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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79화 (79/277)

79화 평생 따르겠습니다!

혹한기 훈련 복귀 후 이어진 3중대 회식.

유독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탁자 하나가 있었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고기 굽는 소리가 요란한 불판 위.

다 구워지기가 무섭게 모두 한 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젓가락을 빠르게 놀렸다.

“야, 그건 강현이 먹게 남겨 둬라.”

“알겠습니다.”

“또 구우면 되니까 넉넉히들 드십시오.”

다들 입맛을 다시면서도 강현을 위해서 잠시 본능을 억제했다.

그리곤 강현의 손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스킬이라는 게 참 신비롭다.

분명 같은 삼겹살에 같은 불판, 군대라는 같은 환경에서 굽는 고기인데.

“와, 대체 강현이가 굽는 건 왜 이렇게 맛있냐?”

맛이 너무나 달랐다.

뿐만이 아니었다.

강현이가 만드는 깍두기 볶음밥의 맛은 이제 중대원 모두에게 유명할 정도.

“와… 정말 손맛이 있기는 한가 보다.”

“어, 엄마?”

“아니, 이건 갓뚜기!”

볶음밥을 맛본 모두가 잠시 추억에 빠져들며 맛을 음미했다.

그리운 누군가의 손맛.

엄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밝게 웃고 있는 대기업 로고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공통된 반응은 맛있다는 것.

특히 이제 막 훈련소를 마치고 처음 삼겹살을 먹는 이등병들에겐 천상의 맛이나 다름없었다.

오목교와 이성민을 비롯한 분대원들이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 와중.

“근데… 중대장님?”

“우웅?”

어느새 탁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볶음밥을 후후 불어 먹고 있는 서윤진이 보였다.

입에 볶음밥을 가득 문 채 강현을 보는 그녀.

아까 삼겹살을 한 박스로 드시지 않았었나?

“남이 낸 고기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2중대장님은 분명…….”

조사받고 있지 않습니까?

뒤에 말을 굳이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오늘 오전 혹한기 훈련장을 떠나기 전, 버스 창밖으로 윤지훈 중위가 끌려가는 걸 봤기 때문.

강현의 물음에 서유진 대위가 별 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다시 볶음밥에 집중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와, 먹을 것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구나. 이 여자.

다들 약간 질린 표정으로 중대장을 볼 때.

“그 인간 능력은 없어도 그런 짓을 할 인간은 아냐. 내 한 기수 선배니까 잘 알거든. 그럴 그릇조차 안 되는걸.”

서윤진 대위가 신랄한 말을 쏟아 냈다.

무표정으로 남을 깎아 내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놀랐다.

평소 쌓인 게 많았던 탓일까.

그러나 곧 이어지는 서윤진의 말에 다들 그럼 그렇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수사과 가서 증인 서 주기로 했어. 그래도… 같이 군 생활을 하는 사람이 누명 쓰는 건 막아 줘야지. 어차피 복귀할 거니까 이렇게 삼겹살도 받아먹은 거고.”

겉보기엔 도도하고 때로는 사나워 보여도 서윤진은 그리 모진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2중대장이 얄미웠다곤 하나 누명 쓰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을 터.

그때 서윤진이 강현에게 작게 속삭이듯 말을 전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그거 관련해서 전해 줄 말이 있는데 나중에 따로 좀 보자.”

속살거리는 숨결에 강현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고.

서윤진 대위가 빙긋 웃고는 자리를 떠나려 일어섰다.

“그, 복음밥 그릇은 두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칫, 너 오늘 좀 섭섭하게 군다.”

강현이 쌓아 놓은 볶음밥 그릇을 슬쩍 가져가려던 서윤진이 샐쭉 입술을 내밀고는 다시 그릇을 내려놨다.

중대장이 좀 볶음밥 좀 먹을 수 있지!

그녀가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할 때.

“대신 이거 가져가시지 말입니다.”

강현이 따로 빼놓은 볶음밥의 핵심, 볶음밥의 진수를 내밀었다.

바로 누룽지.

작은 그릇에 가득 쌓여 있는 누룽지를 본 서윤진이 감동한 얼굴로 강현을 보았다.

“이렇게 소중한 걸… 고마워 강현아.”

그녀가 떨리는 손끝으로 누룽지를 받아 얼른 다른 탁자로 향했고.

그 순수한 뒷모습을 보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

능력 뛰어나, 성격 좋아, 거기다 산군 길드의 손녀이지 않은가.

강현이 대체 무슨 사연일까 생각하며 잠시 서윤진을 바라볼 때.

[인물 퀘스트 호랑이 길들이기를 시작합니다]

[서윤진의 피에 흐르는 광기를 잠재우세요]

[성공 조건 – 서윤진의 광폭화 특성 제거 또는 완화]

[성공 시 – 서윤진의 절대적인 신임 획득, 조력자에서 한 단계 위치 격상 및 비밀 열람 가능]

새로운 서브 퀘스트 알림이 떠올랐다.

