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검존? 아! 檢zone!
[뽑기권 1개 사용]
촤르르륵
[라면 10……]
‘아주 깡패 된다고 했다.’
[강력한 행운을 적용합니다! 음식 및 물 100인분 당첨!]
강현이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뽑기권 1개 사용]
연이어 뽑기권을 사용했다.
‘텐트, 숯, 냄비, 가스, 아니 캠핑용품 전반 다 내놔.’
[……]
‘내놔.’
촤르르르륵.
[강력한 행운 작용! 무작위 캠핑용품 당첨!]
[백화점 내부에서 빨려들어 온 음식과 캠핑용품 일부를 지원받습니다!]
[당신은 이미 훌륭한 깡패입니다!]
대체 어떻게 음식과 캠핑용품을 준다는 건지 궁금했는데 백화점에서 가져온 거구나.
아까 어둠이 사람들을 빨아들일 때.
주변에 있던 물품까지 일제히 빨려 들어가던 걸 기억해 냈다.
그걸 보며 생존에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는데 특전으로 주어지다니.
그럼 슬슬 음식과 캠핑용품을 찾아볼까.
강현이 뽑기권 두 개로 이만큼이나 얻어낸 것에 만족하며 돌아설 때.
퍼억!
푸라면 5개들이 한 묶음이 갑작스레 땅에서 피어났다.
“…?”
“…어?”
“저게 왜… 땅에서?”
몇몇이 순간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할 때.
퍼억!
다시 한번 5kg짜리 쌀 봉투가 땅에서 피어났다.
후두두두, 소리를 내며 퍼지는 쌀알들.
그리고 다들 동시에 이 음식들이 땅에서 솟아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하늘!”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진다!”
“대박! 다들 입 벌려 음식 들어간다!”
음식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에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했으나.
꽈앙!
이번엔 20kg짜리 쌀 포대가 땅에 꽂혔고 거의 폭격과 맞먹는 파괴력에 다들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 피해! 아니 받아! 아니 피해! 아, 아니!”
이 어이없는 상황에 순간 황세아 중사가 망가졌다!
* * *
“잇츠 레이닝 맨, 할렐루야~. 잇츠 레이닝 맨!”
하늘에서 사랑비가 내려와,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등.
사람들은 기적을 바랄 때면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리기를 바란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기를 바란다는 소원은 농경 사회 시절 비를 바라던 마음에서 비롯된 신앙적 믿음으로…….”
이런 고리타분한 이유가 아니라도 하늘에서 무언가 쏟아진다는 건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그게 돈이라면, 또는 금이라면!
음식 또한 마찬가지.
절로 행복해지는 상상.
그러나 현실은.
“우와아아악! 야, 잡아! 잡아!”
“머리통 조심하십쇼! 다들 머리통 조심하십쇼!”
“어어, 받아! 못 받으면 박살 난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쌀 포대와 라면, 각종 반찬, 물, 그리고 캠핑용품들까지!
“하, 하늘에서 저게 왜 떨어져!”
“어어! 저기 텐트 떨어진다!”
다들 당황하며 우왕좌왕할 때.
“모두 살고 싶으면 잡아!”
황세아 중사의 비명과도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잡아!”
“제가 얼음으로 막을 테니 생존자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저거 맞으면 머리 터져욧! 나머지 특임대는 물자 확보해!”
황세아 중사가 재빨리 얼음으로 방호벽을 만들었고 생존자들이 우르르 그 속으로 모여들었다.
생존자들의 안전이 확보되자 현장에 있던 특임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저거 뭡니까?
“주변 경계병! 당장 튀어와!”
마침 그 풍경을 보고 있던 1조원들이 무전을 보냈고 황세아가 그들까지 현장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때부터 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라면! 라면 잡았다!”
“쌀 포대. 마이! 코어에 힘 빡 줘!”
“야야, 목교야. 텐트 잡자! 텐트!”
첫눈을 맞는 어린아이처럼 신난 분대원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보급품을 받아 내는 장면이라니.
심지어 장만수 일병은 머리통에 라면을 맞아 놓고서도 좋다고 웃고 있었다!
“어허허허! 라면! 라면에 맞았슴다!”
“터졌어?”
“멀쩡하지 말입니다!”
“잘했다!”
장만수 일병이 얼굴이 벌게진 채 헤벌쭉 웃으며 라면 봉지를 들어 올리자 선임들이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의외로 오목교의 활약이 뛰어났다.
“아뵤오!”
우렁찬 기합과 함께 뛰어든 그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떨어지는 보급품들을 받아 내기 시작했다.
양손에는 각각 라면 봉지를, 머리에는 침낭 하나와 한쪽 발끝에는 숯이 들어있는 봉투 하나!
