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1화 (111/277)

111화 썩은 물

꿀떡꿀떡.

“…너 뭐 마시냐?”

“물약이요?”

“어디 복합 골절 당했어? 아니면 내장이 파열됐나? 뇌라도 다친 거야?”

“여기 좀 찢어져서요. 병원 가기 귀찮잖아요.”

“야-이 또라이 자식아!”

그게 얼마짜린데 그 똥내 나는 아가리에 막 퍼붓고 있어!

길드에 입사하는 신입들이 자주 착각하는 사실.

길드에선 물약과 보조 무기 등 소모품을 무한정 주지 않는다.

그래도 좀 덩치가 있다는 길드들은 당장 대여할 수 있는 길드 소유 무기들도 있고.

던전 진입 전에 물약도 보급하는 등 복지가 잘되어 있는 편.

특히 탐지 계열이나 버프 계열 같은 경우 아예 스카우트 때부터 길드에서 무기 등 일체 소모품을 지원해 주겠다는 계약 조항을 추가할 정도.

그러나 중소 길드들은.

“하아, 야, 우리 길드 입사할 때 물약 주면서 뭐라는지 아냐?”

“뭐라는데? 할부로 사래?”

“퇴사할 때까지 쓰란다. 입사 선물 겸 마지막 물약이래.”

“그래도 너희는 물약이라도 주네. 우리는 물약은커녕 사비로 사라던데? 그것도 할부로.”

“적금 들어야겠네, 물약 적금.”

“이래서 중소 길드 들어가지 말아야 했는데…….”

“쯧. 물약이 따로 있냐, 소주가 물약이지. 마셔.”

물약 하나 제대로 보조해 주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나마 나누어 주는 물약도 가장 순도가 낮은 싸구려 물약.

물론 물약 중에서나 싸구려지 실제로 한 병 사서 마시려면 수백은 우습게 깨지기에 다들 그거라도 감지덕지하는 게 대부분.

길드들이 이런데 군대라고 다를까.

물론 군용 응급 회복약이 있기는 했다.

“연구비만 총 3,500억, 자그마치 생산 단가 1,400만원짜리 국내 자체 생산 K-hp 응급 회복약을 특임대에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그마치 연구비만 3,500억, 병 하나당 1,400만원!

-얼마나 해 처먹었길래 물약 하나 만드는 데 3,500억이냐.

-꺼어억, 잘 먹었습니다.

-나중에 효과 없다고 발표 나겠네. 누가 군용 물약에 천사백을 줘.

-아, K물약은 원래 상처가 천천히 아문단 말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댓글 반응은 온통 비웃음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 도입된 군용 응급 회복약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상처 절단면 회복이 더딘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심한 경우에는 가벼운 찰과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그쳤다는 고발도 잇따랐습니다.”

높으신 분들께선 장병들의 상처 회복보다는 자신들의 노후를 지키는 데 더욱 열심이셨고.

이후 군용 응급 회복제는 군대카솔, 군시딘 등으로 불리며 조롱받았다.

결국, 사기업 입찰을 통해 제대로 된 응급약을 보급 받기로 했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은 그 문제 있는 물약들.

그러다 보니 아까 강현이 부은 회복약은 부상자의 숨을 연장하는 데 그쳤던 것.

반면 강현이 강력 길드에게 빼앗아 온 물약을 상처에 붓자.

군용 회복약처럼 지지는 소리만 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살이 제대로 아물기 시작했다.

“으, 으으… 아파…….”

강현이 직원이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하고는 병을 입 가까이 들이댔다.

“여기 드십시오.”

물약을 상처에 들이붓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시기까지 하니 회복 속도도 꽤 빠를 터.

‘순도 25% 상처 회복 및 체력 회복용. 꽤 괜찮은 물건이네.’

보통 하급 물약이 순도 20% 미만인 걸 생각하면 아까 김수창의 자신감이 이해되었다.

아마 꽤 비싸겠지?

비싸면 뭐, 어차피 강현의 것도 아니니 마음껏 써도 된다.

단속반원이 급하게 한 병을 비워 내자 강현이 또다시 한 병을 따 그의 입에 가져다 댔다.

“아니, 이젠 괜찮은 거 같은데요.”

“드세요. 나중에 후유증 없으려면 드셔야 합니다.”

꿀꺽꿀꺽.

부상자가 후유증이라는 말에 냉큼 회복약을 받아 마셨고.

이어 다른 병을 따서 단속반원들에게 내밀었다.

“드십시오. 원래 심리적 상처에는 회복약이 즉효입니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머지 단속반원들이 강현이 내민 회복약을 냉큼 받아 마셨다.

강현이 무서웠기도 했지만 이 비싼 회복약을 마셔 볼 기회가 언제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몸과 정신을 회복하는 동안.

강현이 남은 약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으으, 으윽!”

