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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69화 (69/277)

69화 포방부의 은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이런 곳에서 어떻게 지내나, 어떻게 사나 하면서도 막상 시간이 지나면 적응한다.

군대도 마찬가지였다.

이 답답하고 끔찍한 곳에서 어떻게 지내나 하면서도 어느새 적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어휴! 오늘 새벽에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더라. 이런 X팔!”

“점점 더 추워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내일 눈 안 떠지는 거 아닙니까?”

“내일 나 대답 없으면 저세상 간 줄 알아라.”

혹한기 훈련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추위.

한겨울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은 특히 매서웠고 이는 혹한기 훈련을 하는 병사들에겐 큰 고난이었다.

그러나.

“드르릉, 퓨우, 드르릉, 퓨후우.”

“커, 커어억! 커으으으걱!”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말로야 죽네, 사네 했지만 결국 다들 침낭 속에 핫 팩을 잔뜩 터뜨린 채 잠에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야간 훈련까지 있었기에 아주 깊이 잠든 모양.

텐트 안에 코 고는 소리와 이빨 가는 소리가 가득했다.

그때.

푸드드득, 강현이 분대형 텐트 입구를 부수며 들어왔다.

‘텐트가 얼었네, 텐트가 얼었어.’

방금 텐트 밖에 걸린 온도계를 확인하니 영하 20도.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텐트 입구에 살얼음이 가득 껴 부수고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다들 잘도 자네.’

강현이 이런 날씨 속에서도 몸을 웅크리고 잠든 선임들을 보며 픽 웃었다.

말번초 직전 경계 근무를 서느라 피곤하고 몸도 추웠지만.

[무엇이든 보관함에 담긴 피닉스의 온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일시적으로 추위에 면역이 생깁니다]

침낭에 누워 피닉스의 알이 담긴 보관함을 껴안자 따뜻한 기운이 퍼지며 몸이 사르륵 녹았다.

“으으윽! 좀 살겠다.”

마치 온탕에 몸을 담근 것 같은 기분에 강현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정도.

요 이쁜 녀석.

이 피닉스의 알 덕분에 혹한기 훈련 견디기가 한결 편했다.

그리고 훈련 중에 작은 변화가 한가지 생겼다.

[현재 보관함에 담긴 기운: 마나, 열기]

[두 기운의 보관량이 일정 수준을 넘었습니다. 보관함 뚜껑을 열면 열기 폭풍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마나를 더하여 위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기운이 많이 모였는지 마나와 열기를 한꺼번에 뿜어낼 수 있는 모양.

어느 정도 위력인지는 몰라도 당장 이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 피닉스 무럭무럭 커야 한다.’

지금은 피닉스의 알 성장이 우선.

잠시 무엇이든 보관함을 쓰다듬던 강현이 허공을 보며 골똘하게 생각에 빠져들었다.

‘포인트… 황금마차… 메인 퀘스트…….’

어젯밤 강현의 작전으로 중대 전투를 완벽하게 승리한 시각.

서브 퀘스트 최강현 보유 중대 성공 알림과 함께 떠오른 메시지.

[혹한기 훈련 황금마차를 오픈합니다!]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바로 확인해 봤고.

촤르르륵,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목록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작 이거?’

사실 진짜 황금 마차가 나타난다거나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등의 극적인 효과를 생각했었는데 좀 실망이었다.

강현이 실망감을 잠시 제쳐 두고 목록을 살피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이건 물약이랑 스텟 교환권!’

[하급 체력 회복 물약]

[하급 상처 회복 물약]

[무작위 스텟 +1 추가권]

강현이 주르륵 나열된 목록을 보자 언제 실망했냐는 듯이 입에 군침이 싹 돌았다.

통장에 돈은 충분하다.

스텟 추가권이든 물약이든 되는 대로 사 두면 언젠가 쓰임이 있겠지.

그러나 목록 옆에 적인 가격을 본 강현의 미간이 깊게 팼다.

‘포인트로 구매하는 거네.’

[무작위 스킬 +1 추가권 - 70포인트]

혹한기 훈련 황금마차에서 파는 물건은 혹한기 훈련 포인트로만 살 수 있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구매 이용 가능 횟수 1회]

강현이 살 수 있는 물건은 딱 하나.

‘하긴 혹한기 훈련 황금마차 1회 이용권이라 했으니 이게 맞겠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사기적인 상점을 무한히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요행을 바라는 것이겠지.

강현이 현실을 인정하면서 황금마차 목록 가장 아래로 향했고.

[선택 스킬 1회 진화권 - 300포인트]

가장 비싸고 좋은 아이템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강현의 고민이 시작되었고 지금 경계 근무가 끝난 이후 침낭에 누워서까지 계속되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구매 기회는 단 한 번.

현재 강현이 가진 혹한기 훈련 포인트는 300점.

당연하게도 가장 좋은 품목을 사야겠지만 그러자니 가진 포인트를 모두 써야 했다.

