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별 하나짜리 메테오
군인의 일상은 다들 비슷비슷하다.
특임대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진 않다.
훈련과 작업이 반복되는 일상.
종종 터지는 실상황도 몇 번 겪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
백화점 테러 사건 일주일 후.
“1분대 애들은 아직도 못 나온다냐?”
“뭐, 그렇답니다.”
“크으, 어지간히 답답하네. 아, 썰 좀 듣고 싶은데.”
“그거 막으려고 넣어 놓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뉴스에도 안 나온 이야기를 들을 기회잖냐!”
다들 1분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사라진 일주일 동안은 다들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생존자 가족들 다음으로 기뻐한 것이 3중대 인원들.
전우의 무사 귀환을 싫어할 군인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이젠 좀 듣고 싶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혜원은 정말 소문처럼 이쁘고 착한가!
이런 이야깃거리야말로 무료한 군 생활에서 한 줄기 즐거움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반복되는 훈련과 작업에 다들 무료해할 때.
“아, 하늘에서 뭐라도 뚝 안 떨어지나. 심심해 죽겄네.”
“거기서 농땡이 부리지 말고 작업하면 덜 심심합니다.”
“…아, 안 들린다.”
하늘이 그들의 소원이라도 이루어 줄 생각이었는지.
엄청난 걸 하나, 하늘에서 뚝 떨어뜨려 주었다.
그랬다.
그건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두두두두두!
처음 전조는 특임대 주변을 울리는 헬리콥터 소리였다.
그 소리에 3중대원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수군거렸다.
“뭐야? 헬리콥터네? 장군님 지나가시나?”
“경례 조져 봅니까?”
“왜 휴가라도 받을까 봐?”
“혹시 압니까? 정말 휴가라도 받을지.”
“아서라… 퍽이나 들리겠다. 그거 다 개구라야.”
하도 경례 소리가 우렁차서 헬기에 탄 장군이 그 자리에서 휴가를 주었네 하는 소리는 대부분 헛소문이었다.
땅에서도 이렇게 크게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를 뚫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다고?
그 정도 목소리면 소리만으로 몬스터도 제압할 수 있을 거다.
다들 그저 자신들과 상관없는 높으신 분이 지나간다고만 생각할 때.
두두두두두!
“근데 소리가 점점 커진다?”
헬기가 떠나지 않은 채 3중대 주변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마침 중대장실에서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던 서윤진이.
“…뭔 놈의 헬기 소리가 계속 들려? 오늘 무슨 훈련 있어?”
귓가를 울리는 헬기 소리에 짜증이 담긴 얼굴로 창밖을 바라볼 때.
따르르르릉.
중대장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고.
“특임대 3중대 중대장 서윤진 대위입니다.”
그녀가 전화를 받은 순간.
“헬기! 헬기!”
누군가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게 대체 뭔 소리란 말인가?
그녀가 인상을 찌푸릴 때.
“나 선설민 중령일세! 지금 헬기에 군단 특임대장님 타 계셔! 나도 가고 있으니까 얼른 준비해! 3중대에 방문하실 예정이야!”
뚜- 뚜- 뚜- 뚜.
어억!
서윤진이 그 놀라운 소식에 칼 맞은 소리를 내고는 다급히 지휘 통제실로 뛰어 들어갔다.
“당직병! 방송! 방송!”
“상황입니까?”
그녀의 다급한 모습에 당직병이 긴장했다.
백화점 테러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사건이란 말인가.
“아니! 특임대장님! 군단 특임대장님 오신다!”
“으억!”
“우억!”
그러나 중대장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당직병 둘이 총 맞은 소리를 냈다.
아마 생활관에 미로형 던전 게이트 입구가 열렸어도 이것보단 덜 놀랐을 거다.
군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그 이름.
장군.
자그마치 별 하나짜리 메테오가 부대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지휘 통제실에서 전파합니다! 훈련 중인 인원은 전원 기도비닉 유지! 전원 기도비닉 유지! 생활관에 있는 인원은 사물함 장구류 정리할 것! 다시 전파합니다! 훈련 중인 인원들은 전원…….”
다급히 방송실로 들어간 당직병이 빠르게 병사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파했다.
오히려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간 일과 시간에 농땡이를 부린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메테오의 여파를 피해 가길 바랄 뿐.
“헬기!”
서윤진 대위가 비로소 아직까지 들리는 헬기 소리의 정체를 파악했다.
분명 군단 특임대장님은 최근 최전방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그곳에 가셨을 터.
게다가 방금 선설민 중령이 특임대장님께선 헬기를 타고 오신다고 했다.
고로 지금 헬기 소리가 들린다는 건?
저 헬기가 그 헬기란 소리!
‘군단 장군용 헬기!’
그녀가 순식간에 지휘 통제실을 벗어나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고.
연병장 한가운데 떠 있는 헬기를 발견했다.
연병장에 착륙할까?
긴장하며 하늘을 바라볼 때.
“핫!”
누군가 헬기에서 휙 뛰어내렸다.