“오오오!”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에 생존자들이 박수를 마구 쳤다.
“훗, 이등병 주제에 꽤 하는군!”
그런 오목교를 보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두 똥 병장이 전의를 불태웠다.
마침 1조에 속해 있어 계속해서 주변 경계만 서느라 무료했었다.
이런 재미있는 이벤트의 주인공을 이등병에게 양보할 순 없지!
“간다! 똥 병장 일!”
“똥 병장 이!”
둘이 자신의 방패를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고.
“파이널 퓨우젼!”
어릴 적 만화에서 본 대사를 외치며 능력을 개방.
보호막을 펼치더니 서로의 기운을 얽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둘이 양쪽으로 달려가며 얽힌 보호막 스킬을 넓게 펼쳐 떨어지는 것들을 받아 냈다.
보통이라면 보호막에 부딪힌 물자들이 튕겨 나가야 정상.
그러나.
꾸우울렁!
어떤 비법을 부린 것인지 둘의 기운이 마치 점성이 있는 액체처럼 변했고.
떨어지는 음식과 캠핑용품들을 어떤 충격도 없이 모두 받아 냈다.
“우와아아아!”
그 모습에 생존자들이 이번엔 두 똥 병장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환호하는 생존자들 사이.
“제가 키운 아이들이랍니다! 제 아이들이에요!”
황세아 중사가 뿌듯한 표정으로 주변 생존자들에게 1분대원들의 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박자 맞춰 손뼉까지 치는 모습이 마치 장기 자랑 하는 제 새끼라도 보는 듯한 모습.
‘이게 대체 무슨!’
이성민이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그저 굳어 있었다.
군대란 이런 곳인가?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곳!
이런 곳에 더는 못 있겠다! 이건 미친 짓이야!
그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을 때.
오싹.
이성민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고 등골에 한기가 퍼져 나갔다.
그가 돌아본 곳에는.
“……!”
강현이 서 있었다.
그가 곧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으스스한 미소를 지었다.
받아.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명령.
어겼다간 생명이 위험하다!
“이병 이성민! 받겠습니다!”
이성민이 지체할 것 없이 손을 뻗어 떨어지는 라면 봉지를 받아 냈다.
아, 왜 바보가 되는지 알겠다.
속으론 울어도 겉으론 웃는 자신을 발견한 이성민이 절절히 깨달았다.
군대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강현은 이성민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녀석… 요즘 군 생활 열심히 하는구나!’
사실 강현이 이성민을 보며 웃은 건 죽이겠다는 협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라면을 어이없다는 듯이 보길래.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네? 어이없지?’
이 황당한 상황에 동의를 구한 것뿐.
그러나 이성민에겐 하늘을 가리킨 손가락과 멋쩍은 미소가 세상 무섭게 느껴졌던 거다.
뭐, 군대에선 흔히 있는 오해였다.
강현이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묘기를 부리는 선임들을 보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줘서 고맙긴 한데… 고맙긴 한데… 후우. 아니다, 고맙다.’
보급품을 준 건 고마운데 이렇게 주었어야 했냐?
정말 시스템이 앞에 있었다면 따져 묻고 싶을 정도.
어쨌든 자신도 뽑기를 뽑을 때 떼를 썼으니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하리라.
잠시 아픈 골을 부여잡던 강현도.
“하압!”
[하급 무투, 능숙한 몸놀림, 정밀함, 강인한 팔뚝, 강인한 하체, 하급 마나 운용법, 마력지체를 발동합니다]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기합을 내지르며 광기의 현장에 합류했다.
마나를 머금어 빨라진 몸을 이용해 떨어지는 라면, 텐트, 김치, 숯, 버너, 생수, 부탄가스를 마구잡이로 잡아냈고.
“오오오! 새로운 강자다! 역시 저 친구가 제일 강하다니까!”
“역시 저 최강현이라는 친구도 뛰어나구먼!”
이번엔 생존자들의 시선이 강현에게로 향했다.
주변에 떨어져 내리는 모든 것을 받아내는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물건의 낙하 위치를 미리 예측합니다]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물건의 낙하시간을 계산하여 최적의 동선을 안내합니다]
강현의 눈에 떨어지는 물품들의 위치와 어느 곳으로 움직여야 효율적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보였다.
그가 마치 예측하듯 미리 가서 물건을 받아 내자 주변 생존자들이 한 번 더 감탄했고.
강현의 능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리 정돈 스킬을 발동합니다. 이전 경험치로 인해 정리 정돈 스킬 레벨이 대폭 올랐습니다. 작업 효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휙, 휙, 휘리릭!
