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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71화 (71/277)

71화 전조

K-6 중기관총, 12.7mm 탄을 분당 450발 이상 토해 내는 한국산 괴물.

원래 강현이 사용하는 M-60H도 중기관총으로 불리며 7.62mm 탄을 발사하는 강력한 녀석이었지만.

K-6의 위력은 한 차원 높았다.

말이 총이지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여파는 거의 포를 연상케 할 정도.

그리고 이런 무시무시한 총이 강현의 손에 들어왔다.

쿠콰카카카!

총구에서 공기를 찢어발긴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꾸웨에엑!

크허엉!

설원 오크들과 가시뿔순록들이 고무풍선 터지듯 죽어 나갔다.

그걸로도 모자라 앞에 있는 땅과 눈마저 뒤엎어 버릴 정도의 위력.

그 모습을 보던 포반장 최상익 하사가 허탈한 듯 웃었다.

“분명 방금 포에도 끄떡없지 않았냐?”

“정타로 맞혔는데도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옆에 있던 포병 병사들도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어이없다는 듯 강현을 쳐다보았다.

사실 처음 홀로그램 몬스터들을 마주쳤을 땐 꽤 자신감이 있었다.

아무리 요새 122mm, 150mm 포들을 주력으로 사용한다곤 하나 105mm 정도면 아직 현역이었다.

차륜형인 만큼 설치부터 사격까지 시간도 짧은 데다가 연사 속도도 준수.

거기다 던전 광물로 만든 탄까지 보급되니.

“야, 이번에 우리가 특임대 압도하는 거 아니냐?”

“어? 그러면 저희도 특별 보상금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포 사격 훈련을 하면서도 종종 서로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자신들이 운용하는 포에 자신이 있었는데.

정작 몬스터들은 포격 속에서도 멀쩡했다.

“어어? 놈들 멀쩡합니다!”

“뭐야? 저게 가능해?”

“이래서… 화기 공격이 안 된다는 거였구나…….”

뉴스에서나 들었기에 설마설마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인데 105mm 포를 맞고 멀쩡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저 D급 설원 오크와 C급 가시뿔순록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포격 사이를 뚫고 나왔다.

그래도 설원 오크는 직격탄을 맞았을 경우 죽기는 했다.

그러나 어깨높이만 거의 2.5m에 달하는 가시뿔순록은 별다른 피해 없이 포격 속을 헤쳐 나왔고.

차륜형 자주포를 그 날카로운 뿔로 들이받기 위해 달려왔다.

“어어? 이쪽으로 온다!”

처음 맞이하는 몬스터의 위용에 포병들이 당황할 때.

“그 중기관총 제가 운용해 봐도 되겠습니까?”

강현이 아무런 관심을 못 받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K-6을 가리켰다.

사실 일반적인 포병 간부라면 화를 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타 부대 병사에게 병기 운용을 맡긴다는 건 미친 소리.

그러나 최 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실력 한번 보자!”

사실 그도 궁금했다.

이전 강현이 2중대와의 중대 전투에서 활약했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혹한기 행군 출발 전, 서윤진 대위가 남긴 한마디 때문이기도 했다.

“만일 그 강현이라는 병사가 총 쏘고 싶다면 허락해 봐요. 재밌는 걸 보여 줄 거니까.”

중대장, 심지어 최 하사마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서윤진 대위가 그렇게 말할 정도란 말인가?

강현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었던 차였고.

첫인상은 생각보다 겸손하고 선해 보여 과연 얼마나 강할까? 의아해하던 차였다.

그리고 강현이 중기관총을 잡은 순간.

지금까지 군대에서 쌓아 왔던 모든 상식이 와르르 무너졌다.

포보다 강한 총이라니.

“사격 중지! 사격 중지!”

결국, 서윤진 대위가 직접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나서야 강현이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리고 앞에 펼쳐진 풍경에 특임대 인원들마저 입을 벌리며 놀랐다.

“후우, 최강현이랑 혹한기, 잘 왔다!”

“순록 녹는 거 보셨습니까?”

“어, 솜사탕인 줄.”

가시뿔순록 같은 경우 C급 몬스터인 만큼 원래라면 특임대 분대 하나는 달라붙어야 하는 놈.

거기다 추위에 단련된 단단한 가죽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질긴 털 때문에 잡기 어려웠다.

그런데 강현의 사격? 거의 폭격이라 불러야 할 공격은 녀석들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물론 강현이 홀로 해파칠십이검을 사용한다면 가시뿔순록 한 마리쯤은 그 자리에서 죽일 수 있었다.

이미 동급인 듀라한과 트롤을 죽여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검과 총의 결정적인 차이.

“다 쓸어버렸네.”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숫자.

검은 일대일 또는 일대다 정도라면 총은 집단을 상대할 수 있었다.

