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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2화 (112/277)

112화 아이돌이 왜 우리 집에서 나와?

찰칵, 찰칵, 찰칵!

군경 합동 작전에서 복귀하고 며칠 후.

군단 중앙 강당.

특임대 1대대 인원이 모두 모여 있었다.

본래는 밖에서 표창 수여식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추운 날씨 탓에 실내로 변경.

곧 군악대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모두가 연습한 대로 군단 특임대장을 맞이한 후 표창 수여식이 이어졌다.

“특임대장님의 표창 수여가 있겠습니다. 위 병사는 어떠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으며 생존자들을 구해 내어 이에 표창함. 군단 특임대장 준장 강준진.”

“병장 장건철!”

“이하 동일.”

“상병 김대영!”

“일병 장만수!”

선임들의 우렁찬 관등 성명 이후.

“일병 최강현!”

강현도 마찬가지로 씩씩하게 관등 성명을 대며 표창을 수여받을 때.

강준진 준장이 잠시 멈춰 섰다.

“그래, 가져간 건 잘 쓰고 있고?”

“감사히 썼습니다!”

지난번 군단 특임대장 창고에서 가져간 물건들을 말하는 것.

물론 정말 잘 썼다.

덕분에 지금 어깨 위에 있는 구찌를 깨울 수 있었으니까.

“흐음… 그 친구인가?”

“그렇습니다!”

“뀨!”

강준진의 물음에 강현과 구찌가 우렁차게 답했다.

특히 한쪽 날개를 들며 답하는 구찌의 모습에 강준진 준장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 * *

강현이 불법 채취장 단속반원 구출 작전을 끝마치고 난 다음 날.

중대장실.

“그러니까 이 귀여운 아기새를 키우고 싶다는 거지? 아니 키우고 있다는 거지?”

서윤진 대위가 반쯤 홀린 표정으로 자신의 책상에서 털을 고르고 있는 구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대에서 펫을 키우는 걸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으니까… 그런데 허가가 필요하긴 할 건데.”

서윤진이 곤란한 표정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려던 때.

강현이 구찌를 향해 눈썹을 으쓱거렸고.

이를 본 구찌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찹찹찹.

서윤진 대위 쪽으로 다가갔다.

그 아장아장 걷는 발걸음에 그녀가 하려던 말을 우뚝 멈췄다.

그녀의 앞에까지 간 구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윤진의 시선을 끌었고.

“뀨우!”

날개를 활짝 펴며 애교 부리듯 통 뛰어오르자.

“어머! 키워야지! 그럼! 키우고말고!”

서윤진이 대번에 녹아내렸다.

물론 구찌의 애교 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윤진이 손가락을 조심스레 내밀자 손을 타고 올라간 녀석이 그녀의 어깨에 섰고.

작고 보드라운 머리를 그녀의 목에 비벼 댔다.

“아악! 너무 보드라운 것 좀 봐! 얘 귀여워서 어떻게 해!”

서윤진이 잠깐 구찌의 애교를 만끽하길 잠시.

“오구구, 고개 끄덕거렸쪄요? 그래! 구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오늘 이 언니가 지갑 연다! ”

어느새 스마트폰을 꺼내서는 고급 새 모이 등 구찌에게 필요한 것들을 검색해서 직접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곤 고급 새장, 모이, 장난감 등등을 장바구니에 담았고.

“구매 완료!”

바로 질러 버렸다.

강현이 말리기도 전에 일어난 일.

“중대장님, 그렇게까지는…….”

“아냐! 이 중대장이 우리 구찌 먹을 것 사 주고 싶어서 그래. 고렇지? 구찌야?”

“뀨!”

“어휴! 요 귀여운 부리 좀 봐!”

이미 구찌의 매력에 빠져 버린 서윤진이 강현의 거절을 거절했다.

요 까맣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녀가 결심하듯 주먹을 불끈 쥐며 강현과 구찌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 이 중대장이 직접 대대장님이랑 특임대장님께 보고서 들고 찾아갈 거니까.”

그리고 그녀는 정말 다짐대로 다음 날 관련 자료를 한 아름 들고선 대대장실로 향했고.

당연히 특임대장인 강준진 준장에게도 보고.

결국 구찌의 부대 거주 허가를 따내고야 말았다.

당연히 소유주는 강현.

* * *

강준진 또한 서윤진에게 직접 보고받은 만큼 구찌에 대해 알고 있었고 자연스레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검을 그림처럼 휘두르던 자신의 선배와 신수를 다루던 그의 친구를.

참 그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한 사람들.

강준진이 고개를 저어 머릿속을 채우는 추억을 털어 내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뭐랄까… 그분을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어.”

그분이 계셨다면 강현을 보며 무어라 했을까.

강준진이 그리워하는 그분.

바로 특임대를 세웠고 강준진 준장이 평생 그 발걸음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검성 이석천은 지금.

“히야. 그 짬찌가 지금 특임대장을 하고 있단 말야? 세상 좋아졌다, 좋아졌어.”

강준진 준장의 뒤에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그분께서 계시기만 했다면.”

강준진이 잠시 추억에 빠졌는지 아련한 표정을 지었으나.