콰앙!
그리고 연병장 바닥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군복 깃에 달린 선명한 별 하나.
정말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셈.
아마 일반인이라면 꿈도 못 꿀 장면이겠지만 헌터들이 모인 특임대에선 간혹 보이는 장면이었다.
곧 장군이 허리를 꼿꼿이 펴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서윤진 대위가 막사가 떠나가라 경례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이 다급히 몸을 숨겼다.
서윤진 대위가 저렇게 경례할 정도면 분명 높은 분일 거다.
그리고 높은 분 눈에 띄어서 좋을 것 없다!
모든 병사의 공통적인 생각.
3중대 인원들이 참호 속에 숨어 숨을 죽였고.
서윤진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군단 특임대장을 맞이했다.
“충성. 고생이 많네.”
“대위 서윤진! 감사합니다!”
자신의 직속 상관이자 군단 특임대의 총 책임자.
자그마치 전군 특임대 중에서 손에 꼽히는 서열!
아니 사실 전군 특임대장을 제외하고는 위에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 분이 왜 3중대에, 그것도 이 시간에 이런 방식으로 방문했단 말인가?
‘백화점… 1분대?’
서윤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
그리고 역시나.
“생존자들을 전부 구출한 영웅들을 좀 만나 봐야겠는데 말이야. 우리 1분대 영웅들은 잘 있나?”
“안내하겠습니다!”
군단 특임대장 준장 강준진.
그가 드디어 특임대 1분대를 만나러 3중대에 도착했다.
물론 이 사실을 1분대에선 알 리가 없었고.
생활관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선 사람을 보고는 굳기를 잠시.
“충성! 대기 중 이상 무!”
장건철 병장이 생활관이 터져라 경례했다.
다들 갑자기 등장한 장군을 보며 경악할 때.
‘어어!’
강현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저 사람 알아! 근데 몰라!
바로 강현이 처음 능력을 개방하고 고블린을 죽였을 때.
병원에서 만난 귀인!
그런데 옷깃에 붙어 있는 계급이 왜 저래? 별이 붙어 있네?
잠시 멍하니 있던 강현이 그제야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군이셨다고? 자, 잠깐? 그럼 내가 특임대에 바로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병원에서 만난 아저씨.
준장 강준진이 생활관 안을 둘러보다가.
“아! 오랜만이구만! 그때보다 더 훤칠해졌네! 최강현 군!”
강현을 발견하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오랜만에 옆집 청년을 만난 듯한 태도.
강현이 잠시 얼을 빼놓고 있자.
“강혀나, 관등승명…….”
김대영 상병이 입술을 깨물고 넌지시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일병 최강현! 감사합니다!”
“하하! 아냐, 아냐. 감사는 무슨… 음, 아주 훌륭하구먼.”
그리곤 강준진 준장이 강현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강현을 특임대로 보낸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그가 마침 이곳에 온 용무를 밝혔다.
“우리 같이 밥이나 한 끼 하지. 표창받기 전에 말이야.”
“……!”
본래 예정되어 있는 군단 특임대장 표창 수여 전.
이번 사건의 영웅들과 밥도 먹고 강현의 얼굴도 볼 겸.
그리고 그에게 선물도 하나 할 겸 강준진 준장이 3중대 1생활관에 방문했다.
* * *
군단 근처 가장 비싼 소고기 집.
치이익, 치이익.
투 플러스 한우가 영롱한 소리를 내며 익어 갔고.
모두 꿀떡꿀떡 침 넘기는 소리만을 내며 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신난 건 단 둘.
“하하핫! 그래서 강현이가 자주포를 쐈다지 뭡니까!”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이거 아주 물건이구먼, 물건이야!”
바로 강준진 준장과 선설민 대령이었다.
“서윤진 대위가 그 모습을 보았겠구먼.”
“그렇습니다! 특히 포탄이 날아드는 장면은 정말 유성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아, 또 하나 있었다, 서윤진 대위.
이 셋이 앉은 곳에서는 마치 돌림 노래처럼 강현에 대한 칭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 사이.
‘으으, 어서 벗어나고 싶어!’
강현이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제가 굽겠습니다.”
고기라도 구우면서 정신을 다른 곳에 쏟으려 해 봤지만.
“어허, 우리 영웅 손을 그런데 쓸 수는 없지.”
강준진 준장이 굳이 집게를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기를 접시 위에 올려 주기까지 하니.
부담스러워 죽을 맛.
고기를 코로 먹는지 눈알로 먹는지 알 수 없는 식사 자리가 끝나고.
“그래, 강현이는 잠시 나랑 따로 좀 갈 곳이 있는데 괜찮겠나?”
“일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강준진 준장의 말을 듣는 순간 강현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강현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준진을 따라 장군용 세단에 탔고.
“추웅성! 근무 중 이상 무!”
위병의 우렁찬 경례를 받으며 군단 깊은 곳으로 들어가길 한참.
창밖을 바라보던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창고로 보일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는데?’