바로 이점이 강현의 강점이었다.

부대에서 유일하게 현대 총기로 제 위력을 낼 수 있는 헌터이자 최강의 딜러인 이유.

“참 이거, 훈련인데 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반명 서윤진 대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홀로그램 전투의 목적은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와 싸우며 지난 며칠간 쌓은 전술을 실전에서 사용해 보는 것.

그런데 만일 강현이 저렇게 계속 중기관총을 쏴 대면 훈련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몬스터가 다 녹아 버리는데 무슨 전술을 확인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강현이 뛰어나다고 해도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는 중대가 되어선 안 된다.

“강현! 이번 행군 동안 중기관총 금지!”

결국, 서윤진 대위가 결정을 내렸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당장 품에 안고 둥개둥개 이뻐했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말에 병사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고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시 전진!”

서윤진 대위가 엉망이 되어 버린 설원 위로 발을 디뎠고 중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강현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중기관총에서 손을 뗐다.

“음, 너무 과했던 것 같습니다.”

강현의 말에 7분대 선임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너가 너무 강한 거지. 만일 이게 실제 상황이었으면 전혀 다르게 말씀하셨을걸?”

“그렇지. 오히려 잘 쐈어.”

선임들의 위로와 응원에 강현이 이번엔 포반장인 최 하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중기관총 사용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어? 아냐. 오히려 우리가 고맙지.”

최 하사가 강현의 감사 인사에 오히려 당황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최 하사님!”

“총 잘 썼습니다! 포반장님!”

7분대 인원 전체가 돌아가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의외의 모습에 최 하사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최 하사 또한 특임대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평소 주변에서 들었던 소문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만나본 특임대 인원들은 종종 일반병들을 무시하기도 했다.

너희들이랑 우리는 달라.

같은 군인임에도 자신들이 더욱 뛰어나고 더욱 헌신하고 더욱 엘리트라는 자부심.

물론 가질 수 있다.

실제로도 강하니까.

그러나 이를 빌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일반 병사들을 무시하는 꼴이 보기 싫었다.

그런 반발심에서 이번 훈련 때 반드시 특임대에 도움이 되리라 결심했던 것.

우리도 너희와 같은 군인이고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다르네.’

그런데 그가 본 강현을 비롯한 7분대는 달랐다.

자기가 잘나 보이기 위해 상대를 헐뜯지도 않았고 특임대 또는 헌터 특유의 특권 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질 때.

“그런데 최 하사님. 저 중기관총 새것이 아닙니까?”

차량 옆에서 걷던 강현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사실 처음 K-6를 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경험치는 기대하지 않았다.

강현의 능력은 고물 수집.

오래된 물건에 녹아 있는 사용자들의 경험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평소 새 물건에선 아무런 알림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새로운 고물 K-6 중기관총을 수집하였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분명 새로운 고물을 수집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 하사가 강현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게이트 등장 초기에 몬스터들 잡아보겠다고 만든 화기들이 많았거든. 그런데 정작 큰 소용 없으니까 전방에서 경계용으로 쭉 쓰다가 특임대 창설 이후엔 애물단지가 된 놈이지 뭐.”

“아. 그걸 재활용한 겁니까?”

“그래, 뭐 놀고 있던 녀석이니까 차라리 잘되었지. 저 105포도 원래 있던 견인포에 바퀴를 달아 주면 어떨까 생각해서 이 차륜형 자주포를 만든 거라더라. 포방부다운 생각이지.”

“장비가 꽤 멀쩡했나 봅니다.”

“어, 개조되기 전까진 현역으로 뛰었던 녀석이니까. 방금도 봤겠지만 쌩쌩해. 피해를 주지 못해서 그렇지.”

[새로운 정보 105mm 포에서 경험치 흡수가 가능하단 사실을 들었습니다]

꿀꺽.

105mm 포를 바라보는 강현의 목울대가 꿀떡꿀떡 침을 삼켰다.

아, 먹고 싶다.

저 포 안에 달달한 경험치가 넘쳐 날 텐데!

문제는 중대원들을 비롯한 포병들까지 보고 있는 통에 손대기 어렵다는 점.

강현이 잠시 입맛을 다시며 웅장한 자태의 포를 훑어볼 때.

[메인 퀘스트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이 시작되었습니다]

[야비한 어둠이 주변을 잠식할 것입니다. 당신과 조력자의 긴밀한 협동이 필요합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던 강현이 발을 멈췄다.

드디어 때가 왔다.

혹한기 훈련 때부터 이어진 경고.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드시 이긴다!

강현이 눈을 빛내며 주변을 쓸어볼 때.

“……?”

“뭐해? 안 걷고?”

심 병장이 강현의 군장을 툭 치며 물었다.

