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91화 (91/277)

91화 복잡한 건 남에게

어둑한 회당.

한 사내가 흰 사제복을 입은 채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었다.

“어둠이여, 제물들을 바치오니 은총을 제게 내려 주시옵소서. 당신의 어둠이 저들을 삼킬 때에! 그 피로 제게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제게만 능력을! 제게만! 어둠의 은총을!”

그러나 경건해 보이는 사제복과는 다르게 기도의 내용은 온통 이기적이고 끔찍한 것뿐이었다.

그는 아까 씨앗을 심어 준 성도들을 속으로 비웃는 중이었다.

자신들에게 어둠의 권능을 나누어 줄 것이라 기대하는 멍청한 꼴이라니.

이 달콤한 것을 남에게 줄 리가 없지 않은가!

남을 희생시키는 만큼 자신이 강해진다니.

이런 편하고 아름다운 능력이 어디 있을까.

“더 깊은 곳으로, 더 깊은 어둠으로 가겠습니다. 남들의 피를 바쳐 제가 그 능력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중앙 회당으로 보내 주소서! 더 나아가 어둠의 신전으로 보내 주소서! 제가, 제가! 어둠을 펼쳐 보이겠나이다!”

남의 슬픔? 그딴 게 알게 무어란 말인가? 고통? 이를 통해 자신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어차피 삶이란 약육강식.

자신이 잡아먹지 않아도 어차피 잡아 먹힐 약한 인간들이다.

그들이 죽는 게 본인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이 잘된다면, 자신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수백, 수천 아니 이 땅의 모든 인간이 죽어도 상관없다!

그의 기도가 점점 절정을 향해 가던 중.

“오오오 어둠이시어! 어둠……?”

그가 갑자기 기도를 우뚝 멈춘 채 얼굴을 구겼다.

분명 자신이 파견한 어둠의 하수인들이 백화점에서 사람들을 죽일 시간이 한참 넘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이상하던 차.

[어둠께 바친 제물: 0]

[하사한 어둠의 씨앗 전부 파괴됨]

그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알림이 떠올랐다.

“이이이익! 이런 쓸모없는 새끼들 대체 뭣들 한 거야!”

바친 제물도 없는 주제에 씨앗을 모두 잃다니…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자신이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저 멍청한 놈들을 어떻게 구워삶았는데!

그가 막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 지르려던 찰나.

[어둠의 대적자 등장, 계획 실패]

[계획 실패에 따른 페널티 부여]

“으으 그것만은!”

끄아아악!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사제의 관절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비틀린 관절 사이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고.

[어둠의 권능 일부 상실. 제물이 없으므로 사용자의 권능을 제물로 바침]

매정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껏 모은 자신의 능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가 몸부림치며 애원했다.

“제발! 제발 그것만은! 뭐든지 할 테니! 뭐든지 할 테니, 그것만은 용서를!”

우뚝.

뭐든지 한다는 말에 고통이 멈췄다.

“으으으…….”

그가 비틀렸던 관절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흘릴 때.

후우웅.

회당 한쪽에서 검은 입구가 입을 열었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우중충한 재와 괴물들의 비명.

사제가 뜻을 이해하고는 시커먼 포탈을 보며 몸을 떨었다.

“저곳에 들어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이 제물을 바치려 했던 곳이니 잘 알고 있다.

저 안은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곳.

죽음과 재와 괴물들이 가득한 곳.

그 안에 남들은 쉽게 넣었어도 정작 자신이 들어가긴 두려웠던 걸까.

그가 망설이는 순간.

꾸드득.

다시 관절이 비틀리기 시작했고.

“으윽! 가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죽음의 위기를 느낀 사제가 기어서 통로에 몸을 집어넣었다.

잠시 몸이 붕 떠올랐고.

털썩.

“쿨럭, 쿨럭! 으윽!”

그가 입안에 잔뜩 들어온 재를 퉤퉤 뱉어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눈에 보인 것은.

크르르르!

크으으… 어둠, 어둠께서 크하!

회색 숲에 존재하는 어둠의 하수인 수백 마리.

놈들이 침을 흘리며 사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놈들의 징그럽고 끔찍한 모습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들 중.

“크하! 너……!”

다른 하수인보다 크기가 두 배 가까이 큰 괴물 하나가 놈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킁킁, 사제에게서 풍기는 두려움의 냄새를 맡고는 발톱을 휘두르는 순간.

“으으! 감히! 나는 어둠께서 보내신 사제니라! 너희 따위가 잡아먹을 수 있는 몸이 아니야!”

그가 어둠께 하사받은 권능을 드러냈다.

열등한 하수인 따위가 감히 사제인 자신에게 발톱을 드러내다니!

사제의 사제복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펄럭이며 어두운 기운을 뿜어냈고.

퍼엉!

기운을 휘둘러 달려들던 덩치 큰 하수인을 쳐냈다.

“끄에엑!”

놈이 뒤로 날아가 괴로워하는 사이.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 감히! 어디서, 나를, 공격을, 해!”

