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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70화 (70/277)

70화 이거 죽여주지 말입니다?

지금까지 강현이 겪은 던전은 엄밀히 말하자면 총 네 가지.

성장형, 필드형, 던전형, 미로형.

이 중 두 가지씩 성질이 결합된 게이트를 겪어왔다.

물론 이밖에도 게이트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있었고 때론 베테랑 헌터마저도 처음 보는 조합도 왕왕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 특이한 유형이 있다.

바로 보존형.

“그럼 그 게이트는 계속 눈보라가 몰아치는 겁니까?”

“아니 눈보라는 아니고 그냥 눈이 잔뜩 쌓여 있는 정도지. 이전에 클리어 못 했을 때는 눈보라가 몰아쳤다더라.”

게이트 진입 전 강현의 물음에 심 병장이 선선히 대답했다.

“그러니까 보존형이 뭔지는 알지?”

“게이트가 그대로 보존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게이트의 경우 생긴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그렇기에 헌터들을 투입하여 던전을 무력화.

클리어 이후에는 인부들과 장비들이 투입되어 안에 남겨진 몬스터의 시체와 던전 광물들을 싹 긁어낸다.

그렇게 텅 비어 버린 게이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만일 모든 게이트가 계속 남아 있었더라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이 엉망이 되었을 터.

“그래, 안에 있는 모든 걸 박박 긁어냈는데도 안 없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 그걸 보존형이라 부르는 거고. 보존형 게이트 같은 경우 모든 위협이 사라진 상태니까 이런 훈련에 적합한 거지.”

반면 지금 혹한기 생존 훈련을 위해 가는 게이트처럼 몇몇은 그대로 형체를 보존한 채 유지되었다.

거기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훼손된 환경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보존형 게이트 같은 경우 군사, 길드 훈련용으로도 많이 쓰였고 때에 따라서는 관광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포병 부대 병사가 심 병장의 지식에 감탄했다.

“우와. 아저씨,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방금까지만 해도 강현에게 잘난 척을 할 기회를 잡아 신났던 심 병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시들었다.

그리고 대답은 정작 다른 분대원의 입에서 나왔다.

“혹한기 두 번째시거든요. 우리 심 병장님.”

아아.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탄식을 내뱉었다.

‘아이고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란 의미를 담고 있는 눈빛이 쏟아졌고.

심 병장이 코를 훌쩍이며 침묵했다.

“그럼 저 자주포는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강현이 눈치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고.

“아, 저거요? 105mm 자주포를 차에 달았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포병 중 하나가 얼른 강현의 말을 받았다.

어깨에 달린 초록 견장을 보니 차량 운행을 맡은 분대의 분대장인 듯했다.

“포격은요? 그냥 하는 건가요?”

“뭐, 관측이나 그런 거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작전 운용은 어떻게 해요?”

7분대원들이 역시나 군인답게 포에 대해 궁금증을 쏟아 내었고.

그 물음에 분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이들을 이끄는 하사가 다가오며 대신 답했다.

“이번에 처음 시범 도입된 무기라 얘네들도 잘 몰라. 쏠 줄만 알지.”

“충성!”

“충성, 이번에 우리랑 같이 움직이기로 한 분대?”

“맞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하사가 시원스레 웃으며 7분대장을 비롯한 모두와 악수했다.

마지막으로 강현과 악수할 때.

“일병 최강현.”

“어? 너가 그 친구구나? 우리 옆에 있던 특임대 박살 낸 친구.”

“일병 최강현. 박살까진 아니고 작전을 성공한 것은 맞습니다.”

“하하핫! 안 그래도 네가 펼친 침투 작전 때문에 다들 한참 웃었었는데. 이거 반갑네.”

“감사합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그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질문에 답변을 좀 해 주자면 이 차륜형 자주포로 화력 지원을 해 주겠다는 계획이 포방부의 큰 그림이지. 그래서 안에 포격 재원 계산기부터 GPS 송수신기까지 다양한 첨단 장비를 발라 놨고. 거기다 방열 시간도 거의 없다시피 하니 확실히 도움이 될 거야.”

이후에도 이어진 그의 설명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게이트 안은 어떤 지형이 펼쳐질지 모르니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견인포에 바퀴를 달았다.

대구경보다는 무게가 가볍고 작은 구경보단 화력이 강한 105mm를 달아 최대한 적의 숫자를 줄이거나 타격을 입히는 것이 목표.

이번 훈련의 목적은 간단했다.

“이 새로운 차륜형 포와 특임대를 어떻게 찰떡궁합을 만들지가 관건이지.”

“오호. 이해했습니다.”