강현이 이를 보며 잠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당장 해결하기엔 쉽지 않겠어.’

알림창에 떠오른 광폭화.

강현은 이전 혹한기 훈련 막바지에 광폭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서윤진 대위를 마주쳤었다.

만일 쌓아 놓은 신뢰와 호감도가 아니었다면.

아니 그녀가 광폭화 상태에 조금만 더 깊게 빠져들었다면.

강현의 목숨이 위험했을 터.

‘천천히 생각하자. 천천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차근차근 광폭화 제어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볼 수 있을 거다.

지금 급한 것은 서윤진 대위 쪽이 아니었다.

먼저는 이쪽.

“으윽, 더는 못 먹어.”

“뭐해? 빨리 집어 넣어!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줄 아냐?”

강현이 투닥거리는 이등병 동기 둘을 보며 눈을 빛냈다.

요 두 녀석을 어떻게 요리할까가 중요했다.

* * *

회식이 끝난 후 다음 날.

“장비는?”

“여기 있습니다!”

“가져 왔습니다.”

강현의 지시에 오목교와 이성민이 자신들의 장비를 포함, 선임들의 장비까지 모두 가져왔다.

그러나 둘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오목교 이병은 뭘 배울까 궁금한지 눈을 빛내고 있었고.

이성민 이병은.

“이거 꼭 우리가 해야 하는 겁니까?”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왜 이런 부조리를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본인 장비는 본인이 관리해야지, 왜 막내인 자신들이 해야 한단 말인가?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에 강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중에 너희가 선임되면 없애야 할 악습 중에 하나긴 하지.”

“그럼 안 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강현의 동조에 이성민이 대번에 장비를 팽개치려 할 때.

“물론 그만한 실력이 된다면 말이야.”

강현의 냉정한 목소리가 이성민의 행동을 막았다.

“장비 관리를 하는 이유가 뭐지?”

강현의 물음에 오목교가 우물거릴 때.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성민이 당차게 답했다.

그것 하나 모를 리가 있나.

너희 같은 놈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길드를 이어받을 인간이었다!

출신 성분이 다르단 말이다!

이성민이 자신의 정답에 선임이 아무런 답도 못 하겠지 생각할 때.

“그래? 그런데 너 다음 전투에서 질 것 같은데?”

강현이 이성민의 장비를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

“네는 집에서 쓰고, ‘잘못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해. 어쨌든 보니까 장비 관리 자체가 엉망이네.”

강현의 말에 이성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지금까지 다뤄 온 무기가 몇 개고 장비 관리에 대해 얼마나 엄격하게 배웠는데!

헌터 훈련소에서 조교들조차 흠잡지 못한 자신의 실력을 평가 절하 하다니.

역시 말만 번지르르했지 이 인간도 자존심만 세우는 얼치기였던 것.

이성민 이병이 강현의 말에 반박하려 할 때.

“여기 작게 금 간 곳 보이지? 보니까 얼마 전에 생긴 것 같은데 너 시위 몇 번 강하게 당기다 보면 이거 부러질걸?”

[장비 관리 스킬을 발동합니다. 약점 파악으로 현재 장비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강현의 눈에 활 중앙 작게 금 간 곳이 빨갛게 보였다.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

반면 이성민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금속 활입니다. 그렇게 쉽게 부러질 리가 없습니다. 저도 밖에서 이미 활만 수십 개 다뤄 봤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그 정도는.”

이성민 또한 활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원거리 딜러.

지금까지 다룬 활만 수십, 수백 개가 넘었다.

그가 그럴 리가 없다는 눈으로 강현을 보았으나 강현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그래? 김 상병님!”

강현이 마침 관리장 앞을 지나가던 선임을 불러 세워서 그에게 이성민의 활을 보여 주었다.

“이거 어떻습니까?”

“어? 너가 웬일이냐? 질문을 다 하고?”

“김 상병님이 부대에서 활 스페셜리스트 아니십니까.”

강현의 너스레에 하하핫!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 선임이 잠시 활을 살펴보았다.

“오, 생각보다 잘 관리되어 있는데? 이등병 작품이야? 훌륭하네.”

역시!

저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허풍 쳤구나.

이성민이 발끈하며 강현에게 따지려는 순간.

“그런데 오래 못 쓰겠다. 너 이거 몇 번 쐈냐?”

“지금까지 한 스무 번 쐈습니다.”

“그래? 활을 너무 거칠게 다루네. 이거 오래 못 써.”

같은 활을 쓰는 선임에 말에 이성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고작 E급이나 될까 하는 인간이 자신의 실력을 지적하자 어이없어 말문이 막힐 정도.

“여기 금 보이지? 이거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너가 쏘는 힘을 조절하거나 장비 관리 빡세게 하지 않으면 금방 맛 갈걸?”