그가 화를 내며 주변에 몰려 있던 하수인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힘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놈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압도적인 차이.

아무리 자신이 구석 회당에 박혀 있는 그저 그런 사제라 할지라도 놈들에게 잡아먹히진 않는다.

사제가 광기와 분노를 표출하며 한참 난동을 부리고 난 후.

잔뜩 피어난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크르르륵!

아까보다 몇 배는 불어난 하수인들이 그를 붉은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다.

사제가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괴물들의 압도적인 숫자를 보며 식은땀을 훔쳤다.

“이 새끼들이! 꿇어라!”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려 더욱 화를 낼 때.

털썩.

처음 그에게 덤벼들었던 거대한 놈부터 무릎을 꿇었고.

파도가 일 듯 앞에서부터 뒤에 보이는 하수인들 전부가 사제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둠이 자신을 섬기는 자에게 권능을 내립니다. 사제의 권한 대폭 확대]

[어둠의 아흔아홉 번째 배 속, 회색 숲의 주인이 됨]

[회색 숲에 있는 모든 하수인이 당신을 따름]

[권능의 대가: 숲에 들어온 모든 제물을 죽여라, 어둠을 방해하는 대적자를 제물로 바쳐라]

[숲속에 있는 제물과 대적자의 수: 89명]

“하, 하하, 하하하하!”

이를 본 사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계획에 실패했기에 목숨을 잃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기회를 얻다니!

“죽이겠습니다. 반드시 놈들을 죽이고 찢어 이곳에 피를 뿌리겠나이다!”

사제가 음침한 눈을 빛내며 제물을 바칠 것을 약속했고.

“가라 하수인들아! 어둠께 제물을 바치리라! 놈들을 모두 찾아 죽여라!”

크와아아악!

하수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회색 숲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권능만 있다면 더 높은 곳! 중앙 회당! 더 나아가 어둠의 머리에까지 갈 수 있으리라!”

그가 남의 피를 흘려 자신이 올라갈 생각을 하며 크고 징그럽게 웃었다.

자신 또한 저 어둠의 하수인들을 닮아가는지도 모른 채.

* * *

[회색 숲에 있는 총 생존자 – 76명]

[현재 구출한 생존자 – 67명]

강현이 잠시 시스템창을 확인하며 거친 숨을 가라앉혔다.

드디어 남은 생존자는 한 자릿수.

단 아홉 명.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의 구조 속도였으나.

‘아홉.’

강현은 오히려 더욱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기쁘지 않은 게 아니다.

이렇게까지 일이 술술 풀리는 게 수상했다.

아무리 길잡이 능력에 사기적인 특전까지 받았다지만 여긴 적지.

끝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더군다나 적의 정체를 알지 못하니 방심은 금물.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능력, 절망이 가득한 잿빛 숲. 거기다 민간인 학살과 어둠의 씨앗.’

놈들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사람을 구하라는 퀘스트만을 받았기에 놈들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었으나.

분명 악한 것이리라.

다만 한 가지 찝찝한 건.

어째서 놈들은 이 많은 사람의 피를 원하는 것인가.

또 어둠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자신을 죽이려 드는가.

“후우.”

강현이 숨을 내쉬며 격해지려는 감정을 억눌렀다.

사람들을 모두 구하면 이를 알아보아야겠다.

우선은 사람들의 생명부터.

생각을 정리한 그가 검을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었고.

탈깍.

검이 검집에 정갈하게 몸을 집어넣는 순간.

촤르르륵!

주변을 가득 메운 채 멈춰 있던 어둠의 하수인들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이게… 무슨!”

이런 강현의 모습을 보며 생존자를 비롯한 분대원들까지 모두 놀라고 있었다.

그들이야 강현이 검을 사용하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전에는 듀라한까지 이겼으니 그 실력이 뛰어난 것도.

그러나.

“너… 사람 맞냐?”

지금 강현이 보여 주는 검술의 위력은 이전 그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한 차원, 아니 몇 차원이나 높았다.

아니 사실 제대로 이해조차 못 했다.

그들 또한 처음 보는 경지였기에.

다만 지금까지 쌓인 전투 경험과 본능을 바탕으로 강현의 강함을 짐작할 뿐이었다.

다만.

“한 호흡에 검격 서른 번이라니…….”

이들 중 오목교만이 강현의 강함을 정확히 이해했다.

평소 강현을 그렇게 존경하고 따르는 오목교였지만 이번만큼은 공포에 질린 얼굴.

그의 능력은 근접 격투.

수없이 맞고 때리며 강해지는 와중 얻은 능력이 있으니.

집중의 시간이라는 특수 스킬.

[집중의 시간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사용 시 일시적으로 감각이 활성화됩니다]

[발동 제약이 있는 스킬입니다. 발동 확률 50%. 사용 후 대기 시간 일주일]

인간은 순간적으로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주변이 느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격투가, 연주자, 프로게이머, 축구 선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현상이었고.

