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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09화 (109/277)

109화 불 꺼

“저게… 뭐야?”

산 곳곳을 가로막은 채 출입을 통제하던 경찰들이 뒤에서 번쩍이는 불빛에 힐끔 뒤를 돌아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잠시 입을 벌렸다.

산 중턱에서부터 떠오른 작은 불빛들이 곧 산 한 구역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트리 일부분에 전구를 두른 듯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

“부, 불인가?”

만일 산불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경찰관들이 막 신고를 하려 할 때.

“잠깐!”

특임대 3중대를 지휘하던 안기호 소대장이 손을 번쩍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저건… 우리 부대 구역입니다. 우선 상황부터 확인해 보죠.”

그가 기억하기로는 저 구역을 맡은 건 1분대.

이번 백화점 사건의 영웅들.

어쩌면 그들이 의도한 현상은 아닐까.

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전을 들었다.

“여기는 통제 본부, 1분대 구역에 무슨 일이 있는가.”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여기는 1분대. 수색을 위해 의도된 상황입니다. 구역 수색 후 바로 다른 구역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대 인원의 능력입니다. 두고 보셔도 괜찮습니다.”

소대장이 주변 고위 경찰들을 안심시켰고.

“후우, 저게 능력이라고?”

“…엄청나구먼.”

그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산과 불.

도저히 어울려선 안 되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의 눈에 비친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명멸하는 불꽃들이 돌아다니며 산 곳곳을 밝히는 모습.

그렇다고 나무를 태우지도 않는다.

그 압도적이면서도 환상적인 풍경에 다들 감상에 잠시 젖어 있을 때.

꾸어어어!

키에에엑!

날카로운 고함이 일시에 사람들의 귀청을 긁었고.

-여기는 7분대. 현재 거대한 뱀들과 마주쳤음.

-여기는 4분대. 현재 광폭화된 곰과 마주쳤음!

연속에서 울리는 무전이 일시에 분위기를 뒤바꾸었다.

그래, 저 산은 그저 고요한 밤의 뒷동산이 아니었다.

몬스터의 피와 고기를 먹은 야생 동물들이 있는 곳.

물론.

“키에에엑!”

강현을 비롯한 1분대도 반쯤 몬스터화 가 진행된 동물들을 마주쳤다.

그러나.

“야, 저기 도망간다!”

하나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크기가 1미터는 쉽게 넘을 것 같은 뱀들이 그들을 보며 도망치는 중.

물론 강현을 비롯한 1분대의 우락부락한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뀨!”

가장 큰 이유는 피닉스인 구찌 때문이었다.

본래도 천적 관계인 조류와 뱀이다.

그런데 구찌는 신수 중의 신수라는 피닉스.

몬스터의 피를 먹어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진 녀석들이기에 구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수의 기운을 더욱 빨리 알아챘고.

구찌를 보는 순간 황급히 도망가기 바빴으나.

“키에에엑!”

“뀨, 뀨!”

당연하게도 하늘을 나는 구찌에게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재빠르게 날아간 구찌가 어느새 뱀을 따라잡았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뱀이 입을 벌려 저항할 때.

텁.

구찌가 뱀의 뒷목을 잡아채서는.

치이이이.

몸 안에 담긴 몬스터의 기운을 정화해 냈다.

아니 빨아들였다.

[구찌가 뱀에 담긴 악한 기운을 포식합니다]

알림과 동시에 뱀의 크키가 점점 줄어들었고.

곧 모든 기운을 빼앗긴 녀석이 축 늘어졌다.

강현이 뱀을 잡아 자루에 넣자.

구찌가 포로롱 날아와 강현의 어깨 옆에 앉더니.

“뀨욱-”

작고 앙증맞은 트림을 토해 냈다.

산에 들어온 이후 구찌는 자신의 능력을 톡톡히 보여 주고 있었다.

1분대가 맡은 구역 전체에 빛을 비추는 건 물론이오.

몬스터의 기운에 오염된 동물들을 정화하는 것까지.

“구찌는 아가이니 지켜 줘야 합니다.”

“아가… 치고는 너무 강하지 않냐?”

1분대원들마저 놀랄 정도.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녀석이라고 하기엔 너무 뛰어난 능력.

강현도 처음엔 구찌에게 무리를 시키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피닉스니까. 일반 새가 아니잖아.’

금방 이유를 납득했다.

피닉스, 이 위대한 SS급 신수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본능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뿜어냈고.

강현에게 도움이 되려 애썼다.

겉으론 귀여워 보일지 모르나 구찌도 분명한 전력.

-후, 여기는 통제 본부. 본부 회의 결과 가능하면 불을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해 줄 수 있나? 수색 효율이 많이 증가할 거 같은데.

특히 이런 밤 중 이루어지는 수색에서 앞을 밝혀 주는 불빛은 엄청난 도움이었다.

강현이 잠시 구찌를 바라보자.

“뀨, 뀨-”

구찌가 턱을 치켜들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

그리고 구찌가 작은 부리를 힘껏 벌리자.

포포포포포퐁!