“파, 팔이 안 움직여.”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온몸이 골고루 작살난 덕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강력 길드원들이 보였다.

마음 같아선 그냥 묻어 버리고 싶지만.

“후우, 그건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강현이 돌아다니며 나머지 물약을 놈들에게 대충 부었고.

정신을 차린 강력 길드원들이 강현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에 앉았다.

특히 그중에서 김수창은.

“흐윽! 자, 잠깐!”

“잠깐?”

“잠깐만요!”

“요?”

“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강현에게 완전히 꼬리를 말았다.

[싸움에서 진 상대가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위협 수치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심리적으로 패배감에 젖어 듭니다]

[트라우마 상태에 빠져 당신을 공격하거나 고발하지 못합니다]

‘트라우마? 그 정도였나?’

강현이 떠오른 알림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하는 짓만 보면 무슨 폭력배 같더니.

결국 더 큰 폭력에 기가 꺾여 반항할 생각도 못 하는 수준.

자신의 눈치만 살살 살피는 강력 길드를 보며 강현이 스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앞으로 헌터 짓 할 때 내 눈에 띄지 마십시오. 서로 안 좋은 꼴 보지 않으려면.”

강력 길드원들이 입도 벙긋 못 하고 고개를 끄덕일 때.

“강현아! 최강현!”

마침 1분대원들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그들이 멈칫했으나.

“방금 모든 생존자분 구출했습니다! 보고 부탁드립니다!”

강현의 답에 1분대의 얼굴이 환해졌다.

같이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강현이 미소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1분대원들이 최고다.

강력 길드원 같은 놈들보다는 백 배는 낫지 암.

‘그렇고말고.’

그중 인간 자주포 소환을 못 해서 아쉽다는 둥 헛소리를 해 대는 두 똥 병장을 보자 강현이 한 가지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냈다.

“저기, 선임님.”

“네, 넷!”

“좀 있다가 너랑 군 생활 같이한 병장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그러라고 뼈 붙여 준 거니까.”

“…알겠습니다.”

강현이 마지막 남은 찝찝함까지 털어 버린 이후에야 단속반에게 다가갔다.

“자, 이제 나갈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그런데 원래 이곳 주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 었어요.”

“단속은커녕 구하지도 못했죠.”

강현의 질문에 단속반원들이 어둑한 얼굴로 답했고 강현에게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당신 같은 헌터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이 녀석 얼마 전에 결혼했거든요.”

“그냥 불법 야생 동물 거래장인 줄로만 알았지. 몬스터의 시체를 먹인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잠시 단속반원들과 강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찌의 불방울이 곳곳을 밝히고 있는 곳.

동물들의 괴로운 울음소리가 가득했던 이전과 다르게 을씨년스러운 철창의 삐걱거림만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

“여길 혼자서 운영했다니 뭔가 이상하죠. 선배.”

“몬스터 시체를 먹인 동물들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대체 그 많던 동물을 어떻게 먹인 거야?”

그들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본 바에 따르면 동물들은 몬스터의 시체를 먹고 있었다.

아무리 헌터가 아니라지만 경찰.

게이트 주변을 통제한 경험도 꽤 있고 사건 현장에 나가보면 가끔 보는 게 몬스터 시체이기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었다.

그런데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이것.

“몬스터 시체를 대체 어디서 난 거야.”

“그것도 이 많은 동물을 먹일 만큼 많이.”

우선 게이트와 몬스터 처리는 국가에서 주관한다.

이후 각 길드와 기업들이 권리를 따내고 서로 되파는 것이 기본.

게이트 초창기 몬스터의 시체나 던전 광물, 아이템 등을 빼돌려 문제가 생기는 일이 왕왕 있었기에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다.

사실 불법 웅담 채취나 동물 거래보다 오히려 이 몬스터 시체를 갖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중죄.

그렇기에 이곳을 운영하던 사람도 철창까지 열어 젖히려 했던 거다.

[정보 유통되어선 안 될 것들에 대해 들었습니다]

강현이 새로운 정보 알림에 미간을 찌푸릴 때.

“현장 진입!”

“5분대 현장 도착했습니다!”

마침 3중대 인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각 방향에서 나타난 그들이 잠시 현장을 살폈고.

사건은 마무리.

사망자는 이곳을 운영하던 사람 한 명.

다들 강력 길드와 강현 간에 무슨 일이 있음을 짐작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미안했다. 내가 너무 심했어.”

“…….”

다만 김수창의 사과를 받은 대부분의 병장은 인상을 찌푸릴 뿐 답조차 하지 않았다.

평소 화내는 일 없이 농담 따먹기만 즐기는 두 똥 병장마저도 꺼지라는 말 한마디뿐.

누구도 김수창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았다.

그들 또한 후임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깊고 깊은 원한과 고통이 사과 한 번으로 사라질 리가 없었다.

