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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03화 (103/277)

103화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백화점에 게이트 신봉자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납치했다는 소식은 뉴스를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백화점이 어둠에 휩싸인 지, 만 하루째. 현재 군단 특임대 한 개 분대가 현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건 당시 마침 현장에 있던 특임대 한 개 분대가 신속하게 빌런들을 제압, 백화점에 있던 사람 대부분이 대피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현재 군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한 상태로, 백화점에 갇힌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입니다. 현재 백화점에 갇혀 있는 생존자들의 가족이 아직 백화점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뉴스 속보, 현재 납치된 민간인 생존자 수 76명.

첫날에는 낙관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마침 현장에 있던 특임대 한 개 분대가 모든 거수자를 제압했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대부분 뛰다가 생긴 경상일 뿐.

언론은 위 사실을 속보로 내보내며 곧 생존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 떠들어 댔다.

다들 거수자를 제압했던 특임대 분대가 분명 사람들을 구해 낼 거라 믿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기다린 지 닷새가 지나자.

“군경 합동 작전에도 상황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생존자 가족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군 특임대의 안일한 후속 조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상황은 비상 상황으로서 대규모 길드와의 연합하에 최대한 빨리 백화점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장을 닫아 놓은 채 어떠한 협조도 구하고 있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네, 어째서 첫날부터 발 빠르게 지역 길드와 공조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슬슬 특임대의 작전 실패, 군 특유의 고집이 불러온 참사 등 부정적인 여론 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언론의 시선은 백화점 주변에 천막을 쳐놓은 채 소중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로 향했다.

“벌써 가족을 기다리신 지 닷새째인데요. 현재 심정이 어떠세요? 걱정되지는 않으신가요?”

“걱정되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처음에 우리를 구해 주셨던 특임대 분들이 안에 계시다니 기다리고 있죠.”

“이렇게 바깥에서 기다리는 게 답답하시겠어요.”

“답답해요. 사실, 백화점은 꽉 막혀있지, 보이지는 않지. 대체 무사한지 안 한지 알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특임대를 믿는 수밖에는요. 믿어요, 구해 줄 거라고.”

이렇게 특임대를 믿는다는 생존자 가족의 인터뷰가.

“걱정되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요. 답답해요. 백화점은 꽉 막혀 있지, 대체 무사한지 안 한지 알 수도 없으니까요.”

“생존자 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군에선 가장 먼저 정보를 들어야 할 가족들에게도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군에선 진상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송을 탈 때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TV,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군 특임대 생존자 방치 상태

-군 정보 통제로 상황 악화, 최악의 경우 전원 사망할 수도

-특임대, 군으로서도 헌터로서도 최악의 판단 내렸다

-백화점 사건으로 특임대의 문제점 여실히 드러나

그리고 서서히 여론과 언론이 특임대의 목줄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사실 특임대가 정말 손을 놓고 구경만 한 건 아니었다.

대연 시스템 연구팀, 산군 길드 정규 공격팀 등 끌어올 수 있는 곳에선 모든 전력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대체 방법이 없습니다.”

“힘으로도 깰 방법이 없어요.”

그들의 능력으로도 역부족.

특히 대연 시스템에선 각 분야 전문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연구팀뿐만이 아니라 가진 장비들을 총동원했다.

황세아가 안에 갇혀 있는 이상 당연한 일.

그러나 이런 사실을 밖으로 떠벌릴 순 없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연 시스템과 산군 길드를 데리고도 작전에 실패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니까.

인정하는 순간 이들은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 아직 해볼 방법이 남았을 겁니다!”

실제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3중대장 서윤진 대위가 그랬고.

“작은 구멍이라도 열어 주면 내가 직접 들어가겠습니다!”

1대대장 선설민 중령이 그러했다.

이들에겐 단순히 작전이 실패했느냐 안 했느냐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병사들이 저 안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남아 있다!

그들 또한 백방으로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결국 일주일이 지난 날.

“3중대장… 더는 숨길 수 없어.”

“대대장님!”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일주일간의 노력에도 백화점을 감싼 어둠을 뚫지 못했다.

이는 특임대의 실패이며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

그중에서도 서윤진의 가슴을 유독 아프게 만든 것은.

“그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황세아 중사와 1분대는 수많은 사람을 구했단 말입니다!”