물론 이후 남은 훈련 동안 노력하면 훈련 포인트를 다시 모을 수야 있겠지만.

“상급은 어렵겠지…….”

강현의 입에서 자연스레 탄식이 터져 나왔다.

포인트 50점은 어떻게든 다시 모을 수 있을 거다.

문제라면 보상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 정도.

여유가 있다면 훈련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250점을 제외한 포인트로 구매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이라…….’

사실 무리를 해서라도 지금 당장 포인트를 써야 했다.

이유는 바로 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퀘스트 하나 때문.

[메인 퀘스트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까지 남은 시간 하루]

바로 호송 작전이 끝나고 나서 받은 메인 퀘스트.

거기다 이번에는 시스템이 이런 말까지 남기지 않았던가.

[명심하세요. 언제나 모든 걸 혼자 감당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짐을 나누어질 사람을 찾으세요]

이전 타란툴라 때도 그렇고 듀라한 때도 그렇고 상태창이 조언을 건넨 퀘스트는 위험했다.

죽을 위기에 처할 만큼 강력한 적들을 만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조언만으로는 모자랐는지 혹한기 준비 퀘스트 보상으로 조력자 선택권까지 주었다.

결국 강현이 조력자로 선택한 것은 서윤진 대위.

단 한 명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라면 서윤진 대위가 가장 믿음직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마치 준비시키는 느낌이야.’

거기다 지금 눈앞의 황금마차까지.

훈련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마치 이 퀘스트를 향해 다가가는 느낌.

어쨌든 강현은 지금 결정해야 했다.

훈련이 끝난 후 얻을 달콤한 상품이냐.

아니면 지금 다가오는 위협을 막기 위한 힘이냐.

그리고 결론은.

‘살아 있어야 보상도 얻는 거지.’

당연히 후자였다.

300점? 아니 500점을 달성하여 두 배의 보상을 얻는다고 해도.

‘퀘스트 도중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다면?’

만일 그게 같은 중대원이라면? 심지어는 조력자로 선택한 서윤진 대위라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무리 눈앞의 보상이 크더라도 주변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탐욕을 부리긴 싫었다.

‘남은 사람들의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

강현은 이미 남은 사람들이 겪을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그 당사자였으니까.

‘절대 누군가에게 그 고통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더군다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 그럴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만일 강현이 그런 성격이었다면 그렇게까지 고군분투하면서 어린 동생과 늙은 할머니를 위해 일하지도 않았으리라.

이미 사라져 버린,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는 부모님을 기다리지도 않았으리라.

미련하지만 또 굳건히.

버티고 이겨 나가는 것이 강현만의 방식이었다.

‘웃어도 같이 웃어야지.’

그리고 이제 자신이 몸담은 3중대 또한 소중한 곳이었기에 더욱 결심을 굳혔다.

일단 강해지자.

그리고 이 위기를 이겨 낸 후 생각하자.

잠깐은 손해일지 모르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득이 될 것이다.

‘아니 설사 아니라고 해도 내가 그렇게 만들면 된다.’

강현에겐 이전과는 달리 고물 수집이라는 능력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다.

강현이 고민을 끝마치고는 드디어 황금마차 목록 제일 아래.

[선택 스킬 1회 진화권 – 300포인트]

가장 비싸고 필요해 보이는 것을 선택했다.

[진화권을 구매합니다. 포인트를 차감합니다. 300포인트 차감]

[현재 혹한기 훈련 포인트 0점]

[이후 진화권을 자신이 원하는 스킬에 적용할 시 바로 진화 가능]

강현이 떠오르는 알림을 보면서 깊이 숨을 내쉬었다.

결정은 끝났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그런데 오히려 강현의 마음은 편안했다.

‘그래, 이거면 됐어. 반드시 모두 무사 복귀한다.’

비장의 카드인 진화권은 위기가 닥쳤을 때 알맞은 스킬에 사용하면 된다.

강현이 비로소 침낭 안에서 눈을 감으며 깊이 잠들었다.

* * *

“전체 기상! 전체 기상! 다들 일어나십쇼!”

역시나 훈련 아침이 찾아왔고 말번초의 목소리에 다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 눈, 눈이 안 떠진다.”

“나, 나 살아 있는 거 맞냐? 입 혹시 제대로 붙어 있냐?”

“심 병장님? 심 병장님! 일어나십시오!”

“미친놈아! 재수 없는 소리 하고 있어!”

어제 그렇게 코까지 골며 잘 잤던 사람들이 아침이 되자 죽을 듯한 신음을 내며 깨어났다.

사실 잘 때야 연이은 훈련에 녹초가 되어 잠들지만 밤새 땅바닥의 추위와 습기를 머금은 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몇몇이 전투화를 신으려다 멈칫했다.

“아, 완전히 얼었네.”

워낙 날씨가 추워서인지 핫 팩을 두 개나 넣었음에도 전투화가 꽁꽁 얼어 펴지지 않았다.