그리고 혼자 전전긍긍하며 사과하러 다니는 김수창을 보며 검성이 쯧쯧 혀를 찼다.

“하여튼 인성이 덜된 놈이 힘을 얻으면 꼭 저런다니까. 아주 잘 팼다. 잘 팼어. 검현이다운 솜씨였어!”

검성이 강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고.

“검현이란 말, 하지 마십시오. 좀.”

“어? 뭐야, 지금은 강현 자아가 나온 거야? 그런 거여?”

“아, 쫌!”

강현이 버럭 신경질을 내고 나서야 검성이 킬킬 웃으며 장난을 멈췄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아주 호구는 아니라 다행이다. 사람을 구할 땐 자비롭고 남을 단죄할 때는 엄격하니 충분히 헌터계를 이끌 만한 재목이야. 거기다 아까 들었지? 단속반원들도 끝까지 네 편을 들더구나. 인망까지 있으니 놀라운 일이지.”

진지하게 얼굴을 굳히며 강현의 칭찬을 줄줄 늘어놓았다.

사실, 아까 강력 길드와 있었던 시비에 관해 얼핏 이야기가 나왔으나.

“강력 길드원들이 제대로 대처를 못 해 위험에 빠졌을 때 저 최강현 일병께서 직접 나타나 우리를 구해 줬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럼요, 저희가 분명 보았어요.”

단속반원 셋 모두가 강현의 손을 들어주었다.

강력 길드가 자신들을 내팽개쳐 둔 채 시시덕거리던 꼴을 잊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강력 길드원들의 무능함을 강조하며 강현의 활약을 부각해 알려 주었고.

“이 모자란 부하 놈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강현은 경찰들의 감사 인사까지 받았다.

사실 경찰로서도 자신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강력 길드가 아니꼬웠는데 잘된 일이었다.

심지어 고위직 중 하나는.

“강력 길드와의 지역 길드 협력 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군요.”

강력 길드와의 민경 합동 작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할 정도.

소규모 길드인 만큼 중요한 돈줄이 사라지게 생겼다.

거기다 그 귀한 물약까지 다 써 버렸으니 답이 없는 상황.

그러나 그들은 강현에게 한마디도 따지지 못했다.

본인들이 남들에게 그랬듯 힘으로 완전히 압도당했기 때문.

만일 이 사실이 새어 나간다면?

“특임대 일병 나부랭이에게 길드가 작살이 나? 야, 거기랑 손 끊어!”

가뜩이나 힘이 전부인 하급 헌터 세계에서 완전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결국 김수창과 강력 길드원들은 한마디 항변도 못 한 채 함께 꼬리 말은 개처럼 현장을 떠났다.

[피닉스 서브 퀘스트 1생활관의 새로운 입주자를 성공했습니다!]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습니다. 히든 조건 꼬리 말은 개를 만족했습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기존 보상 피닉스 생활관 거주 허용이 강화됩니다. 이후 피닉스 성장에 필요한 생활용품 전반을 지원받습니다. 부대에서 구찌가 사용자의 펫으로 완전히 인정받습니다!]

이어서 반가운 소식이 떠올랐다.

사실 생활관 거주뿐만이 아니라 피닉스를 키우는 데 필요한 용품들을 어디서 구하느냐와 군에서 구찌를 강현의 펫으로 인정을 해 주느냐도 큰 문제였다.

지금껏 1분대원들이 구찌의 존재를 함구한 이유도 그들 또한 군대에서 펫을 키웠단 이야기는 처음이었기 때문.

사육 계열 또는 재배 계열들은 방위 산업체 쪽으로 빠지기 마련.

부대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퀘스트 덕에 거주뿐 아니라 구찌를 키우는 데 모든 걸림돌이 사라진 셈.

강현이 기쁜 마음으로 구찌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웨에에엥!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군용 스타렉스 여러 대가 현장에 멈춰 섰다.

그곳에서 내리는 사복 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서 차갑고 무기질에 가까운 표정을 한 남자 한 명이 현장을 쓸어 보았다.

“이쪽입니다.”

다른 사람의 안내에 그가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지날 때.

“충성, 팀장님 오셨습니까.”

소대장이 먼저 경례를 건넸고.

“아, 그래요.”

그가 가볍게 받아넘겼다.

무관심한 반응.

강현도 별일 아니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저 새끼가 아직도 군대에 있었어?”

검성의 구겨진 표정이 보였고.

“저 적폐 새끼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단 말야!”

그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강현이 다시 그쪽을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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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오성택

직책: 준위(수사1팀장)

나이: 55

호감도: -25

정보: 썩은 물, 적폐, 비리,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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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에도 부정적인 키워드가 나열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충격적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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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검성 이석천을 군에서 몰아낸 사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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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보 특임대에 고여 있는 거대한 썩은 물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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