방금까지 행군 잘하다가 심각한 얼굴로 멈춰선 후임을 보곤 걱정이 되었던 모양.

“그게…….”

강현이 잠시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다.

지금 어둠이 오고 있습니다! 소리라도 쳐야 할까?

미친놈 취급을 받겠지.

아직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있는 심 병장과 강현의 이상한 상태를 눈치챈 7분대의 눈길이 그를 향할 때.

“아닙니다, 아무것도.”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오지도 않은 위기 때문에 설레발을 칠 순 없는 상황.

강현이 선임들을 따라 다시 설원 위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행군이 끝났다.

게이트 안에도 시간 개념이 있는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보급품을 실은 차량이 헤드라이트로 주변을 비추었고.

중대원들이 밤새 추위를 막아 줄 막사를 설치하던 중.

잠시 심 병장이 7분대장과 대화를 나누더니 강현에게 다가왔다.

“강현아 너 오늘 진지 설치는 좀 쉬어라.”

“일병 최강현. 잘못 들었습니다?”

강현의 황당하단 얼굴을 보며 둘이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제 일병에 큰 훈련도 처음인데 너한테 너무 큰 짐을 지웠다 싶어서.”

“그래, 거기다 분대 전투부터 중대 전투까지 네가 모두 이끌다시피 했잖냐. 그러다 보니까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냐, 쉬어.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너는 가서 일 봐라.”

“아, 심 병장님. 심 병장님은 왜 쉬십니까?”

“누가 얘 갈구러 오면 보호해 줘야지. 넌 분대장이니까 분대 이끌어야 하고.”

“누가 강현이를 갈굽니까? 대체 혹한기 인원 중에서 누가?”

“…나 혹한기 두 번째다. 좀 봐줘라.”

“편히 쉬십쇼. 충성!”

울상을 짓는 심 병장을 향해 경례한 7분대장이 터덜터덜 분대형 텐트를 설치하러 떠난 후.

“후…….”

“…….”

잠시 둘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먼저 깬 건 심 병장이었다.

“참, 고마웠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그, 뭐냐. 미궁형 던전에서 나서서 데론 막아준 거. 너 아니었으면 뭔가 큰일이 나도 났을 거 아니냐.”

“누군간 했어야 할 선택이었습니다.”

“했어야 할 일이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지. 원해서 온 곳도 아니고, 겁은 나고,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참 이 군대라는 곳이 참… X 같은 병정놀이나 하는 데란 말야.”

심 병장이 잠시 가슴팍에 넣어 놨던 핫 팩을 꺼내 양손을 녹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실 내가 너 짬 때 혹한기에 끌려왔거든.”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하고 계신 겁니까.”

“…좋아하지 마. 너도 두 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야 인마.”

앗.

강현의 시무룩해지는 얼굴을 본 심 병장이 키득키득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때 전역 한 달도 안 남은 병장 하나가 이렇게 이야기했거든. 그 인간이 그러더라고. 이 X 같은 병정놀이도 끝이라고. 영영 안 올 줄 알았던 끝이 왔다고.”

“전역할 때 아주 신나서 나갔겠습니다.”

강현의 말에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심 병장이 허연 입김과 함께 과거를 토해 냈다.

“죽었어. 마지막 작전 때. 그렇게 군대 X 같다고 욕하던 인간이 후임들 죽을 위기에 처하니까 무슨 용기를 주워 먹었는지 나섰다가… 전역은커녕 인생에서 전역해 버렸지 뭐냐.”

“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그래서 미리 말해 주는 거야. 살아야 한다, 강현아. 너, 잘하는 거, 강한 거 다 아는데 때로는 이기적으로 굴 줄도 알아야 해. 그래야 건강하게 전역한다.”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그가 보기에 강현은 너무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다.

군 생활 잘하는 거 좋다. 뛰어난 거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무사 전역.

자신 또한 전역 한 달 남은 시점이 되자 이전에 들었던 선임의 말이 이해되었고, 강현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었다.

심 병장이 감상에 빠져 말을 이어갔다.

“군 생활 캄캄하지? 나도 처음 혹한기 왔을 땐 그랬거든. 그런데 버티니까 점점 밝아지더라. 그때 여기서 봤던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어, 별이 하늘 가득히……? 어? 오늘은 어째 별이 하나도 안 보인다?”

심 병장이 지난번 혹한기 훈련 때랑 다른 풍경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는 분명 별이 쏟아질 듯 많았는데?

같은 게이트에서 보는 다른 밤하늘이라니.

그의 혼잣말을 들은 강현의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올랐다.

전조.

타란툴라 때도, 듀라한 때도 찾아왔던 위기를 알리는 신호.

강현이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왔구나!’

그리고.

꾸르르릉!

지축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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