“크, 내가 계시기만 했으면 너희 다 갈아엎었을 거다! 이놈의 새끼야!”

정작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듯했다.

강준진의 아련한 표정과는 다르게 잔뜩 신경질이 난 얼굴.

“그 적폐 새끼들이 아직도 군에서 얼굴을 쳐들고 다니게나 만들고! 내가 너 쏘가리 때 그렇게 가르쳤냐? 어휴! 이 답답아!”

그가 강준진을 향해 호통치다 문득 말을 멈췄다.

“나 때문이지, 뭐. 결국… 나 때문이야.”

검성이 강준진의 아릿한 표정을 마주하고는 쓸쓸히 뒤돌아섰다.

그 준위를 만나고 이후부터 이석천의 표정에서 씁쓸한 표정이 자주 피어났다.

강현도 신경 쓰이긴 했으나 쉬이 말을 꺼내진 못했다.

그 안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더러운 진실을 마주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

과거와 현재의 특임대장이 서로를 스쳐 지나갔고.

1분대의 표창 수여식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다시 3중대.

“강현이! 최강현 일병! 여기 있는가! 강현아! 최 하사? 아니 최 소위! 최 소위 어디 있어?”

1대대장 선설민 중령이 다급히 3중대 건물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번 백화점 사건, 그리고 얼마 전 단속반원 구출 작전까지.

며칠 동안 보고서를 읽고 또 읽은 결과.

“최강현은 군인 그 자체야!”

선설민은 연신 이마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런 인재를 놓쳤다간 평생 후회할 거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

군단 특임대장 표창을 받고 가장 기분 좋을 때 가서 살살 꼬셔 보자!

그래서 부랴부랴 정리가 끝나자마자 3중대에 왔건만.

“중대장! 최 소위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미 마음속에서 강현을 장교로 임명한 선설민 중령이 중대장실로 쳐들어갔고.

“헤헤, 구찌… 좋아… 귀여워… 사랑스러워!”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쥔 채 화면에 빠져들 듯 얼굴을 바짝 대고 있는 서윤진 대위를 발견했다.

헤죽거리는 입과 게슴츠레한 눈.

평소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이미지로 부대를 이끄는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

물론 그 스마트폰 화면에는 구찌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대대장을 마주한 그녀가 얼른 표정을 바로잡으며 일어섰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근무 중 맞나?”

“맞습니다!”

“이상이 있어 보이던데…….”

“아, 아닙니다! 문제없습니다!”

둘이 잠시 어색한 표정으로 눈을 피하던 중.

자신의 용무를 떠올린 선설민이 다급히 물었다.

“최 소위! 최 소위는 어디에 있어?”

“최 소위 말씀이십니까? 3중대에는 최씨 소위가 없습니다.”

“아니! 강현이, 강현이 어디 있냐는 말이야. 지금이 장교 임관 기회일세.”

선설민이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보이며 외쳤다.

강현이 장교가 될 방법과 앞으로의 진급 방향,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적혀 있는 수십 장짜리 보고서.

웬만한 영업 사원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으리라.

그만큼 선설민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휴가… 나갔습니다.”

“뭐? 뭐를 나가?”

“1분대 전체 휴가 나갔습니다.”

“아니 어떻게 분대 전체가 휴가를 나가나!”

“특임대장님 특별 지시였습니다. 큰 공을 세운 만큼 다들 나가서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랑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끄응… 언제쯤 돌아오나? 그 1분대 친구들을 위해 준비한 제안도 있는데 말이야.”

“…내년에 복귀입니다. 다들.”

선설민 중령의 손에서 두터운 서류철이 털썩 떨어졌다.

* * *

같은 시각.

누군가 자신들을 군대에 묶어 놓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끄아아악! 자유다!”

“와하! 미친! 바깥공기 킁카킁카!”

“이, 이곳이 현실 세계!”

1분대는 바깥에서 자유의 냄새를 만끽하고 있었다.

특히.

“…성민아.”

“응?”

“공기가 달다.”

“…고생 많았다.”

이병인 이성민, 오목교는 감회가 새로운 모양.

그런 둘을 보며 나머지 분대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면 저 두 녀석.

“이등병치고는 많은 일을 겪기는 했지?”

“쉽지 않은 일이었지.”

이등병이면서도 지금껏 잘 버텨 주었다.

물론 그들의 맞선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강현이 녀석만 하겠냐.”

자연스레 1분대의 눈이 강현에게로 향했다.

강현도 감회가 새로운 듯 하늘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중.

그에게도 이번 휴가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분대원 전체와 처음 나온 휴가.

결국 모두 살아 있고 모두 멀쩡하다.

그들을 보며 장건철이 입을 열었다.

“모처럼 분대 전체가 나온 휴가이니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하고 싶지만…….”

당연히 다 같이 밥을 먹을 줄 알았는지 장건철의 의외의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첫 끼는 집에 가서 먹자! 일주일 동안 속 썩어 가며 기다려 주신 부모님 얼굴부터 봐야지!”

“옳소!”

“역시 장건철 병장님이십니다!”

