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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10화 (110/277)

110화 너 혹시 자아가 두 개냐?

“이런 미친!”

처음 강원도 한 산에서 불법 웅담 채취 및 야생 동물 거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출동할 때까지만 해도 다들 흔히 있는 일이겠거니 했다.

“아직도 웅담을 먹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 웅담 그거 세균 덩어리란 걸 모르는 건가? 대체…….”

“뭐, 거기까지 찾아가는 사람들이 그런 거 신경 쓰겠어요?”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조선 시대도 아니고.”

“게이트 열리고 헌터가 돌아다니는 시대긴 하죠.”

“…너 요즘 말대답이 부쩍 많다?”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며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방금까지 하던 이야기도 잊은 채 입을 벌리며 놀랐다.

키에에엑!

우어엉!

“저것들 뭐야……?”

철창 안에 들어 있는 녀석들은 일반적인 동물들이 아니었다.

붉어진 눈과 줄줄 흐르는 침, 거기다 비정상적인 흥분 상태.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모습.

마침.

“아, 어디서 알아보고 오셨어? 뱀? 웅담? 애들 상태 보이죠? 다른 곳 비실비실한 놈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허름한 컨테이너에서 나오던 불법 거래장 주인이 그들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손님이 아닌 모양새.

“강원 지방 경찰청 불법 야생 동물…….”

현장에 들어온 셋 중 한 명이 단속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순간.

“이런 썅!”

상대가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고.

“잡아!”

단속반도 덩달아 달렸다.

잠깐의 추격전 끝.

아무리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이라지만 셋을 피해 도망치긴 어려웠고.

“에라! 오지 마! 오면 열어 버린다!”

구석에 몰린 그가 제일 굵고 큰 철창의 문을 잡으며 소리쳤다.

안에는.

우어어엉!

한눈에 보기에도 잔뜩 화가 난 곰 한 마리가 배에 호스를 꽂고 있는 중.

“이봐요! 진정하고 말 들어요!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 줄은 알아?”

“그 문 열면 당신도 죽어!”

단속반이 그를 제지하려는 순간.

철컹.

그가 자물쇠를 풀었다.

사실 진짜로 우리를 열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막장 인생이라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단속을 피해 도망칠 기회만 생기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덥석.

억센 무언가가 자신의 어깨를 잡았고.

뒤를 돌아보기도 전.

우드드득! 머리부터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왔다.

“으으, 으으으!”

제대로 비명도 못 지른 채 몸을 파들파들 떠는 그를 보며 단속반 인원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경찰이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온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망설임 동안.

곰이 지금껏 겪었던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철창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피해!”

인간에게 당한 시간이 얼마인가.

배에 호스가 꽂힌 채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아 왔다.

모든 인간은 적.

곰이 가장 앞에 있던 단속반을 향해 발을 휘둘렀고.

“끄아악!”

쓰러진 그의 머리통을 물려는 순간.

탕, 타탕!

단속반 인원들이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쐈다.

행동 규정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지 않겠는가.

귀를 찢는 소리와 갑작스레 닥친 고통에 곰이 화들짝 놀라 도망갔고.

나머지 둘이 재빨리 다친 인원을 붙잡고선 주변을 돌아보다가.

“저기! 일단 저기로!”

곰이 나온 철창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괜히 섣불리 움직이다가 곰이 다시 달려온다면 막기 어렵다.

지금도.

으허엉!

화가 잔뜩 난 놈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철창들을 부수고 있었으니까.

부상자의 상처는 심각한 상태.

그 자리에서 급한 대로 응급 처치를 하고선 문자를 보냈고.

첫 문자를 보낸 이후 통화권 이탈이란 신호와 함께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그렇게 스스로를 철창 안에 가둔 지 몇 시간.

“여기네.”

“이 새끼들 어느 정도 왔지?”

“무전 들어 보니까 곧 올 거 같은데?”

“왜 이리 빨라? 그 새끼들도 그냥 걸어오나?”

