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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95화 (95/277)

95화 아직 한 발 남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른들에게 자주 듣는 소리.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면 뭐하냐? 집중을 해야지!”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하지만 그저 앉아만 있으면 소용없다.

관건은 집중력과 이해도.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야, 그거 집중해서 되겠냐? 옆집 철수는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한다더라.”

‘철수 이 개새……!’

흔히 공부나 연구 등 학문 분야에선 집중력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는데 해가 지지 않길래 봤더니 다음 날 같은 시간이었다는 등.

‘백야도 아니고 한국에서 개소리하고 있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밥과 반찬을 믹서기에 갈아 마시며 공부했다는 둥.

‘…가는 시간에 그냥 밥 멀쩡히 먹으면 안 되나? 누렁이도 아니고…….’

때로는 걸어가면서도 연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엉뚱한 버스를 타고 한참이나 다른 곳으로 가다가 깨달았다는 등.

‘지각 핑계도 화려하다.’

공부,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거나 들은 적 있을 터.

그리고 지금 광란 상태에 빠진 황세아 중사가 바로 이런 상태였다.

강현에게 몬스터 시체 연구를 부탁받은 이후.

그녀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모든 집중력을 시체 연구에 쏟아붓고 있었다.

[어둠의 하수인 연구율: 72… 74%]

거기에 더욱 놀라운 점은 바로.

-후, 후. 여기는 2조, 여기는 2조. 현재 목표 좌표 도착, 이후 수색 방향 지시 바란다.

어둠의 하수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생존자 구조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는 것.

계속해서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바로바로 멀티태스킹을 처리하는 뛰어난 능력.

비록 장비 납품 때문에 군대에 입대하긴 했지만.

이런 점이 황세아 중사가 대연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는 3조, 여기는 3조 현재 75번째 생존자 찾았습니다! 포탈 열어 주길 바란다. 오바!

물론 이런 놀라운 일 처리가 가능했던 배경엔 빠른 생존자 구조 속도, 안정된 캠프 상황 등이 있었다.

무전기에서 장건철 병장의 밝은 목소리가 울렸고.

“자! 이번에 또 생존자를 찾아냈답니다!”

“오오!”

경찰관 부부의 외침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배도 차고 잘 곳도 생기니 다들 날카로웠던 신경이 가라앉았고 조금은 희망을 품었다.

연이은 반가운 소식에.

“정말 이대로라면 살아나갈 수 있겠어!”

“그래 나가면 꼭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오오! 응원해요!”

사람들이 희망에 부풀어 여기서 나가면 무엇부터 할지를 떠들어 댈 때.

* * *

‘이대로는 힘들다.’

현재 강현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길이 향한 곳엔 괴물들의 발자국 수백 개가 찍혀 있었다.

아까 밥을 먹으면서 3조 인원들에게 대규모 이동 흔적을 발견했단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일 줄은 몰랐다.

“이, 이게 뭡니까? 김대영 상병님?”

“야, 야야. 만수야,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강현과 함께 생존자 수색을 하던 김대영 상병과 장만수 일병이 압도적인 발자국 숫자에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흔적을 통해 적의 규모를 가늠합니다]

[1… 10… 100… 300… 400]

연구자의 눈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 발자국을 재빠르게 분류하여 숫자를 세길 잠시.

마침내.

[697마리]

적의 구체적인 규모를 알려 주었다.

이 사실을 지금 뒤에 있는 분대원들에게 알려야 할까?

그때 강현이 더욱 무서운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그런데… 장건철 병장님이 발자국 발견한 곳은 이쪽이 아니잖아.’

즉, 697마리 말고도 적이 더 있을 거라고?

거기다 놈들이 일제히 몰려올 것이고?

[어둠의 뱃속 주요 퀘스트 캠프 디펜스를 시작합니다]

[성공 조건 – 몰려드는 어둠의 하수인들로부터 15분간 캠프를 방어하세요]

캠프 디펜스.

목숨을 건 마지막 싸움이 될 터.

언제까지고 숨길 순 없다.

강현이 결심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마지막 생존자를 찾고 나서 모두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그의 결연한 표정을 본 김대영 상병과 장만수 일병이 꿀떡 침을 삼켰다.

강현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땐.

항상 위기가 찾아왔다.

잠시 무거운 분위기가 주변을 감쌀 때.

“저기 혹시… 군인들이신가요?”

회색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냥하고 따듯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고.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마지막 생존자가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그곳에 서 있었다.

강현을 비롯한 특임대를 발견한 그녀가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올 때.

“어어? 이혜원! 이혜원 아닙니까?”

“오옥! 이혜원님이닷!”

