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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74화 (74/277)

74화 뚝배기!

헌터의 근력은 일반인과 수준을 달리한다.

아무리 힘 좀 쓴다는 일반인도 3대 500을 드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농담 삼아 언더 아머 단속반이라 불리는, 3대 운동 벤치 프레스, 스쿼트, 데드 리프트 총 중량 500kg을 넘기는 사람들.

오랜 단련과 더불어 타고난 골격과 근질이 받쳐 주어야 가능한 경지.

그러나 헌터 특임대에선 3대 500을 못 드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최소 천은 들어야 힘 좀 쓰는 거지.”

3대 1,000kg, 즉 1톤은 들어야 힘 좀 쓴다고 자랑할 수 있는 곳이 헌터 특임대.

실제로 근육 통조림, 체력 단련실 그 자체인 남자 장건철 병장이 들 수 있는 무게는 3대 약 1,600kg.

컨디션에 따라 100kg 정도가 왔다 갔다 한다고 하니 때에 따라선 1,700까지 들어 올리는 셈.

물론 당연히.

“누가 신성한 근력 운동 중에 스킬 쓰는 소리를 내는가?”

스킬 빼고 순수 근력이 그 정도였다.

스킬까지 사용한다면 들 수 있는 무게가 최소 두 배는 늘어난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헌터들이 모인 부대이니만큼 눈사태라는 자연재해 속에서도 부상자는 전무.

그러나.

“최 하사님! 최 하사님!”

연합 훈련 지원을 나온 포병대 병사들은 일반인.

아무리 피닉스의 알이 눈을 빠르게 녹였다고는 하나 몸을 짓누른 무게만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저 멀리 거대한 거인이 얼음을 부수고 일어나는 장면은.

“으아아!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살려 줘, 살려 줘요. 엄마.”

그들의 정신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TV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무서워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잠깐의 사냥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부와 명예.

대부분 사람은 남의 노력보다 얻은 이익만을 보려 했고.

하루하루 목숨 걸고 싸우는 헌터들의 현실은 외면하려 애썼다.

“으아아아!”

이들 또한 처음 차륜형 자주포반에 지원할 때만 해도 그저 돈이나 좀 더 받기 위해.

또는 나중에 술자리에서 좋은 안주 삼기 위해였을 뿐.

이런 위기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최 하사님! 눈 좀 떠 보십쇼!”

7분대와 같이 움직이던 분대, 그중에서도 분대 막내인 이등병이 울부짖으며 최 하사의 몸을 흔들었다.

처음 거대한 벽이 몰려오듯 들이닥친 눈사태가 차를 때리는 순간.

그 뒤에 있던 이등병이 차 바퀴에 깔릴 뻔했고.

“조심해!”

최 하사 그를 밀어냄과 동시에 차가 그를 덮쳤다.

눈이 녹은 후.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는 최 하사의 입과 코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분대원들의 부름에 깨어나지 못했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 있을 때.

“포병대! 뭐 하는 거야! 최 하사님은?”

7분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그들을 탓하려던 7분대장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최 하사를 보고는 대번에 상황을 깨달았다.

최 하사가 병사들을 얼마나 챙겼는지, 병사들이 최 하사를 얼마나 잘 따랐는지 보았다.

그런 그들이었던 만큼 지금 상황이 충격적일 터.

7분대장이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군장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분대 주변 방어! 우선 응급 처치를 실시한다!”

“알겠습니다!”

잠깐이지만 같이 작전을 수행한 전우다.

이대로 버려 두고 갈 순 없었다.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응급 회복약 사용!”

훈련 중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특임대에선 각 분대에 응급 회복약을 하나씩 지급했고.

7분대장은 지금 최 하사를 위해 이를 사용하려 했다.

군장에서 작은 병을 꺼낸 그가 붉은 액체를 최 하사의 입에 쏟아 넣었고.

“크허억!”

최 하사가 깊이 숨을 들이쉬며 깨어났다.

사실 헌터라면 좀 심한 외상 정도만 회복할 수 있는 하급 약품이었으나 최 하사는 일반인.

약효가 훨씬 강하게 적용된 덕에 위기는 넘겼다.

물론 모든 상처가 치료된 것은 아니었고.

“최 하사님!”

“건들지 마! 잘못 건드리면 신경 나간다. 방패! 방패에 실어서 옮겨! 운전병 차 시동 걸어 봐! 움직이나 확인해!”

7분대장이 달려들려던 포병들을 말리고는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작전 중 위급 상황을 자주 겪어 봤던 그이기에 침착한 대처가 가능했다.

이제 차만 움직여 준다면 여기 있는 포병대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터터터텅, 터터터텅.

