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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50화 (50/277)

50화 위하여!

홀로 집단을 이길 수 있을까?

“있지.”

때론 몇몇 헌터가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물론 그게 너는 아니지.”

그러나 그 숫자는 극히 적었다.

개인이 집단을 이기는 데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무력.

정말 극소수의 헌터가 압도적인 힘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집단을 무너뜨린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나… 김태진은 앞으로 일주일간… 충실한 실험체가 되겠습니다.”

그게 김태진은 아니었다.

물론 미로형 던전에 처음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러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른 법.

미궁을 돌파하느라 이미 바닥난 체력과 정신력.

그런 상황에서 적대적인 기운 수십 개를 마주하자 그의 자신감이 완전히 꺾여 버렸다.

아무리 평소 무시하던 C급 헌터들이라 해도 수십을 상대할 순 없었다.

“김태진 헌터, 오늘 일에 대해선 산군 길드 감사부에 보고해서 추후 처리하도록 하지. 방금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어.”

패배한 것으로도 모자라 상대를 공격하려고 했다.

산군 길드 인사부 팀장 한진명이 새파랗게 눈을 빛내며 그를 몰아세웠다.

아무리 그가 선택받은 A급 헌터라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순 없었다.

결국 그가 고개를 떨구며 아무 말 하지 못했고.

그제야 주변 마운틴 길드원들이 무기를 거뒀다.

강현도 일단락된 상황에 만족할 때.

[두 번째 메인 퀘스트 내 집 아래 경험치 200%지하 던전을 완료하셨습니다]

[미로형 던전 단시간 돌파로 특전이 주어집니다! 모든 인원 던전에서 얻은 경험치 200% 상승!]

[스텟 전체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오오! 이거 뭐야?”

주변에 있는 마운틴 길드 헌터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새롭게 열린 게이트에서 간혹 특전이나, 특성석, 스킬석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게이트를 비싼 돈 주고 사고, 독점권을 얻은 후 공략하는 것.

그런데 자그마치 경험치가 두 배 증가하는 특전은 처음이었다.

“미로형 던전에 이런 효능이 있었어?”

“캬, 이거 죽인다!”

마운틴 길드원들이 일제히 강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모든 게 저기 있는 젊은 청년 덕분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성장형 게이트를 단번에 무력화하고 이번에는 미로형 던전을 엄청난 속도로 주파했다.

그것도 가장 앞에서!

공략 내내 선두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함정과 오크를 막아 내는 것으로도 부족해 보스 몬스터를 죽일 때도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김태진이 강현에게 덤벼들 때 모두 그 앞을 막아섰던 이유.

그가 마운틴 길드 앞에 섰으니 이번엔 그들이 강현을 지켜주려 했다.

“저런 신입이면 등을 맡길 만하지.”

“누구랑은 다르게 말야.”

단 두 번의 전투였지만 이미 마운틴 길드원들은 강현을 신뢰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덕택에 이런 특전까지 얻다니!

다들 오크 시체 위에 서 있는 강현을 칭찬하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강현은 예상치 못한 알림에 당황하고 있었다.

[능력 레벨이 30에 도달했습니다. 고물의 범위를 확장합니다!]

“어어?”

알림과 동시에 발밑에 오크 대장의 시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 던전 특혜로 얻은 경험치 200%효과로 모든 스텟의 레벨이 올랐다.

그중 지금껏 쌓아 왔던 능력 레벨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고물의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지금껏 상태창 한구석에 놓여 있던 레벨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사실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고물에 접촉하고 계속 싸워가며 오르는 스텟과 스킬의 효과가 너무나 뛰어나 능력 레벨은 신경 쓰지도 못했다.

이미 다른 것만으로도 무서운 성장세였으니까.

그런데 새로운 기능을 개방하자 또 다른 지평이 열렸다.

[새로운 고물 회색 오크 대장의 시체를 수집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바로 시체에서 경험치를 얻어내는 능력!

[고물의 범위가 보스 몬스터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능력의 한계로 자신이 잡은 보스 몬스터로 범위가 제한됩니다]

비록 자신이 잡은 보스 몬스터만이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이건… 대박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한 강현의 몸이 떨렸다.