모두가 마지막 생존자를 알아보았다.

커다란 눈망울과 여리여리한 몸 선, 달려오는 와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아름다움.

“아이돌이 왜 여기에……?”

바로 군통령이자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 중 한 명인 이혜원이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착한 성격까지 더해져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독보적인 여신.

다들 매일 아침 그녀가 속한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았기에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이 칙칙한 회색 숲에 천사가 강림했다!

그런데.

“뭘 얼 빼놓고 있는 거예요! 빨리 안 모시고! 당장 구조하란 말이에요! 행사 늦으면 책임질 거예요?”

그녀가 특임대를 보며 빼액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까지 보았던 그 순하고 귀여운 얼굴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누가 봐도 표독스러운 모습.

“어어?”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다들 얼빠진 목소리를 내자.

“지금까지 뭐 한 거예요? 얼마나 다리가 아팠는지 알아요? 당신들 소속사에 말해서 가만히 안 둘 거예요! 진짜 맨날 입으로만 스타, 스타! 제대로 일 처리한 적이 없어!”

그녀가 더욱 기세등등하게 특임대를 압박했다.

자그마치 대형 아이돌이다, 대형 아이돌!

가장 먼저 자신을 구할 것이지 지금 이게 무어란 말인가.

“히잉. 발도 다 까지고 피부도 상한 것 같아… 당신들 때문이에요!”

그녀의 억지에 김대영과 장만수가 입을 쩍 벌렸다.

분명 저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속았구나!

“무대에선 그 천사 같던 혜원 님이…….”

“김대영 상병님, 저희 지금껏 미디어의 농간에 속았던 겁니까?”

“두 분 다 정신 차리십쇼! 최강현 일병님! 두 분 상태가 이상합니다!”

김대영과 장만수가 지금껏 뮤직비디오에서 보았던 이미지와 너무 다른 이혜원의 모습에 어버버하는 동안.

오목교가 상황을 수습해 보려 했으나.

“최강현 일병님? 어딜 그렇게 유심히 보십니까?”

강현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바로 이혜원이 지나온 길.

온통 회색 재뿐인 숲속.

그녀가 걸음걸음 밟은 곳만은 회색이 아닌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문득 이혜원 쪽을 바라보니 양쪽 모두 맨발인 게 보였다.

도망치다 신발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모양.

“아우! 탈 거 없어요? 아니면 신발이라도 주세요. 발이 너무 아파요!”

그녀가 울상을 지으며 주저앉아 발에 묻은 재를 터는 동안.

“다들 잠깐 기다려 보십쇼. 이혜원 씨 맞습니까?”

강현이 이혜원에게 거침없이 다가갔다.

저벅저벅.

그가 다가가자 이혜원이 앉은 자리에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생각해 보라.

아무도 없는 숲속, 홀로 남아 떨고 있는 여자 아이돌과 이를 둘러싼 건장한 남자들.

더군다나 무장까지 한 군인들이다.

“오지 마요! 오지 마! 경고했어!”

이혜원이 겁먹는 것도 당연한 일.

거기다 강현의 키와 덩치는 이혜원이 보기에도 훤칠해서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일 정도.

“군인들이 민간인한테 이런 짓 하는 걸 알면!”

이혜원이 무어라 떠드는 동안.

강현이 무릎을 구부려 그녀가 앉아 있던 곳을 살폈다.

상대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한 태도.

그가 이혜원이 지나간 땅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손은 소용이 없군… 변하지 않았어.”

손으로 짚은 땅은 그대로 회색빛.

그러나 발이 지나간 곳만은 그녀가 걸어온 길과 같이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손을 뻗어 이혜원의 발이 닿았던 곳을 만지자.

부스럭.

파스스 부서지는 재와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흙.

분명 이건 흙이었다.

킁킁.

강현이 흙을 퍼 올려 냄새도 맡아보고 볼에도 가져가 대며 확인을 마쳤다.

설마 발에 닿은 걸 원래대로 돌리는 능력인 걸까?

비록 그 부위가 찝찝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지도…….’

강현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들자.

“이놈아! 강현아,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최강현 일병님! 인기도 많으실 분이 이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장만수 일병과 오목교가 이혜원을 보호하듯 앞에 선 채 강현을 향해 나무랐다.

그들 옆.

“큼, 크흠. 난 이해한다.”

김대영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 나쁜 녀석 감히 소중한 아이돌의 발 냄새를 맡다니 용서치 않겠다!”

그러나 이미 들을 사람은 다 들은 후.

“김대영 상병님도 저리 가십쇼!”

“으윽! 징그럽습니다!”