때로는 아이를 구하려는 어머니, 넘어지기 직전 등 상황에 구애를 받지도 않는다.

오목교는 이런 현상을 능력으로 부여받았다.

비록 사용 제약이 달려 있었지만 격투가인 그에게는 축복이나 마찬가지.

처음 강현의 검술을 마주한 순간.

‘이, 이건 봐야 해!’

집중의 시간을 사용하고 싶단 엄청난 욕망에 휩싸였다.

그러나 때가 오기를 꾹 참고 기다렸다.

확률은 50% 거기다 사용 대기 기간 일주일.

귀한 기회이니만큼 허투루 낭비할 수 없다.

우선 강현의 검술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한다.

검술이라는 게, 무술이라는 게 느리게 보인다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다렸다.

강현이 휘두르는 검을 눈동자에 박아 넣듯이 보며 또 그의 모든 호흡과 움직임을 살피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판단.

[집중의 시간 스킬 발동]

[사용 성공!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집니다!]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지며 세상이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목교 이병은 보았다.

“흐으읍.”

숨을 적당히 머금은 흉곽.

발끝부터 시작된 힘이 발목, 종아리, 무릎 그리고 허리를 비롯한 상체 관절을 통과하여 손목까지 이르렀고.

그때.

“하압!”

강현이 숨을 멈추며 지금껏 담아 놓았던 모든 힘을 격발했다.

격발.

총에나 쓰는 그 말이 실로 어울렸다.

느슨해져 있던 근육과 관절 그리고 마나가 일시에 폭발하듯 흐르며 한곳을 향해 달려 나갔고.

그 끝에는 바로 강현이 든 검이 있었다.

한 호흡에 서른 번.

자그마치 서른 번의 검질.

‘하나하나에 모두 힘이 담겨 있어!’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휘두르지 않는다.

남들이라면 한 호흡에 한 번 휘두를 만한 검격을 연이어 저렇게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휘두를 수 있다니!

그런데 오목교의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놈들의 씨앗을 찾아 베신 거지? 대체 어떻게?’

이젠 이전처럼 조각조각 베어 내지 않았다.

한 마리에 필요한 검격은 단 다섯 번 이내.

백화점에선 하수인 한 마리를 수십 조각 내어 씨앗을 찾아냈던 걸 생각하면 경악스러울 정도의 발전 속도였다.

강하고 빠르고 정확하고 간결하다!

‘최강현 일병님. 대체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길래 이렇게까지 강한 겁니까!’

오목교가 보기에 강현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자 슬며시 의문 하나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말… 따라잡을 수 있을까?’

지금 검을 검집에 넣고선 우두커니 서 있는 강현의 등이 너무나 커 보였다.

사실 오목교도 알고 있다.

자신이 노력만 하는 바보라는 것을.

그래도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따라잡을 희망이 보였는데.

‘어쩌면 영원히…….’

이번만큼은, 강현이라는 사람만큼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목교가 처음으로 맛보는 절망감에 고개를 떨굴 때.

“오목교.”

“이병 오목교!”

강현이 나지막이 오목교를 불렀다.

오목교가 내심 기대했다.

설마 인격마저 완벽한 최강현 일병님께선 설마 자신을 위로하시기 위해……!

“들어.”

“알겠습니다. 고개 들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따라잡지 못해도 따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최강현 일병님의 뒤를 따르며 한층 발전하고 강해지는 후임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강현 일병님!”

오목교의 기나긴 답에 모두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

강현이 황당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고.

이게 아닌가? 충성심이 모자랐나?

오목교가 이번엔 다른 말로 충성심을 표출하려 할 때.

“인마, 이거 들라고… 대체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김대영 상병이 얼굴을 구기며 반으로 갈라져 죽은 괴물의 시체를 들쳐 멨다.

강현을 비롯해 조원들 모두 죽은 하수인을 회수하는 중.

아, 고개 말고 괴물 들라는 뜻이었구나!

“아, 죄송합니다!”

오목교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땅에 떨어진 놈 하나를 둘러업었다.

“그런데 이게 도움이 될까?”

장만수 일병의 물음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세아 중사님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황세아 중사, 그녀는 특임대 부사관이기도 하지만 대연 시스템의 후계자이며 연구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강현이 처음과 다르게 어둠의 하수인들을 검격 다섯 번 이내에 죽일 수 있었던 이유.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계속된 사냥으로 적의 신체 구조를 파악합니다. 새로운 몬스터 연구 시작]

[어둠의 하수인 연구율: 15%]

[연구율이 증가할수록 하수인 안에 들어 있는 어둠의 씨앗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짐작 가능한 씨앗 위치: 5곳]

연구자의 눈 덕에 어둠의 씨앗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었고.

검을 다섯 번 휘두르면 이 중 한 번은 씨앗을 갈랐다.

만일 100%가 된다면 적을 더욱 쉽게 죽일 수 있을 터.

어쩌면 단칼에 쓰러뜨리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

다만 강현이 연구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되잖아?’

예쁘고 밥 잘 사주고 똑똑한 누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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