작은 불꽃들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지체, 퍼지는 불꽃 결합으로 무한의 불꽃 생성. 지치지 않고 꺼지지 않습니다]

[구찌의 스킬 무한의 불꽃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나하나는 작았지만 이게 수백, 수천 개가 모이니 주변을 뒤덮었고.

곧 산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피닉스 자체 능력도 뛰어났지만 강현이 이어 준 특성과 구찌의 궁합도 놀라울 정도.

덕분에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했던 것.

-수색팀 전체에게 알립니다. 현재 이 불꽃은 특임대원의 능력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시 알립니다. 현재 이 불꽃은 수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능력이니 수색을 이어 나가시면 됩니다.

이어진 무전에 수색팀의 수색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그러나 역시.

“구역 이상 무!”

“구역 이상 무!”

“현재 뱀 다섯 마리 확보! 구찌 파견해 줄 것!”

1분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분대 특성 교감을 활성화합니다. 분대 연계가 한층 치밀해집니다. 수색 속도가 대폭 향상됩니다!]

새로운 특성 효과로 인해 분대원들끼리 알아서 수색 영역을 더욱 세분화했고 각자의 영역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뛰어난 1분대 중에서도 유독 뛰어난 한 명.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주변 사람 및 동물의 흔적을 분석합니다]

강현의 수색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연구자의 눈만으로도 이미 사기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경험치로 인해 연구자의 눈 레벨이 올랐습니다. 일부 특이한 경험이 하위 스킬로 형성됩니다]

[연구자의 눈 하위 스킬 흔적 추적을 획득했습니다!]

[사용자가 주변에 남아 있는 생물체의 흔적들을 시야에 표시합니다]

새로운 스킬 획득 알림과 함께 강현의 시야 곳곳에 흰색으로 물든 곳이 보였다.

대부분은 야생 동물들이 지나간 듯한 흔적.

거기다 시간도 오래되었는지 흰색이 가물가물할 정도.

강현이 빠르게 주변을 훑던 중.

어느 한 곳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람 발자국!’

거기다 흰색이 선명하다!

찍힌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

불법 포획장에 사람이 몇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게 중요했다.

“사람 흔적 발견!”

강현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고.

[연구자의 눈 – 흔적 추적 고정. 기존 스킬 하급 길잡이를 발동하여 연계합니다]

[추적하는 흔적의 방향을 따라 화살표가 표시됩니다]

이제까지 잠잠하던 하급 길잡이 스킬이 가야 하는 방향까지 알려 주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뀨!”

강현의 어깨에 앉아 있던 구찌가 푸드득 허공으로 떠오르자.

[연구자의 눈, 하급 길잡이 스킬이 피닉스의 넓은 시야의 보조를 받습니다. 두 스킬의 범위가 더 넓어집니다]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강현이 미처 무언가 반응을 하기도 전.

허공에 떠 있던 작은 화살표가 땅속으로 스며들더니 발자국 모양을 따라 빛나기 시작했다.

정말 흔적을 추적하는 듯한 모습.

강현이 외친 소리에 장건철 병장이 다가왔고.

“먼저 사람 흔적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우린 뒤에서 전체적으로 뒤지면서 갈 테니까 먼저 상황 봐라. 한 명 붙여 줄까?”

장건철 병장이 교감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강현과 합을 맞춘 지 오래되어서인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성민이나 오목교를 데려갈까도 생각해 봤으나.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사람이 빠질수록 수색이 느려지니 제가 혼자서 빠르게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알았다. 보고해 둘게.”

“감사합니다, 장건철 병장님.”

“참, 이거 가져가라. 혹시 모르니까.”

“응급 회복약입니까?”

“군대카솔이긴 한데 뭐 없는 것보다는 났겠지.”

“알겠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고생해라.”

강현과 장건철 병장이 빠르게 의견을 교환한 후 각자의 임무로 돌아갔다.

강현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펫이 생기면 꼭 해 보고 싶었던 말.

“구찌, 가자.”

“뀨!”

“…….”

큼, 크흠.

누가 봤을까 헛기침을 한 강현이 재빨리 흔적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서 한 번 꺾인 흔적은 다른 분대의 구역으로 이어졌고.

강현이 무전기로 계속 방향을 보고하며 달리길 꽤 오래.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쩍어 보이는 평지에 도착했다.

‘비린내… 오물 냄새…….’

녹슨 철창들이 가득히 늘어선 곳.

코를 쏘는 악취가 풍겼고 어딘가 불길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때.

[너무 많은 흔적 때문에 더는 추적이 불가합니다]

지금껏 이어져 있는 발자국을 따라오던 강현이 멈췄다.

사방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과 흔적들.

이 혼잡한 곳에서까지 특정 발자국을 잡아내긴 어려웠는지 연구자의 눈과 하급 길잡이 능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현장에 꽤 많은 사람이 왔었던 걸까.

하얀색으로 반짝이는 발자국이 선명했다.

흔적이 찍힌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뜻.

“…….”

강현이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부서진 철장들과 묻어 있는 피.

동물들이 도망친 현장.

강현이 손에 든 총을 꼭 쥔 채 안으로 더욱 깊이 발을 들여놓을 때.