강력 길드원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드디어 구조대가 왔다는 생각에 단속반원들이 급히 외쳤다.

“여기! 여기입니다! 여기예요!”

드디어 살아 나갈 수 있다.

그들이 희망을 품을 때.

“아, 거기 잠깐만 있으쇼. 금방 구할 사람 올 거니까.”

“네?”

강력 길드는 그들을 구하기보다는 몸을 숨기길 택했다.

“사람이 다쳤다고요! 지금 죽게 생겼다고!”

“안 죽으니까 걱정 마요. 곧 사람 온다니까?”

너희는!

속에서 화와 쌍욕이 올라왔으나 겉으로 표현할 순 없었다.

현재 자신들을 구해 줄 수 있는 건 강력 길드원들이 유일.

불만을 토로하기보단 참는 걸 택했다.

헌터라는 새로운 계급이 생긴 세상에선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으면 곧 나갈 수 있을 거야.”

둘이 후배의 배를 꾹 누르며 버티라고 희망을 불어 넣을 때.

우어엉!

아까 도망간 곰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강력 길드원들은 곰이 철창을 열든 말든 침묵했다.

단속원들이 공포와 절망에 젖어 갈 때.

화르륵.

작은 불티들이 불법 채취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고.

“흐읍!”

강현이 곰을 내던지며 나타났다.

단속반원들이 강현을 보며 처음으로 한 부탁.

“여기! 여기 이 녀석부터 어떻게 해 주세요!”

점점 숨이 가늘어지고 있는 후배를 살려 달라고 빌었다.

강현이 망설임 없이 물약 뚜껑을 열어 후배의 배에 들이부었으나 상황은 답보 상태.

단속반원들이 이곳에 와 있는 강력 길드원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너희… 회복약 가진 것 좀 있냐?”

이미 강현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아까 연구자의 눈에 찍힌 흔적들이 너무 새것이었고.

곳곳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적의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

다만 사람 구하는 일이 먼저라 급히 움직인 것뿐이었다.

놈들은 자신의 용무를, 강현은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했다.

강력 길드를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투덕거리는 사이, 부상자가 죽으면 안 된다.

강현이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보이냐? 너희가 받은 그 쓰레기 같은 거보다 훨씬 좋은 물약,”

마침 김수창이 자신이 가진 물약을 흔들었고.

“야, 저거 뺏자.”

검성이 강현을 부추겼다.

물론, 이석천이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빼앗을 생각이었다.

사람도 살리고 화도 풀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강현이 눈에서 스산한 살기를 뿜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맘껏 패. 아주 죽여 버려, 저 쌍놈의 새끼들.”

이석천이 그런 강현을 응원했다.

“구찌, 불 꺼.”

구찌가 채취장을 밝히던 불꽃을 모두 끄자.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 속에서 녀석들이 당황하는 사이.

[중급 그림자 은신술을 발동합니다. 그림자 속에 완전히 녹아듭니다]

[이전에 획득한 그림자 사냥꾼 호칭 효과로 은신술 효과가 30% 증가합니다!]

강현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가 처음 노린 건 바로 김수창의 다리.

뻐억!

첫 타격음이 울림과 동시에 놈이 풀썩 쓰러졌다.

그리곤 김수창이 들고 있던 회복약을 주워 재빨리 철창으로 복귀.

“여기, 이거 부으세요.”

멀쩡한 단속반원에게 약을 쥐여 주었다.

‘혹시 모르니까.’

화풀이도 중요했지만 역시 강현에겐 사람의 목숨이 먼저였다.

“사내 녀석이… 세심하기는.”

검성이 괜히 타박하면서도 이런 강현의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슬며시 웃었다.

단속반원이 감에 의지해 재빨리 회복약을 부상자에게 들이부었고.

치이이익.

“끄으윽! 허억! 허억!”

“정신이 드냐? 들어?”

“으으, 죽을 거 같아요. 선배…….”

“죽지 마! 인마! 명령이야!”

