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3화 (113/277)

113화 돼지 목살 김치찌개

“자, 다음 그룹 나가시겠습니다!”

“꺄악! 오뽜! 오뽜아아!”

방송국 화려한 무대 뒤.

“자자, 다들 스탠바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준비하라고 했잖아요!”

스태프들이 바쁘게 아이돌들을 찾아가 준비하라고 외쳤고.

아이돌들이 각자 노래와 멋짐, 예쁨을 뽐내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물론 이혜원이 속한 그룹의 대기실에도 스태프가 찾아왔으나.

똑똑똑.

“다들 무대 준비 부탁드려요.”

“…….”

방금과 달리 자못 태도가 공손했다.

반면 이혜원이 속한 그룹은 스태프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선 자기 할 일만 하는 중.

그러나 아까 신인 그룹에게는 윽박지르듯 명령하던 스태프가 그들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인기의 차이.

방송가 바닥에선 인기가 곧 권력이었다.

스테프가 조심스레 문을 닫으려 할 때.

“금방 준비할게요, 수고하세요.”

그들 중 이혜원만이 미소 지으며 스태프에게 답했다.

이혜원의 인사에 스태프가 잠시 놀라 멈칫하곤 문을 닫고 나간 후.

“…언니?”

“응?”

“안에서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오히려 지금껏 딴짓하던 멤버들이 이혜원을 걱정된다는 눈으로 보았다.

그녀들이 아는 이혜원은 스태프들에게 딱히 패악질을 부리진 않았지만 딱히 친절하지도 않았으니까.

지난번 백화점 사건이 있고 난 뒤 완전히 바뀐 그녀의 태도가 신경 쓰였던 탓.

그러나 오히려 이혜원이 함빡 미소 지으며 답했다.

“왜? 우리 갓 데뷔했을 때만 해도 스태프분들 들어오면 다 일어나서 인사하고 했잖아.”

“그랬긴 했지만 이제 그럴 레벨 아니잖아.”

“그때야 안 그러면 뒷담 까이니까 그랬던 거고…….”

그녀의 미소를 보며 멤버들이 우물쭈물 변명을 댔다.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이혜원이 잠시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 사람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넓은 등으로 모두를 지켜 주던 한 남자.

자신이 가장 큰 짐을 지고도 또 모두를 구하고 나서도 모두가 영웅이라며 담담히 다른 사람들을 치켜세워 준 사람.

강현과의 만남 이후에 이혜원은 아이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돌…….’

현재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우상으로 표현되는 단어.

스포트라이트와 인기, 돈을 긁어모으며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이들.

그러나 그 이면엔 어두운 우울함과 괴로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이를 잊기 위해 인기와 돈, 술,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점점 이런 삶에 지쳐 가던 차에 만난 강현의 모습은 그녀에겐 충격과 같았다.

‘그 사람이 진짜 아이돌일지도.’

그냥 방송에서 노랫가락 몇 마디 부르고 춤추며 사람들의 박수를 받아먹으며 사는 자신보다.

남들을 위해 뛰고 싸우고 땀 흘리는 그가 진짜 아이돌 같아 보였다.

단 몇 마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아니 더 나아가 행동으로 사람들의 신뢰와 감동을 일으키는 사람.

그게 진짜 아이돌이 아닐까.

그래서 바뀌기로 했다.

‘나도 그런 아이돌이 되겠어.’

실로 오랜만에 하는 결심.

그래서 예전과 같이 스태프들에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고 지친 멤버들을 독려했다.

힘든 스케줄에 짜증도 나고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살아 있잖아.’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녀의 마음과 태도가 바뀌자.

“여기 서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당당하지만 겸손하게.

그래, 그 사람처럼.

그녀가 드디어 가장 인기 있는 그룹들이 선다는 마지막 무대에 올라섰고.

“누나! 혜원 누나!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요!”

“꺄약, 언니! 이쪽 봐 줘요!”

팬들의 환호를 받자.

[특성 관객 호응을 발동합니다. 관객들의 응원을 받을수록 버프 능력이 강화됩니다!]

몸에서 절로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잊지 말자.

두렵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가 새로운 마음으로 노래를 시작하자.

[응원의 노랫가락, 정화의 춤을 발동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피로를 정화하고 마음을 치유합니다!]

“우아아악, 누나!”

“이혜원! 이혜원!”

팬들이 더욱 열성적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그렇게 음악 방송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언니 가요!”

“담 스케줄에 봐 다들!”

“들어가!”

한층 밝아진 그룹 멤버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예전에야 숙소 생활을 했지만 여유가 생긴 지금은 각자 집에서 지내는 중.

문득 차 안에 타려던 멤버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이혜원을 돌아봤다.

“언니, 고마워요. 돌아와 줘서.”

“덕분에 오늘 무대에서 힘 났어요.”

“혜원이, 너 어째 더 실력이 늘어난 거 같던데?”

오랜만에 듣는 멤버들의 친절한 목소리에 이혜원이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럼, 그 숲에서 얼마나 죽어라 춤추고 노래했는데.’

