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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62화 (62/277)

62화 겨울 지옥으로!

혹한기 B팀 분대 배정이 끝난 후, 모두 나가 버린 생활관.

강현이 홀로 남아 피닉스의 알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원래 웃는 표정뿐이던 피닉스의 알엔 어느새 귀여운 옷과 꽃까지 그려져 있었다.

물론 강현이 그린 것은 아니었다.

“와! 오빠 그거 뭐야? 나도 그릴래!”

강현은 휴가 때에도 피닉스의 알을 갖고 나가 틈틈이 마나를 집어넣었고.

이를 발견한 서연이가 웃는 표정에 어울리는 옷과 꽃무늬를 그려 주었다.

처음엔 피닉스의 알에 편하게 마나를 넣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 이젠 현실이 되어 버렸다.

‘안 지워지게 조심해서.’

강현이 혹여나 동생이 그려 준 그림이 지워질까 피닉스의 알을 조심스레 잡은 채 마나를 불어 넣었고.

[피닉스의 알 충족된 마나 8.64… 8.7%]

[하급 마나 운용법과 마력지체 경험치가 오릅니다. 정밀함의 보조를 받습니다. 마나 운용이 세밀해집니다]

평소와 같은 알림이 떠올랐다.

전체적인 스텟과 스킬, 특성 레벨이 올랐기에 이전보다 많은 마나를 넣을 수 있었으나.

‘알이 감당을 못하네.’

문제는 피닉스의 알이 강현의 마나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일 터.

그렇게 되면 언제쯤 깨어날지도 확실치 않다.

‘뭔가 내가 잡지 않고 있어도 꾸준히 마나를 공급해 주던가 아니면 피닉스의 알이 마나를 더 많이 흡수하게 만들어야 할 텐데.’

강현이 떠올린 해법은 두 가지.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하지?”

해법은 있는데 실행할 수단이 없다는 것.

우선 피닉스의 알이 마나를 더 많이 흡수하게 만드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구멍을 뚫어서 마나를 넣을 수도 없는 일.

그나마 가능성 있는 건 꾸준한 마나 공급밖에 없는데.

그런 장비가 군대에 있을 리도 없고 있다고 해도 고작 일병이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황세아 중사님께 물어볼까?’

자신을 대연 시스템 후계자라고 소개하던 황세아 중사를 떠올려 봤으나.

‘있으면 어쩔 건데.’

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준다고 해도 생활관에 마나를 집어 넣는 기계를 둔다?

미친 짓이 따로 없었다.

피닉스의 알을 붙잡고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청소 시간.

‘일주일에 1%도 채우기가 힘드네.’

강현이 능력 획득 이후 처음 만난 곤란한 상황에 시무룩한 얼굴로 알을 관물대 위에 두려던 찰나.

“어? 이거 여기다 넣을까?”

문득 관물대 한구석 고이 놓여 있는 낡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

지난번 그림자 괴물, 데론을 죽인 후 얻은 상자.

퀘스트 보상 두 개를 합쳐 얻은 만큼 엄청난 보물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새로운 고물 무엇이든 보관함을 수집했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기억을 흡수합니다!]

[사용자의 능력이 부족하여 경험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연구자의 눈 스킬을 발동합니다!]

[고물에 비하여 스킬 레벨이 낮아 단편적인 정보만을 표시합니다]

[무엇이든 보관함 추가 정보: 일단 뭐든지 쑤셔 넣으면 알게 될 것]

“뭐든지? 혹시 인벤토리 같은 거 아냐? 그럼 대박인데.”

처음엔 알림창을 보고선 게임에서나 나오는 인벤토리와 같은 기능을 할까 기대하며 이것저것 물건을 넣어 봤으나.

“안 들어가잖아! 뭘 뭐든지 넣는다는 거야?”

딱 제 크기만큼만 물건을 넣을 수 있었다.

기껏 얻은 보상이 정말 낡은 상자에 불과함을 확인하고는 짜증을 내며 관물대 구석에 처박아 놓았었다.

이후에는 혹한기 준비다 뭐다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 통에 신경 쓰지 못했다.

그때 피닉스의 알과 보관함을 번갈아 보던 강현의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어? 일단 뭐든지 쑤셔 넣으면 된다고?”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강현이 딱 손바닥 두 개를 겹친 크기의 목함 뚜껑을 열고는 피닉스의 알을 올려 두었다.

연구자의 눈이 알려 준 정보.

‘무엇이든이라며? 마나도 포함이겠지!’

강현이 확신을 담아 자신의 마나를 보관함 안으로 뿜어내기 시작했고.

[무엇이든 보관함이 마나를 흡수합니다. 보관함 안에 마나가 차오릅니다]

[피닉스의 알 충족된 마나 9.04… 9.17%]

마나가 보관함 안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에 차오른 마나를 피닉스의 알이 흡수했다.

“된다!”

강현의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간단한 말장난.