정작 이 중요한 순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이런 X발! 빨리 움직여! 시동 걸리라고 이 빌어먹을 차야!”

운전병이 욕설을 쏟아 내며 차 키를 몇 번이고 돌릴 때.

엔진이 무언가 뱉어 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탑승!”

“탑승!”

포병대가 차 안으로 몸을 욱여넣으려다가 뒤를 보았고.

“아저씨들 타요! 같이 가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7분대를 보며 외쳤으나.

“우린… 전우를 찾아야 해요. 아저씨들 먼저 가요. 꼭 살아요.”

이미 심 병장과 강현을 찾기로 결심한 7분대 전체가 고개를 저었다.

다만 7분대가 포병대를 먼저 도왔던 이유.

이들은 헌터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필요도 없었고, 이 자리에서 죽어서도 안 된다.

서윤진이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려 했던 것과 같이, 또 자신들을 위해 강현이 희생하려 했던 것 같이.

그들 또한 지금 희생하려 하고 있었다.

아마 미궁에서 강현이 보여 준 결의를 보지 못했더라면, 지금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는 중대장을 보지 못했더라면 도망쳤겠으나.

“우리가 막을 테니 먼저 가요. 나중에 따라갈게요.”

그들은 그렇게까지 뻔뻔하지 못했다.

“…특임대에 대하여 경례.”

“충성!”

“충성.”

포병들도 7분대원들의 붉어진 눈가와 얼굴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두려움을 보았으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존경과 감사를 담은 경례.

그들의 고결한 정신을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었다.

“반드시 봐요. 우리.”

마지막 부탁을 남긴 포병 분대가 차를 몰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우리는 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지금껏 누워서 숨을 쌕쌕 몰아쉬던 최 하사가 불꽃 같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최 하사님! 소리 지르면 안 됩니다! 뼈 부러져요!”

병사들이 그의 부상이 더욱 악화될까 황급히 말렸으나.

최 하사는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소리 질렀다.

“왜! 우리도 군인인데! 왜 저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거냐 말이다! 우린, 우린 대체 여기 왜 온 건데!”

그가 원했던 건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원했건만, 같은 군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도움만을 받았다.

남들 뒤에 숨어 도망가야 하는 처지에 화가 났다.

사실 알고 있다.

같이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방해임을.

“이딴 자주포가 다 무슨 소용이냔 말야!”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그냥 이 모든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무력하고 도움 하나 안 되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최 하사가 한창 분노와 슬픔을 토해 내고 있던 때.

“멈춰! 이런 썅! 멈춰!”

저 멀리 심 병장이 강현을 들쳐 멘 채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몸 앞뒤로 군장 두 개를 멘 채 어깨에는 강현까지 업은 그의 얼굴은 이미 땀범벅.

아무리 체력 좋은 헌터라도 숨이 벅찰 만한 상황.

“제발 멈춰 줘!”

“잠깐! 심 병장님? 강현이 왜 그럽니까?”

그를 발견한 7분대장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고.

“X발 얼타지 말고 빨리 차 세우라고!”

결국 심 병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뱉었다.

“잠깐! 포병 아저씨들 잠깐만요!”

“멈춰 봐요!”

방금까지 했던 멋진 결심과 경례마저도 잊은 분대원들이 열심히 손을 흔들며 포병대를 불렀고.

차륜형 자주포가 멈춰 섰다.

잠시 7분대와 포병 분대가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의 시선을 외면할 때.

“누구 마음대로 남으라 했습니까?”

심 병장의 등에 매달려 있던 강현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잠시라도 쉴 수 있었다.

“강현아! 정신이 드냐?”

“계속 깨어 있었습니다.”

그럼 중간에 일어나서 좀 뛰지, 새끼.

심 병장이 속으로 불만을 삼켰다.

그의 등에서 내린 강현이 주변 병사들과 차 안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최 하사를 보며 말을 이었다.

“누구도 희생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자주포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셨습니까? 이 자주포가 우리 모두를 구할 겁니다.”

강현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확신했다.

자신이 굳이 서윤진을 저 거인 앞에 남겨 둔 이유.

그녀가 간부들까지 모아 자신을 희생하려 할 때 말리지 않은 이유.

겁나서?

전혀 아니었다.

정말 조력자를 희생양으로 사용하기 위해?

절대 아니었다.

“우리는 잠깐의 시간을 벌었고, 이제 상황을 뒤바꿀 때입니다.”

이 보, 아니 오십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서윤진을 믿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강현이 보고 겪어 온 그녀라면 거인의 앞에서도 겁먹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팽개치면서까지 중대원을 지키고 모두의 앞을 지킬 것을 알았기에 할 수 있었던 결정.

