력자가 많이 지쳤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때입니다]

중대장 서윤진. 항상 가장 앞에서 중대원들을 이끌고 씩씩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던 그녀였지만.

그녀 또한 사람이었다.

때론 지치기도 힘겹기도 한 법.

강현이 고기를 구우며 담담히 답했다.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랑 분대원들 그리고 중대원들까지 챙기시느라 쉴 시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 갑자기?”

“그러니 가끔은 쉬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서윤진의 물음에 강현이 가장 큰 스테이크 덩어리를 접시에 올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힘내시라고 스테이크 가장 큰 덩이 드리겠습니다.”

“강현아…….”

강현이 내민 영롱한 스테이크 덩어리를 보며 서윤진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

“아앗! 오빠는 서연이 꼬에요!”

“뀨!”

물론 이 모습을 보던 서연이가 강현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더니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빠를 빼앗길까 불안한 모양.

구찌 또한 강현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는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강현과 서윤진이 웃음을 터뜨렸고.

그리고 분대원들도 영문도 모르고선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행복한 저녁.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숨다!”

“잘 먹을게, 강현아.”

“최강현 일병님, 감사합니다!”

모두가 상에 둘러앉아 크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는 고기를 입에 욱여넣었다.

역시나 이어지는 감탄.

“으흑! 최강현 일병님의 요리라니! 군 생활 최고의 행복이다.”

“와… 최강현 일병님, 혹시 호텔 요리사 출신이십니까?”

맛에 감동한 오목교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 표정이었고.

이성민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강현이 만든 스테이크를 해부할 듯 보고 있었다.

사실 이성민은 집이 부유한 만큼 고급 레스토랑에 간 경험이 많았다.

스테이크야 질리게 먹었으니 나름 입맛이 까다로운 편.

그런데.

“제가 먹었던 어떤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습니다.”

강현이 만든 스테이크는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것보다도 뛰어났다.

그래, 마치 엄한 아버지가 자신을 보며 인자하게 웃어 주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같은 맛!

그리고 참 신비하게도 이성민만 어릴 적을 떠올린 게 아니었다.

“아… 진짜 맛있다.”

“왜 맛있는데 옛날 생각이 나지?”

가득한 육즙과 함께 피어오르는 뭉글뭉글한 추억.

다들 이 알 수 없는 기묘한 경험에 감동할 때.

[중급 요리 스킬 발동. 뛰어난 요리 완성도로 인해 고기의 감칠맛이 한층 더 좋아집니다]

[중급 요리 스킬 효과로 당신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히든 조건 가장 위대한 조미료는 추억을 완료했습니다]

[중급 요리 하위 스킬 추억 보정을 획득하였습니다]

[이후 당신의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종종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강현만은 이 현상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바로 중급 요리 스킬의 새로운 효과.

요리법과 식재료의 한계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먹는 사람의 추억엔 한계가 없는 법.

다들 잠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날 때.

[선물, 크리스마스의 환상을 발동합니다]

[일시적 특혜로 사용자가 원하는 환상을 소환합니다!]

우우우웅!

알림과 동시에 황세아가 예전에 선물해 주었던 미니 홀로그램 기계가 숨 가쁜 소리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서연이가 그림을 그리며 놀던 스케치북이 파르륵 하며 거칠게 넘어가길 잠깐.

“어어?”

“우와!”

거실 한구석에 방울과 반짝이를 두르고 있던 트리를 중심으로 푸릇푸릇한 잔디가 솟아났고.

다들 갑자기 일어난 신비한 일에 놀랄 때.

소복소복.

하늘에서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 안에 일어난 작은 기적.

“꺄하항!”

“뀨우!”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변화에 서연이와 구찌가 활짝 웃으며 즐거워했다.

“뀨! 뀨우, 뀨, 뀨!”

“뀨뀨뀨뀨우-!”

그리곤 둘이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길 잠깐.

구찌가 입에서 지난번 산에서 본 것보다 더 작은 불티들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점멸하는 불빛들이 사방을 떠다니며 춤을 추었고.

트리에 매달린 전등들이 여러 색을 뿜어내자.

마치 색이 번지듯 피닉스의 작은 불꽃들도 색을 바꾸었다.

“어어? 이게 뭐냐. 대박이다.”

“강현아! 이것도 너가 부린 마법이냐?”

“그건 아닙니다만…….”

강현이 잠시 미니 홀로그램을 쳐다보았다.

이젠 미니 홀로그램에서 투명한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있는 중.

단순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집을 꾸미는 것 정도가 아니라 마치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 듯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모두가 즐겁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비록 술 한 잔 없지만 다들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떠들며 놀아 댔고.

“퓨후우- 퓨후우.”

“뀨우- 뀨우-.”

어린 서연이와 구찌가 먼저 지쳐 잠들었다.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건지 서윤진의 무릎 위에 누워 잠을 청하는 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서로 떠들고 있던 1분대원들도 서서히 말을 멈췄다.

때때로 칭얼거리고 꾸무럭꾸무럭 움직이는 게 선잠에 빠진 모양.

“진짜 귀여운 거 옆에 귀여운 거네.”

“저… 군대 잘 온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돈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둘을 바라볼 때.