“이번에 결과가 좋으면 혹시 모르지 따로 편재를 빼줄지도. 군단 자체에서 운용하는 게 더 빠를 테니까.”

그의 말에 특임대 인원들이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평소에는 들어가기 힘들었던 C급 필드형 게이트에 차륜형 자주포와 함께 들어가는 모습을.

그러나 한 가지 의문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화력이 충분하겠습니까? 아무리 던전 광물로 만들었다곤 하지만…….”

그들이 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던전 광물로 만들어졌어도 스킬이 없이는 화력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스킬과 특성이 있어야 효과가 있을 터.

그 근본적인 의문에 하사가 쓰게 웃으며 턱을 긁적였다.

“뭐, 이렇게라도 발버둥 쳐야 혹시 모를 비극을 막을 수 있으니까. 정 급하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지 않겠어?”

하긴, 하급 몬스터들이 특임대도 감당하지 못할 만한 숫자로 몰려온다거나 일단 특임대가 없는 곳에서 방어선을 지켜야 할 때 사용하는 수도 있다.

“이번에 보면 알겠지! 그러니까 잘 부탁해! 혹시 우리가 실수하는 거 있으면 바로 알려 주고. 어쨌든 너희가 주 전력이니까.”

“알겠습니다!”

포병대 간부가 시원스레 웃으며 차륜형 포에 몸을 실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7분대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꽤 괜찮은 분 같지 않습니까?”

“어, 다행이네. 오히려 할 만할 것 같은데? 성격 좋아 보이셔서 괜찮을 것 같아.”

7분대가 처음 차륜형 포와 함께 움직인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일반 병사들이 과연 이 빡빡한 훈련 일정을 견딜 수 있는지도 걱정이었고.

흔히 포반장이라 불리는 간부가 어떨지 불안했다.

보통 일반 간부들은 헌터 특임대를 껄끄러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너희가 헌터지 간부야!”

헌터라는 위압감 때문일까.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아도 지레 겁을 먹고는 자신의 계급에 대한 존경을 강요하거나.

“야, 간부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

사회에서는 감히 시비 걸 생각도 못 할 헌터를 상대로 명령을 내린다는 쾌감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보통 대부분의 특임대 병사들은 일반 간부들과 엮이기 싫어했는데.

이번에 같이 움직일 포반장을 보니 그럴 걱정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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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익

계급: 하사

나이: 23

호감도: 5

정보: 털털하며 친화력이 좋다. 같이 포를 운용하는 분대원들을 아낀다.

추가 정보: 같은 군인으로서 반드시 특임대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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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도 그의 정보를 읽어 보고는 선임들의 말에 동의했다.

신형욱이나 행보관을 보면 알겠지만 상태창이 알려 주는 정보는 솔직했고 대상의 가장 커다란 특징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인물 정보에 저렇게 떠오를 정도라면 저 간부는 정말 성격이 괜찮은 듯싶었다.

실제로.

“야들아, 핫 팩 다 터쳤냐? 15분이나 20분마다 교대할 거니까 추위 걱정 말고. 분대장아, 넌 나랑 30분에 한 번씩 교대해서 몸 녹이자. 참 막내! 너 몸에다 바로 핫 팩 붙이지 마라. 저온 화상 입는다! 다들 알간?”

“예!”

추운 겨울날 대원들이 혹시 동상이라도 입을까 싶어 꼼꼼히 챙기는 모습.

7분대원들이 내심 안심할 때.

“자! 3중대! 모두 준비 끝났나?”

“3중대! 혹한기 생존 행군 준비 끝!”

서윤진 대위가 진지 철수한 자리와 행군 훈련 보급품 점검을 끝마친 뒤 우렁차게 물었고 병사들이 이에 화답했다.

“그래, 생존 행군. 가장 힘든 훈련이 남았다! 연이은 훈련과 추위에 지쳤을 거다! 모두 포기할 건가?”

“아닙니다!”

“그래, 그거다. 힘들고 지쳐도! 포기 마라. 못 견디겠으면 말해라! 주변 전우에게, 하다못해 나에게라도! 언제든지 도와주겠다! 그러니 이번 훈련 깔끔하게 끝내고!”

병사들을 주욱 훑어본 그녀가 씨익 웃었다.

“2중대장 돈으로 고기 먹자!”

“와아아아아!”

뭐. 국민을 위해, 몬스터와 잘 싸우기 위해라는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중대원들은 평소 최선을 다해 훈련해 왔고 그녀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연이은 훈련으로 무거운 몸 위에 심적 부담감까지 지울 필요는 없다.

지금 병사들에게 필요한 건 훈련을 이겨 내기 위한 간단한 동기 부여.

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이런 합리적인 격려는 중대원들의 사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3중대, 파이팅!”

