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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85화 (85/277)

85화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대테러 작전의 주요 목표.

인질 구출과 거수자 제압.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은밀함이다.

“다 꺼져! 당장, 당장 꺼져!”

시가지 전투 교장.

거수자 역할을 맡은 강형태 상병이 한 손에 총을 들고 인질을 위협하고 있었다.

“앗, 살려 주세요~.”

인질 역할은 황세아 중사.

두려움 하나 없는 얼굴에는 지루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다만 한 가지 기대하는 건 있었다.

“멋진 저격수님, 저 좀 살려 주세요~!”

바로 강현의 활약!

반면 황세아의 외침에 강형태가 발작하듯 무기를 흔들었다.

“조, 조용히 해! 인질이면 인질답게 있으란 말야!”

강형태의 간절함이 담긴 연기에 황세아 중사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반말? 뒈진다?”

“으윽, 죄송합니다.”

“…거수자 역할에만 충실해. 까불지 말고. 잘하자?”

잘하라고 해서 거수자 역할에 집중했건만!

강형태가 방패 뒤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둘러보며 긴장했다.

‘최강현. 어디냐!’

분명 저격수이니만큼 어디선가 자신을 노리고 있을 터!

그래서 최대한 엄폐물이 많은 곳을 택했고 주변에 방패와 방어막 등을 잔뜩 준비해 놓았다.

‘선봉은 어디서 꾸물거리는 거야!’

그가 오지 않는 중대원들을 생각하며 짜증 냈다.

차라리 강현보다는 다른 중대원에게 잡히는 게 좋았다.

지금쯤이면 연막을 터뜨리든 또는 계단을 타고 올라오든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소식이 없었다.

강형태가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돌아보며 더욱 구석지로 숨을 때.

[연구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대상의 위치를 추적합니다]

‘찾았다.’

강현이 강형태 상병을 찾아냈다.

사실 저번 혹한기 훈련 때 신나게 두들겨 팬 이후로 악감정은 모두 사라졌다.

강형태도 완전히 겁을 집어먹었는지 강현을 피해 다녔기에 부딪힌 적도 없다.

그러나.

‘아, 훈련이라 어쩔 수가 없네.’

하필 거수자를 맡다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에땁에 달린 스코프를 보는 강현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고.

‘우, 웃고 있어!’

옆에 있던 이성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내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구나.’

문득 아버지가 자신을 군대에 보내기 전에 해준 말이 생각났다.

“넌 시야가 너무 좁다. 세상엔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고 또라이 같은 인간들이 많아. 특히 헌터들은 더욱.”

“그거랑 군대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가기 싫다고요!”

“이 녀석아! 그런 인간을 상대해야 하는 법을 배워야 길드도 이끌어갈 수 있는 거다! 너가 가려는 길이 마냥 편한 길이 아니란 말이다! 이 어리석은 놈! 언제까지 그렇게 철없이 굴 거냐!”

그때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성민은 아버지의 뜻을 이해했다.

저런 괴물 같은 인간을 들이받았다간 자신이 죽는다!

그리고 이성민의 이런 생각은.

[후임 이성민의 공포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공포 수치 겸 충성도로 되돌아왔다.

“…….”

이 녀석은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강현이 마음속에 이는 의문에 침묵했다.

‘뭐, 오해야 천천히 풀면 되겠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어디 보자. 이번엔 뭘 선택해야 잘 선택했다고 소문이 나나.’

후임 관리 창을 연 강현이 속으로 흥얼거리며 대여할 스킬을 고르기 시작했다.

곡사는 이미 사용했다.

‘이번엔 은밀한 화살로 가 볼까?’

강현이 결정을 내리고는 스킬을 대여하자.

[은밀한 화살을 대여합니다.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가 다릅니다. 충성도가 부족합니다. 스킬을 재조정합니다]

[이성민의 은밀한 화살 스킬이 낡은 소음기로 바뀌어서 적용됩니다]

‘크으!’

강현이 떠오른 알림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비록 충성도가 낮아 스킬 레벨도 떨어지고 수준도 떨어졌지만.

그건 차차 올리면 될 일.

일단 능력의 범용성과 위력 확인이 중요했다.

강현이 잠시 강형태를 조준한 뒤 호흡을 조절했다.

거리는 약 4km.

강현에겐 이미 총기 제한 사거리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가 에땁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파앙!

총소리 대신 공 차는 소리가 울렸고 총알이 총구를 벗어났다.

노리쇠를 당겨 장전하고 다시 격발.

파앙!

다시.

파앙!

본래라면 무시무시한 소리를 뱉어 내야 할 애땁이 귀여운 소리를 내며 총알을 발사했다.

강현이 끊임없이 마나탄을 발사하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곡사는 엄폐물 뒤에 숨어 있는 적을 맞추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소음기의 역할은?

‘침투 작전에 유용하려나?’

아마 대규모 군락지나 경계가 삼엄한 곳에 침투하기 전, 경계병을 쓰러뜨리는 용도로 적당해 보였다.