장건철이 일깨워 준 사실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백화점 사건 때 눈물을 펑펑 쏟는 가족들과 헤어지며 참 괴로웠는데.

이번 휴가 첫 끼는 가족이랑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신에 언제 다들 한번 모이자고.”

“좋슴다! 크리스마스 어떻습니까?”

“오, 그때 다들 모이지 말입니다!”

서로의 번호를 교환한 1분대가 각자 갈 곳으로 흩어졌고.

강현이 주변 도로를 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오늘은 아무도 없네.”

이전 첫 휴가 때.

자신을 불러 세웠던 산군 길드 인사 팀장 한진명과 황세아 중사의 차가 생각났던 것.

이번에는 굳이 찾아올 생각이 없는 모양.

강현이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선 눈을 감았다.

참 오랜만에 집으로 향하는 길.

다사다난했고 바빴던 시간들.

혹한기 훈련에 거인에 백화점에 얼마 전엔 강력 길드까지.

그때 버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맨발의 디바! 이혜원 씨의 신곡입니다! 꾹꾹!”

그래, 한국 최고의 아이돌이라던 이혜원도 만났었지.

‘결국 맨발의 디바 컨셉으로 가는구나.’

그렇게 싫어하더니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하긴 지옥에서 돌아온 아이돌보다는 좋으리라.

생각해 보니 이혜원이 헤어질 때 번호를 알려 주긴 했었는데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군인이 아이돌이랑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잠시 라디오를 귀 기울여 듣던 와중.

“이번에 맨발의 디바 이혜원 양이 대선배님인 너훈아 씨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게스트로 선다는 소식 들으셨어요?”

“안 그래도 두 선후배의 만남에 팬들이 기대를 품고 있죠.”

얼핏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고.

‘너훈아 콘서트? 할머니 좋아하시겠다.’

강현이 번쩍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생각해 보니 맨날 서연이가 뭘 좋아할지만 생각했지 할머니가 뭘 좋아하는지 가고 싶은 곳이 어딘지 생각지 못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너훈아의 오랜 팬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친한 분들이… 네 장 정도 구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동네 친한 할머니들과 함께 가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표를 구하는 건데.

강현이 이혜원이 건네 준 번호를 떠올렸다.

드디어 연락할 일이 생기긴 했는데.

부탁하면 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지 않을까?

뜬금없이 부탁하면 무례하려나?

강현이 어떻게 이혜원에게 자연스레 표를 받아 낼지 고민하는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도착한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강현이 자연스레 향한 방향은 예전에 살던 허름한 주택이었고.

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려다 문득 멈췄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여기가 아니지.’

그래, 할머니와 서연이가 강현을 기다리는 곳은 이 쓰러져 가는 주택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번듯한 아파트.

이번 겨울엔 삭풍이 들이치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수도관이 얼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새벽에 할머니가 연탄을 갈지 않아도 되겠구나.

강현이 잠시 달라진 자신의 삶에 감사를 올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진짜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 현관 앞.

조심스레 벨을 누르자.

띵동! 띵동!

“누구떼여?”

“흠흠, 최서연 씨?”

오빠악!

목소리를 듣자마자 강현임을 알아차린 서연이의 달음박질 소리가 들렸고.

벌컥!

문이 열리자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한 서연이의 말간 얼굴이 보였다.

강현이 맑고 귀여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꺄항!”

“아이고 우리 서연이 어느새 또 컸네? 이제 학교 가도 되겠다!”

“정말? 이제 학교 가?”

“그럼!”

그리고 그때.

“뀨?”

강현의 가슴팍에서 자고 있던 구찌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고.

“오와…….”

서연이의 반짝이는 눈이 구찌에게로 고정되었다.

귀여운 것과 귀여운 것의 첫 만남.

“뀨우?”

“오빠 쓰다듬어 봐도 돼?”

“그럼. 얘 이름은 구찌. 구찌야, 여긴 내 동생 서연이야.”

“안녕…….”

“뀨뀨!”

강현이 가슴팍에 있는 구찌를 꺼내서 서연이에게 조심스레 넘겨주었고.

서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구찌를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너무 좋아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

서연이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구찌를 살살 쓰다듬자.

구찌도 기분이 좋았는지 머리를 부비며 눈을 감았다.

“아! 너무 귀여오!”

서연이의 감탄에 이번엔 강현이 어린 동생을 꼬옥 안아 주었다.

그냥 둘 다 귀엽다!

구찌는 서연이 품에, 서연이는 강현의 품에 안겨 있는 모양새.

“서연아, 할머니는?”

그 질문에 동생이 강현의 품에 쏙 안긴 채 거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할모니! 언니이! 오빠 왔셔요!”

언니?

강현이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서연이가 언니라 부를 만한 사람이 있나?

설마 황세아 중사가 벌써 여기 와 있나?

아니 지금은 부대에서 근무 중일 터.

그때.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구나!”

반가움이 뚝뚝 묻어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

“어, 어, 어떡해!”

굉장히 당황한 목소리 하나.

이 목소리 아까 버스에서 들었다.

“이혜원 씨?”

당신이 왜 우리 집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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