그리고 사실 힘 나는 건 자신의 능력 덕분이고.

다만 이런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긴 어려웠다.

아직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은 소속사 대표만 알고 있는 중.

이번에 맨발의 디바란 별명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거로 보아 곧 밝힐 거 같긴 한데.

‘후우, 머리 아파.’

이혜원으로서도 머리 아픈 문제였다.

이제 와 능력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축하해 줄까? 아니면 미워할까.

‘아이돌이 된 게 능력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할까?’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지만 하루 만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

대신 그녀에게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녀가 아파트 현관 앞에 섰고.

띵동, 띵동.

“누구세여?”

“예쁜 언니야.”

언니!

벨을 누르자 문이 벌컥 열리며 서연이가 튀어나왔다.

그리곤 익숙하다는 듯 그녀에게 안겼다.

“오래 기다렸지?”

“아녀! 쪼금 기다렸어요!”

신나 떠들어 대는 서연이와 함께 그녀가 안으로 집안으로 들어섰고.

“아이고, 왔어요? 밥은 들었고?”

할머니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가 할머니와 서연이를 찾아온 이유.

백화점에서 나온 날.

다들 부모님의 품에 안겨 울고 있을 때.

“혜원아!”

데뷔 때부터 함께했던 가장 친한 매니저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고.

“어머니 아버지는 같이 안 왔어?”

그녀의 공허한 물음에 매니저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그게… 너 백화점 행사 전에 미국 여행 가셨잖아. 한 달 후에 돌아오신다고…….”

“모르는 거지, 나 여기 있는 거?”

“대표님이 전화드렸다고는 하는데…….”

좀 늦으시나 봐, 너무 섭섭해하지 마.

순간 이혜원이 이빨을 꽉 물며 터지려는 울음을 참았다.

다들 가족들과 감동적인 재회를 하고 있는데 왜 자신은!

그냥 회색 숲에서 죽었으면 하는 원망까지 하려고 할 때.

“예쁜 언니, 울지 마요.”

자신의 손을 잡는 작은 온기가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연이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히잉… 할머니, 예쁜 언니 울어.”

“예쁜… 언니?”

이 와중에 예쁜 언니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서연이의 목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다가왔고.

“아이고, 죄송해요. 서연아, 그러는 거 아니야.”

할머니가 사과하며 손녀를 데려가려 할 때.

“할머니…….”

이혜원의 입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돌아가신.

자신을 키워 주었던 할머니.

둘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어린 시절 그 그리운 온기가 떠올랐던 탓.

“아무도 안 왔어요. 가족들 중에 아무도 안 왔어요… 너무 추워요.”

그녀가 몸을 떨며 울먹였다.

추웠다.

이젠 사라져 버린, 자신의 전부였던 할머니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차갑고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

“괜찮아요.”

강현의 할머니가 이혜원을 안아 주었다.

그리곤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했다.

“울어요. 괜찮으니까 마음껏 울어.”

그 익숙한 온기에, 추억 어린 향기에 이혜원이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 젖혔고.

다 울고 나서.

“저 밥 한 끼만 해 주시면 안 돼요?”

참 뻔뻔하게 밥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강현의 할머니는 불편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으로 가요. 우리 손주 해 줄 밥 대신 먹어 주면 좋지.”

“예쁜 언니, 우리 집 오는 고야?”

마침 할머니도 강현이 부대로 돌아가 버렸기에 마음이 헛헛하던 차.

그 밥 대신 먹어 줄 처자가 있으니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그날 이후.

서연이는 이혜원을 예쁜 언니라 부르며 따랐고.

이혜원은 종종 와서 서연이와 놀아 주며 밥 한 끼를 얻어먹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강현이야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고.

“혜원이, 오늘 청국장 먹고 싶다고 했지? 어여 들어요. 우리 손주들도 많이 먹고.”

“잘 먹겠숩니다아!”

“아… 감사히 먹겠습니다.”

“…일단 잘 먹겠습니다.”

그와 만나고 나서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이런 뻔뻔한 부탁을 해 왔다는 걸 들켰다는 것도 부끄러운데.

하필 청국장이라니.

잠시 어색하고도 조용한 식사가 이어지길 잠시.

“아, 청국장 좋아하시는구나.”

강현의 말에 이혜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의 얼굴에 걸려 있는 웃음을 보고선 이혜원이 반박을 시작했다.

‘왜, 왜요! 청국장이 웃겨요? 청국장이 웃겨? 냄새는 좀 나도 이 구수하고 맛깔나는 음식이 얼마나 그리웠는데! 맨날 그놈의 샌드위치에 햄버거 좀 그만 먹고 싶다고요!’

물론 속으로만.

겉으로 나온 말은.

“…맛있잖아요.”

이게 전부였다.

뭔가 강현 앞에 서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겠다.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봐서일까.

그때 이혜원의 답을 들은 강현이 마주 웃으며 답했다.

“저도 할머니가 끓여 준 청국장 제일 좋아해요.”

“아? 정말요?”