“파이팅!”

“3중대, 파이팅!”

“파이팅!”

선임의 선창에 후임들이 절로 화답했다.

군장 때문에 굽어 있던 중대원들의 어깨가 절로 펴질 정도로 분위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럼 다들 게이트로 출발!”

병사들과 같은 군장을 멘 서윤진 대위가 가장 앞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고 이를 따라 혹한기 B조 인원들이 회색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생존 행군의 시작.

“중대장님은 군대 아니었으면 어디 가셨을까? 천상 군인이신 거 같은데.”

“음, 산군 길드에서도 이렇게 하시지 않았겠습니까?”

“하긴, 왠지 거기서도 다들 따랐을 것 같아.”

그녀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병사들이 중대장님의 위대함을 칭송하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와… 뒈졌다.”

“이건, 좀 심했는데?”

“미친, 강원도에 왜 시베리아가 있는 거야?”

다들 방금의 감상은 잊은 채 입을 떡 벌렸다.

후우우우웅!

눈앞에 펼쳐진 것은 칼바람이 쌩쌩 부는 하얀 평원.

비록 눈이 내리진 않았지만 바람에 이지러지는 눈송이들 덕에 이미 눈보라가 몰아치는 듯이 보였다.

정말, 방금까지 끌어올렸던 사기를 일시에 얼려 버리는 압도적인 모습.

그것만 해도 끔찍한데.

우르르릉.

천둥 치는 소리가 잠시 들리는가 싶더니 저 멀리 떨어진 높다란 산봉우리에서 눈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게 보였다.

처음 혹한기를 온 인원들이 주춤거리며 놀랄 때.

“봐. 내가 왜 그렇게 시무룩했는지 이제 알겠지?”

군 생활 중 혹한기 훈련 두 번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심 병장이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후임들을 둘러봤다.

그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하나.

“그냥 걸어, 그렇게 쉽게 죽지 않더라. 사람은 죽을 것 같으면서도 안 죽어.”

그가 응원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허연 설풍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고.

“3중대 뭐해! 안 따라오고!”

“가, 갑니다! 으으, 일단 갑니다…….”

“저승으로… 갑니다.”

죽을상을 한 특임대원들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후 일정은 간단했다.

물론 간단하다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전방 몬스터 습격!”

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에서 행군하는 것도 힘에 부치건만.

도중 나타나는 몬스터 홀로그램까지 상대해야 했다.

평소라면 무기를 들고선 적들을 마주 달렸어야겠지만 오늘은 모두의 눈이 한곳으로 향했다.

특임대가 바라보는 곳에선.

우웅, 철컥, 우웅!

마치 로봇으로 변신이라도 하듯 차륜형 자주포가 차체를 펼치기 시작했다.

“오오오!”

“7분대 전체 방어!”

곧 뭐라 뭐라 포병들끼리 서로 고함치기를 잠깐.

콰앙!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105mm 포가 주변 공기를 뒤흔들며 포탄을 뿜어냈다.

강한 충격파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변 눈이 화악 일어날 정도.

그 경이로운 모습 이후.

퍼, 퍼퍼펑!

국방 TV에서나 보던 포격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장난 아니다! 대박이다!”

“몬스터 새끼들 다 뒈졌다!”

“포방부가 해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 장면에 모두 환호성을 울릴 때.

“모두 정신 차려!”

서윤진 대위의 경고성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캬르르륵!

우워어엉!

설원 오크들과 가시뿔순록들이 포격 때문에 뭉게뭉게 피어난 눈구름을 뚫고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몇몇은 죽거나 크게 다친 듯했으나.

“역시 스킬 없는 화기는 소용없는 건가!”

대부분이 더욱 악에 받친 듯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

결국, 특임대가 싸워야 하는 자신들의 운명을 체감하며 다들 무기를 들어 올릴 때.

콰르르르를!

기계가 울음을 토하는 듯한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렸고.

쏟아지는 총탄에 앞서 달려오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갈려 나갔다.

포로도 쓰러뜨리지 못한 괴물들을 일제히 죽여 버리는 화력!

모두가 황당한 눈으로 뒤쪽을 쳐다보자 어느새 차륜형 자주포 앞머리에 달린 K-6 중기관총을 잡은 강현이 보였다.

참으로 우람하고 위대해 보이는 모습!

[새로운 고물 K-6 중기관총을 수집하였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총기 마스터리, 연사, 정밀함, 마력지체, 하급 마나 운용법, 장거리 시야, 능숙한 몸놀림을 발동합니다. 스킬과 특성 연계 효과로 사격 공격력과 정확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총기 마스터리 하위 스킬 반동 제어를 획득합니다!]

“이거 죽여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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