무엇이든엔 마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보관함은 물리적인 물건은 크기만큼만 받아들였지만.

[마나를 폭발적으로 뿜어냅니다! 무엇이든 보관함에 마나가 차오릅니다!]

마나는 무한정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무엇이든 보관함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면 별 소용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마나 공급에 한계가 있는데 마나를 무한히 담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마력지체 특성, 마나 스텟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더욱 많은 마나를 뿜어낼 수 있습니다!]

강현에겐 마나를 무한히 뿜어낼 수 있는 마력지체라는 특성이 있었다.

즉, 보관함에 마나를 무한정 때려 박아 놓기만 한다면 피닉스의 알은 혼자서도 알아서 커 준다는 말.

‘자동 성장 개꿀이고!’

요즘 게임도 자동 사냥이 유행이라던데 피닉스의 알이 자동 성장해 준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강현이 무엇이든 보관함의 새로운 사용법을 깨달은 순간.

[고물의 새로운 사용법을 알아내어 추가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추가 정보: 무엇이든 기운이라면 무한히 보관 가능]

‘호오. 기운이라면 무한하다는 거지?’

일단 마나는 기운이니 당연히 가능하겠고 언젠간 다른 활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나를 집어넣다 못해 상자 안에 푸르스름한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를 즘.

타악.

강현이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피닉스의 알 충족된 마나 9.64… 9.71%]

그리고 그 안에서 강현의 마나를 먹으며 무럭무럭 커가는 피닉스의 알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오를 때.

“그 낡은 상자는 뭐냐?”

김대영 상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건철 병장.

딱히 탓을 하려는 표정들은 아니었으나 강현의 손에 들린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표정.

“방금 마나가 느껴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네. 뭐 마력석이라도 사 온 거냐?”

둘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올 때.

“할머니께서 서윤이가 준 피닉스 추울 거라고 목함 하나 주셨습니다.”

“피닉스?”

“서윤이가 그림 그려 준 달걀 이름…….”

“크흐흡!”

강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건철 병장이 생활관 문을 박차며 뛰쳐나갔다.

안 그래도 지난번 피닉스의 알에 추가된 그림을 보고는 눈물을 글썽였는데 이젠 더는 못 참겠다!

벌써 장건철 병장의 머릿속에선 동생이 곧 부대로 돌아갈 오빠를 위해 달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이를 보며 등이 굽은 할머니가 자신이 아끼던 목함을 내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얼마나 따뜻한 풍경인가!

물론 이건 장건철 병장 혼자만의 생각일 뿐.

“이거 슬픈 이야기였습니까?”

“이해해라. 원래 항상 저런다.”

이젠 강현도 장건철 병장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김대영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저런 눈물 수도꼭지.

그냥 틀면 쏟아진다, 틀면 쏟아져.

“어쨌든 그거 사열 때는 안 걸리게 조심해라.”

“알겠습니다.”

요즘 김대영도 강현을 완전히 인정했는지 건드릴 생각조차 않는 듯했다.

처음 부딪쳤던 걸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할 따름.

군대에서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원수 같았던 선임과 시시덕거릴 때도 있고 평생 친할 것 같은 동기와 거칠게 싸울 때도 있는 법.

김대영은 과거의 원한을 담아 두는 성격이 아니었고.

강현 또한 그런 성미가 아니었으니 더는 부딪힐 일이 없었다.

오히려.

“강현아 이거 가져가라.”

꾸웅.

김대영이 커다란 더플백을 강현의 앞에 두었다.

“이건 뭡니까?”

“우리 분대 남은 핫 팩이야. 내가 모았다.”

“어… 감사합니다. 김대영 상병님.”

“감사는 무슨 짬 처리하는 거지. 가서 괜히 떨지 말고 팍팍 써. 이제 겨울 한창이라 더 추울 거야.”

김대영이 괜히 머쓱했는지 코를 쓱 훔치더니 얼른 자리에 돌아앉아서는 자기 장비를 살피며 툴툴댈 때.

“장비 관리 도와 드립니까? 훈련 가기 전에 빡세게 보완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냐, 됐어. 귀찮게 무슨.”

“아, 제가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강현의 억지에 김대영이 마지 못해 자신의 장비를 넘겼다.

사실 아무리 자신이 해 봤자 강현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다.

“여기, 여기 부분이 좀 마모가 심합니다. 이건 이렇게 먼저 살짝 기름칠해 준 뒤에…….”

“오, 그렇구나.”

강현의 설명에 김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비 관리법을 배울 때.

[연구자의 눈 하위 스킬 약점 파악을 발동합니다. 장비의 약점을 찾아냅니다]

김대영의 방패 한 귀퉁이에 붉은 금이 가 있는 곳이 보였다.

그곳은 평소 김대영 상병이 얼굴을 가릴 때 사용하는 부분이었고.

같이 훈련하며 그의 버릇을 파악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정보였다.

만일 전투 중에 적이 여길 타격한다면? 그리고 이 취약한 부분이 깨진다면?