그리고 실제로 서윤진 대위는 지금까지도 거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물론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린 상황.

더는 시간이 없었고 때는 무르익었다.

“최 하사님! 아니 포반장님 자주포 운용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강현의 요청에 최 하사가 방금까지 피를 토하던 자신의 처지마저 잊은 채 우렁차게 명령을 내렸다.

“분대 자주포 방열!”

그 목소리가 너무나 크고 우렁차 부상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

최 하사의 기세에 휩쓸린 포병 분대가 일사불란하게 차에서 내려 수십, 수백 번 했던 과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지금껏 했던 훈련의 의의가 빛을 발하는 순간.

어떤 상황에서든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격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이었고 이들은 그것을 해냈다.

“잠깐만 기다려! 관측 표 확인할 테니까!”

본래라면 포격을 위한 관측장교나 병사가 멀리서 이를 계산하여 알려 주어야겠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연합 훈련을 위해 모든 재원값을 구해 놓은 상황.

다만 잠시 계산기 두드릴 시간이 필요할 뿐.

최 하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탄도 계산기를 확인하며 계산을 마쳤다.

그가 불러 주는 방향을 향해 포를 정렬.

“삽탄!”

“포격 준비 끝!”

포병대가 포격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모두의 눈이 강현을 향했다.

이젠 그의 무대다.

강현이 105mm 포 옆에 서서 포격을 하기 위한 방아끈을 잡는 순간.

[새로운 고물 105mm 포를 수집하였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역시나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강현 그대로 있기를 잠시.

[스킬 진화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드디어 혹한기 훈련 포인트 300점을 주고 산 스킬 진화권을 사용했다.

사용 대상은 바로 총기 마스터리.

[총기 마스터리에 스킬 사용권을 적용합니다. 현재 흡수하고 있는 경험치의 영향을 받습니다]

‘역시.’

강현이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흘러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스킬 진화권을 함부로 썼다간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질까 지금껏 기다렸다.

모든 조건이 완벽해지는 이 한순간을!

그리고 드디어.

[스킬 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존 스킬 총기 마스터리가 화기 마스터리로 진화하였습니다. 이전 경험치를 그대로 이전합니다!]

[다룰 수 있는 무기의 범위가 확장됩니다. 이제부터 현대 화기 대부분에 스킬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강현이 원하던 스킬이 생성되었다.

그다음부턴 쉬웠다.

쏟아져 들어오는 경험치가 지금 강현이 제대로 적을 겨누고 있는 것인지 알려 주었고.

[화기 마스터리, 정밀함, 장거리 시야, 반동 제어 적용으로 포격 정확도와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마력지체, 하급 마나 운용법, 정밀함을 발동합니다. 포에 마나를 집어넣습니다. 위력이 강해집니다]

[연구자의 눈 발동, 현재 자주포 내구도 한계치까지 남은 수치 97%… 87%……]

스킬의 진화를 축복이라도 하듯 연속해서 알림이 울렸고 강현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놈은 서윤진 대위를 포함한 모든 간부를 몰아붙일 정도의 괴물!

105mm 포가 강현의 마나를 머금고는 점점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나 한계치까지 남은 수치 50%]

크기가 커서일까, 총보다 한참이나 마나를 더 많이 잡아먹은 자주포가 몸을 바르르 몸을 떨 때.

마침 거인의 입에 검디검은 기운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 선 서윤진과 간부들이 위험한 상황.

아니 어쩌면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중대원들을 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현이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아니, 나를 노리는구나!’

놈이 죽이려는 건 정확히 자신.

강현이 마지막으로 전륜기를 돌려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아가리에 쑤셔 박아 주마!’

“격발!”

분노와 마나를 담아 방아끈을 당겼고.

빠앙!

뭐라 형용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굉음이 현장을 울렸다.

주변에 있는 7분대와 포병 분대원들이 귀마개를 끼고 그 위를 손으로 막고 있었음에도 휘청거릴 정도의 위력.

주변으로 퍼지는 충격파 또한 마나를 잔뜩 머금고 있어 푸른 기운을 뿜어낼 정도였다

마치 마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한 모습.

그리고 쏘아낸 탄의 위력도 남달랐다.

이전에 강현이 쏘았던 총알이 별빛 정도였다면 지금 날아가는 건 운석!

삐이이익!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 포탄이 놈의 얼굴에 적중했고.

그대로 거인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어?”

[히든 조건 뚝배기!를 만족하셨습니다]

[강대한 적을 단 한방에 침몰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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