어째 강현보다 더 구박을 받으며 이혜원 주변에서 쫓겨났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강현이 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강현이야 몰랐지만 남들 눈에 보인 그의 모습은.

“아무리 취향이 그래도 그렇지 왜 발이 닿았던 땅 냄새를 맡고 얼굴에 비비냐! 이 변태 자식아!”

변태.

장만수 일병이 배신이라도 당한 듯 처절하게 외쳤고.

강현이 진짜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아, 진짜 뭔 개소립니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하극상을 참아 낸 그가 장만수와 오목교를 향해 손짓했다.

“일로 와서 이것 좀 보십쇼.”

“제 발은 못 내드립니다!”

오목교가 헛소리를 뱉자.

“…진짜 뒈질라고,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튀어와.”

“죄송합니다! 가겠습니다!”

후임인 오목교에게는 바로 쌍욕이 날아왔다.

강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김대영과 장만수도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이거 보십쇼.”

강현이 흙을 쥔 손을 펼쳤다.

“…난 그 변태적 취향에 어울릴 생각이.”

장만수 일병이 눈치 바보답게 2절, 3절을 넘으려는 순간.

“어! 흙이다!”

김대영 상병이 잽싸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에 장만수와 오목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곤 강현과 마찬가지로 흙을 가져가 만져 보고 냄새도 맡아 보길 잠깐.

“퉤퉤! 맞네, 흙이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재에서 벗어나는 겁니까?”

“그래 이 나무랑 흙만 모두 원래대로 돌아오면 훨씬 편해질 거야.”

맛까지 본 후에야 현실을 인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아직 다른 곳은 회색 그대로인데?”

강현의 손에 들린 흙과 다르게 주변은 여전히 잿빛.

그렇다면 이 흙은 어디서 난 걸까.

강현이 아직 의문 가득한 분대원들의 얼굴 넘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이혜원을 바라보았다.

반면.

‘대체 저 사람들은 뭘 하는 걸까? 혹시 이건 꿈이 아닐까? 그래 꿈일 거야!‘

그녀는 이 상황이 그저 꿈만 같을 뿐.

“이혜원 씨… 당신 능력자로군요?”

이어진 강현의 물음에 이혜원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절대 들켜선 안 되는 비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기적처럼 능력을 개방했다.

분명 처음에 능력을 개방했을 때만 해도 축복받았다 생각했다.

이미 아름다운 외모로 매일같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던 그녀다.

거기에 헌터 능력까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스타가 되는 거야!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최초의 아이돌 헌터가 되는 거다!

아이돌 활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나누어 주다가 사람들이 위기에 빠졌을 땐 짜잔하고 나타나 구해 주는!

“꺄아악! 어떻게 해 세일러문 같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나중엔 연예계에서도 헌터계에서도 유명인사가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혹시 아는가?

클락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헌터 둘 모두에 드는 영광을 거머쥘지!

이혜원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그래! 자신은 선택받았다!

“그럼 선택받은 내게 하늘에서 내려 주신 축복은 뭘까?”

그녀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켠 순간.

“꺄아아악! 이게 뭐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이후 상태창은커녕 능력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 모두에게 숨기자.

아무 능력 없는 일반인처럼 살아가는 거야!

그런데 지금 들킬 위기에 처했다.

“어, 어떻게 그걸!”

강현의 물음에 이혜원이 동공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저 남자는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단번에 알아차렸단 말인가!

“그야 발바닥에 닿은…….”

강현이 천진한 얼굴로 입을 여는 순간.

파파팟!

이혜원이 마치 맹수가 달려들 듯 강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곤 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려 했으나.

터업.

강현이 이를 가볍게 막았다.

당연했다.

아무리 그녀가 능력을 숨긴 능력자라지만 전투로 다져진 강현의 반사 신경과 능력엔 한참 못 미친다.

강현이 이혜원을 가볍게 제압한 후 다시 말을 이어 나가려 하자.

“잠까아아아안! 제발! 제발! 그 입 닫아요! 제바아아알!”

그녀가 애원하듯 외쳤으나.

“발바닥에 닿은 물체의 생명력을 살리는 능력… 맞습니까?”

강현이 매정하게 그녀가 어떻게든 가리려 했던 진실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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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직책: ???

나이: 21

호감도: 0

정보: 발바닥에 닿은 물건을 정화하거나 생명력을 보충하는 능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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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현은 상태창이 알려 준 사실을 읊었을 뿐.

잘못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 한 가지 사실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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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발의 상태가 더 깨끗하고 뽀얄수록 정화 능력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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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깨끗할수록 정화 능력이 강해지는 것도 맞고요?”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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