그리고는 김 상병이 이성민의 활을 들어 뒤로 쭈욱 시위를 몇 번 당기자.

투툭.

정말 아까까지만 해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았던 금이 쩍 갈라지며 선명하게 드러났다.

“봐, 맞지? 이거 같은 경우는 이렇게 당겨야 덜 망가질 거다.”

그리고도 한참 어떻게 보급용 활을 사용해야 문제가 안 생기는지 설명을 마친 그가 다시 활을 이성민에게 건넸다.

“밖에서 사용하던 장비 생각하면 큰일 난다. 보아하니 좋은 장비 좀 써 봤나 본데 군용 보급품은 완전히 달라. 관리하는 법은 여기 강현이에게 배우는 게 진짜니까. 잘 배워라.”

“가… 감사합니다.”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했던 헌터가 너무나 여유롭게 단번에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법을 알려 주는 모습에 이성민이 멍하니 대답했다.

“그럼 이번엔 장비 관리를 알려 줘 볼까?”

[장비 관리 약점 보완 스킬을 적용합니다. 장비의 손상된 부분이 복구됩니다]

이번엔 강현의 차례.

강현이 이성민에게 활을 받아서는 순식간에 갈라진 틈을 메꾸고 닦아 내며 고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새로 보급받은 것 같은 활을 이성민에게 건넸다.

“쏴 봐. 아까 김 상병님이 알려 주신 방법대로.”

“…알겠습니다.”

이성민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시위를 당겼다 놓는 순간.

티잉!

맑은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아!”

이성민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토했다.

지금까지 활을 쏘면서도 군용 보급품이기에 당연히 탁한 소리가 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정작 자신이 이 무기의 위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

많은 활을 다뤄 보고 엄격한 교육을 받아 왔기에 오히려 방금 김 상병이 해 준 조언이 얼마나 황금 같은 것이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놀랍고 가치 있는 것은 바로.

‘이건 대체? 무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잖아?’

강현의 장비 관리 실력.

이건 진짜다!

분명 자신이 할 땐 턱, 턱 숨 막히는 듯한 소리만 내던 활시위가 지금은 마치 악기와 같이 감미로운 소리를 내었다.

죽어 가던 장비에 숨을 불어 넣는 수준.

장비 관리 때문에 매일 아버지에게 혼났던 그였기에 강현의 장비 관리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단번에 느껴졌다.

이건 장인의 솜씨다!

이성민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신의 활시위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남의 것을 왜 해야 하는지. 또 자신의 보급품은 왜 이 모양인지 생각할 수 있어. 그럴 만하지.”

강현이 오목교와 이성민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찾아내는가야. 목교가 들고 있는 장만수 일병님 검에 유독 크게 이빨 빠진 부분이 보이지?”

“이병 오목교! 너무나 잘 보입니다!”

“조금만 잘못 부딪히면 검이 부러질 정도의 손상이지. 그런데 장만수 일병님은 이등병 때부터 이 상태였던 검을 지금까지 써 왔어.”

“우왓!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겁니까?”

“그뿐 아니라 오히려 이 틈을 이용, 상대의 무기를 걸어 중심을 흐트러뜨리는 스킬까지 개방했지.”

오오오!

놀라운 이야기에 오목교의 눈이 반짝였다.

이성민이 원거리 딜러라면 오목교는 근거리 딜러였다.

근접 전투에서 이런 카운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본인의 능력은 강할지 모르지. 그러나 군대는 혼자 있는 곳이 아니야. 혼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강현이 가장 해 주고 싶었던 말.

군대에선 혼자 잘났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강현 또한 마찬가지.

그렇기에 선임들과 함께 지내고 같이 훈련하지 않는가.

“방금 김 상병님처럼 각자 자신의 강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지.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곳이 여기야.”

수많은 경험치를 흡수해 왔기에 알 수 있었던 사실.

물론 강현이 원한다면 이성민이든 오목교든 힘으로, 계급으로 찍어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장건철 병장이, 장만수 일병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윗사람에게 받았던 호의를 아랫사람에게 돌려주는 것.

이것이 강현이 생각한 끝까지 분대를 걱정하는 분대장과 맞후임의 안위를 걱정하며 울먹이던 맞선임에게 보답하는 방법이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장비 관리에 대해 배워 볼까?”

[이성민의 존경도가 조금 상승했습니다]

비록 쉬운 길은 아니지만 강현은 확신했다.

이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그런데 누군가에겐 가장 빠른 길이었나보다.

[오목교의 존경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존경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존경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존경도가 일정 수준을 넘었습니다!]

[현재 당신을 존경하는 후임 – 1/2]

[오목교 일병의 상태가 존경을 넘어 광신에 이르렀습니다!]

“평생 최강현 일병님을 따르겠습니다!”

[첫 광신도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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