쿠아아악!

“으아아악!”

커다란 야수의 울음과 더불어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강현이 그쪽으로 빠르게 튀어 나갔고.

도착한 곳은 가장 커다란 철장이 있는 곳.

그 바깥에선.

허엉!

커다란 곰이 양발로 철창을 벌리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찢어 죽이려는 의도로 보였다.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셋.

“사, 살려 줘!”

“으악!”

곰의 강한 완력에 점점 벌어지는 철창을 보며 겁에 질린 모습.

강현이 그들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소대장이 작전 지시를 할 때 보여 주었던 단속반의 사진.

사진 속에선 일에 찌든 직장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으으! 으으윽!”

“조, 좀만 버텨!”

죽음을 앞에 둔 공포가 가득했다.

곰이 막 안으로 몸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곰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쿠어?

곰이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화내던 것도 잊고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리즐리 베어만큼의 크기는 아니라지만, 몬스터 고기를 먹고 덩치가 커진 만큼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물론 그건 사람 기준.

헌터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흡!”

강현이 허우적거리는 곰을 백드롭으로 던져 버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간 녀석이 정신을 못 차릴 때.

구찌가 재빨리 곰의 등에 붙었고.

[구찌가 곰에 담긴 악한 기운을 포식합니다]

아까 뱀을 잡았을 때처럼 곰이 머금고 있는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웅담 채취로 약해져 있는 몸을 인간에 대한 분노와 몬스터의 독기로 움직이고 있던 녀석이 축 늘어졌다.

거기까지 확인한 강현이 재빨리 철창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 여기 이 녀석부터 어떻게 해 주세요!”

그들 중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셋 중 둘은 멀쩡했지만 나머지 한 명의 상처가 심각했다.

보아하니 곰에게 당하기라도 했는지 배 쪽이 크게 갈라져 있는 모습.

사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놀라울 정도였다.

“…으으.”

지금도 거의 죽어 가며 신음을 내고만 있을 뿐.

강현이 망설이지 않고 장건철 병장에게 받은 응급 회복약을 꺼내 뚜껑을 땄다.

제발 효과가 있기를.

치이이익.

회복약을 붓자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상처가 아무는 듯했으나.

“으으윽!”

싸구려 군용 응급 회복약은 한계가 있었고.

단지 고통과 함께 살아 있는 시간을 약간 늘린 정도에서 멈췄다.

문제는 강현도 지금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

남은 응급약도 없었고 옮기다 내장이 흘러내리기라도 하면 더 위험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너희… 회복약 가진 것 좀 있냐?”

여기에 회복약을 갖고 있을 만한 놈들이 있다는 것.

강현의 스산한 목소리가 채취장을 울렸고.

철창 뒤, 나무 그림자 속, 허름한 건물 안에서 일련의 사람이 걸어 나왔다.

“거 새끼 눈치는 빠르네. 좀만 늦었으면 뒈질 뻔했잖냐, 저 사람들.”

“아, 뒈진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 그랬잖아?”

“어? X됐다.”

크크큭!

나타난 건 반대쪽 산에서 수색하며 올라온다던 강력 길드원들.

그들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여기에 도착했단 말인가.

강현보다 수색 능력이 뛰어나서?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너희… 수색 안 하고 그냥 올라왔냐?”

강현의 물음에 몇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야! 우리가 너희 같은 군인들이랑 같은 줄 아냐? 너희나 뺑이 치는 거고. 우리는 대충 수색해도 뭐라 할 사람 없는데?”

“인마 뭘 대충 수색해. 자그마치 뱀을 다섯 마리나 잡았는데.”

강현과 1분대가 잡은 뱀만 스무 마리.

그런데 강력 길드 전체가 잡은 뱀이 다섯 마리라고?

구찌의 불빛에 그들의 웃음이 뱀 허물처럼 일렁거렸다.

“…먼저 왔는데 이 사람들 왜 안 구했냐?”

“좀 있다 산에서 보자고 했지? 아직 용건 안 끝났는데 구하면 안 되지.”

“사람 구하는 것보다 너희 용무가 먼저다?”

강현이 이를 악물며 묻자.

“아, 일병님 빡치셨잖아!”

“다 대가리 박아, 이 새끼들아!”

그들이 조롱으로 답했고.

김수창이 강현을 노려보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회복 물약을 꺼내 흔들었다.

“보이냐? 너희가 받은 그 쓰레기 같은 거보다 훨씬 좋은 물약.”

“…….”

“이 불꽃들 그 조그만한 새 새끼가 뿜어낸 거지?”

그들이 구찌를 보며 탐욕에 젖은 눈을 번들거렸다.

“새 내놓으면 이거 줄게. 아, 우리 후임님 뼈는 좀 부러뜨려야겠다. 아까 건 별개니까.”

이번에도 허리나 부러뜨려 볼까.

김수창이 입술을 뒤틀며 말을 더 하려던 순간.

“구찌.”

강현이 총을 놓고는 검집을 쥔 채 구찌의 이름을 불렀고.

“불 꺼.”

명령과 동시에 불법 채취장 전체가 어둠에 빠졌다.

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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