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아 그렇게 들어가면 큰일 나죠 이거는!
“이런 미친 새끼가!”
강현의 황당한 도발에 신형욱 하사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욕을 뱉을 때.
오오오오오!
주변 병사들의 감탄이 그의 욕설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는 혹한기 B팀 전체가 신형욱 하사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신 하사님! 신 하사님! 신 하사님!”
“야, 조용히 해! 조용히! 다들 그만!”
몇몇 부사관이 나서서 병사들을 조용히 시키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아니, 사실 그들도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병사들에게 못되게 굴던 신 하사가 후임들이라고 잘해 줄 리가 없다.
때리지만 않았다 뿐이지 재수 없이 구는 건 마찬가지.
부사관 몇몇은 오히려 슬며시 뒤로 물러나며 상황을 방관했다.
반면.
“이 새끼들이 미쳤나. 입 안 닫아!”
“최강현 저 새끼 돌았네.”
몇몇 부사관은 강현의 행동에 불쾌감을 표했다.
평소 신 하사랑 친하기도 했고 강현의 하극상에 가까운 행동이 못마땅한 탓.
병사들의 외침을 듣던 신 하사가 빼액 목소리를 높였다.
“입 닥쳐, 이 새끼들아!”
그제야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신 하사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만이 들렸다.
“이 개새끼들이…….”
신 하사가 벌게진 눈으로 주변을 쓸어보았다.
감히 급도 안돼서 병사로 들어온 새끼들이 자신을 엿 먹이려 들어?
평소 자신 앞에서 쩔쩔매던 병사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있을 수 없는 일.
이 모든 것은.
“최강현, 이 X발.”
바로 눈앞에 있는 일병 나부랭이 때문이었다.
어째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는데 이 새끼를 어떻게 조지지?
신 하사가 지난번 맞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설마 피하는 거야? 와 개찌질하네.”
순간 신 하사도 주변 모든 부사관도 입을 다물었다.
감히 누가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일제히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고.
“어떤 새-, 황 중사님?”
“응, 어떤 새끼가 나야. 그래서 지금 텐트 멀쩡하게 잘 친 애한테 화풀이하려고 했냐 설마? 찌질이같이?”
병사들 뒤, 어느새 나타난 황세아 중사가 삐딱한 표정으로 신 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난번 대연 시스템 연구실에서 강현과 대화를 나눌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와 표정.
냉기 능력자답게 차가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현장을 휘감았다.
이게 바로 황세아 중사의 평소 모습.
“아… 죄송합니다.”
“나한테 잘못한 게 뭐 있다고. 오래 말 섞기 싫으니까 대답이나 해.”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찌질이같이 애들한테 화풀이하려고 했냐고.”
황세아 중사의 물음에 신형욱 하사가 손을 황급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전혀 그런 거 없었습니다.”
강약약강, 약한 상대에게는 온갖 패악질을 부리는 신형욱이였지만 황세아는 강자였다.
단순히 중사라는 계급만이 전부가 아니다.
소문으로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엄청난 부,
거기다 능력까지 출중하니 부대에서 영향력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신 하사는 지금처럼 강자에겐 철저히 고개를 숙이는 인간.
“그래?”
“그렇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주변 병사들이 눈썹을 찌푸렸다.
괜히 꼬투리 잡아 강현이를 조지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는데 저런 식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보통 다른 간부들이라면 후배 체면을 생각해 굳이 꼬투리를 잡지 않았겠지만.
“흐응, 거짓말까지 하네.”
신형욱은 황세아에게 잘못 걸렸다.
대기업 후계자인 만큼 저런 인간을 많이 보아왔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세상 약하고 착한 척하면서 어떻게든 빌붙어 보려는 인간들.
정작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만나면 이전에 강자에게 받았던 호의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야비하고 악랄하게 구는 인간들.
황세아 본인이 평소 저런 구렁이 같은 인간들을 싫어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
‘이 새끼가 강현이를 건드려?’
하필 강현이를 건드리다니.
황세아 중사가 보기엔 신형욱 따위보다 강현이 훨씬 소중했다.
군대 연줄 따위야 별로 중요치 않을 만큼 돈도 있고 백도 있다.
군대에서 병사들 상대로 꺼드럭거리는 저런 놈과 달리 강현은 앞으로 수백, 수천억짜리 인재가 될 거란 말이다!
그런데 그 미래가 창창한 아이를 건드려?
그녀가 잠시 신형욱을 노려보다가 옆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소대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대장님.”
“예, 황 중사님.”
“신 하사도 한번 시켜 보죠? 얼마나 잘하길래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궁금한데.”
“흐음, 그게 좋겠네요.”
부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안기호
직책: 소위
나이: 25
호감도: 10
정보: 소탈하며 유약한 성격
추가 정보: 부사관들이 자신을 무시해 마음고생이 심함
---
흔히 군대에서 벌어지는 신입 소위와 부대 부사관들의 알력 싸움.