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인 법.

스킬이 아무리 많아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

실제 전투에선 같은 등급이라도 얼마나 능력 활용을 잘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강현은 그저 능력에 취해 노력을 게을리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경계병 무력화, 원거리에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거수자를 상대로도 쓸 수 있겠어. 또 중 단거리에서도 무섭겠는데. 아예 내가 선봉으로 침투하는 경우에도 쓸 수 있고…….’

스킬 조합과 사용법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그리고 실행!

강현이 강해진 것에는 이런 노력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능력 사용법에 잠시 몰입하는 동안.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최강현, 미친놈아! 사격 중지라고! 사격 중지해 주세요!

강형태 상병의 절규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는 무전기와 항복 소식에도 미소를 지은 채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강현을 보며 이성민이 턱을 덜덜 떨었다.

[후임 이성민의 공포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다시는 함부로 까불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후임이었다.

* * *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참 많다.

“어떤 미친놈들이 게이트를 섬겨.”

대부분은 이렇게 말하겠지만 그런 미친 인간들이 세상엔 실존했다.

그들의 생각 회로는 이랬다.

게이트가 생겼다, 능력이 생겼다, 고로 게이트가 능력을 준다.

그러므로 게이트를 섬기면 더욱 강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또는 게이트를 개방하면 자신도 능력을 개방할 수 있다.

참으로 엉뚱하고 지나가던 개도 믿지 않을 것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그러나.

“어둠께서 하실 것이다.”

“어둠께서 하실 것이다.”

지금, 여기에 모인 게이트 신봉자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믿는 자들이었다.

아니, 게이트 신봉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오오, 어둠의 사제이시어 저희에게도 어둠의 축복을!”

어둑한 회당, 어둠의 사제라는 이름과 다르게 하얀 사제복을 입은 이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이 있다.

분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행색들.

그래서일까 눈에 담긴 광기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신도들아, 축복을 바라느냐?”

“바랍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어둠께선 피를 원하신다. 그분의 성도가 되기 위해선 제물이 필요한 법. 각오가 있는가?”

“있습니다! 어둠의 축복을 주소서!”

그의 앞에 무릎 꿇은 십수 명의 사람이 간절히 축복을 바랄 때.

어둠의 사제라 불린 이가 앞에 있는 자들의 머리를 짚으며 기도했다.

그러자 그의 손등이 꾸물거리길 잠시.

어둠의 씨앗 또는 축복이라 불리는 권능이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머리에 축복을 내린 그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팔을 활짝 벌렸다.

“어둠의 씨앗을 머리에 받아 성도가 된 이들이여. 가라! 가서 예비한 피를 뿌리고 성전을 열어라. 그리하면 그분께서 너희를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시리니. 어둠께서 하실 것이다!”

“어둠께서 하실 것이다!”

“어둠께서 하실 것이다!”

“오오오! 어둠께서! 어둠께서 하신다!”

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고 이를 제물로 게이트를 열어야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들.

이제 막 축복을 받은 어둠의 성도들이 첫 제물을 바치기 위해 서둘러 회당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회당을 나간 후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제가 입술을 뒤틀었다.

“그래, 어둠께서 하시지. 너희의 피가 그리고 사람들의 피가 뿌려지면 내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리라. 더욱… 더욱 높은 곳으로… 이 답답하고 작은 회당이 아닌 중앙 회당으로!”

그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텅 빈 회당 속에서 메아리쳤다.

잠시 후, 자신들 또한 제물의 일부임을 모르는 어둠의 성도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주말 오후, 사람들이 가득한 백화점.

어둠의 성도들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평화를 깨고 피를 흘리기 위해.

* * *

“야, 군기 순찰 어디로 나가냐?”

“역 근처 시내로 갑니다.”

“우와! 존나 부럽다!”

“와! 나도 군기 순찰 나가고 싶다!”

김대영 상병의 대답에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똥병장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놀리는 거다.

이를 알고 있는 김대영을 비롯한 1분대원들의 얼굴이 점차 썩어 갔다.

“저 인간들은 어째 전역이 다가올수록… 어휴.”

장건철 병장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예전에 한창 군 생활 같이할 땐 종종 멋진 모습도 보여 줬는데.

전역이 가까워져 오자 저건 고치를 튼 애벌레인지 인간인지 모를 정도로 침낭 안에만 숨어 있었다.

어째 점점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는 듯한 모습.

“끼에에엑! 우리는 이제 군기 순찰 안 나가지롱!”

“끼요오오옷! 이제 작전도 훈련도 없는 세상으로 떠나지롱!”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은 뺑이 치세요~!””

이젠 아주 죽이 척척 맞는 모습이 더욱 얄미웠다.

“전역 날만 돼라.”

“아주 흠씬 작살을 내 주마.”

인중을 주욱 늘린 채 자신들을 놀리는 선임들을 보며 다들 주먹을 떨 때.