강현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건 군단 창고가 아닌 주르륵 늘어서 있는 영관급 사저.
그중에서도 유독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곳에 차량이 멈춰 섰다.
‘우와.’
마당만 해도 웬만한 연못은 쉽게 들어갈 만한 크기.
실제로 꽤 멋들어진 정자까지 있는 게 일반적인 집 수준을 넘어 섰다.
그리고.
“이쪽으로.”
강준진 준장이 강현을 데리고 집안이 아닌 마당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엉뚱한 장소를 마주한 강현이 제대로 가는 게 맞나 싶을 때.
강준진이 허공을 건드리자.
우웅.
작은 포탈 하나가 떠올랐다.
“……!”
강현의 놀란 모습을 본 강준진이 씨익 웃으며 손짓했다.
“걱정 말고 들어와. 위험한 곳은 아니니까.”
그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여긴 대체?”
강현으로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기들이 늘어서 있는 공간.
한눈에 보기에도 값비싼 장비들이 가득했다.
그런 강현을 보며 강준진이 설명을 이어 갔다.
“전임 특임대장들이 두고 간 물건들이지. 뭐, 군단에서 선물로 준 것도 있고 다른 기업들의 로비 물품도 꽤 있고 말야… 어차피 보통 본인 무기 한두 개면 충분하니까 이렇게 쌓이고 쌓이다가 이젠 아주 보물 창고가 되었지.”
그의 말대로 심지어 어떤 무기들은 포장까지 그대로였다.
강현이 주변을 돌아볼 때.
“여기서 아무거나 하나 잡게나. 지금은 내 물건이기도 하니까 부담 없이 잡아.”
강준진이 선선히 선물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강현이 쓸 만한 물건을 찾아주었다.
“쓸 만한 신체 강화 갑옷이군, 가볍고 컴팩트한 모습이지. 약 15억 정도 할 거야.”
“오, 이건 꽤 귀한 것이로군. 전체가 강철 와이번의 뼈와 비늘로 이루어진 검일세. 자네가 착용하는 보급 검보다 몇 배는 단단할 거야.”
“여기 이건 어때? 손목에 차는 작은 실드 생성기인데 꽤 첨단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더군. 가장 최근에 들어온 물건이니까 성능 걱정은 접어 둬.”
마치 무기 판매상이라도 된 듯한 특임대장의 제안.
그러나 강현의 고개를 좀처럼 끄덕이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건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거인의 강골과 강인한 팔뚝, 강인한 신체 등으로 이미 신체 강화는 충분.
거기다 검이야 더 좋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공격력 자체는 충분하다.
검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법.
방패는 좀 탐이 나긴 했지만.
‘1분대원들이 있으니까.’
김대영 상병, 장만수 일병 등 이미 같이하는 든든한 전우들의 방패가 있지 않은가.
강현에게 중요한 건 이런 아이템이 아니라.
“어디 보자… 그게 여기 어딘가 있을 텐데?”
지금 검성 이석천이 찾고 있는 물건.
[검성의 기억과 관련된 곳을 찾았습니다!]
[기억 조각 모음 – 31.2%]
이석천이 잠시 곳곳을 둘러보던 중.
“어어? 이상타… 내가 이곳에 넣어 놓은 게 아니었나?”
점점 불안한 말을 뱉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몰래 침입하자니까. 괜히 불편하게… 에잉.”
저 인간이, 지금 군단 특임대장 사저에 침입해 이 아공간에 들어오자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강현의 이마에 슬슬 핏줄이 돋아 오를 때쯤.
“찾았다!”
검성 이석천이 강현을 향해 손짓했다.
“여기다! 여기야!”
강현이 다급히 그쪽으로 다가가자 보인 건.
“구정물?”
작은 병에 담겨 있는 까만색 물이었다.
그러자 검성 이석천이 고개를 흔들며 다시 한번 병을 가리켰다.
“어휴, 녀석아. 좀 자세히 봐라. 뭔가 이상한 게 보이지 않냐?”
어?
그리고 강현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단순히 까만 물이 아니다.
안에서 빤짝이는 무언가가 떠다니는 모습.
마치 밤하늘을 담아 놓은 듯한 모습은 눈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강현이 홀린 듯 천천히 그 병을 집어 들었다.
“이거, 이거로 하겠습니다.”
다른 것을 볼 것도 없다는 태도.
[상대방의 호감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보상이 추가로 주어집니다]
“고작 물약 하나로 되겠어? 이것도 얹어 줄게, 부담스러워 말고 얼른 받아.”
사저를 나서는 강현에게 강준진 준장이 굳이 손목에 차는 보호막 생성기까지 선물한 이후에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강현으로선 오히려 이득.
“감사합니다! 충-성!”
감사 인사를 건넨 강현이 부대에서 보내 준 레토나를 타고 생활관에 들어선 후.
청소 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생활관 안.
쪼로록.
강현이 작은 병에 있는 검은 액체를 피닉스의 알 위에 부었고.
“…….”
기다리길 잠시.
쩌적.
[피닉스의 알 부화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