그중 황세아 중사는 소대장에게 텃세를 부리지 않는 몇 안 되는 부사관이었고.
신 하사는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인간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우리 신 중사 진의 실력 좀 보죠. 저도 기대가 되네요.”
오히려 소대장 자신이 나서 분위기를 부추겼다.
“아니, 제가 왜 합니까?”
“하라면 해. 넌 강현이한테 왜 시켰어. 한번 따로 볼까?”
신 하사가 반항해 봤지만 황세아 중사의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보고는 결국 걸음을 옮겼다.
이런 상황을 기대하고 한 짓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지금 구석에 몰리고 있었다.
‘왜 저 새끼만 건드리면!’
신 하사가 속으로 화를 삭이며 아직 손대지 않은 다른 24인용 텐트 앞에 섰다.
“강현이는 얼마나 걸렸어?”
“딱 30분 걸렸습니다.”
황세아 중사의 물음에 부사관 하나가 대답했고.
“오와, 30분? 빠르긴 엄청 빨랐네.”
“그리고 세운 것도 진짜 잘 세웠네. 에이스는 에이스야.”
다들 그 결과에 감탄했다.
보통 분대 하나가 달려들어야 30분 정도 걸리는 텐트를 혼자서 같은 시간 만에 세우다니.
심지어 그 형태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수준.
다들 강현을 보며 감탄하는 중에 유일하게 초조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30분! 그게 가능한 거야? 미친!’
바로 그 괴물 같은 기록을 깨야 할 신 하사만이 초조한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 시작!”
소대장의 시작 신호가 울렸고.
신 하사가 빠르게 거대한 텐트 쪽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짬밥을 헛먹은 줄 알아! 보여 주마, 이 새끼들아!’
신형욱의 눈에서 독기가 번들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중사다 중사!
물론 진이란 딱지가 붙어 있긴 했어도 이제 일병을 단 놈과는 군 생활 경력이 차원이 다르다.
놈이 할 수 있는 걸 자신이 못할 리가 없다!
거기다 방금 강현이 했던 걸 봤으니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시간.
마음이 급해진 신형욱 하사가 24인용 텐트 주변 기둥을 억지로 끼워 일단 세워 놓았다.
사실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니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지만.
“몇 분이야!”
“8분 흘렀습니다.”
벌써 8분이나 흘렀다!
강현이 걸린 시간 30분 이내에 끝내야 한다!
촉박한 시간 때문에 신형욱이 더욱 급하게 움직였다.
우선 기둥은 세웠으니 다음은 지주 핀 박기.
지주 핀을 대충 땅에 세워 놓은 뒤.
꽈앙!
강현과 같이 오함마질을 했지만.
“이게 뭐야! 왜 이따위야!”
결과는 정반대였다.
너무 강한 힘에 지주 핀이 완전히 구부러졌고 신 하사가 이를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다른 지주 핀을 꽂은 뒤 다시 한번.
“이런 썅!”
이번엔 힘이 약했는지 지주 핀이 튕겨 나갔다.
결국 오함마를 땅에 버려둔 그가 주먹으로 지주 핀을 때리기 시작했다.
물론 일반인이 했다면 본인의 주먹이 부서졌겠지만.
“흡! 흡! 흡!”
헌터인 그의 주먹은 오함마 이상.
비로소 지주 핀이 언 땅에 쿡쿡 박혀 들어갔다.
그다음에는 지주 핀과 기둥에 밧줄을 연결해서 기본적인 형태 마무리.
“10분 남았습니다!”
“알겠으니까 닥쳐!”
친절히 시간까지 알려 주는 후배에게 버럭 소리 지른 그가 우왕좌왕하다가 얼른 용마루를 텐트 아래에 넣었다.
신형욱이 강현이 했던 것처럼 용마루에 기둥을 꽂고 들어 올리는 순간.
“어어? 이거 왜 이래.”
천막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헌터인 만큼 무게 자체는 혼자 감당 가능했지만,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쪽으로 힘을 주면 저쪽으로, 저쪽으로 힘을 주면 이쪽으로 천막이 쏠렸다.
‘대체 저 새끼는 어떻게 이걸 한 번에 세운 거야?’
강현은 분명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렸는데!
물론 신형욱은 모르는 강현의 특성과 스킬, 정밀함과 능숙한 몸놀림 때문이었다.
힘의 배분과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니 흔들릴 일이 없었고 남들이 보기엔 쉽게 보였던 것.
그러나 실제로 경험하는 입장이 되자 차원이 달랐다.
“이익!”
결국 중심을 제대로 못 잡은 신형욱이 억지로 기둥을 땅에 박아 넣었다.
일단 완성부터 시키자!
“끝! 몇 분이야!”
텐트 밖으로 달려 나온 신형욱이 후배 부사관을 보며 물었고.
“29분 42초입니다.”
“우와악!”