“아무래도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듯싶습니다.”

이미 깊이 어두워진 하늘.

슬슬 늦은 밤이 되어 가기에 돌아가야 할 때.

강현이 완전히 잠든 서연이를 살며시 안아 들었다.

“우웅…….”

서연이가 잠시 눈을 부비자 다시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방 안 침대에 눕혔다.

동생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고 나오려니.

“아주 좋은 아버지가 되겠어. 녀석.”

“강현아, 동생이 정말 귀엽더라.”

“그래, 이 삼촌들이 돈 모아서 사 온 선물도 맘에 든 눈치더라고.”

“너희 처음에 칼이랑 방패 세트 사려 했잖아.”

“전투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습니까.”

“으휴, 그래서 이 중대장이 따라온 거야.”

1분대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 온 서연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원래는 꼬마 헌터 세트를 사려다가 서윤진이 극구 말린 덕에 다행히 병원 놀이 세트를 사 왔던 일에 다들 작게 웃었다.

“그럼 휴가 끝나고 뵙겠습니다! 충성!”

“그래, 휴가 끝나고 보자.”

“충성! 휴가 끝나고 뵙겠습니다!”

1분대원들이 각자의 집으로 흩어진 후.

“그럼 이 중대장도 슬슬 가 볼까?”

서윤진이 주차해 놓은 차에 타려는 순간.

“중대장님.”

“응?”

“부탁이 하나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강현의 진지한 표정에 서윤진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고.

“같이 가 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갈… 곳?”

과한 망상이 머리를 침범하던 그때.

“납골당에 좀 가 주셨으면 합니다.”

[조력자가 조금 실망했습니다]

* * *

경기도 어느 납골당.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전등은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쓸쓸함이 느껴지는 장소.

서윤진의 차에서 내린 강현이.

저벅 저벅.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반가운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강현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그가 뒤돌아섰고.

“그날 이후 오랜만이죠?”

“충성.”

“밖인데 충성은 무슨.”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최 하사님.”

“덕분에 이젠 팔팔해졌슴다. 최강현 일병님.”

최상익 하사가 짐짓 팔뚝을 자랑하며 미소 지었다.

혹한기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전우.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지금껏 만난 어떤 군인보다 더 멋있는 군인, 강현을 보며 웃던 그가 금세 얼굴을 굳히며 뒤에 있는 납골당을 바라보았다.

“근데 왜 여기서 보자고 한 거야? 그리고 여긴 어떻게 안 거고?”

상대가 강현이라 참았지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격렬하게 화를 냈을 거다.

강현이 최상익 하사의 씁쓸한 시선을 따라가자.

-세상을 위해 헌신한 이미자 경사, 최봉식 경장을 기리며.

익숙한 부부의 이름이 보였다.

회색 숲의 두 열쇠, 오랜 시간 그 끔찍한 곳에 남아 자신들을 희생해 사람들을 구해 줬던 두 경찰.

그러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두 영웅의 아들.

최상익.

그들의 부탁을 잊지 않았던 강현이 그를 찾은 이유.

‘후우… 이번에도 부탁한다.’

아까 방안에 생겨 났던 미니 홀로그램의 환상을 보며 떠올렸다.

어쩌면 두 부부도 잠시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오랫동안 부모님을 그리워한 이 사람에게 산타는 아닐지 몰라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걸었다.

그가 잠시 먹먹한 표정으로 납골당을 보는 동안.

급히 집에서 가져온 미니 홀로그램을 켜 놓았고.

스마트폰에 떠오른 그들의 사진과 더불어 이전 회색 숲에서 받은 물건 하나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사용자의 소원을 받아들여 잠시 선물 시간이 연장됩니다]

[강한 염원을 지닌 물건으로 환상이 잠시 실체를 갖습니다]

“상익아.”

“아들.”

“…엄마, 아빠?”

최상익 하사가 홀로그램에서 떠오른 환상을 보고는 놀라길 잠시.

와락 달려들어 부모님의 품에 안겼다.

그리곤.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뱃속 깊은 곳부터 울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강현이 잠시 뒤로 물러나 자리에서 빠졌다.

가족의 재회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흡, 크흐흡!”

엉뚱하게도 서윤진 대위가 구석에 숨어 울고 있는 것 아닌가.

강현이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다가가려 할 때.

“할아버지… 할아버지……!”

강현의 생각과는 다른 이름이 튀어나왔다.

산군 서대호.

서윤진 대위의 할아버지.

그 세상 강한 노인을 부르며 울다니?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강현을 휘감을 때.

지이이잉, 지이이잉.

기다렸다는 듯 강현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는 순간.

“강현 군, 나 한진명일세…….”

산군 길드의 인사 팀장이자 강현의 조력자인 한진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너무나 지치고 힘든 목소리.

“산군님을, 아니 우리 산군 길드를 도와줄 수 있겠나?”

[조력자 게이트 섭외 수치 100%]

[조력자가 새로운 게이트를 조달해 왔습니다]

[이전 마운틴 길드 퀘스트를 완벽하게 성공한 결과로 중간 과정을 생략합니다]

[바로 산군 길드의 핵심 인사들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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