강현이 받아든 물건을 가볍게 던지자 마치 블록 쌓기를 하듯 차곡차곡 쌓였다.
물건을 받는 거로 모자라 그 자리에서 정리까지 하다니!
“이익!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현이 한창 바쁘게 움직이던 중 들려온 오목교의 목소리에 그쪽을 바라보았고.
‘후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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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교(충성도:50)
현재 능력: E (잠재능력 ?)
주요 스킬: 집중의 시간, 열왕투법
주요 특성: 예민한 감각, 꺾이지 않는 의지
현재 개발 가능한 스킬: 고속 격투
개선해야 할 점: 이해 속도가 느림, 스킬에 대한 이해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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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교의 후임 관리창을 띄웠다.
사실 오목교가 근접 전투를 특기로 한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확인하는 것은 처음.
꽤 특이한 스킬 명에 절로 호기심이 일었다.
집중의 시간? 어떤 능력일까?
‘오목교 스킬 대여, 집중의 시간.’
[충성도가 부족해 스킬 레벨이 초기화됩니다. 집중의 시간 스킬의 제약 조건이 강화됩니다!]
[발동 확률 15%, 사용 대기 기간 보름으로 변경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대여 취소.’
호기심으로 사용하기에는 제약 조건이 너무 빡빡하다.
강현이 집중의 시간 사용을 포기하고 이번엔 예민한 감각 특성을 대여했다.
[충성도가 부족해 특성 레벨이 초기화됩니다. 충성도가 조건을 만족하여 특성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레벨을 대여하기엔 모자라지만 예민한 감각을 그대로 사용하기엔 충분한 정도.
생각보단 그리 대단한 특성은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
[예민한 감각 특성을 활성화합니다!]
특성이 발동되는 순간.
강현이 새로운 세계를 맛보았다.
[기존 발동된 하급 무투, 능숙한 몸놀림, 정밀함, 강인한 팔뚝, 강인한 하체, 하급 마나 운용법, 마력지체, 연구자의 눈에 예민한 감각 특성을 더합니다!]
두근두근, 휘오오오, 툭 투둑, 우우웅.
생전 처음 듣는 미세한 소리와 몸의 움직임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감각은 좀 더 뻗어 나가 강현의 반경 1m가량의 정보를 모두 빠짐없이 전해 주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또 다른 세상.
강현의 눈이 푸르게 빛났고.
척, 처적! 척척척!
새롭게 발견한 능력으로 주변에서 떨어지는 물건들을 받아 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방금까지와 같은 모습.
그러나 강현이 느끼는 체감은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바로 자신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그저 스킬에 의지해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닌 이 스킬로 인해 몸에 어떤 변화가 있고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느껴졌다.
거인의 강골로 인해 만들어진 뼈와 관절의 단단함.
근력 스텟과 능숙한 몸놀림이 이루어 내는 힘의 흐름과 이를 뿜어내는 방법.
그중에서도 특히 강현의 감각을 자극한 것은.
[하급 마나 운용법, 마력지체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나.
몸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곳곳을 휘돌며 힘을 더해 주는 신비.
마나가 어디로 흐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관조하자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낭비가 많다.’
마나를 움직이는 법, 마나를 모으는 법, 마나를 뿜어내는 법.
이 모든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심했다.
마력지체라는 무한한 마력 샘을 너무 믿었던 걸까.
뿐만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에도 호흡의 배분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힘과 공기가 줄줄 새는 게 느껴졌다.
강현의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이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고차원의 마나 운용법도, 마력지체보다 더 좋은 특성을 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복잡하게 고민할 것 없다.
‘아껴야지.’
너무도 간단한 해답.
강현은 고민보다는 행동을 택했다.
힘을 흐트러짐 없이 사용하여 낭비를 최소화했고.
숨을 나누어 뱉어 가며 더욱 잘게 쪼갰다.
마나는 더욱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밀하게 나누었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넘칠 듯 넘치지 않게 조절했다.
강현에겐 지금 하는 모든 과정이 훈련과 같았다.
그리고.
[정밀함의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하급 마나 운용법, 마력지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거인의 강골, 강인한 하체, 강인한 팔뚝, 능숙한 몸놀림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정밀함을 시작으로 강현의 신체 사용 스킬과 특성들이 일제히 레벨 업 알람을 울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특성 절약 정신을 획득했습니다!]
거기에 절약 정신이라는 새로운 특성까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특성과 스킬의 시너지 덕이었을까.
[해파칠십이검의 경지가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오목교 이병의 특성 예민한 감각과 연결 시 검존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해파칠십이검의 새로운 기능을 개방.
‘검존?’
잠시 의아해하던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아! 檢z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