영웅 취급을 받아야 할 1분대가 이대로 실패자로 남아 버린다는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구하려 애썼고, 저 이해 못 할 구역까지 솔선하여 들어갔다.

그런데 이들의 희생 정신이 그저 실패한 군인의 표본으로 남을까 두려웠다.

그게 가슴 아팠다.

선설민 중령도 서윤진 대위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결정한 사실 하나.

“이 작전의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네.”

“……!”

그의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놀라 선설민을 돌아보았다.

“황세아 중사와 1분대는 상황 처음부터 끝까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지. 그리고 실로 성공적인 작전을 펼쳤어. 다만 대대장인 내가 그들을 구할 그릇이 안 되었던 거야.”

“대대장님!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대장님께서는 지난 일주일간 한잠도 자지 않고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결국 작전 실패는 지휘관인 나의 책임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때처럼 아이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진 않을 테니까. 황 중사와 1분대 아이들은… 영웅으로 남을걸세.”

혹한기 훈련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던가.

한마디의 사과로 넘어가기엔 너무나 큰 사건이었기에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나서야 할 때다.

자신의 명예가 더러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병사들의 이름을 깨끗하게 닦아 주어야 할 때.

결심을 굳힌 그가 작전 상황실에서 나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온다!”

오늘로 실종 일주일째.

군에서도 더는 언론에 사실을 숨기기 어려웠다.

백화점 앞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생존자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언론 브리핑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고.

선설민이 처형대와 같은 곳으로 묵묵히 향했다.

찰칵, 찰칵, 찰칵!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특종만을 기다리는 기자들 앞에 선설민이 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잠시간의 침묵.

마침내 선설민이 입을 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헌터 특임대는 각고의 방법으로 백화점을 감싼 어둠을 뚫을 방법을 찾았으나, 아직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그의 말에 플래시가 더욱 빠르게 점멸하며 눈을 어지럽혔다.

“안에 들어가 있는 76명 생존자의 안위 또한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며, 다만 특임 분대의 활약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는 겁니까?”

“…특임 분대는 상황 처음부터 백화점 내에 있는 모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후에는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으로 들어갔습니다.”

“작전 실패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가족들에게는 무어라 말씀하실 겁니까?”

“길드, 기업과 협력하여 이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뚜렷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모든 것은 대대장인 저의 불찰이며 생존자 가족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그럼 특임대의 실질적 작전 실패를 지휘관으로서 직접 시인하시는 건가요?”

“…다만 황세아 중사와 특임 1분대는 최선을 다하여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으며 훌륭히 작전을 수행해 냈습니다. 이후 백화점 진입 실패는 현장 지휘자인 저의 책임임을 말씀드립니다.”

“방금 협력 길드와 기업을 언급하셨는데요. 그 협력 길드와 기업은 어디입니까? 정보를 통제하고 아무에게도 협력을 요청하지 않았단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겁니까?”

“대대장님! 결국 작전 실패 아닙니까? 제대로 답변해 주십시오! 길드에 협력을 요청한 게 맞으십니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사실 여기 있는 기자들 대부분이 협력 기업과 길드가 대연 시스템과 산군 길드임을 예상하였다.

이미 3중대에 산군 길드 유명인 서윤진과 대연 시스템 사장 딸인 황세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들에겐 확답이 필요했다.

그래야 이를 빌미로 엠바고에 묶어 놨던 군과 산군 길드, 대연 시스템의 긴밀한 관계에 관한 기사들을 터뜨릴 수 있으니까!

기자들이 피 냄새를 맡은 피라냐 떼와 같이 이어질 달콤한 특종을 기다릴 때.

“생존자 전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백화점을 비롯한 기자 회견장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 * *

[어둠의 신전을 탈출합니다! 이전에 있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눈부신 빛과 함께 떠오른 알람 이후.

찔끔찔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자.

“배, 백화점이다!”

“돌아온 거야? 정말로?”

“돌아왔네! 진짜 백화점이야!”

“갑자기 백화점도 재로 변하고 그런 거 아니지?”

“아이! 재수 없게!”

다들 눈치 없이 불길한 말을 꺼낸 사람을 타박했으나.

본인들도 내심 불안했는지 주변 타일을 비롯해 물건들을 만져 보았고.

“진짜네?”

“진짜야!”

재가 아님을 확인하자 밝게 웃었다.

드디어 돌아왔다!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할 때.

