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88화 (88/277)

88화 어둠을 향해

한 유명한 스릴러 작가는 평화로운 일상, 또는 아름다운 장소에 갈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어떻게 사람을 죽여야 재미있을까?’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허름한 폐건물, 깊은 산속, 어두운 터널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언제든지 시체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품고.

사건이 일어나면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좋아한다.

그래서 이 유명 스릴러 작가는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다닌다고 밝혔다.

일상 속 비일상.

누구도 생각지 못한 풍경 속에 시체를 굴렸을 때.

예상치 못한 사건에 다들 숨을 죽일 때, 비로소 그 작가는 만족감을 느낀다 했다.

그리고 지금.

“흐으으, 사, 살려 줘… 이건 아니었잖아. 이런 말은 없었잖아…….”

“아아악! 으아아악!”

백화점 곳곳에서 비일상적인 존재들이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눈, 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소리치는 이들.

“가,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저기요? 괜찮으세요?”

사람들이 그들의 주변으로 점점 모여들었다.

그저 아파 보이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의도.

그런데.

키아아악!

어느새 괴물처럼 변한 어둠의 하수인들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발톱을 휘둘렀고.

앞에 있는 사람을 해치기 직전.

퍼퍽!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괴물의 머리와 가슴을 꿰뚫었다.

“제압해!”

현장에 나타난 것은 황세아 중사.

그녀의 명령에 달려든 1분대 인원들이 일제히 괴물을 도륙 내어 붉은 구슬을 빼냈고.

이를 파괴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하나가 자신의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멍하니 있길 잠시.

“끄아아악!”

“꺄아아악! 괴물이야!”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급히 백화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백화점 내에 계신 고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백화점 내에 일부 빌런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헌터 특임대가 제압 중이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고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전 요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백화점 내에…….

사람들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백화점 직원의 안내 멘트가 울렸고.

“이쪽입니다! 줄 맞춰 이동하세요!”

“비, 비켜! 비켜!”

“아리야! 아리야!”

주말 오후의 백화점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몰려 있는 사람들 틈.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 하나가 입을 틀어막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곧 그의 이마가 세로로 갈라졌고.

“어둠께서…….”

그가 주변을 향해 손톱을 휘두르려는 순간.

“방패 준비!”

위층에서 떨어져 내린 강현이 놈을 발로 뻥 차며 공중으로 띄웠다.

[하급 무투 스킬을 발동합니다. 거인의 강골, 정밀함, 능숙한 몸놀림으로 인해 스킬 수준이 대폭 상승합니다]

[근력, 체력 스텟이 상대를 한참 상회합니다. 거인의 강골 특성으로 상대를 압도합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허공에 떠오른 괴물을 쳐다봤고.

강현이 뛰어올라 마치 족구라도 하듯 다시 한번 놈을 밀어 찼다.

그리고 괴물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김대영과 장만수.

둘이 방패로 놈을 받아 낸 후 검을 휘둘러 다리를 베었고.

어느새 다가든 강현이 놈의 몸을 조각냈다.

쩌어억.

한 발짝 늦게 갈라지는 괴물의 몸에서 붉은 씨앗 하나가 쪼개진 채 떨어졌다.

“여기는 2조 2층에서 거수자 한 명 제압. 추가 거수자 수색 후. 로비로 이동하겠다.”

강현이 군복 깃에 달린 인이어 무전기를 통해 소식을 전달했고.

-수신 양호. 현재 1조 거수자 제압. 4층 수색 종료. 3층으로 이동하는 중.

-수신 양호. 3조 거수자 수색 중 5층 수색 후 1층 로비로 가겠음 이상.

각 조에서 응답이 왔다.

현재 1분대는 총 12명.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미련한 판단이다.

군기 순찰 때처럼 3개 조로 나누어 각 층을 빠르게 수색.

거수자가 눈에 보이는 족족 제압하고 있었다.

덕분에 아직까지 사상자는 전무.

특임대의 빠르고 과감한 대처와 백화점의 재빠른 협조가 이루어 낸 성과였다.

“우와! 아조씨들 짱 강해요!”

선임들이 싸우고 있는 동안.

오목교는 길을 잃었다는 아이의 손을 잡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장난 아니지! 우리 분대 선임들이셔.”

그의 눈 또한 아이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선임들의 물 흐르는 듯한 완벽한 합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

헌터 교육대에서 보았던 신병들의 어설픈 합격과는 수준이 달랐다.

특히 강현의 몸놀림은 강함을 넘어 아름다웠다.

부드럽고 강하고 정확하다.

주특기가 근접 격투인 자신보다 더욱!

“우와! 그럼 아조씨도 저렇게 강해요?”

아이가 순진한 얼굴로 오목교를 돌아보았고.

“아직 멀었지만… 언젠간 따라잡아야지!”

오목교가 결심이 서린 얼굴로 답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보고 있지만 언젠간 저 합격에 손을 꼭 보태리라.