부상자의 돌아온 눈빛을 보며 강현이 안심했다.

가장 위험한 위기는 넘겼다.

이제.

‘마음껏 팰 수 있겠어.’

강현이 그림자 속에 숨어 순식간에 이동.

우선 김수창 주변에 있는 놈들을 향해 검집을 휘둘렀다.

뻐버버버벅!

일시에 터지는 타격음!

강현이 첫째로 공격한 건 놈들의 다리.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번쩍 터진 타격음에 강력 길드원들이 당황했고.

“뭐, 뭐야! 어디야!”

“이 새끼가!”

주변에 있던 놈들이 재빨리 손전등을 켜 주변을 확인해 보았으나.

그림자에 숨은 강현이 보일 리 만무.

오히려.

“어디야!”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던 놈 하나가.

후욱!

바람 꺼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고.

손전등 하나만이 땅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이후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타격음.

“끄아아악!”

비록 같은 헌터지만 강현의 근력 스텟과 각종 스킬을 함빡 머금은 매질의 강도는 차원이 달랐다.

거기다 강현은 딱 한 부위를 온 힘을 다해 타작하고 있었는데.

바로 오른쪽 다리.

한 대만 맞아도 아파 죽을 거 같은 매를 같은 부위에 그것도 연속 서른 대 정도 맞으면?

“으으흑!”

아무리 강인한 헌터라도 바닥을 길 수밖에 없는 법.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동력을 빼앗은 건 다음을 위한 사전 조치일 뿐.

“매. 달게 맞아라.”

강현의 굵직한 음성 뒤에 더욱 묵직한 검집이 떨어져 내렸고.

온몸을 북어 두드리듯 작신작신 두들겨 팼다.

물론.

“저깄다! 잡아!”

“이 개새끼 넌 뒈졌어!”

다른 강력 길드원들이 강현의 위치를 파악하고 달려들면.

[중급 그림자 은신술을 발동합니다. 그림자 속에 완전히 녹아듭니다]

강현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고.

곧 다른 희생자가 생겨났다.

마치 사냥, 아니 농락을 당하는 듯한 기분!

물론 강력 길드원 중엔.

“터져라!”

[스킬 헤드라이트를 발동, 주변 그림자를 모두 몰아냅니다]

탐지 스킬을 가진 녀석도 있었다.

번쩍 사방을 밝히는 불빛이 강현이 숨어 있던 그림자를 몰아냈고.

[그림자가 없어 은신 효과가 취소됩니다]

강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깄다!”

“야비한 새끼! 조져!”

“넌 뒈졌다!”

“이제 못 숨는다!”

강현이 자신을 발견하고 몰려오는 놈들을 마주하며 씨익 웃었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어쩌라는 거야.”

보이는데 뭐 어쩌라고.

정말 숨지만 않으면 자신들이 이긴다고 생각한 걸까?

놈들이 강현을 향해 무기를 뻗음과 동시에.

[예민한 감각을 대여, 검존을 발동합니다]

검존을 발동.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골고루 후려쳤다.

끄으윽!

사방에서 동시에 터지는 신음.

그다음엔?

“맞고 다시 태어나라.”

새 인간 만들기 매타작 시작.

정말 검성의 말대로 강현은 놈들을 맘껏 패고 있었다.

선임에게 그런 말을 한 것도 화가 났지만.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외면해?’

그것도 자신들의 알량한 자존심이나 세우겠다고?

이게 정상적인 생각이란 말인가!

보니까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거 같은데.

‘이참에 확실히 뼈에 새겨 주마.’

부모님이 때렸어야 할 매, 자신이 듬뿍 아주 듬뿍 때려 주리라.

본래 사회에서 맞는 매가 더 아픈 법이다.

강현이 분노를 담아 놈들을 두들긴 후.

“허억!”

아직까지 자신을 비추고 있는 탐지 계열 능력자 앞에 섰다.

어디서 빛이 나오나 했더니.

“대머리?”