“정말 안 가십니까?”

마침 강현이 생활관으로 들어서며 별생각 없이 물었고.

“어? 어어. 미안하다 강현아.”

“아무래도 지금 짬에 나가긴 좀 그렇잖아.”

방금까진 나사 빠진 사람처럼 후임들을 놀리던 두 병장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높습니다. 카리스마 특성으로 인해 당신을 어려워합니다]

“콜록, 콜록. 이해해 줄 거지?”

“끄으응, 저번 훈련 때문에 허리가 좀.”

변명하듯이 엄살을 피우는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아무리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병장 둘이라지만 강현에게만큼은 함부로 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도움받은 게 몇 번이던가.

거기다 혹한기 훈련에선 자기 동기인 심 병장까지 살려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심 강현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중적인 태도에 다른 후임들은 더욱 결심했다.

전역 날 반드시 모포 말이를 하겠다고!

“방금 당직실에서 들었는데 오늘 군기 순찰 담당 황세아 중사님으로 바뀌었답니다.”

강현의 말에 분대원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엇! 정말?”

“캬! 대박이다!”

“예쓰! 오늘 개꿀!”

반가운 소식에 다들 좋아할 때.

지금껏 침낭 속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있던 병장 둘이 쑤욱 몸을 빼냈다.

마치 탈피하는 나방 같은 움직임.

“정말? 황 중사님이랑 간다고?”

“진짜로? 그것도 시내로?”

“그렇습니다. 황 중사님이 분대원 다 나오라고 했는데 안 가실 겁니까?”

강현의 물음에 둘이 고개를 파르륵 좌우로 떨었다.

“가야지! 황 중사님이면 당장 가야지!”

“금방 준비할 게 기다려!”

그리고는 병장 때까지 쌓아 놓은 짬을 보여 주겠다는 듯 엄청난 속도로 환복을 시작.

강현이 그들을 보며 잠시 미소 짓고는 이번에는 이등병 둘을 돌아보았다.

“준비는 끝났어?”

“준비 끝났습니다!”

둘의 우렁찬 대답에 강현이 찬찬히 그들을 살폈다.

“A급 군화 오케이, 군복도 A급에 장구류도 예식용으로 잘 찼네.”

강현이 알려 준 대로 가장 좋은 군복에 군화, 까만 광택이 빛나는 흠집 하나 없는 장구류를 착용한 오목교, 이성민의 모습.

그럼 이번엔 질문.

“군기 순찰이 뭔지는 저번에 알려 줬지? 읊어 봐.”

“알려 주셨습니다! 주말 동안 시내 곳곳을 돌며 외출 외박을 나온 다른 병사들의 군기를 단속하는 임무입니다!”

“기본적인 단속 종류는?”

“입수 보행, 외박 외출증 확인. 취식 보행, 복장 불량, 흡연 구역 외 흡연이 있습니다!”

“좋아. 잘 기억하고 있네.”

오목교와 이성민이 번갈아 가며 답했고 강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대테러 훈련 때 저격수 결정전을 치른 이후.

이성민은 완전히 강현에게 꼬리를 말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또, 또 있습니다!”

“뭐지?”

“바로 혹시 모를 게이트 생성에 대비하여 시민들의 안위를 지키는 것입니다!”

“정답. 역시 목교가 열심히 하네.”

그때부터 오목교과 이성민이 사이에 묘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었다.

처음엔 오목교의 일방적인 경쟁심에 불과했으나.

강현이 항상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칭찬을 해 주었고.

점점 이성민도 변해 갔다.

처음엔 오목교에게 밀린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해서였으나.

“또는 빌런 등 거수자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가장 깨끗한 군복과 장구류를 차는 이유는 시민들에게 위협적인 군인의 이미지보다는 깨끗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함이며 빌런들에게는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그래, 성민이도 잘했다.”

어느새 강현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강현의 칭찬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둘.

이를 보며 다른 선임들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강현이 있어야 분대 분위기가 살았다.

[분대 신뢰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강현 덕에 1분대는 계속 성장 중.

그리고 때마침 황세아 중사가 1분대 생활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야! 준비 다 끝났어? 바람 쐬러 가자!”

그녀의 외침에.

“준비 끝났습니다!”

“군기 순찰 출격 준비 완료!”

어느새 모든 준비를 끝낸 병장 둘이 싱글벙글 웃으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방금은 안 간다고 그렇게… 어억.”

그들은 옆에서 투덜거리는 김대영 상병을 팔꿈치로 단번에 제압한 후 앞장섰고 후임들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기를 쓰고 군기 순찰을 나온다고 한 이유.

바로 황세아 중사의 별명 때문.

“이야, 이거 말년 병장 두 분께서 어쩐 일이야? 좋아! 기분이다! 오늘 이 누나가 백화점에서 제일 비싼 중식당 쏜다! 거기다 후식까지 풀코스로!”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이런 누나를 마다할 군인이 이 세상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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