‘얼굴이 뭉개질 거야.’

강현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김대영 상병님.”

“어?”

“…이 방패 바꾸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많이 안 좋냐?”

“네. 좀 많이 심각합니다.”

“알았다. 당분간 다른 거 들게. 새로 하나 장만할 때가 되긴 했지.”

강현의 말에 김대영이 방패를 버리려 할 때.

“그럼 저 주심 안됩니까?”

“이 새끼 너 이거 갖고 싶어서 그런 말한 거 아냐? 갑자기 의심스럽다?”

“아닙니다. 진짜루.”

짐짓 화를 내는 척하던 김대영이 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라. 목숨을 몇 갤 빚졌는데 그거 하나 못 주겠냐.”

“감사합니다!”

사실 다른 의도는 아니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혹한기 훈련 중일 때 김대영 상병이 이 방패를 쓰다가 크게 다치면 안 되기에 한 제안이었을 뿐.

그런데.

[새로운 고물 원형 강철 방패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전 사용자에게 소유권을 허락받았습니다!]

[새로운 스킬 기초 방패술을 획득했습니다! 이전 사용자의 허락된 경험이 밀려듭니다. 레벨이 대폭 올랐습니다!]

[이전 소유자의 특성 중 하나를 습득합니다. 기존 특성 강골 하위 특성 빨리 붙는 뼈를 획득했습니다. 골절상을 입었을 시 회복이 빨라집니다]

강현이 연속해서 떠오르는 알림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소유권을 허락받다니?

이건 또 처음 보는 메시지.

이전에는 그냥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능력을 빨아들였다면 이번에는 직접 허락을 받았으니 더 많은 걸 얻었다는 건가.

어쨌든.

‘개이득이다!’

그냥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 또 성장의 발판이 될 줄이야.

“김대영 상병님 감사합니다!”

스킬과 특성 잘 먹었습니다!

“어, 어어, 그래. 그렇게 비싼 거 아니니까.”

사정을 모르는 김대영이 강현의 우렁찬 감사 인사에 당황했다.

강현이 방패를 보며 속으로 씨익 웃었다.

[획득 스킬 4개, 메인 퀘스트 혹한기 훈련 준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퀘스트 보상으로 다음 메인 퀘스트 시작 전 조력자 선택권을 드립니다]

[추후 메인 퀘스트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 퀘스트에서 조력자 한 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혹한기 준비가 끝났다.

* * *

“강현아 다녀와라! 무사히 다녀와!”

“아니 장만수 미친놈아 어디 전쟁터 보내냐고.”

“그래도 강현이 우리 후임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금 훈련 가잖아. 쪽팔리니까 입 좀 닥쳐!”

훈련 떠나는 날 아침부터 장만수 일병이 부산하게 강현을 챙겼다.

이건 챙겼냐. 저건 챙겼느냐부터 시작해서 아기 새 떠나보내는 어미 새처럼 챙기길 한참.

이제는 막사 앞에서 강현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제… 그만…….”

물론 그 모습을 보며 혹한기 B팀 인원들이 낄낄거리며 웃었고 강현은 창피함을 못 이기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강현아아악!”

“저 미친놈 생활관에 감금해!”

결국 분대장인 장건철 병장의 명이 떨어지고 나서야 좀 잠잠해졌다.

“모두 집합했나?”

“그렇습니다!”

마침 서윤진 대위가 완전 군장 상태로 나왔고 도열해 있는 병사들을 보며 씩 웃었다.

“모두 대대 사열장으로!”

“사열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전 대대장 사열을 받으러 1대대 1, 2, 3중대가 대대 연병장에 모였다.

지난번 함께 사선을 오갔던 1중대와 3중대 병사들이 서로를 보며 슬쩍 목례를 했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강현을 보며 반가워했다.

“대대장님 나오십니다!”

그리고 때마침 1대대장 선설민 중령이 연병장에 나타났다.

그 또한 무장을 갖춘 모습.

FM으로 유명한 대대장이 따라가는 훈련인 만큼 다들 B조를 피하려고 했으나.

이제 선택권은 없었다.

그저 잘하는 수밖에.

“대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맑은 겨울 하늘 병사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고.

“충-성!”

최고 선임 1중대장의 경례에.

“충—성!”

선설민 중령이 거의 폭발음과 비슷한 수준의 경례로 응했다.

역시 FM, 군대에 미친 남자 선설민다운 경례.

“3군단 특임대 1대대 1, 2, 3중대 혹한기 B조! 혹한기 훈련 준비 끝!”

1중대장도 지지 않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 외쳤고.

“모두 겨울 지옥으로 출발!”

선설민 중령이 씩 웃으며 혹한기 훈련의 시작을 알렸다.

[챕터 일병, 일개미는 뚠뚠 메인 퀘스트 혹한기 훈련을 시작합니다!]

[명심하세요. 언제나 모든 걸 혼자 감당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짐을 나누어질 사람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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