“또 뭐 제일 좋아해요?”

“저… 김치찌개요. 목살 들어간 거.”

“그럼 돼지 목살 김치찌개 끓여 드릴게요.”

“누가요?”

“제가요.”

“…왜요?”

“우리 할머니랑 서연이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요.”

강현의 맑은 눈을 마주한 이혜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참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말.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할 때, 정작 상대는 그녀가 부끄럽지 않도록 배려까지 해 주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서브 퀘스트 그리운 맛을 시작합니다!]

[성공 조건 – 이혜원을 음식으로 감동시켜라!]

[성공 시 – 너훈아 콘서트 입장권 4장 획득]

[실패 시 – 이혜원의 호감도 감소]

[이혜원의 감동 지수: 0]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알림 때문.

사실 이혜원의 호감도 감소야 무서울 것도 없었다.

다만 저 너훈아 콘서트 티켓!

아까 버스에서 듣기로는 예매 경쟁이 엄청날 거라고 들었는데.

목살 김치찌개 한 번에 저 비싼 콘서트 티켓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런 이득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혜원의 감동 지수가 5 상승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보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던가.

“오늘 스케줄 있어요?”

“…아뇨. 오늘 뺐어요.”

“저녁 먹고 가요. 오늘 해 줄게요.”

“아…….”

이혜원이 잠시 고민할 때.

“예쁜 언니, 갈 꼬야?”

“그래, 이왕이면 저녁까지 먹고 가지 그래요? 바빠서 평소에 잘 못 챙겨 먹는다며.”

서연이와 할머니의 연타가 꽂혔고.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이, 오빠랑 구찌랑 같이 놀까?”

“쥬아!”

청국장을 먹고 난 다음에는 서연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 예쁜 언니 이혜원과 뭘 하며 놀았는지, 그림 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

그중에서도 서연이의 제일 자랑거리는 바로.

“구구단 다 외어써!”

“우와! 정말? 우리 서연이 똑똑하네.”

구구단을 다 외웠다는 저 당당한 표정을 보라.

물론 강현은 이미 서연이가 구구단을 다 외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모른 척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언니! 언니! 알려 준 춤이랑 노래 연습했눈데 보여 줄게.”

이후에도 이혜원이 알려 준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었고.

“언니! 언니도요!”

“어? 나도?”

“뀨뀨!

덩달아 이혜원과 구찌도 같이 춤을 추었다.

그런 그들을 할머니가 따뜻한 미소로 보고 있는.

안온한 오후.

이른 시간에 찾아온 겨울 석양을 받으며 모두가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후우.”

이윽고 저녁.

강현이 약속한 목살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목살을 큼직큼직하게 잘라 파기름에 노릇하게 볶은 뒤.

향긋한 파기름과 고소한 돼지기름이 고여 있는 냄비에 멸치 육수와 잘 익은 묵은지를 넣는다.

물론 김치 국물도 한 국자 추가.

뚜껑을 덮고선 팔팔 끓이다가.

김치가 숨이 죽어 뭉근하게 익었을 즘.

한국인의 필수품, 다진 마늘과 송송 썬 파, 고춧가루와 두부를 넣고선 한소끔 더 끓이기.

주방 가득 매콤새콤한 냄새가 퍼졌고.

뚜껑을 열자.

파글파글파글.

끓다 못해 잔 국물을 튀기며 요리가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찌개를 보며 강현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완벽해.’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른 기초 요리 스킬 덕에 요리의 맛이 한층 더 좋아집니다!]

상 앞에 앉은 이혜원이 조심스럽게 국물을 떠먹어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이렇게 맛있지?’

숟가락 위에 김치, 젓가락으로 자른 두부와 목살을 얹고 국물 살짝 같이 떠서 입에 넣자.

입천장이 델 것을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맛이 펼쳐졌다.

“밥도 같이 들어요.”

그리고 강현이 준비한 강력한 한 수.

바로 오후에 만든 식은 밥.

약간은 수분이 날아간 건조한 밥을 넣자 얼얼했던 입안이 식었다.

물론 강현이 노린 효과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혜원이 그 위에 국물을 끼얹자.

뻑뻑한 식은 밥이 순식간에 김치찌개의 매콤한 국물을 주욱 빨아들였고.

간이 촉촉하게 베어들어 간 밥 위에 목살과 김치를 입에 얹어서 넣자.

“아!”

이혜원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똥강아지! 어여 와서 밥 묵어!”

“와! 김치찌개다!”

어릴 적 할머니와 오래된 철제 밥상 위에서 먹었던 그 김치찌개의 맛이 떠올랐다.

덩달아 추억도 퐁퐁 솟아올랐다.

[이혜원이 당신의 음식을 먹고선 완전히 감동했습니다]

[서브 퀘스트 그리운 맛을 성공했습니다! 보상으로 너훈아 연말 콘서트 티켓 4장을 받습니다]

[중급 요리 스킬 진화 조건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에 성공했습니다!]

[기초 요리 스킬이 중급 요리 스킬로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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