다만 당장은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아리 보호자분! 아리 보호자분 계십니까! 아리 보호자분!”

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 주는 일이 오목교가 맡은 임무.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리길 몇 번.

“아리야! 아리야!”

곧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부부가 오목교와 아이 쪽으로 달려왔다.

아이를 얼싸안은 부부가 그제야 안심했는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둘 다 얼마나 우는지 눈과 코가 새빨갛게 물들 정도.

“아리야,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무서웠지? 아이고 우리 딸!”

“여보! 여보 애 좀 놔 봐. 다친 곳은 없는지 좀 보자!”

둘이 정신없이 아이의 안위를 확인할 때.

“아이! 좀 놔 줘요, 아빠!”

자신을 꼭 끌어안은 채 얼굴을 부비는 아버지의 팔을 뿌리친 아이가 폴짝 뒤돌아 배 위에 손을 곱게 포갰다.

그리고는.

“감사합니다. 군인 아조씨!”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배꼽 인사를 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이의 부모가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리를 찾아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우리 애가… 으흐흑!”

오목교가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님다! 저는 그저 데려다 준 것뿐입니다. 진짜 멋진 건 저기 있는 분들입니다.”

자신이 딱히 한 것이 없기에 오히려 부끄러워할 때.

“아조씨, 살려 줘서 고마워요. 다른 아조씨들에게도 전해 주세요.”

아이가 맑은 눈으로 오목교를 보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고.

“그래, 여기서 무사히 나가야 한다.”

오목교가 아이의 머릴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아이는? 부모님 찾았어?”

“방금 찾아서 아이 인도했습니다.”

“어, 고생했다.”

김대영을 비롯한 선임들이 돌아온 오목교를 보며 아이의 안부를 물었다.

“아이가 감사하다고 전해 달랍니다. 울지도 않고 어찌나 침착한지. 오히려 부모님이 울고불고하시는 동안 알아서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습니다.”

“그래? 그거 잘됐네.”

강현을 비롯한 선임들이 오목교의 말을 들으며 미소 지었다.

거수자 상대하랴 시민들을 구하랴 정신없는 상황.

더군다나 사람이 몬스터로 변하는 기현상에 다들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던 차.

오목교에게 전해 들은 반가운 소식에 다들 힘이 났다.

“자! 그럼 2층 확인 끝내고 얼른 로비로 가자!”

“알겠습니다!”

김대영이 기세 좋게 외쳤고 장만수, 오목교가 우렁차게 답했다.

[성공 조건 – 어둠의 신봉자들의 목적인 민간인 대량 학살 방지]

[현재 죽은 민간인 – 0명]

강현이 잠시 떠오른 알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과감하고 빠른 판단 덕에 지금까지 피해는 전무.

이대로만 간다면 큰 피해 없이 이번 퀘스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리라.

* * *

특임대가 각 층에서 활약하며 어둠의 성도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후우, 후읍, 어둠께서 하시리라. 어둠께서…….”

백화점 지하 1층 마트.

그곳 중앙에 한 남자가 홀로 서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다른 성도들과는 조금 다른 임무를 명 받았다.

“내가 보기엔 너는 특별하구나. 저런 멍청하고 탐욕만 가득한 것들과는 달라.”

분명 사제께서는 이리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특별한 임무를 주마. 이를 해내기만 한다면 성도를 넘어 사제의 능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을 것이야.”

사제!

남들에게 능력을 심어 줄 수 있을 정도의 권능을 부여받은 자!

어둠을 섬기는 자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

이 미련한 남자는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몇 마디 칭찬과 특별한 능력을 주겠다는 말에 덥석 미끼를 물었고.

남들과는 달라지고 싶다는 욕망에 미쳐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너희들과 달라. 나는 너희들과 달리 진짜 성도가 될 사람이야. 사제가 되어서 진짜 어둠의 은총을 받을 사람이야.”

어둠의 씨앗을 머리에 심은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밝은 미래를 꿈꾸는 중이었다.

“곧 어둠이 오시리라. 피를 머금은 어둠께서 눈을 뜨면 나에게 축복을 내려 주시리라.”

그가 중얼거리며 곧 자신에게 내려질 축복에 대해 중얼거릴 때.

“이봐요!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방송 못 들었어요? 어서 나와!”

보안 요원 몇이 그쪽으로 다가왔다.

이미 마트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친 상태.

다행히 이곳에는 어둠의 씨앗을 받은 사람이 없었고 몰려 있는 사람들 사이 몬스터가 나타나는 비극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텅 빈 마트 안을 보안 요원 몇이 돌며 확인하고 있었고.

홀로 중얼거리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모양새.

“어둠께서 킥킥, 킥! 어둠께서 키키키킥!”

이젠 발작하듯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보안 요원들이 허리춤에 찬 테이저건을 꺼내 겨눴다.