결국 바닥에 전투화를 쾅쾅 내려친 후에야 간신히 발을 쑤셔 넣은 분대원들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어? 강현이는?”

“이미 준비 끝내고 나갔습니다.”

이미 비어있는 강현의 자리를 보며 모두 혀를 내둘렀다.

“야, 강현이 혹시 기계 아니냐? 훈련 기계?”

“이 정도면 말뚝 박아야지 말입니다.”

“쓰읍? 그건 좀… 중대 에이스한테 선 넘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죄송합니다.”

분대원들이 담소로 얼어 있는 입을 풀며 나가자 어느새 몸을 풀고 있는 강현이 보였다.

중대원 중에 가장 빠르고 가장 활기찬 모습.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서윤진 대위가 곧 24인용 텐트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자! 오늘부터는 필드 게이트 행군인 거 알지? 아침 먹는 대로 바로 진지 철수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중대원들의 김빠지는 대답.

그럴 만도 했다.

기껏 고생해서 세워 놓은 진지를 철수해야 한다니.

이유는 특임대 혹한기 훈련의 마지막 코스 때문이었다.

바로 혹한기 생존 행군.

남은 훈련 이틀간 폐쇄된 필드형 게이트에서 홀로그램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며 행군해야 했다.

총 이동 거리만 100Km.

혹한기 훈련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손꼽혔고.

가뜩이나 연이은 훈련 덕에 지친 모두가 죽을상을 지을 때.

“알겠습니다!”

강현만이 가장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그 또한 힘들었다.

아무리 능력으로 스텟이 높아졌다곤 해도 강현 또한 인간.

그러나.

[메인 퀘스트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까지 남은 시간 오늘]

하루에서 오늘로 바뀐 알림창을 보며 억지로 목소리를 짜냈다.

이렇게라도 힘을 내야 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진지를 철수하고 파인 흙을 덮으며 시간을 보낸 3중대 혹한기 B팀 인원들이 남은 훈련을 위해 정렬했을 때.

“최근 국방부에서 육군의 대몬스터 화력을 증가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차륜형 자주포를 도입해서 운용을 시작한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서윤진 대위의 질문에 병사들의 대답이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사실 아무리 헌터 특임대 소속이라도 이들은 병사들.

이런 부분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새로운 걸 만들었는데 어쩌란 거지? 차륜형 자주포? 그건 또 뭐야?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고.

“그래서 이번에 차륜형 자주포의 시범 운용을 겸해 특임대와 일반 육군 부대의 연합 훈련 명령이 떨어졌다.”

“일반 부대?”

“연합 훈련을 하라고?”

“아니 우리 행군 속도를 따라올 수 있겠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들 당황할 때.

우우우웅.

곧 훈련장 한쪽에서 105mm 자주포를 장착한 트럭 몇 대가 3중대를 향해 다가왔다.

“군단 포병 연대가 차량을 운용하여 우리를 뒤따르고 우린 그대로 훈련을 이어가는 형식이니 너무 걱정은 말도록! 홀로그램 전투 때 우선 자주포 포격 이후 특임대가 진입하도록!”

비로소 서윤진 대위의 말을 이해한 중대원들이 수군거렸다.

폭격 이후 몬스터와 백병전을 벌이겠다는 소리.

“오오, 드디어 포방부의 은혜가 우리에게도!”

“아니, 그럼 저 차 자체를 모두 던전 물질로 만들었단 말입니까? 안에 마력석이라도 들었나?”

“돈이 얼만데 그렇게 하겠냐. 포만 던전 물질이겠지. 그 뭐냐. 응, 그래. 저 강현이가 들고 있는 총, K-2H 같은 거지.”

아아.

간부의 말을 들은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호기심 많은 선임 하나가 강현을 보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강현아, 너… 저거 쏠 수 있냐?”

오히려 강현보다 그 말을 들은 주변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오 대박! 미친! 저걸 쏜다고? 강현이가 K-2H 쏘는 거처럼 마나 담아서 뻥뻥 쏘면 웬만한 몬스터 새끼들 다 뒈지겠는데?”

반면 몇몇은 부정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주포가 혼자 쏘는 것도 아니고 관측병이랑 온갖 과정이 필요한데 저 포알못들. 쯧쯧.”

물론 그 말이 맞다.

먼 거리를 타격하기 위해선 정밀한 관측과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거기다.

“제 능력은 총기 한정이라 포는 사용 못할 겁니다.”

강현의 능력은 총기 마스터리.

자주포와는 관련 없는 능력이었기에 아마 총처럼 스킬 보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

스킬 적용이 안 되면 포병이나 강현이나 마찬가지.

“아, 그래? 아쉽네. 뭔가 남자의 로망이잖아?”

“그러게. 스킬만 적용되면 죽여줄 텐데.”

선임들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찾았다!’

스킬 진화권 사용할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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