유독 강현만이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현아!”

“야! 인간 포탄!”

“최강현 일병님!”

분대원들의 부름에 강현이 얼른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선 고개를 돌리자.

“일병 최강현!”

황세아 중사와 1분대, 그리고 76명의 생존자 모두가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투쟁 끝, 드디어 밖으로 나갈 때.

가장 앞에 서야 할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밖으로!”

강현과 황세아 중사가 선두에 서서 손을 뻗으며 외쳤고.

“1분대 밖으로!”

“밖으로!”

“모두 밖으로!”

“밖으로!”

1분대를 비롯한 생존자 모두가 우렁차게 외치며 백화점 문을 나섰다.

이런 변화는 백화점을 보며 백방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던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눈치챘다.

“어어?”

한 연구자가 놀라 소리 질렀고.

“장막이 걷혔다!”

“결계 해제! 확인해 봐!”

이들이 급히 백화점 내부 안전을 확인하려 할 때.

“저기! 나온다!”

서윤진 대위가 손가락으로 입구를 가리켰다.

강현과 황세아를 선두로 생존자들이 백화점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피곤하고 옷 곳곳이 해지고 그 깨끗했던 예식용 장구류들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살아서 돌아왔구나!”

살아 있다!

그것도 몸 건강하게 살아 돌아왔다!

“황 연구원님!”

“세, 세아 아가씨!”

서윤진을 비롯한 백화점 주변에 있던 모두가 귀환한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려 할 때.

“부대 차렷!”

황세아 중사의 외침에 1분대를 비롯한 생존자 전부가 차렷 자세를 취했고

“복귀 신고!”

“신고!”

“생존자 전원!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다 같이 자신들이 살아 돌아왔음을 우렁차게 알렸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가장 빨리 알아차린 사람들이 또 있었다.

바로 생존자의 가족들.

그들에겐 특종을 바라는 기자들의 우악스러움이 오히려 고통이었다.

언제 돌아올까.

무사할까.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걸까.

얼마나 무서울까.

그저 소중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걱정될 뿐.

그때 백화점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걷힌 걸 발견.

“여보! 여보! 세상에!”

“엄마! 엄마아아! 백화점! 백화점!”

“저, 저기 가 보자! 어여 가 봐!”

“나, 난 못 가겠어. 혹시 혹시라도 안 왔음 어째…….”

백화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 눈물지으며 망설이는 사람.

다들 불안과 걱정,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백화점으로 향했고.

“길 열어드려!”

가족들이 다가오자 군인들이 길을 비켰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방해할 순 없었다.

곧.

“어허엉! 엄마! 내가 잘할게. 내가 앞으로 잘할게!”

어머니를 보며 눈물짓는 자식의 결심.

“자기야! 나 돌아왔어!”

“사랑해!”

사랑하는 연인이 돌아왔다는 안도감.

“여보!”

“아빠아!”

“아리야! 여보!”

다시 돌아온 가장을 맞이하는 부인과 딸의 기쁨.

이 모든 감정이 현장에 휘몰아쳤고.

몇몇 연구원과 군인이 그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 엄마한테 전화나 해 볼까.”

가족, 그 소중한 이름이 생각나는 순간.

강현도 그들을 보며 잠시 고인 눈물을 식힐 때.

“강현아!”

서윤진 대위가 그를 불렀고.

그 뒤.

“강현이 우리 새끼!”

“오빠…….”

할머니와 서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또 한 번 아픔을 겪을 뻔했던 가족.

강현이 단번에 달려가 할머니와 서연이를 넓은 품에 끌어안았고.

가녀리게 우는 할머니와 어린 동생을 깊고 단단하게 위로했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표정과 눈물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

그리고 현장에 찾아온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만수야! 만수야! 우리 아들!”

“장건철! 건철이, 어디 있니!”

“오목교! 오빠! 엄마! 여기! 오빠 여깄어!”

“대영아! 이놈아!”

1분대원들의 가족들도 지난 일주일간 피를 말리며 그들을 기다렸고.

무사한 자식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기뻐했다.

“마침 기자 회견 중에 생존자들이 복귀했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모습은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그리고 몰려 든 기자 중 한 기자가 생존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빠져나오셨습니까?”

그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고.

황세아 중사가 모두의 시선을 따라 강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영웅 덕분이었습니다.”

촤차차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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