“당신 뭐야! 움직이면 쏜다! 엎드려! 엎드려!”

아까 보았던 괴물을 떠올린 그들이 겁을 집어먹고는 남자를 향해 윽박질렀고.

“너희들과는 달라! 나는 달라!”

팡! 파지지직!

남자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놀라 일제히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바늘 여러 개가 남자의 몸에 붙었고.

일제히 전기를 뿜어냈다.

“으그그그극!”

보통이라면 온몸이 경직되어서 쓰러져야 하건만.

남자는 몸을 떨면서도 버텼다.

아니, 오히려 팔을 펼치며 그 고통을 즐겼다.

“오오, 어둠이시어! 시련을 이겨 낼 힘을 주소서!”

시련을 이겨 내고 어둠의 성도! 더 나아가 사제가 되리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 겪은 모든 고통이 훈장이 되겠지.

그가 전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축복이라도 받으려는지 번쩍이는 시야를 보며 환히 웃을 때.

드디어 그리 바라던 어둠이 메시지를 전했다.

[성역화 조건 실패, 실패의 대가로 신봉자들의 피를 제물로 바쳐 강제 성역화를 진행]

[불완전한 성역화로 인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무작위로 빨아들임. 어둠의 공간 중 하나를 무작위로 개방]

[첫 제물로 바쳐집니다. 기뻐하십시오. 당신의 피가 어둠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뭐어?”

그러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에 그가 경악했다.

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사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제물이 될 거라고?

“말도 안 돼. 분명 특별해질 거라고…….”

끄아아악!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엄청난 격통이 그를 휘감았다.

마치 몸이 구겨지는 듯한 고통!

뿌득, 뿌득, 꾸드드득.

실제로 그의 몸이 뭉개지기 시작했고 터지는 피와 육신을 제물 삼아 검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리고 백화점 지하 1층에 스멀스멀 어둠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 어어.”

“뭐 해! 뛰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은 보안 요원들이 도망치려 할 때.

“아악!”

그들 중 하나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어둠이 보안 요원을 시작으로 주변의 물품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곧 어둠이 지하 1층을 넘어 1층 로비로 향했고.

“으아악! 뭐야!”

막 백화점을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을 덮쳤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백화점에 다시 혼란이 찾아왔다.

뒤에서 꿈틀거리는 미지의 어둠에 줄 맞춰 나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입구로 달렸고.

“아빠! 아빠아!”

“여보! 여보!”

이번엔 아이가 제 아비를 잃었다.

“아리야! 여기!”

아버지가 사람들 사이에 휩쓸려 우는 딸과 겁에 질린 부인을 감싸기 위해 그쪽으로 달려가는 순간.

어둠이 그를 끌고 가 버렸다.

그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는.

“도망쳐!”

살려 줘가 아닌 도망쳐.

아버지는 자신이 위험한 순간에도 딸과 부인을 생각했다.

이후에도 어둠은 순식간에 수십의 사람을 집어삼켰고.

그제야 1층 로비에 특임대 1분대가 도착했다.

“아리야! 무슨 일이야!”

오목교의 눈에 입을 크게 벌린 채 우는 여자아이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무언가 비극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급히 로비로 뛰어내린 오목교가 아직 울고 있는 아이의 어깨를 잡았고.

“아빠가! 아빠가 잡혀갔어요! 아저씨! 제발 우리 아빠 좀 구해 주세요!”

그렇게 침착하던 아이가 아버지를 구해 달라며 울었다.

“구할게! 반드시 구해 줄게!”

오목교가 아이에게 약속하고는 붉어진 얼굴로 선임들을 돌아보았다.

만일 안 된다고 하면 혼자서라도 들어가리라!

그가 속으로 결심할 때.

“뭐해? 안 오고?”

황세아 중사를 비롯한 1분대 전체가 어느새 어둠을 막아선 채 오목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맨 앞.

“모두 괜찮으시겠습니까?”

강현이 검을 잡으며 물었고.

“물론이지!”

모두가 강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상자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습니다. 당신이 이들을 설득하기 전에 이미 당신의 의견을 예상하여 따릅니다]

[후임 오목교의 충성도가 크게 올랐습니다]

[메인 퀘스트 어둠의 꼬리]

[성공 조건 – 어둠의 신봉자들의 목적인 민간인 대량 학살 방지]

[메인 퀘스트 어둠의 꼬리가 연계 퀘스트 어둠의 뱃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현재 죽은 민간인 – 0명]

[현재 파괴한 어둠의 씨앗 – 11/11]

[1차 목표 대량 학살 방지를 만족했습니다. 연계 퀘스트 진행 시 특전이 주어집니다! 죽은 민간인 없음. 놀라운 성과로 특전에 강력한 행운이 적용됩니다!]

[어둠의 문이 닫히기까지 남은 시간 3분]

강현을 선두로 1분대가 어둠을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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