강현보다 정확히 18초 빠른 결과에 두 손을 치켜들며 좋아했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좀 석연치 않았다.
“저걸 세웠다고 할 수 있는 거야?”
“정말 글자 그대로 세우기만 한 거 아닙니까?”
“어째 점점 기울어지는 것 같다?”
“저 정도면 텐트가 아니라 텐트와 비슷한 무엇 아닙니까?”
“맞네. 막사를 설치한 게 아니라 막사 비스무리한 걸 세웠네. 너 똑똑하다?”
누가 봐도 번듯하고 안전해 보이는 강현의 24인용 텐트와 달리 신형욱 하사가 세운 텐트는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마치 피사의 사탑과 같이 기울어진 모양새에 길이가 제각각인 밧줄들.
심지어 균형이 안 맞는 곳은 몬스터에게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푹 꺼져 있었다.
여기 있는 누가 봐도 강현의 압승.
“아냐! 내가 십팔 초 빨랐잖아! 결국 빠른 게 이긴 거 아닙니까!”
신형욱 하사가 주변을 보며 호소해 봤지만 누구도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십, 구, 팔, 칠, 육…….”
황세아 중사는 무언가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숫자를 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영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끼이이익.
신형욱이 세운 24인용 텐트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더니.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무너졌다.
풀썩 꺼진 텐트 밑으로 흙먼지가 요란하게 피어났고 그대로 신형욱 하사를 덮쳤다.
“저건 복수네. 응, 텐트의 복수.”
“주… 죽여 줘…….”
마치 텐트가 자신을 고생시킨 신 하사에게 복수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병사들이 몰래 웃었다.
그러나.
“누구야! 누가 텐트 그따위로 쳤어!”
저 멀리 막사 근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실망의 대명사 중대장 서윤진 대위.
다른 일을 끝내고 교육 훈련을 감독하기 위해 막 막사에서 나오는 순간.
24인용 텐트가 무너지는 것을 발견.
“중대장은 실망했다!”
바로 중대장의 실망 스킬을 시전.
비록 능력은 호랑이지만 엄청난 사자후를 터뜨리며 훈련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혈호, 딱 별명에 맞게 붉어진 눈동자와 너풀너풀 떠오르는 머리카락.
그 모습을 보아 지금 서윤진 대위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고.
자리에 있던 중대원과 부사관 모두가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어머머. 중대장님 화나셨네.”
심지어는 황세아 중사마저도 뒤로 물러날 정도.
평소 부사관들을 존중하는 서윤진이었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기에 피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피어오른 흙먼지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 일의 원흉.
“아니, 무너졌어도 십팔 초 빨랐으니 된 거 아냐!”
신형욱 하사가 자신의 죄를 고백했고.
“십팔 초? 시입 파아알 초? 이런 십팔!”
그의 말에 서윤진 대위의 화를 더욱 자극했다.
“신 하사!”
서윤진의 고함 한 번에 흙먼지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왜인지 잔뜩 화난 표정의 중대장을 마주한 신형욱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어어? 중대장님?”
“어어? 이거 24인용 텐트! 신 하사가 이렇게 만든 거야?”
“아, 그러니까 그게… 예.”
“당장 중대장실로 따라와. 소대장! 교보재 망가진 거 확인하고 따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충-성!”
서윤진 대위의 분노를 직접 마주한 신형욱 하사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를 따랐고.
“자! 다들 들었지? 무너진 거 걷으면서 오늘 훈련 마무리하자!”
“알겠습니다!”
왜인지 신 하사가 끌려간 이후 기세가 오른 소대장과 중대원들이었다.
“열심히 해.”
“일병 최강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돕기는 뭘.”
황세아가 강현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연병장을 떠났다.
[신형욱 텐트 설치 실패!]
[긴급 퀘스트 ‘너가 그렇게 텐트를 잘 쳐?’를 성공했습니다!]
[진지 건설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이전 경험치 흡수로 레벨이 오릅니다!]
[정밀함 특성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혹한기 훈련 준비 스킬 획득 개수 1/4]
새로운 스킬 생성을 알리는 알림.
이를 확인한 강현이 바로 텐트를 걷고 있는 선임들 옆으로 다가갔다.
“제가 들겠습니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제가 설치한 것이니 제가 철거하겠습니다!”
강현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병장을 돌아다니며 텐트를 철거했고.
“와, 좀 보고 배워라. 좀.”
“일병 되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거 같다 쟤는.”
“야, 강현아 좀 쉬어. 너 그러다 죽어.”
주변 선임들이 그를 말릴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강현은 너무나 밝은 웃음으로 이를 거절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점 한 가지가 있었다.
강현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진지 건설 하위 스킬 철거를 생성했습니다! 하위 스킬은 0.5개로 계산됩니다!]
[진지 철거 속도가 증가합니다!]
[혹한기 훈련 준비 스킬 획득 개수 1.5/4]
‘스킬 다 내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