* * *

헌터들이 끊임없이 꿈꾸고 원하는 것은?

성장.

이를 위해서 필요한 건?

스킬과 특성이다.

물론 특이하게 한 가지 스킬, 한 가지 특성이 엄청나게 뛰어난 경우도 있긴 하다.

또는 한 가지만을 갈고닦아서 강해진 헌터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예는 극히 적었다.

대부분의 헌터는 특성과 스킬의 절대적인 숫자를 우선시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성취감부터가 달랐다.

이력서도 한 줄 쓰여 있는 것보다 무언가라도 가득 차 있는 게 보기 좋지 않은가.

대부분의 상태창도 마찬가지였고 또 실질적인 효과도 있었다.

[각 스킬의 연계로 공격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강현이 총을 잡거나 검을 잡았을 때, 또는 말을 할 때 발동하는 스킬이나 특성은 하나가 아니었다.

스킬, 특성의 연계로 인한 능력의 강화.

이를 위해 수많은 헌터가 던전을 돌며 특성석 또는 스킬석을 얻기 위해, 혹은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능력자들이 취업을 위해 스팩을 쌓는 것처럼 헌터들은 더 강한 힘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고 목숨을 걸고 싸운다.

각자의 생존 방식이자 현대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힘.

[회색 오크 자체 스킬, 하급 그림자 은신술을 습득했습니다!]

[그림자에 몸을 숨길 시 기척이 옅어집니다]

그런데 강현은 방금 너무나 쉽게 스킬 하나를 얻었다.

더군다나 은신 스킬은 많은 헌터가 원하는 것이었다.

도주하거나 생존 용도로 쓰기도 좋았고 몬스터를 습격할 때 쓸 수도 있으니 사용 범위가 넓은 편.

거기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딜러가 은신 스킬이 있으면 상대하기 까다로워진다.

즉, 본래의 능력을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

그리고 이는 강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터였다.

잠시 후 멍하니 있던 강현이 한진명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아저씨. 보통 기초적인 은신 스킬석은 얼마나 가요?”

“응? 스킬석 말이냐? 은신이면…….”

강현의 질문에 한진명이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워낙 시세가 천차만별이라. 그래도 은신 쪽이면 꽤 값이 나가지. 기초적인 은신이라도 최소 15억은 넘을 거다.”

“15억!”

한진명의 말에 강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럼 탐지계 스킬은요? 얼마 정도 하나요? 아주 기초적인 거로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구나.”

이번에는 한진명도 고민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부르는 게 값이라서… 글쎄 아주 기초적인, 정말 기초적인 거라면 100억은 가지 않을까?”

“100억!”

지금껏 살면서 생각도 못 한 가격에 강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고작 스킬 하나에 100억이라고?

“그것도 기초적인 스킬에 습득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나 그 정도일 거다. 만일 습득 조건이 없으면 두세 배는 쉽게 뛸 거야.”

“그럼 300억까지도 갈 수 있다는 말인가요?”

“뭐, 그렇지. 아무리 내가 능력이 뛰어나도 그것까지는 힘들다.”

강현의 말을 오해한 한진명이 곤란한 표정으로 강현을 보았으나.

“300억… 300억…….”

강현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이렇게 구체적인 가격을 듣고 나서야 오늘 자신이 획득한 스킬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실감 났다.

시체에 올라선 것만으로 15억짜리 은신 스킬을 얻었고.

고물에 강제 추출권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300억짜리 하급 길잡이 스킬을 얻었다!

‘차라리 돈으로 주지. 아, 아냐 미래를 생각하면 이게 이득이지 암!’

당장 300억도 크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고물 범위 확장과 강제 추출권.

‘대박!’

다시 한번 열린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강현의 가슴이 뛰었다.

‘강제 추출권이 있다면 상위 능력은 물론 완전히 다른 분야의 능력을 얻을 수 있어! 거기다 보스 몬스터들의 스킬까지 더한다면…’

이 놀라운 능력은 정말 시시각각 강현의 인생을 바꾸어나갔다.

단 11박 12일.

고작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걸 얻어가는 셈.

아마 자신이 받아낸 메인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알찬 휴가를 보내지도 못했을 거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마운틴 길드부터 시작한 게 다행이었어.’