“이익! 민 거야!”

강현의 질문에 상대가 발끈하며 주먹을 뻗는 순간.

텁.

손을 뻗어 빛이 뿜어져 나오는 두피를 잡아 들어 올렸고.

그 상태에서 매타작을 시작했다.

“끄아악!”

끝없이 몰려오는 고통에 상대가 거품을 물고 기절한 다음에야 눈을 밝히던 빛이 사라졌다.

“이런 미친.”

“저 새끼 뭐야, 괴물이야?”

다시 어둠에 휩싸인 현장.

강력 길드원들이 망막에 맺힌 잔상에 눈을 깜빡거릴 때.

“괴물? 사람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유치한 복수극이나 하려고 한 너희들이 괴물이 아니고?”

강현이 냉막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꽁꽁 얼렸다.

[카리스마, 군중 제어 효과 발동 상대가 당신에게 위협을 느낍니다]

[당신의 완력이 더 강한 것으로 판단. 거인의 강골 효과로 압도감을 줍니다]

[이전 사냥 경험을 토대로 카리스마 하위 특성 위협을 생성합니다]

[위협 효과 적용 시 상대가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적들에게 위협 효과 적용. 심리적 위축 효과로 적들의 대응이 둔해집니다]

싸움에서 심리적 우위는 때로 승패를 가르기도 하는 법.

이제 강력 길드원이 강현에게 이길 가능성은 아예 없어졌다.

남은 건.

“그냥 너희는 좀 뒈지게 맞아야겠다.”

뒈지게 맞는 것뿐.

모든 매타작이 끝난 뒤.

바닥에 쓰려져 꿈틀거리는 강력 길드원들 사이.

저벅저벅.

강현이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으며 김수창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까 강현이 휘두른 단 한 번의 매로 이미 다리뼈가 부러진 상태.

“…….”

강현이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고.

놈이 숨도 제대로 못 쉬며 강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

쪼로로록.

강현이 작은 병뚜껑을 하나 따서 놈의 다리에 조금 부었고.

김창수의 다리뼈가 붙었다.

그리고.

빠악!

다시 부러졌다.

다시 약간 약을 부은 후.

다시 부러뜨렸다.

“그, 그만!”

놈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부러뜨리고 붙이고 부러뜨리고 붙이고.

이를 열 번쯤 반복했을까.

“허리 부러뜨렸다는 사람에겐 사과했냐?”

“뭐, 뭐?”

“사과했냐고.”

“…….”

들을 것도 없다.

강현이 이번엔 온몸의 뼈를 작신작신 두들겼고.

“끄아아악!”

쪼로록.

다시 치료했다.

방금까진 맛보기.

회복약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지 끝난 게 아니었다.

김수창이 완전히 정신을 놓아 버릴 때까지 때리고 회복시키고를 반복.

강현이 놈이 기절하고 나서야 휘두르던 팔을 멈췄다.

“한 번만 더 쓰레기 같은 짓하다 걸리면… 그땐 회복이고 뭐고 없다.”

강현이 마지막 경고를 남긴 뒤.

다시 철창 안으로 복귀했고.

“구찌, 불 켜.”

다시 주변을 밝혔다.

그리곤 품 안에 안고 있던 무언가를 와르르 바닥에 쏟아 냈다.

바로 김수창이 보여 주었던 회복약.

강력 길드원들을 패는 와중에도 놈들의 회복약을 챙겨 온 것.

강현이 방금까지 지었던 살벌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멋쩍게 미소 지었다.

“몇 개 쓰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의 질문에.

“그, 그, 그렇습니다요!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얼른 상처에 약을 때려 붓겠습니다요! 얼른 시키시는 대로 하고야 말겠습니다!”

단속반원들이 황급히 회복약을 붓기 시작했고.

“너, 혹시 자아가 두 개냐? 뭐, 강현, 검현 이런 건가? 막 검현 나오면 사람 패고 싶고 그런 거야?”

검성이 또 눈치 없이 입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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