오늘 김태진 같은 놈을 만나 보니 처음부터 산군 길드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김태진 같은 놈이 한두 놈만 더 있었어도 어떤 비웃음을 당했을지 모른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또 저런 놈이 없으란 법도 없으니까.

‘결국은 헌터는 힘.’

방금도 마운틴 길드원 전체가 자신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김태진이 멈췄을까?

힐끗 기죽어 있는 김태진을 본 강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김태진이 S급이었다면?

‘어쩌면 내가 창피한 꼴을 당했겠지.’

개인의 힘이든 집단의 힘이든 결국 강한 놈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강현은 다시 한번 헌터 세계라는 곳의 생리를 깨달았다.

‘계급이 먹히는 특임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밖은 가혹한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

더욱 강해져야 한다.

훗날 헌터 사회라는 약육강식의 세계로 나왔을 때.

‘비참해질 일 없게. 끌려다니는 일 없게 더욱 강해져야 한다.’

강현이 결심을 다지며 오크의 시체 위에서 내려왔다.

때마침.

“강현아 이제 가자. 곧 탈출구 열린다.”

우우웅!

보스 방 한구석에 푸르스름한 탈출구가 열렸다.

퀘스트를 모두 처리했으니 이 답답한 미로형 던전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마운틴 길드의 공격대가 앞다투어 던전을 나가려다 말고 강현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후배님이 주인공이니까 먼저 나가요.”

“그래, 강현 헌터 아니었으면 미로형 던전에서 한참 고생했을 텐데. 덕분에 특전까지 얻었잖아. 앞장설 만하지.”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했던 강현이 머뭇거릴 때.

한진명이 강현의 등을 밀어 주었다.

강현이 양옆으로 비켜선 마운틴 길드원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고.

짝짝짝짝.

“나중에 또 일하자고!”

“그래, 유명해지고 나서 모른 척하지 말고.”

마운틴 길드원들이 뛰어난 후배의 앞날을 축복해주듯 박수를 쳤다.

“오늘은 회식이다!”

그 모습을 보며 자기 흥을 못 이긴 마운틴 길드장이 회식을 선언했고.

“가자! 오늘은 고기다!”

“오늘 진탕 마시자고!”

첫 휴가, 두 번째 게이트 무력화가 끝났다.

* * *

식당 하나를 통째로 대여한 마운틴 길드가 왁자지껄하게 회식을 즐기던 중.

“자자! 오늘 에이스의 말을 또 안 들을 순 없지!”

“오오! 그래 강현이 목소리 좀 들어보자고!”

누군가가 강현이 말하기를 청했고.

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이 강현에게로 향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던 강현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선배님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지난번 성장형 게이트에서 갑자기 나서 진열을 무너뜨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던전을 무력화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시는 선배님들의 각오를 가벼운 내기로 더럽혔습니다. 이 부족한 후배가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니었는데.”

“성장형 게이트 때는 오히려 고마웠지.”

두 번 다 자리에 있었던 마운틴 길드원들이 멋쩍은 듯이 강현을 변호했다.

사실 강현의 공을 생각해 보면 사과할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강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 부족한 후배의 지시를 따라 이동해 주신 것과 끝까지 지켜봐 주신 것. 그리고 마지막에 저를 지켜주신 것까지! 마운틴 길드를 보며 헌터에 대해, 서로를 신뢰하는 길드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무작정 하는 칭찬은 아첨으로 보일 수 있으나 명백한 이유가 있다면 오히려 효과가 높아진다.

또 어느 개인을 칭찬하기보다 이들이 속해 있는 집단.

전체를 칭찬하며 자신이 배운 점까지 말하니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자리에 있던 마운틴 길드원들이 흥을 못 이기고는 번쩍 잔을 치켜들었다.

“최강현 헌터의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이번에는 손바닥 대신 잔을 부딪치며 강현의 앞날을 축복했다.

[마운틴 길드원들의 호감도가 대폭 올랐습니다!]

[언변, 신뢰, 전파, 감화를 적용합니다.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운틴 길드 호감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혜택이 주어집니다!]

[절대적인 신뢰로 마지막 퀘스트를 생략합니다!]

[산군 메인 퀘스트 작은 봉우리부터를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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